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폐막하는 제12회 서울국제도서전의 백미는 ‘작가의 방’이다.
굳게 ‘밀봉’ 돼 있던 작가들의 집필실을 공개한 ‘작가의 방’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수 많은 작품들을 탄생시킨 자궁의 은밀한 속내를 노출시켰다. ‘북아트 체험관’이 책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의 쾌감을 선사한다면, ‘작가의 방’은 지적 목마름을 적셔주는 신비의 공간이다.
방을 공개한 4인의 작가는 고은, 신경숙, 김훈, 김용택. 도서전 측은 작가들의 집필실을 촬영해 전시했고 애장품 몇 가지를 실물로 놓아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행사장 입구에는 작가들에게 남기는 독자들의 ‘한마디’가 쓰인 포스트잇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고은과 신경숙의 방이 마주하고 있고 건너편에 김훈과 김용택의 방이 마주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고은(73)의 방은 조금의 진동에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책더미’를 자랑한다. 안성 대림동산에 위치한 고은의 집필실에 놓인 책상의 수는 셋. 각종 필기구가 꽂혀 있는 연필통과 스탠드, 책상용 캘린더, 신문, 원고지 등이 무질서하게 놓여있다.
노작가의 지성미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엄청난 분량의 책이 꽂힌 서가도 보인다. 우측에는 <백두산 1,2>(창비. 1994)이 놓여있다. 23년째 고은의 수많은 작업물을 탄생시킨 집필실답게 고풍스런 서향과 고된 집필흔적이 느껴진다.
맞은편에 위치한 신경숙(43)의 방은 말끔하게 치워진 모양새가 고은의 방과 사뭇 대조적이다. 4명의 작가 중 유일한 여성작가로 참여한 신경숙은 정갈하지만 깊이 있는 자신의 문체를 닮은 말끔한 방의 속내를 공개했다. 여성작가의 방답게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띈다.
좌측에 놓인 아담한 다기세트, 우측에 곱게 개켜진 머플러, 금방이라도 둘러메고 산으로 들로 나가도 될 것 같은 통기타가 눈에 띤다.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카디건과 머그잔이 조금 전까지 집필을 한 듯 한 느낌을 준다. 공개된 신경숙의 집필실은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해있다.
고은과 신경숙의 방 구경이 끝나면 김용택과 김훈의 방으로 건너간다.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58)의 방은 그의 구수한 글처럼 고즈넉한 전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태어나 58세가 된 지금까지 한 번도 떠나 본적이 없는 섬진강 고향집에 위치한 집필실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용택의 집필실은 셋. 초등학교, 섬진강가의 고향집, 전주의 아파트 3곳. 공개된 집필실은 이 중 섬진강가의 고향집. 아담한 크기의 책상 정면에 보이는 푸르른 녹음은 섬진강의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절경 중 일부일 뿐이다. 좌우, 사방을 메우고 있는 책들이 그의 독서력을 입증한다. 좌측에는 ‘우리산 옛날이야기’ 시리즈<얘들아 금강산가자>(스콜라. 2006)외 2권이, 우측에는 <장승이 너무 추워 덜덜덜>(푸른숲. 2001)외 2권이 놓여있다.
마지막 주인공은 김훈(58).
일산의 오피스텔 집필실로 최근 새 둥지를 틀었다는 점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새 공간이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자” 라고 쓰여진 우측의 소칠판과 곁에 놓인 망원경이 눈에 띤다.
호수공원이 한 눈에 들어오는 집필실에서 사람들의 움직임, 몸짓을 세밀히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으로 자주 ‘세상’을 내려다본다는 김훈의 말에 따르면 망원경은 소설이라는 태아를 자궁에 들어앉히기 위한 ‘도구’인 셈. ‘자전거 레이서’라는 별칭을 증명해주는 미니어처 자전거, 작은 몽당연필과 지우개는 ‘아직도’ 연필로 글을 쓰는 김훈의 치열한 글쓰기 흔적이다.
작은 칠판 앞에 놓인 <풍경과 상처>(문학동네. 1994)는 전군가도(전주-군산 간 도로), 을숙도, 경주 남산 등을 여행하며 느낀 점을 담은 기행문으로, 김훈을 알린 <칼의 노래>(2003. 생각의 나무)가 나오기 10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4인의 작가 집필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인 박래부씨가 펴낸 <작가의 방>(서해문집. 2006)에 실려 있다. 이문열, 김영하, 강은교, 공지영, 김용택. 신경숙 6인의 집필실을 소개한 <작가의 방>은 이번 국제도서전에 참여한 서해문집 부스에서도 현장구매할 수 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