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찐찐군과 두빵두/김양미 글·김중석 그림/189쪽·8500원·문학과지성사(초등 5년 이상)

엄마만큼 살갑게, 혹은 귀찮을 만큼 꼼꼼하게 돌봐주진 않지만 아빠의 무게감은 크다. 엄마처럼 꼭꼭 안아주진 않지만 따뜻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엄마처럼 이것저것 물어보진 않지만 꼭 필요한 한마디 얘기를 엄하게 해주는 아빠.

두 아이에게는 그런 아빠가 없다. 한 아이의 아빠는 세계를 여행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고, 또 한 아이의 아빠는 호주에서 11년째 공부한다며 귀국하질 않는다. 두 아이 모두 엄마가 따뜻하게 보살펴주지만 아빠의 부재를 메울 순 없다.

책은 아빠 없는 두 아이가 우정을 쌓아가는 얘기다.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이름은 ‘찐찐군’과 ‘두빵두’. 골목길 만두집 유리창에 ‘찐만두/찐빵/군만두’라는 메뉴가 한 줄씩 쓰인 것을 보고, 가로 대신 세로로 읽은 것이다.

두 아이의 만남을 통해 찬찬히 드러나는 것은 아빠의 자리다. 아빠가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찐찐군은 현실에 잘 적응할 수 없다. 찐찐군은 반 친구들이 자기 집안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버리곤, 그저 ‘친구’가 아니라 ‘또래’라고 생각하면서 친구들과 거리를 유지한다.

다리가 불편하지만 낙천적인 두빵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얼굴도 모르는 아빠가 언젠가는 오리라는 기대를 버릴 수가 없다.

이야기가 전하는 것은 새로운 관계 맺기다. 아빠가 없다는 것 때문에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다. 비관적인 한 아이는 망설이고 턱없이 밝은 한 아이는 너무 많이 적극적이다. 작가는 이런 감정의 줄다리기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두빵두와 나 사이에 흐르는 기운이 벽돌처럼 딴딴하게 뭉쳐 내 어깨를 짓눌렀다’ ‘말[언]한테도 생각이 있는 듯했다. 자기가 나서야 할 때는 언제고 나서면 안 될 때는 언제인지에 대한 생각이’ 같은 감성 어린 문장들은 작가의 정성을 짐작하게 한다.

친구를 통해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세상과도 소통하기까지 아이들이 겪는 좌절과 고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아픔을 거쳐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아이들의 모습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의 진짜 삶은 그때부터 시작됐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제2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으로 “아이들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솜씨와 안정된 문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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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똑같은 것은 싫다/조홍식 지음/291쪽·8500원/창비

‘교과서 같은 사람.’ 우리는 흔히 원칙을 정확히 지키려는 사람에게 이 말을 사용한다. 다양한 현실을 융통성 있게 포용하지 못할 때를 빗대기도 한다.

그러나 원본을 알아야 다양성도 가능하다. 원작을 모르면 고전 인용의 명칼럼도 밍밍하고, 패러디나 개그를 보아도 웃을 수 없다. 창의성과 유머는 모두 원리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구술에서 최고의 추천도서가 교과서인 까닭이 바로 원칙의 파워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원칙으로 복잡한 현실을 걸러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물의 특징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교하기’와 ‘대조하기’이다. 이 책은 프랑스를 거울 삼아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추려냄으로써 ‘프랑스적인 것’을 통해 우리 자신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은 체면에 민감하고 프랑스인은 양심에 의해 제어된다.” 이 책의 저자가 간단하게 압축한 말이다. 체면은 남의 눈에 비친 모습을 중시하는 사고이다. 우리는 자동차를 사거나 대학을 고를 때, 골프를 칠 때 까지도 사회의 눈을 의식한다. 이런 토양에서는 충이나 효, 관용 같은 가치가 장려될 때 인본주의가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인은 개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선과 악의 기준으로 행위를 결정한다. 양심의 존중은 합리성의 기반이 되지만, 종교적 신념이 대립할 때는 전쟁까지도 불사한다. 같은 ‘민주공화국’이라도, 한국과 프랑스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사회문화적 룰의 방식이 다른 셈이다.

평등의 가치는 어떻게 적용될까. 시민혁명을 겪었던 나라답게 프랑스는 특권과 차별을 철저히 배격한다. 그런데도 ‘그랑제콜’과 같은 특수대학 출신자들이 상류층을 독식해도 당연하게 여긴다. 교육에서는 철저하게 평등주의적인 무상교육을 시키지만, 능력의 차이로 벌어진 결과는 합리적 불평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휘둘리는 우리로서는 그 시스템이 새롭게 다가온다.

인권 문제도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들, 사회적으로 증가하는 장기 실업자와 노숙자, 늘어가는 노인 인구는 프랑스에서도 골치 아픈 사안이다.

문화 비교에서 현상만을 꿰어 맞추면 자의적 해석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이 책에서처럼 단순한 현상도 역사적 뿌리까지 따져보는 추리가 필요하다. 프랑스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공화국 전통과 시스템을 통해 한국적인 것을 더욱 선명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권희정 상명대 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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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테오와 그림자/에바 무스친스키 글 그림·이연희 옮김/32쪽·8900원·큰나(3∼5세)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것, 아무리 떼어 놓으려고 해도 늘 나를 따라다니는 것,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 바로 ‘그림자’다.

그림자를 소재로 한 그림책. 주인공 테오는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귀찮다. 떼어 버리려고 빨리 달려도 보고, 깡총 뛰어도 보고, 휙 몸을 돌려보기도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림자를 떼어 버릴 궁리를 하던 테오는 그림자를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그림자가 빛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는 사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된다. 그림자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된 테오는 마침내 늘 자신의 곁에 있는 그림자와 친구가 된다.

손 그림자를 이용해 비둘기, 강아지 등을 만들며 ‘그림자 연극’을 즐기다 보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도 북돋아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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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용숙 기자]
 
ⓒ2006 바다출판사
2005년 11월 새튼 교수와 황우석 교수의 결별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줄기세포 논란'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 13일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과 김선종 연구원의 줄기세포 섞어 심기가 결합된 사기극"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대 자체조사에서도 이미 언급이 되었던 터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애써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실망을 안겨 주었다.

나 역시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줄기세포의 신화가 한참 잘 나가던 시절에 우연히 황 박사의 강연을 들었고, 사인도 받았다. 확신을 가지고 쉽게 풀어 나가는 말솜씨와 겸손한 태도, 우리나라에도 저런 과학자가 있으니 희망이 있다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TV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노성일 원장과는 반대로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고 또박또박 기자회견을 갖는 황 박사의 모습에서 나는 애써 신뢰를 찾으려 했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황우석의 나라>를 지은 이성주는 동아일보에서 의학담당 기자로 일해 왔고, 줄기세포 사건이 발생되기 전 1년간 미국에서 연수를 받고 귀국했다. 이후 줄기세포 논란을 지켜보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성주 기자는 이번 사태가 발생되기 전의 내·외신 기사와 여러 자료의 분석, 정치와 과학사,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어떻게 해서 이런 희대의 사기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려고 노력하였다.

이 기자는 우선 이 사기극을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현란한 말재주, 언변을 지닌 황 교수가 '국익'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이용했고, 여기에 대중의 욕구를 연결한 언론이 같이 만들어낸 사건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리고 "관료주의에 빠진 언론은 자신들이 쌓아올린 황 교수의 가짜 이미지에 스스로 속아 자유로운 토론과 검증이 보장되어야 하는 과학의 영역을 반증이 불가능한 비과학의 영역으로 옮겨 놓았다"고 이 기자는 지적하고 있다.

과학과 언론은 모두 민주주의의 원리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오류 불가능의 성역을 만들어 오류수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거대한 비민주적 조직이 된 언론은 MBC PD수첩에 완패하고 말았다고 일침을 가한다.

또 이 기자는 "황 교수가 한창 논문을 발표할 때인 2004∼2005년 국내의 언론들은 외국 언론을 인용해 외국 과학계가 황 교수의 연구성과를 극찬했다고 보도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오히려 외국신문이나 학술지에서는 부정적인 톤으로 쓴 기사가 한국에서는 황 교수의 업적을 대서특필하는 식으로 치장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예를 들어 <뉴욕타임즈>는 황 교수 관련 기사로 "Without Apology, Leaping Ahead in Cloning ; 해명도 없이 (복제연구가) 더 나아갔다"는 부정적인 내용을 내보냈지만, 국내언론은 이를 "극찬했다"고 보도하는 식이었다. 국내 언론에서는 황 교수보다 먼저 줄기세포 분야를 연구한 제임스 톰슨, 로버트 란자 등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란자는 황 교수가 지난 2004년 논문에 발표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처녀생식에 의한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높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이 기자는 "진실을 찾는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언론 역시 진실을 찾기 위해 기자들은 늘 궁금증을 가져야 함에도 한국 기자들은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고 기본이 안 된 기사를 양산하였다"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또 이 기자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과학과 언론에 똑같이 적용되며, 이들 영역에서 민주주의 원칙이 부정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이번 황 교수 사태에서 우리 모두 느끼고,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그는 "과학에서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토론과 반증을 제 영역에 두어 오류수정이 가능하도록 연구실의 수직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부터 고치자"고 소리를 높인다.

여러 논란으로 들끓던 줄기세포 사태가 공식적으로 종결된 지금, 우리는 애써 "우리나라에도 자정능력이 있다"며 위로를 삼으려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시스템의 정착만이 재발의 근원적 처방"이란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과학계, 언론계가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용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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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 버스 타고 전철 타고 아이랑 함께 가는 서울의 예쁜 절집 20곳
ⓒ2006 대숲바람
아이들과 보람 있는 휴일을 보내고 싶어서 인터넷 정보를 기웃거려 보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실속 있는 곳을 찾아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의미 있는 행사나 박물관에서 아이들이 배울 것이 많다지만, 가뜩이나 딱딱하게 생각하는 박물관이고 보면 휴일마다 데리고 다니는 것도 또한 힘들다. 이름난 곳, 가고 싶은 곳이 많지만 오고 가는 동안 많은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휴일 하루 일정으론 너무 빽빽하다… 그래도.

용케도 마땅한 곳을 찾아 떠나보지만, 아이들은 오고 가는 길 차 속에서 지루하고 갑갑하다고 투정부리고, 장거리 운전에 피곤만 겹쌓였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막상 무엇을 보았는지 특별하게 남는 것도 없는데, "왜 갔을까? 그 집은 맛도 없으면서 왜 그리 비싸? 고생하면서 다시는 가는가 봐라" 따라붙는 원망이 이쯤 되면 휴식을 위하여 떠난 길이 오히려 스트레스만 달고 온 결과가 되고… 그래도.

'그래도...그래도 어디로든 가고 싶다. 아무리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방콕'(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만이 휴일을 편안하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할 순 없잖아? 그래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많이 다니고 많이 보는 경험이 중요한데 말이야. 부모가 뭐겠어. 좀 피곤해도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열심히 보여주고 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즐거운 소풍>은 이런 고민들을 제대로 헤아려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부담 없이 가볼 수 있는 즐겁고 유쾌하며 의미까지 톡톡한 절집 20곳을 소개하고 있다. 휴일 아침에 느긋하게 아이들 손을 잡고 나설 수 있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소풍 길, '번화한 서울 속에 이런 보물들이 있었나?' 싶을 만큼 보물 같은 예쁜 절집을 찾아 나선 이야기들이다.

"다들 멋진 휴식을 찾아 저 멀리 떠나버린 주말, 가벼운 마음으로 온 가족이 전철을 타거나 혹은 시내버스를 타고 떠나보자. 그 교통수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불과 20~30여분만 느긋하게 걸어 올라가면 어느 심산유곡 못지않은 풍광 예쁜 절집들을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바로 그 예쁜 절집들을 선사한 기특한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특별시다!...특히 이 책이 주 5일 근무 시대를 맞아놓고도 아이들을 위한 특별행사 마련에 쉬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젊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요긴하게 쓰였으면 좋겠다. -머리말에서

보물 같은 소풍, 보물처럼 예쁘고 남다른 절집들을 찾아서

휴일 몇 시간, 소풍 나간 곳에서 즐겁고 유쾌해져서 나오길 정말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어떤 곳들일까? 해는 저물기 시작하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옷자락을 자꾸 잡아끌어 눌러 앉히려 드는 그런 곳들은 어디 일까? 소박하지만 맛난 절밥을 주는 곳들은 어디 어디?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도 물이지만 갈 때마다 그 수가 늘어나는 전설의 돌탑이 거기 있다. 천 개의 탑 쌓기를 소원한 한 부부가 주말마다 찾아와 몰래 쌓아놓고 간다는 사연 있는 돌탑이 있다. 주변의 자연석을 이용하기 때문에 탑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골짜기의 모양이 바뀌고, 아무리 물이 불어나도 쓸려가거나 허물어지지 않아 신기한 소문들이 분분한데, 그 때문에 일부러 찾아와 확인하고 가는 팬클럽(?)까지 생겨났다. 전설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삼천사 살아있는 전설의 돌탑

 
▲ 은평구 진관외동 삼천사 전설의 돌탑
ⓒ2006 하지권
북한산 삼천사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마애여래불과 종형사리탑으로 유명한 곳. 버스에서 내려 삼천사를 향하여 가는 길은 세상의 변화와 무관하게 전형적인 농가도 보이는 곳이다. 계곡은 물도 많고 맑아서 깊다. 게다가 이처럼 살아 있는 전설까지 더해진 곳이다. 저자는 불교방송국 라디오 드라마인 <고승열전> <불교설화>의 작가답게 절집을 둘러싼 오랫동안 전해져 오는 전설과 살아 있는 전설까지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아울러 북촌생활사 박물관장인 저자는 문화사적인 해박한 지식들까지 술술 들려주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는 소풍 길에 들려 줄 이야기들도 많다. 서울에만도 500군데가 넘는 절이 있다는데 그 많은 절집 중에서 저자가 골라낸 천년사찰들, 언제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보물 같은 절집들이 새삼스럽게 반갑다.

저자를 통하여 만나는 이 특별하고 예쁜 절집들은 관세음보살의 미소처럼 환하게 웃으며 새롭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간 내가 모르고 있어서 서울 속에 꼭꼭 숨어있었거나, 몇 번 가보았지만 역사적 지식이나 안목이 부족해서 대충 보고 말았던 것들이 이제는 시절인연이 닿아 볼 때가 되었노라! 며 활짝 펼쳐지고 있었다.

또 어떤 특별히 예쁜 절집들, 보물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을까?

▲관능과 상생의 꽃 능소화로 붉은 6~8월의 길상사. ▲계곡 가득 가을빛이 내려 앉아 가을에 가면 더 좋은 화계사. ▲한 폭의 단정한 수묵화 같은 절집 내원암 ▲호쾌한 남성미가 흐르는 망월사 ▲비범한 바위 108개가 온갖 동물 모양을 하고 있는 원통사 ▲텔레비전을 통하여 유명해진 해탈이가 살고 있는 불암사 ▲창건자도 지금의 주지스님도 모두 진관, 진관동의 원조가 되고 있는 천년 고찰 진관사 ▲산사음악회의 효시가 된 심곡암 ▲여섯 빛깔의 살아있는 전설 승가사 ▲가물 때나 장마 때나 늘 같은 양의 물이 나온다는 수암사▲걸어 올라가는 동안 생태학습까지 할 수 있는 길 맛 좋은 꽃 절 관음사...등

어떤 절집은 물맛이 좋아 속이 차갑도록 마셔보는 것도 좋고, 어떤 절집은 특별한 계절에 가면 더욱 좋다. 또 어떤 절집에선 절집과 어울리지 않는 능소화나 느티나무 등을 만나면서 특별한 전설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마음속 고민을 모두 씻어내 줄 듯 물소리가 가슴 가득 넘쳐흐르는 곳도 있다. 그리고 어떤 절집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서 우리의 심미안까지 열어주기도 한다.

▲ 맑고 향기로운 선물, 길상사
ⓒ2006 하지권
"절집을 찾을 때, 그 아름다운 경관 찬탄만 하지 말고, 어째서 그곳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어째서 그 아름다움이 그리도 오랜 동안 유지될 수 있었는지, 한번쯤 마음의 눈으로 찬찬히 들여다 보았으면 좋겠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책 속에서

아름다운 절집, 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마음들…. 이런 것들이 모여 즐거운 소풍 길. 월간지 <샘이 깊은 물>의 사진기자로 활동 중인 하지권의 사진들이 또한 돋보인다.

글 한 꼭지마다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가는 길을 자세히 실었다. 그리고 그 절집에서 꼭 보아야 할 것(곳)과 이왕 나선 길에 둘러보면 좋을 주변까지 연결하여 소개하였다. 부록으로 사찰음식 연구가인 대안스님의 사찰음식조리법을 응용한 퓨전채식도시락 요리 20을 실었다. 일부러 장을 보지 않아도 냉장고에 흔하게 있는 재료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도시락들이어서 활용도도 높겠다. 가족들 중에 살찌는 고민이 있다면 길만 나서면 쉽게 살 수 있는 김밥대신에 준비해볼만 한 도시락 메뉴들이다.

'서울 속 보물 같은 예쁜 절집'이라고 하니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다소 거리를 둘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절집들은 서울 속 천년고찰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들이어서 일반인들에게도 꼭 가볼 필요가 있는 곳들이다. 서울의 고층빌딩 속에서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마음까지 한적해지는 이곳들을 개발의 몸살 속에서 지켜낸 사람들의 보물 같은 마음까지 보고 배울 수 있는, 얻을 것들이 참 많은 곳들이다.

이경애는 누구?

글쓴이 이경애는 제도권교육에 회의를 느끼며 20대 전반을 주로 여행으로 보냈다. 절집과는 불교 방송국 라디오 드라마인 '고승열전'과 '불교설화' 집필을 계기로 전국의 절을 찾아다니며 인연을 쌓았다. 이 인연은 절과의 깊은 연애로 이어지고 지금도 틈만나면 절집의 향기를 쫒아 나선다고.

현재는 계동 북촌생활사 박물관 운영. 틈틈이 불교와 관련된 글들을 불교매체에 쓰고 있다. 그동안 <오디오 불교 설화집(불교방송)>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물>을 펴냈다.

사진을 찍은 하지권은 사진 전공, 월간 샘이 깊은 물 기자로 활동중이다. 우리땅의 여러 곳을 누비며 우리 전통의 것을 부지런히 담아 많은 매체에 소개하고 있다. 그간 화엄사 화엄석경 복원작업을 하였으며 박보하 선생과 해인사 팔만대장경 사진 복원에 애정과 열정을 쏟고 있다고. / 김현자


/김현자 기자


덧붙이는 글
즐거운 소풍-버스타고 전철타고 아이랑 함께 가는 서울의 예쁜 절집 20

이경애 글/하지권 사진/대숲바람 2006년 4월 28일/1만 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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