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한수기자]

‘한국죽음학회’ 초대회장을 맡은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가 근사체험을 소재로 죽음의 문제를 다뤘다. 근사체험이란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뜻하는 말. 의학적으로는 사망했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5~10분 후 되살아난 경우이다. 현대의학으로는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다. 의학적으로는 뇌에 산소공급이 끊어지면 심각한 손상이 일어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되살아난 사람들이 있으며, 그 숫자도 많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근사 체험자들은 몸에서 영혼이 빠져 나와서 터널을 지나 저승에 도착하고 빛의 존재를 만나는 등 비슷한 죽음의 과정을 털어놓는다. 또 의학자들의 ‘과학적인’ 설명과는 다르게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의 뇌기능은 더욱 좋아진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죽음 뒤의 세계’ ‘근사체험은 진실인가’ ‘근사체험 이후의 삶’ 등으로 구분해 근사체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흥미진진한 사례들도 다양하다. 저자는 근사체험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룬 데 대해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살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죽음에 대한 이해와 준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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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전문기자]

미국 내 2위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자동차는 올해 초 오는 2012년까지 14개 공장을 폐쇄하고 근로자 3만 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계속된 적자로 파산보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서도 2~3단계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창립자 헨리 포드(1863~1947)라면 이 상황에서 과연 뭐라고 훈수를 둘까? 책(69쪽)에 나오는 헨리 포드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언제까지라도 똑같은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에 훌륭한 기업들이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삶은 정주(定住)가 아니라 여행이다.”

포드는 1903년 포드자동차회사를 설립하고 2기통 엔진의 모델 A를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5년 후인 1908년에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모델 T(모델 A·B·C·F 등을 거친 9번째 모델)를 개발했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무빙 라인(moving line·요즘의 컨베이어벨트)을 이용한 분업과 대량생산 방식으로 가격을 대폭 낮춰 나갔다. 결국 모델 T는 고장이 거의 없고 운전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가격 또한 싸서 너도 나도 자가용을 가지는 시대를 열었다. 소위 ‘부자들의 사치품 또는 오락용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자동차를 ‘대중의 말(馬)’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후 포드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자동차 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헨리 포드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을 한가지만 들면 그가 ‘지독한 일벌레’라는 점이다. “낮에는 일 생각을 하고 밤에는 일에 대한 꿈을 꾸어야 한다”고 스스로는 물론 직원들을 다그치는 형이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 동종 업계의 어느 회사보다도 더 많은 임금을 주겠다는 야심을 가졌고, 그 야심을 실제로 달성했다. “직원이 시간과 정력을 바쳐 일하길 바란다면 그가 돈 걱정 않고 살 만큼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신조였다.

포드의 경영철학은 “경영을 제대로 한다면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만족해야 한다. 시민·직원·사장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운영방식이 크게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그 때나 지금이나, 기업이나 국가 경영에도 그대로 통하는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포드가 긍정적인 이미지만 가진 것은 아니었다. 노동조합에 반대하고 유대인을 싫어해 반(反)유대주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성공한 창업자 겸 경영자로서의 헨리 포드의 위상을 끌어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이익보다는 서비스를 앞세우면서도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조한 선구자,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자선이 아닌 ‘신성한’ 것이라고 믿는 인간적 경영자, 확고한 목적의식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세계가 진보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실천한 위대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나의 삶과 일(My Life and Work)’이라는 제목으로 헨리 포드의 자서전이 나온 것이 1922년. 무려 80년이 넘어 한국어 번역판이 처음으로 나왔다. 지금에야 번역된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지만, 80년이 지나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이라면 아무리 늦는다고 무슨 상관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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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한수기자]

제자가 묻고 스승이 답하는 방식은 동양의 오랜 공부법이다. ‘논어(論語)’나 ‘맹자(孟子)’처럼 수천 년 내려온 동양고전은 ‘제문사답(弟問師答)’으로 ‘진리의 길’(道)을 보여준다. 스승도 좋은 제자를 만날 때 비로소 진정한 스승이 된다. 이른바 ‘교학상장’(敎學相長·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발전함)이란 그런 뜻이다.

수십 년 한 우물을 파서 일가(一家)를 이룬 스승과 어느덧 중견으로 성장한 제자가 만나 학문과 인생을 이야기한다. 문학·예술 분야의 유현목-김성수(영화감독) 박맹호-이갑수(출판) 황병기-지애리(국악) 정현종-성석제(문학), 역사·철학 분야의 차하순-임지현(역사학) 정진홍-장석만(종교학) 조유전-김용민(문화재), 사회과학 분야의 조순-박원암(경제학) 허영-정종섭(헌법학) 송복-김호기(사회학) 등 24쌍의 사제(師弟)가 만났다.

스승과 제자의 대담은 단순히 제자가 스승의 교시(敎示)를 받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두 세대의 진지한 통찰과 고뇌를 담고 있다. 대가의 반열에 오른 스승의 육성(肉聲)에선 평생의 온축을 담아낸 무게가 느껴지고, 제자의 질문에선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려는 힘찬 도전 의지가 읽힌다. 2004년부터 7개월간 조선일보에 장기연재됐던 특집기획을 한데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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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용관기자]

“다른 예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데에 그 묘미가 있습니다. 법의학을 전공한 의사로서 저는 수세기 전 명화들을 보면 화가 내지 당대의 질병 상태가 먼저 눈에 들어 오지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 과장을 역임했으며 1970년 국내 최초로 고려대 의대에 법의학과를 설치한 문국진(81) 박사는 30여권 저서의 필자다. “20대 이후 지금까지 5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면 눈을 뜬다. 이후 아침 7시까지 책을 쓴다.” 문 박사의 신간 ‘그림으로 보는 신화와 의학’(예담)에서 르네상스 이후 명화들은 그림으로 표현한 귀중한 의학서가 된다.

요즘 서구에서 활발하게 재해석되고 있는,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화가 카라바조(1573~1610)를 보자. 문 박사는 ‘병든 박코스’(1593·그림)를 화가의 자화상으로 본다. “세상을 떠돌아 다닌 고달픔을 나타내고자 한” 이 그림에서 모델은 황달기가 있는 음울하고 초췌한 얼굴로 포도 한 송이를 들고 있다. “포도송이는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을 의미하며 파리한 얼굴은 포도상구균 전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다. 그리스어스타필로스는 바로 그림에 나타난 포도송이를 뜻한다.

이 책은 특히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놀랍게도 의학 병명의 70%가 신화에서 유래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인명이 8000개가 넘는데, 그 가운데 병명과 관련이 있는 70여 개의 유래를 소개했습니다.”



“의학적으로 색정증(色情症)이 있는 여자를 ‘님포’(nympho)라 하고 색을 광적으로 밝히는 여자를 색정광(狂) 혹은 님포마니아(nymphomania)라 부릅니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님프(Nymph)는 여신들을 보좌하는 반(半)신격의 아름다운 처녀들이지요.”

하지만 일반인이 굳이 의학 용어를 익히기 위해 이름도 복잡한 그리스·로마신화 얘기를 애써 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신화를 읽음으로써 정신면역(psychological immunology)의 효과도 볼 수 있어요. 한만청 전 서울대 병원장과 고창순 전 김영삼 대통령 주치의가 모두 말기암 환자였지만 병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만으로 자연치유 됐어요. 이는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정신면역이 그만큼 중요하고 신화를 통해서도 정서적 카타르시스, 감정 이입, 신경 이완 등의 덤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나저나 문 박사는 무엇보다 ‘나의 건강법’ 같은 책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항상 머리를 쓰는 게 노화 방지 비법입니다. 몸의 관절을 풀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요. 관절이 좋다는 건 혈액 순환이 원활하다는 것이고, 그러면 아무 음식이나 잘 먹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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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태훈기자]

소설가 사기사와 메구무는 1987년, 18세의 어린 나이로 일본의 ‘문학계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기사와는 자신의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지 몰랐다. 훗날, 아버지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위해 호적을 조사하던 그녀는 할머니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아낸다. 그 후 그녀는 연세대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4분의1의 한국인이란 의미에서 자신을 ‘쿼터’라고 지칭했다. 그녀의 문학은 이후 재일 한국인의 정체성 찾기와 맞닿게 된다. 그녀는 “한국인임을 알고부터 십 수년은 자기 재구축의 시간이었다. 그성이 내 재산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뷰티풀 네임’은 그녀가 200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나온 유작 소설집. 안타까움으로 읽게 되지만 소설 분위기는 경쾌하다. 수록 작품 가운데 ‘고향의 봄’은 재일동포로서 겪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봄이 머무는 곳’은 풋풋하고 순수한 고교시절의 아름다움을 회상한다. 작가는 ‘봄이…’를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소설집 ‘웰컴 홈’은 남녀의 뒤바뀐 성 역할을 재치있게 묘사한 작품. 그녀는 이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인, 남, 여, 그런 속박이 싫다. 그런 속박 안에 안주하는 것도 싫다”는 말로, 자신의 확장된 뿌리 의식, 또는 내면의 경계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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