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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지침서 (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는 순간 당황스러웠었어요.
'이혼 지침서'라는 제목과 책 디자인은 저에게 별다른 신뢰를 주지 못한데다가,
솔직히 제목과 겉표지 때문에 정말 제목 그대로'이혼 지침서'에 관한 카운셀링류의 책인줄 알았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제가 이 책을 보고 당황했는지 모르겠네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이혼 지침서'라니.. ^^
그런면에서 책제목과 책디자인을 잘못한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들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처첩성군, 세개의 등불, 이혼 지침서 순으로 마음에 들었거든요.
3편의 단편속 주인공들이(쑨웬, 양보, 베인진) 현실의 부조리함 때문에
미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살수 없는 사회가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
갑자기 이 책 때문에 친구 한명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결혼할때 "결혼은 미친짓이다"라는 책을 선물했던 친구.
왠지 이 책을 그 친구 결혼할 때 선물하고 싶네요. "이혼 지침서" ^^ ㅋㅋ
처첩성군 




이 단편은 영화 '홍등'의 원작소설입니다.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원작을 만나게 되어 무척 기뻤어요.
쑹렌은 대학을 다니다가 집안이 망해서 오십이 된 중늙이인 천줘첸의 네번째 부인이 됩니다.
남편의 사랑을 대신해 불교에 심취한 첫번째 부인과 겉으로는 다정한척하지만 가장 무서운 두째부인,
처음에는 가장 사이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쁘지만 변덕이 심한 셋째부인 이렇게 네명의 여자가
한 집안에서 한남자를 두고 살게 됩니다.
쑨렌은 점점 집안의 모든것들이 부조리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고,
이상하게 사인정이라고 불리우는 자등이 있는 우물에게 관심이 갑니다.
결국 둘째마님의 계략으로 셋째마님의 불륜이 발각되고,
쑨렌은그토록 알고 싶었던 우물의 비밀이 밝혀집니다.
셋째마님의 죽음으로 광인이 된 쑨렌을 뒤로하고 천줘첸은 다섯번째 부인을 맞이합니다.
한 남자로 인해 네명의 여인이 서로 손톱을 세우며 할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쑨렌은 그래서 더 불행하게 자신을 몰아세운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물속의 두 여인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으로 본 대목에서는 섬뜻했어요.
영화를 오래전에 봤는데 책을 읽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나오기도 하고 원작을 읽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이혼지침서 



권태로운 삶, 아니 혐오스러운 아내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혼을 외친 양보는생각보다 이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내에게 줄 위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친구에게 자존심을 팔고,
아내의 형제들에게 죽지 않을만큼 얻어 터진데다가, 아내는 자살을 기도하고...
덕분에 화장실 변기물까지 마시게 되는데, 계속 일만 꼬여갑니다.
결혼하고 싶어서 결혼하고 이혼하고 싶어 이혼한다는 양보의 말은 참 얄밉지만,
이혼으로 생기는 여러가지 불상사들은 약간 그에게 동정심이 가네요.
그에게 있어 이혼은 생사를 건 결투였습니다.
결국 애인이 정한 봄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또 다시 그는 혐오스러운 아내 곁에 머무르게 됩니다.
등불 세개 




전쟁으로 인해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중에
사람들에게 바보라 불리는 베인진이라는 소년만 오리와 함께 마을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병든 엄마와 함께 배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소녀 샤오와는
아버지가 자신들을 찾기 위해 매일 밤 등불 세개를 밝힙니다.
소년, 소녀는 그렇게 텅빈 마을에서 만나게 되고 어린이다운 순수함과 퉁명스러움으로 다툽니다.
소년은 촌장집 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할때 모든것이 달라졌다는것을 깨닫게 됩니다.
피비릿내는 전쟁터 속에 소녀의 아버지인듯한 병사를 발견하고 소녀의 집으로 안내하지만,
그곳에는 더 이상 하얀 천을 흔들던 소녀는 없었습니다.
전쟁속에 유일하게 산 소년은 자신의 마음에 총알이 수차례 뚫고 지나갔다는것을 알게 되고,
마을로 돌아온 마을사람들과 달리 소년은 소녀를 찾아 마을로 떠납니다.
100명의 주민들이 죽은 소녀보다 못하다는 소년의 외침이 귓가를 맴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