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앉아 있자니 피로가 쌓이고 눈꺼풀이 떨어지지 않자 눈꺼풀을 뜯어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자 눈꺼풀이 떨어진 곳에서 키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났다.”

달마가 늘 깨어 있으려고 자신의 눈꺼풀을 잘라냈더니 그 자리에서 차나무가 자랐다는 전설은 다도와 참선의 불가분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열림원.2003)를 읊으며 개울가에서 반가사유상처럼 앉아있는 최승호 시인이 있다.

“개울에서 발을 씻는데/잔고기들이 몰려와/발의 떼를 먹으려고 덤벼든다/......//내가 잠시/더러운 거인 같다/물 아래 너펄거리는/희미한 그림자 본다/그 너덜너덜한 그림자 속에서도/잔고기들이 천연스럽게 헤엄친다/....../손으로 물을 끼얹어도 잔고기들은/물러났다가 다시 온다”(‘그림자’)

거울 같은 개울물 속의 피라미는 부처님 발아래서 노니는 인간들에 다름 아니다. 흩어졌다 다시 몰려드는 물고기의 모습은 마치 하늘 위 구름의 풍경을 연상한다.

“하늘이라는 無限화면에는/구름의 드라마,/늘 실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네/......//누가 참 염치도 없이 내다버렸네/껍데기만 남은 텔레비전이/무슨 면목없는 삐딱한 영정처럼/바위투성이 개울 한 구석에 처박혀 있네/텅 빈 텔레비전에서는/쉬임없이/서늘한 가을물이 흘러내리네”(‘텔레비전’)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보는 듯 개울가의 텔레비전 틀에서 시인은 문명과 자연의 그로테스크한 교접을 목격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아직도/너덜너덜한 소굴에서 살아간다/시커먼 연기가 솟고 소방차들이 달려왔을 때/무너지는 잿더미 앞에서 울고 있는/아이와 노파를 나는 보고 있었다//......//그 누구도 物王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넝마촌과 붙어 있는 고물상, 폐품들의 무덤/그 크기는 왕릉만 하다/나는 그것을 古物王의 무덤이라고 불러본다”(‘가난한 사람들’)

영정처럼 개울물에 처박혀 있던 폐 텔레비전은 도시의 변방에서 무덤처럼 살면서 잿더미로 삶이 무너져서야 발굴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시선이다.

“죽뻘에서 죽는다는 것은/썰물과 밀물, 그 반복되는 바다의 애무 밑에서/이불 없이 잠자는 것이다/죽뻘에는 비석이 없다 그러나 나는 게를 위해 묘비명을 쓴다/......//구멍으로 나와서 구멍으로 들어가는/게의 흔적은 뭉개지고 지워진다/....../혼돈의 반죽 같은 상태로”(‘죽뻘’)

뻘 구멍을 들락거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같은 생을 위해 시인은 기꺼이 비명을 새겨준다. ‘한 평생 옆으로 걸었노라!’

“죽음 너머/내가 태어나기 전의 고향//아무것도 없이/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일 없었던/나//그 無一物의 고향으로 가는 문짝이/지금 내 안에서 퀴퀴하게/썩고 있다”(‘아무 일 없었던 나’)

죽음 저편 혼돈의 고향으로 가는 문짝의 안팎이 잘 삭고 있다. 그렇게 잘 썩어지면 달마처럼 깨어있는 투명한 거울의 눈을 얻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면서/모든 것이/나인/空王처럼//고요한 투명성의 來歷은 오래된 것이다/눈꺼풀을 떼어낸 눈처럼/거울은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거울과 눈’)

시인의 발아래로 다시 맑은 개울물이 흘러가고 구름이 몰려왔다 흩어진다. 개울가에 오랫동안 앉아있던 시인이 안경을 벗어 물 속에 던지자 그 자리에서 큰 거울이 하나 떠올랐다.

모든 흘러가는 것들과 절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들을 비추는 `마음의 거울`이 허공에서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북데일리 김연하 기자] fargo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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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민호 기자]
 
▲ <대중문화의 겉과 속3> 겉그림.
ⓒ2006 인물과사상사
대중문화의 변화 속도는 섬뜩할 정도로 빠르다. 핸드폰 같은 기계들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쫓기가 무섭고 새로워지고, 고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대학교에서도 기성세대가 모를 문화들이 현란하다고 할 정도로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 뿐인가. 인터넷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유형의 폐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컴퓨터 밖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그것이 다시 컴퓨터 속에 영향을 끼친다. "숨이 가쁘다"는 강준만의 말은 괜한 과장이 아니다.

이런 사정을 안다면 '대중문화'를 책으로써 읽는다는 것이 무의미해 보인다. 책을 쓰고, 찍는 과정을 거쳐 그것이 독자의 손에 오기까지, 그 사이에 또 얼마나 많은 변화들이 있을 것인가! 과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바로 그것이 책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된다. 강준만의 말처럼, 그 변화들은 너무 빠른지라 성찰의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기록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문화의 겉과 속 3>의 요지는 분명해 보인다. 현상을 쫓는 것으로 대중문화를 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심도 깊게 파고들어 제목처럼 대중문화의 '겉'과 '속'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기대감을 갖고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본다.

강준만이 보는 '김삼순'은?

<대중문화의 겉과 속 3>의 목록을 보자. '방송문화', '영화, 연예 문화', '인터넷 문화', '디지털 기술, 산업', '휴대전화 문화', '생활, 소비, 일상 문화' 등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책이 선정한 주제들은 적절해 보인다. 그럼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첫 주제는 '내 이름은 김삼순'인데 강준만은 사람들이 왜 이 드라마에 열광했는지를 돌아보고 있다.

시청률 50%를 넘는 드라마이기에 '김삼순'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분석은 꽤나 심도 깊게 진행됐었다. 강준만은 사회에서 논의됐던 것들, 적나라한 일상이나 건강한 모계 사회 등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일련의 분석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뒤 끝자락에 가서 심각한 질문거리를 던지고 있다. 그것은 외모지상주의를 타파했으며 '평범한 여자임에도 당당했다'는 김삼순이라는 캐릭터를 넘어 김선아라는 인물이 '위장 몸꽝'이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위장 몸꽝이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다. 김삼순은 몸꽝이었지만 넉넉한 시간과 고비용을 요구하는 체중 감량 시스템을 통해 김선아는 몸짱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시 그것을 부러워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평범한 캐릭터라고 좋아했었던 '평범한' 사람들이 느낀 카타르시스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강준만은 모범답안은 없다고 말하며 드라마를 좋아한 이유를 각자 생각해보라고 말하지만 말 끝에 가려진 여운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한류, 경제적인 면만 생각하면 수명 단축될 것

한류 문제에 대한 지적도 여운이 깊기는 마찬가지다. 강준만은 한류 문제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정리하면서 성찰할 것들을 짚어주고 있다. 이중에서 눈에 띄는 지적은 언론이 한류를 다룰 때 국가주의, 민족주의의 정서가 배어있다는 것과 한류를 지나치게 경제주의와 문화주의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류를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오느냐에 관심을 두고 한류를 띄워주는 것에 대해 되레 그것이 한류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경청할 만한 분석이다.

이어서 2장에서는 연예보도 행태, 스타파워, 간접광고, 온라인 음악 등 현재 논란이 되고 있거나 앞으로 심각하게 부상할 잠정적인 문제들을 짚어준 뒤 3장에서는 인터넷 문화를 돌아보고 있다. 3장의 첫 번째 주제는 블로그다. 강준만은 블로그 이용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선 지금,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블로그의 속성이 '공개적으로 쓰는 일기'라면 왜 자신의 일기를 공개해야 하는 것인가?'하는 질문이다.

사회적 소속감과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서? 한국 특유의 '쏠림 현상'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블로그를 만드는 때에 강준만이 지적한 것은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장에서 다루는 '포털 저널리즘'은 어떤가? 2003년 3월 '미디어다음'이 등장한 이후 다른 포털사이트들도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뉴스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파장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또 하나의 언론권력으로 부상하는 '포털', 그 문제점은?

뉴스 서비스는 누리꾼들의 수고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문제가 있다. 또 하나의 언론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사 기자들이 포탈사이트의 메인 면에 배치될 수 있도록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리고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포탈사이트 뉴스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십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여기서 주요하게 처리하는 기사들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저급한 상업주의 행태'라고 지적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것을 막을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도 포털 저널리즘은 인터넷 시대에 중앙집권화가 더 강화되는 역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도적인 문제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결국 질문의 끝은 누리꾼들을 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영상문화, 디지털문화, 일상문화로 압축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룬 <대중문화의 겉과 속 3>은 이런 방식으로 구성됐다. 강준만은 주요한 대중문화를 요약, 분석한 뒤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를 물으며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정보습득 차원용으로 그것을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것에 손을 넣을 수 있게 만들어주고 그것은 비판의식을 한 단계 높여주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중문화의 속성이 그렇듯 <대중문화의 겉과 속 3>에서 다룬 문제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것들이다. 그것을 책으로 보면 무엇하나 싶겠지만 <대중문화의 겉과 속 3>은 몇 달이 지나도, 설사 연도가 넘어간 뒤 접하더라도 대중문화를 파고드는 '감각'이 녹슬지 않는 단단한 내구성을 지녔다. 그러니 기대치를 한껏 높여도 무방하다.

/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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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의 양식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조선시대 한문소설 '옥루몽'이 전 5권으로 완역 출간됐다.

'옥루몽'은 1840년대에 남영로가 지은 장편소설로 당시 널리 퍼져있던 영웅군담소설, 판소리계소설, 가정·애정·정치소설 등의 양식을 모두 수용했다. 게다가 한시·노래·상소문·제문 등 한문학과 국문시가 등 인접 장르까지 차용한 '종합형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 김구용의 번역본이 출간된 이후 명맥이 단절되다시피 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옥루몽'은 원작의 내용을 4분의 1 정도로 축약해 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강원대 김풍기 교수가 원작이 갖는 서사의 장대함과 표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새롭게 완역했다.

조선 시대 널리 읽혔던 '옥루몽'은 베트남 북부에서 몽골까지 중국 전역의 방대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전쟁, 천상과 현실을 오가며 인연을 엮어가는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 조정을 어지럽히는 간신들의 부패정치에 맞서 싸우는 개혁활동 등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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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 가장 큰 축제이자 제사의식인 ‘영고제’가 MBC 드라마 ‘주몽’을 통해 방송된다.

고구려에 동맹, 동예에 무천이 있었듯 영고제는 부여국에서 열린 축제이자 농경시대 수확의 기쁨을 하늘에 전하는 제사의식이다.

주몽 제작진은 이를 위해 지난 11일 나주 오픈 세트장에서 북 공연 팀 ‘난타’, 악기전문가, 무용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영고제를 재현했다.

이 장면을 위해 이틀간 밤샘 촬영을 강행한 제작진은 부여국의 순백색 의상과 전통씨름, 화려한 군무 등을 22일 ‘주몽’ 3회분에 선보인다.

그러나 고대국가의 국가 행사 중 가장 성대하게 치른 의식 중 하나는 사실 고구려의 ‘동맹’이다.

중국의 제후국들이 땅에 제사를 지낼 때 ‘천자의 나라’임을 강조한 고구려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국가적 자주성을 보였다.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이 쓴 <찬란했던 700년 역사 고구려>(언어세상.2006)는 동북아시아의 대제국으로 군림했던 주몽이 세운 고구려를 탐구한 책이다.

책은 주몽설화에 대한 광개토대왕비문과 삼국사기의 시각 차이부터 수나라가 40년을 못 버티고 무너졌던 이유 등 고구려에 얽힌 흥미진진한 역사적 사실들을 풀어놓는다.

저자는 지난 2004년 중국의 외교부 홈페이지에 고구려 부분의 역사를 삭제한 데 대해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규정한 것을 예로 들면서 “엄연한 역사적 진실을 일일이 언급하는 것도 이제 입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천자의 나라에서만 지낼 수 있었던 고구려의 ‘동맹’을 꼭 재현해야 당시 제후의 나라였던 중국의 역사왜곡이 재연되지 않으려나.

[북데일리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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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지상낙원, 나우루공화국?”

앨버트로스의 똥이 쌓여 1968년 태평양에 작은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이 생겼다. 새똥은 비료의 원료인 인광석이 되어 나라는 그것을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

결혼하면 국가에서 주는 집에서 살면서 교육비, 병원비는 물론 세금과 공공요금도 내지 않는다.

“일하지 않는 자여, 맘껏 먹고 인생을 즐겨라?”

그러나 이 지상낙원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90년대 인광석 매장량이 바닥을 보인데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검은 돈이 몰려있는 나우루 은행을 파산시켰기 때문이다.

호주로 몰려온 아프간 난민을 받는 조건으로 경제를 살려보려는 나우루공화국은 인구의 절반이 외국인이 되는 국가실종사태에 직면한다.

“이 회의가 실패하면 우리나라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습니다.”

국가재정의 위기에 이어 이번에는 환경의 재앙이 이 나라에 몰려들자 1997년 ‘지구온난화방지회의’에서 전 대통령 클로드마르가 서방의 도움을 호소했다.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서해문집.2006)는 100년 사이에 누구나 꿈꾸는 지상낙원에서 재정과 환경의 위기에 처해있는 나우루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현재 나우루공화국은 호주 정부가 주도하는 지원 아래 재정 재건이 진행 중이다. 그들이 만들어 가는 국가는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하다.

*나우루공화국; 바티칸, 모나코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작은 독립국이다. 적도의 남쪽에 있는 산호초 섬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2.5배에 달한다. 인구는 1만 2천명으로 섬을 자동차로 천천히 한 바퀴 도는 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1798년 영국인 존 펀이 처음 이 섬에 발을 디딘 이래 2차대전에 일본군에 점령되었다가 1968년 나우루공화국으로 독립하였다. 대통령중심제 국가로 2004년 루드비히 스코티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사진=나우루공화국 국기와 지도][북데일리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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