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신용관기자]

1492년 콜럼버스신세계를 발견하고자 사투(死鬪)를 벌인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그렇다. 금 때문이었다. 십자군 원정 이후 유럽 사람들이 화폐로 금화를 사용했기에 목숨을 건 항해에 나섰던 것이다.

당대의 천재 존 케인즈가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으로 ‘수정자본주의’를 주창했을 때 과연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는가. 바로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1929년 대공황이다. 미국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이 실업자로 내몰리고, 세계 무역량이 65%나 줄어든 상황에서 국가의 적극적 시장개입 없이는 경제 회복이 불가능 했다.

바야흐로 ‘돈이 말하는’ 시대이고 청소년 경제교육 또한 유행이다.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로 어린이 책 시장에 ‘경제동화’ 붐을 일으켰던 독일 신문기자의 이 책을 추천한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의 말.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자가 되는 법이나 용돈 교육, 경제 상식이 아니라 경제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균형 있게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중요한 시대에 경제 현상을 알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 현상 전체를 전망할 수 있는 안목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2003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인 이 책은 인류 최초의 경제활동인 농업 혁명에서부터 최근의 금융시장에 이르기까지 34가지 역사적 사건을 통해 고대·중세의 경제활동과 자본주의 성립 및 발전과정, 세계 경제의 미래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각각의 경제 현상이 역사 속에서 갖는 의미와 결과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 들려 줌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그것을 하나로 통합해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자극한다.



가령 ‘노예 제도는 경제에 도움이 되었을까’ 편에서는 노예 제도의 원인과 노예 무역의 전개 과정 같은 역사적 사실과 함께 노예 제도를 보는 경제학자들의 시각을 소개한다. 값싼 흑인 노예의 노동력을 이용해 엄청난 경제적 번영을 누렸던 유럽, 비인간적 환경에서 쉴 새 없이 일하다 목숨을 잃은 1500만 흑인 노예들의 현실, 애덤 스미스·로버트 포겔 같은 경제학자들의 의견 등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본 노예 제도를 서술함으로써 노예 제도의 부당함과 인간 존엄에 대한 환기까지 하고 있다.

재치 있는 유머와 신랄하기까지 한 풍자가 느껴지는 34컷의 독특한 삽화가, 독일인 특유의 합리적 서술이 빛나는 본문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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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공부의 즐거움/김열규 등 지음/268쪽·1만1000원·위즈덤하우스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우선 머리가 지근거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지겨운 공부를 놀이처럼 즐겁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선 우리 시대 공부의 달인 30명이 왜 공부가 즐거운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털어놓는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여 년간 신문조차 제대로 읽지 않다가 만학의 길에 올라 교수가 된 서울대 국사학과 정옥자 교수, 장애인이란 이유로 단 하나의 재능까지도 봉쇄하려는 사회와 싸워 이기기 위해 공부한 장영희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하도 공부를 안 해 아버지가 우물가에 내다버리려고까지 했다는 이재호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 이들의 공부 역정은 흥미진진하다.

대학교 2학년 때 호메로스에 빠졌다는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경치라도 책 속의 깊은 사상과 맛있는 표현을 곱씹어 보는 것만큼 감미롭지 않다”고 공부 예찬을 펼친다.

이들이 털어놓는 얘기의 결론은 이렇게 모아진다.

“왜 공부해야 되는지를 깨닫는 순간 공부는 즐거워진다. 이렇게 공부의 맛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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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클래식광 그림을 읽다/이장현 지음/185쪽·1만5000원·세미콜론

바흐의 음악에는 왜 뒤러의 그림이 어울릴까? 클림트의 ‘베토벤 벽화’에 말러의 얼굴이 숨어 있는 까닭은?

이 책은 클래식 음반 커버에 실린 명화와 음악에 얽힌 뒷얘기를 솜씨 좋게 풀어 놓는다.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의 운명을 이야기하며 ‘바흐의 칸타타 순례’ 시리즈에 얽힌 사연을 풀어내는가 하면, 앙리 루소의 그림이 사용된 라벨의 음반에서 남국을 그리워한 두 예술가의 시선을 읽어 낸다. 모차르트 레퀴엠 음반을 장식하는 30대 초반의 모차르트 초상화는 그가 남긴 레퀴엠과 마찬가지로 미완성으로 남아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의 감동을 오선지에 적은 발라다, 뵈클린의 ‘죽음의 섬’을 보고 음악을 작곡한 라흐마니노프 등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은 화가와 음악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떠올리고, 그림을 보면서 또 다른 음반으로 이야기가 옮겨가는 저자의 글 솜씨는 전문 용어 하나 없이도 클래식 음악과 명화의 세계로 쏙 빠져들게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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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다인기행/정찬주 지음·유동영 사진/384쪽·1만3000원·열림원

곡우(穀雨)절의 맑은 날, 햇차가 새 잎을 내밀 즈음이면 두륜산의 햇살은 머루 빛깔을 닮아간다. 그 두륜산 기슭 일지암에는 훗날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가 수도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야생 차밭이 산재한 이곳에서 초의는 한 잔의 차를 통해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보며 다선일미(茶禪一味)의 경지로 나아갔다. 초의의 차 만드는 솜씨가 어찌나 뛰어났던지 추사 김정희는 이런 걸명(乞茗)의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어느 겨를에 햇차를 천리마의 꼬리에 달아서 다다르게 할 텐가. 만약 그대의 게으름 탓이라면 마조의 고함(喝)과 덕산의 방망이(棒)로 그 버릇을 응징하여 그 근원을 징계할 터이니 깊이깊이 삼가게나.”

이 책에는 고운 최치원에서 춘원 이광수에 이르는 우리 역사 속의 다인(茶人) 50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차 마시는 우리 조상들의 향기로운 역사이자, 차의 성품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기다. 저자는 차를 기른 땅과 비와 햇살과 바람의 인연을 고마워하며 “한반도 그 어디에도 차향이 스미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한다.

차나무와 선가의 인연은 깊다. 조주에서 발원한 승가의 다맥(茶脈)은 신라 때 철감선사에 의해 해동으로 건너와 고려 때는 보조국사와 진각국사가, 조선 때는 함허선사와 사명대사에 이어 초의선사가 중흥시켰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 차 한 잔의 의미는 선가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차 문화는 선승들의 수행 방편을 넘어 한국 문화의 정점에 자리한 그물코 같은 유산이었다.

최치원 이자현 김시습 허균은 차의 청허(淸虛)함을 어찌 세상이 알겠는가 하여 은둔했고, 김종직 이목 기대승 김장생 이이 송시열 윤선도는 차를 군자처럼 가까이했다. 양팽손 김정희 허백련은 차와 함께 ‘서화잠심(書畵潛心)’했고, 신숙주와 이광수는 차 한 잔에 세월의 영욕을 띄웠다.

고려 왕조의 지조를 지켰던 ‘삼은(三隱)’이 모두 다인이었던 것도 흥미롭다. 사철 푸른 차나무는 굳이 척박한 땅을 골라 자란다. 뿌리가 곧게 뻗는 ‘직근(直根)’의 성품을 지녀 옮겨 심으면 쉬 죽고 만다고 했으니, 그것은 선비의 꼿꼿한 기개였던가.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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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아메리카 자전거여행/홍은택 지음/405쪽·1만5000원·한겨레출판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겠다니, 남들이 “미쳤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뭔가 거창한 대의명분이 있을 법도 한데 웬걸, 저자는 “그냥 재미있어서”란다. 저자는 지난해 80일간 자전거를 타고 미국 동쪽 끝 버지니아 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 주 플로렌스까지 6400km의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달렸다.

한없이 지루한 ‘페달 150만 번 돌리기’로 끝날 수도 있는 여행이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모험으로 변모하는 것은 저자의 해학적 글쓰기 덕분이다. 길 위의 일들을 어찌나 시시콜콜하게 묘사했는지 저자가 핫도그 빵에 소시지를 끼워 먹을 때 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까지 눈앞에 그려질 정도다.

‘한 바퀴 한 바퀴 자전거를 굴릴 때마다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 오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가는’ 저자의 변모 과정도 눈길을 끈다. 자전거 여행 이전의 그에게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선일 뿐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로키산맥을 넘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후지어 패스에 오르는 순간 절정의 감격 같은 것을 기대했지만 그런 강렬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그냥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뒤부터 페달을 밟는 게 즐거워졌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됐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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