인생의 성공을 위해 정직과 진실에는 눈을 돌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무작정 내달리기만 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습성이 아닐까. 책은 월간 가톨릭다이제스트를 10년째 운영하는 저자가 20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정직과 검소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건을 들고 찾아온 의뢰인에 “죄가 무거워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한 저자는 예상과 달리 사건을 맡았다. 의뢰인의 변은 간단하다. “변호사님이 정직하게 대답해 주셔서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과 찾아간 레스토랑에서 음식값을 부담스러워하는 그에게 한 사람 분량의 스테이크를 두께만 반으로 얇게 잘라 2인분으로 만들어준 고마운 웨이터에 대한 이야기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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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모두 안겨주는 여행지다. 문명의 발상지로 역사의 긴 발자취가 새겨진 때문이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를 가졌고,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하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드넓은 땅을 여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감상 한 줌 얻어와서는 마치 다 깨달은 것처럼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는 인도 여행의 목적을 ‘붓다의 길’을 따라가는 것으로 한정했다. 주간 법보신문 대표이자 불교전문기자인 저자 이학종씨는 네팔과 인도를 찾아 붓다가 한평생 밟아간 실제 여정을 그대로 좇았다. 불교에 대한 믿음과 앎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여정이 명확하고, 깨달음이 깊다.

룸비니 동산에 서서 문득 ‘붓다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8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일생 동안 붓다가 보여주었던 그 숱한, 그러나 놀랍도록 완벽했던 선택들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니 룸비니 동산에 대한 감회가 새롭게 다가온다. 어느 누구든, 신분의 높고 낮음이나 성별의 차이에 상관없이 붓다가 일생을 통해 보여준 올바른 선택의 기준들을 대강이라도 체득할 수만 있다면 그의 인생은 매우 고귀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마하보디 대탑(왼쪽), 인도에 가면누구나 붓다가 된다 이학종 지음/오래된미래/9800원


책은 탄생에서 입적까지 붓다의 일생을 따라가는 일대기이면서, 붓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기다. 지은이는 붓다의 탄생지 룸비니 동산, 붓다가 사랑한 바이살리, 불법의 성지 라지기르, 고행의 수행처 우루벨라, 깨달음의 자리 마하보디 대탑, 생멸의 물결이 흐르는 강가, 최초로 설법한 땅 사르나트, 붓다의 사모곡이 흐르는 산카샤, ‘금강경’을 설한 땅 슈라바스티, 생사를 넘나든 열반의 땅 쿠시나가라 등을 밟았다. 깨달음과 설법의 자리에 선 지은이의 소회는 에세이로, 초기 경전에 근거한 붓다의 삶은 소설로 나란히 펼쳐진다.

“이윽고 붓다는 걸음을 멈추고 한 손으로는 하늘을,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이렇게 외쳤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나만이 가장 존귀하도다. 일체의 모든 괴로움 내 중생을 위해 기필코 그치게 하리라. 이는 나의 마지막 탄생으로 이제 더 이상의 태어남은 없을 것이다.”

“붓다의 열반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뜨거운 기운이 뺨을 거쳐 목덜미로 흘러드는 것을 느끼며 붓다를 향해 오체투지를 올린다. 감사의 눈물, 감사의 절이다. 이렇게 정말로 이렇게 고마운 스승이 어디에 또 있을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좀처럼 멎을 줄 모른다.”

책은 불교 성지 순례와 붓다의 일대기를 솜씨 좋게 엮었다. 인도를 찾는 이들이나, 혹은 간접적으로나마 붓다의 행적과 가르침을 좇고 싶은 이라면 가벼운 기분으로 읽어볼 만하다.

이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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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도가보고 싶어요

보슬비 2006-05-1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인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왠지 두려운곳이기도 해요^^
 


 

(1) 머릿속의 장벽 김누리 편저, 한울아카데미, 363쪽, 1만5000원

(2) 변화를 통한 접근 김누리.오성균.안성찬.배기정.김동훈.이노은 지음, 한울아카데미, 556쪽, 2만원

(3) 나의 통일이야기 김누리.노영돈.박희경.도기숙.이영란 지음 한울아카데미, 286쪽, 1만3000원

"'의미'는 돈으로 살 수도, 힘으로 강요할 수도 없다." 위르겐 하버마스의 말이다. 그 어떤 자본과 권력이라 할지라도 사람의 내면과 마음이야 어쩌지 못한다는 말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래서 통합은 시스템을 합치는 체제통합과, 사람의 마음을 합치는 사회통합으로 나눠 보는 것이 맞다. 16년 전 역사적인 독일의 통일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미완의 프로젝트다.

6년 전 내가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푸른숲)를 펴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 독일은 통합은 이뤘지만 분단을 극복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반면교사인 셈이다. 민족의 신화를 앞세운 낭만적인 민족주의 담론만으로는 통일 이후의 사회문화적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독일통일 15년(1990~2005년)의 냉정한 교훈이기 때문이다.

"통일독일 15년은 한마디로 정치경제적 통합의 성공과 사회문화적 통합의 실패로 결산될 수 있다." "통일이라는 거대한 시대사적 사건도 결국은 인간의 문제로 귀착되며, 인간을 배려하지 않는 통일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통일은 종잇장 위에서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완결되는 것이다."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에서 펴낸 '독일통일을 말한다' 3부작은 총론에서 이렇게 인상깊게 선언을 한다. 때문에 3부작은 국가.경제만의 체제통합에 저당잡혀온 우리네의 아마추어적 통일논의를 업그레이드하는 새로운 신호탄으로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통일논의의 나머지 절반과 관련해 볼 때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이 3부작이 일궈낸 성과는 무척 소중하다. 지금껏 한반도 통일과 관련한 대부분의 논의는 남북'사회'의 통합에는 관심이 없었다.

3권의 책은 '머릿속의 장벽' '변화를 통한 접근' '나의 통일이야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1권은 사회문화적 측면을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의 조사분석 보고서다. 2권은 구 동독의 통일주역과의 개별 인터뷰로, 일종의 구술사(oral history)에 속한다. 3권은 직업별.성별.나이별로 선정된 사람들이 자유로이 자기 속내를 털어놓은 결과를 모아 놓은 흥미진진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이 책에 따르면 1990년 독일통일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불과 1년 만에 초고속으로 완수됐다. 이른바 체제통합의 폭과 대상은 정치.사법.에서 교육.토지제도의 모든 영역에서 마찰없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겉으로는 '눈부신 성공'으로 보인다. 문제는 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귄터 그라스가 "오늘의 현실은 통일 과정에서 내가 내린 가장 암울한 전망보다도 더 암울하다"라고 혹평을 내리고 있을까.

이 책의 진단대로 지금 독일에서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은 함께 자라야 한다"는 동방정책의 설계자 빌리 브란트의 낙관적 전망은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 "한 뿌리가 아닌 것은 분리시켜라"라는 거센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동독 부활의 수상한 풍문과 구동독에 대한 향수를 뜻하는 '오스탤지어'(Ost+Nostalgia)의 수상한 풍문도 출몰하고 있다. 이번 3부작에 '마음과 마음의 통일'에 이르지 못한 동.서독사람들의 아우성과 비탄이 그득한 것은 그 때문이다.

"또 직장을 잃었어요" "통일되고 나서 사는 게 더 힘들어졌어요" "이럴 줄 알았다면 통일을 했을까요" "마누라는 떠나고, 일자리 잃고, 집도 없고". 바로 이것이 제3권 '나의 통일 이야기'의 주요 장절(章節)의 제목이자 내용들이다. 그렇게 속내를 털어놓은 것은 10대와 청년에서 중장년의 남녀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때론 충격적이기조차 하다.

결국 3부작은 독일 통합이라는 외적 충격이 직업.성.연령에 따라 어떻게 이해되고, 또 가공되고 있는지의 궤적을 섬세하게 추적하고 있다. 독일 민초들의 속내를 엿보고 또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3부작 중 가장 새로운 시도다. 바로 이 책의 출현으로 지금까지 분분했던 남.북한 통일 논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다시 말하지만 소박한 민족주의적 정념이란 결코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엄연한 현실적인 교훈만 해도 어디란 말인가. 자, 그렇다면 제2권의 제목을 다시 한번 차근하게 음미해 볼 일이다. '변화를 통한 접근'. 그렇다. '접근을 통한 변화'만을 추구하는 우리 분단 한국인에게 훌륭한 대안의 목소리로 들린다.

이해영 교수 한신대·'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의 저자

"게으른 동독놈들" "역겨운 서독놈들"

독일 사람들이 털어놓는 속내

"서독 사람들이 내는 세금으로 동독 경제가 복구된다고 말들을 하지만,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해야지. 베씨들이 우리(동독)를 가지려고 한 거니까 돈 내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동독 사람들은 이류 인생처럼 취급되는 게 아니라 내가 보기에는 실은 삼류.사류 인생이야. 서독 걔네들은 오씨들을 '게으른 개'라고 하지만, 실은 완전히 그 반대가 아닐까?"('나의 통일 이야기' 209~211쪽 요약)

'게으른 오씨(Ossi.동독놈들)' '역겨운 베씨(Wessi.서독놈들)'. 1990년 통일 이후 올해까지 16년이 흐른 지금까지 동.서독 사이에는 '마음의 불연속선'이 존재한다. 즉 오씨란 말에는 서독인들이 동독(Ost) 사람을 얕잡아 보는 경멸의 감정이 잔뜩 묻어난다면, 베씨에는 동독인들이 서독(West)사람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감정이 녹아 있다.

'나의 통일 이야기'(이하 1권) '변화를 통한 접근' (2권)'머릿속의 장벽'(3권) 3부작은 읽을거리로도 훌륭한데, 그것은 바로 지금 독일사람들의 속마음을 효과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는 시스템 통합, 통일비용 따위를 따지는 거대담론 쪽이 아니라'작은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성과에 힘 입은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자기들의 발언이 독일에서는 발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툭 터놓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즉 자기검열이 거의 없다는 게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서독에 간 내 친구는 진짜 무시를 당한대. 단지 동독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도 그곳에 간 적이 있는데 진짜 화가 나더라고. 처음 보자마자 반말이야. 서독에서도 깡촌에 사는 주제에 뭐가 잘 났다고….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통일 이후에 서독사람들이 동독 지역에서 최고의 기술자들을 왕창 데려다가 값싸게 부려먹고 있잖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챙기는 거지. 동독 사람들을 '후지고 낡은 것'처럼 여기는데, 웃기지 말라고 해"(3권 81쪽).

그렇게 말하는 사람인 라스는 19세 남자. 즉 통일 직전에 태어난 통일1세대에 속하는데, 그들의 대부분은 "통일이 엄마 아빠에게 가져다준 건 고통뿐"이라고 믿고 있다. 중.장년 세대는 어떨까? 특히 여성들은 직장생활.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던 동독의 사회보장제도가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도 흥미롭다.

"저도 동독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구만유. 호네커(서기장) 시절에는 솔직히 말도 못하고 살았슈. 그렇다고 지금이 좋은 것도 아니구유. 저는 사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동독 시절에 더 잘 나갔시유."(잉에.52세 여성)

구어체와 함께 "날 것 그대로"(3권18쪽)의 목소리를 담아낸 3부작에서는 지식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동독의'노동신문'격이었던 '노이에스 도이칠란트'의 사장 디트마 바르취가 일례다. 왕년에 110만부 팔리던 이 신문은 현재 5만부로 줄었지만, 여전히 좌파언론의 기수로 평가받는다. 바르취의 말은 가슴 철렁하다.

"구 동독 사회에는 북한과 달리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체제 개혁을 요구하는 폭넓은 엘리트 계층이 존재했다"(2권 502쪽)는 것이다. 이 말이 왜 가슴 철렁할까. 3부작의 공저자들은 이 책이 통일 독일의 거울에 분단 한국을 비춰보는 작업이라고 하지만, 구 동독은 오늘의 북한과 달리 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로웠다. 분단 중에도 동.서독교류가 지금의 남.북한 사이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통일 독일이 몸살을 앓고 있다면, 분단 한국은 지금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3부작은 술술 읽히지만 무겁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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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Why?  3월에 출간돼 7만부가 팔린 '한국의 젊은 부자들'(박용석 지음, 토네이도)은 일종의 계보형 기획물이다. 2003년 나와 60만부 넘게 팔린 '한국의 부자들'(위즈덤하우스)이 나이든 부자의 마인드를 살폈다면 이 책은 젊은 부자의 노하우를 살핀다. '부자 신드롬'의 2006년 버전이라 할 만하다.

부자를 심층 면접해 실체를 밝힌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노하우에 집중한다. 원칙보다는 실행력을 중시한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 부자들이 부동산에 올인했다면 젊은 부자들은 해외주식, 해외부동산, 펀드, 외환 투자로 글로벌하게 시야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평균 수명은 연장했지만 경제활동 기간은 짧아졌으므로 젊을 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했다.

인생은 길고 돈 벌 시간은 짧아졌다. 재테크 서적의 독자는 보통 30~40대지만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독자는 20대와 30대가 대부분이다. 젊은 독자를 공략하기 위해 오프라인 마케팅보다는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한 점도 성공 요인이다. 인터넷 서점 독자들에게 홍보 메일을 발송하고, 재테크 사이트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벌이고 대학교에 책을 증정하는 식으로 입소문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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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A Conquest of Tibet

스벤 헤딘 지음, 윤준·이현숙 옮김

364쪽, 2만3000원

어린 시절 여행기를 읽으며 탐험가를 꿈꾼 사람은 많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스벤 헤딘(1865~1952)은 탐험이 꿈 정도가 아니라 운명이었다. 일찌감치 탐험의 열정에 빠져든 뒤 평생을 그 열기 속에 살았다. 그는 탐험가로 일생을 보낼 준비를 하기 위해 여러 대학에서 지리학.지질학.생물학.소묘.언어 등을 공부했다. 꼭 100년 전에 티베트 고원을 횡단하던 그는 희박한 공기 속에서도 쉴 줄을 모른다.

"나는 지도를 그리고, 스케치를 하고, 바위와 식물 표본을 수집하고, 기상 관찰을 하는 일에 계속 몰두하느라고 캐러밴 뒤에서 말을 타고 갔다."

스벤 헤딘이 당대 최고의 탐험가로 꼽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불굴의 정신이다. 영하 40도로 떨어지는 지옥 추위로 바로 옆에서 말과 낙타가 선 채로 얼어 죽고 탐험대원들이 '죽는 게 더 낫겠다'며 나자빠지는 상황에서도 그는 결심한다. "나는 불가능한 일, 즉 아시아 지도상에 마지막까지 남은 가장 큰 땅덩어리의 정복을 시도해 보지도 않은 채 고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1대 타시 라마의 사당 '티베트 원정기'는 그가 남긴 50여 종의 여행기 가운데서도 '아시아 탐험의 성경'이라 불리는 걸작이다. 1896년과 1900~1901년, 1906~1908년 세 번에 걸쳐 티베트를 탐험한 기록을 담았다. '정복'이란 단어가 보여주듯 서구 근대인의 시각에서 보고 쓴 한계가 있지만, 구경꾼이 아닌 탐험가의 시선은 엄정하고 정확하다. 티베트를 신비화하거나 알맹이 없는 허황된 묘사로 이어지는 국내 여행기와는 다른 것이다. 티베트를 이렇게 온전하게 보여준 여행기는 없었다. 수많은 후배가 그의 발자국을 따라 실크 로드로 들어갔다. 비단길의 보고서라 할 '티베트 원정기'는 20세기 실크로드학의 가장 중요한 저본이라 할 수 있다. "해발 5130미터에 올라와 있었다. 이 산계(山系)는 동서로 티베트를 가로질러 히말라야 산맥과 나란히 뻗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트랜스히말라야 산맥'이라고 명명했다. (…) 티베트인 외에 어느 누구도 이곳에 와본 적이 없었다. 이곳은 내 땅이었고, 나는 이곳을 정복한 것이다."

스벤 헤딘이 직접 그린 200여 점의 풍광.풍물.사건 소묘는 사진이 따라갈 수 없는 정조를 풍긴다. 전형적인 서구 부르주아인 그가 티베트 사람과 풍속과 종교에 조금씩 마음을 여는 묘사는 건조체면서도 문학의 향기를 풍긴다. "산봉우리와 등성이에서 내려다보면 눈 덮인 들판은 현기증 나는 흰색으로 펼쳐졌고, 지반이 침하된 곳 가운데의 호수들은 돌과 자갈이 깔린 바다 속의 터키석처럼 반짝거렸다. 이 장엄한 환경에서 우리는 대성당에 들어설 때 느끼는 숭배의 염과 흡사한 어떤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티베트 원정기'는 학고재가 펴내는 '문명 기행'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문명교류사 연구자인 정수일 교수가 역주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 이은 보석 같은 탐험기가 초여름 독서 시장에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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