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존 키츠(1795.10.31 ~ 1821.2.23)가 죽기 전 100일 동안의 시간을 담은 <죽기 전 100일 동안>(마음산책. 2002)은 `가장 우울 할 때 꺼내 들어야 하는 책`이다. 25살의 나이에 요절한 천재시인, 존 키츠의 삶과 죽음을 통해 삶의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존 키츠의 이루지 못한 사랑과 동생에게 옮겨받은 폐결핵과 싸우는 고된 과정을 처절히 묘사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존 키츠가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여인 패니에게 모든 이성과 감성을 빼앗기고 사랑에 집착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수십 통의 편지에서 시인의 감수성은 절정에 달한다.

“사랑하는 여인이여, 나는 어제 당신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아래에서 편지를 썼어요. 당신에게 고통을 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기적인 나는 편지를 부치려고 합니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불행한지 당신에게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사실 나는 당신에게 온통 매달려 있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나는 당신에 관한한 탐욕스럽습니다. 나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활하지 말아주세요. 나를 잊지말아주세요. 나는 내 `삶`에서 당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만 보고 있어요. 그런 확신을 얻지 못한다면 나는 고뇌로 죽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사랑한다면 우리는 다른 남자나 여자들처럼 사랑해서는 안돼요. 나는 유행의 맹독(猛毒)과 허례허식과 수다스러움을 용납할 수 없어요. 만약 당신이 나의 여자라면 내가 원할 경우 고문대위에서 죽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요”

탐욕, 맹독, 고문대라는 단어들이 서슴지 않고 쓰여 있는 이 편지는 사랑으로 ‘죽어가고 있는’ 한 청년의 비망록이기도 하다.

존 키츠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패니 만들어낸 고뇌와 불확실성 때문에 말 못할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완쾌되었을 때 패니가 온전한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면 신체적 건강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말까지 써내려 간다. 미칠듯한 애정을 고백하다가도 “나의 열정이 당신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고 말해줘요” 라는 낮은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스물다섯 살의 젊은 육신이 폐결핵으로 죽어가는 동안 패니는 온갖 파티에서 남성들에게 추파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병든 육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좁은 방에 쓰러져 피를 토하며 연애편지를 쓰는 것뿐이다. 천재시인의 애절한 영혼의 노래와 삶에 대한 절실함이 읽는 이의 심장을 흔든다.

<죽기 전 100일 동안> 안에는 전기소설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아까운 요소들이 많다. 사랑에 대한 절절한 호소, 생에 대한 간절한 집착, 시인 존 키츠의 풍부한 감수성은 이 책만이 갖고 있는 보석같은 질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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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명작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 앤은 타고난 긍정주의자다. 고아로 자란 성장기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무뚝뚝한 마릴라와 매슈 남매에게까지 사랑을 받아내는 천진난만함은 가장 큰 장점이다. 멋대로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앤은 자주 오가는 오솔길을 ‘기쁨의 하얀길’로 이름 붙이고 슬플 때나 괴로울 때 이 길을 오가는 상상을 하며 금새 기쁨을 되찾는다.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마른데다, 머릿결도 좋지 않은 빨강머리를 가졌지만 비관적 상황을 긍정적인 상황으로 돌변시키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긍정주의로 주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빨강머리 앤>을 발표하기 전 집필한 19편의 단편들이 담긴 <괜찮아, 내일은 다를거야>(대교베텔스만. 2006)에서도 앤을 닮은 긍정주의자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표제작 ‘괜찮아, 내일은 다를거야’에 나오는 고아 소년 체스터. 학교도 보내주지 않고 혹독한 일만 시키는 양고모 밑에서 자란 체스터는 절망을 견디다 못해 가출을 결심한다.

기차에서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장밋빛 부인을 만나며 “세상에는 이렇게 친절한 사람도 있구나. 그러니 아무 걱정할 거 없어. 앞날이 순조롭게 풀릴 거야. 나중에 커서 마음도 몸도 지갑도 넉넉한 장밋빛 어른이 되면 기차와 여객선에서 마주치는 모든 고아소년소녀들에게 미소와 태피(캔디의 일종)와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는 긍정주의자다.

어른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일솜씨와 근면 성실함을 갖고 있는 체스터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아 본 적이 없는 불쌍한 아이. 누구에게도 키스조차 받아보지 못한 체스터가 사랑을 느끼게 되는 살로메 양은 빛이며 희망이다.

“소년은 고단하고 힘겨웠던 짧은 생애를 통틀어 누군가를 사랑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살로메 양을 사랑했다. 마치 개가 주인에게 헌신하듯 살로메 양에게 일편단심인 애정을 바쳤다. 체스터는 오직 살로메 양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일했다. 그녀는 선하고 상냥하고 다정했다. 온화한 태양과도 같은 그녀의 주위에서 소년의 헐벗은 가슴은 온기를 얻고 기지개를 폈다”

아름다운 몽고메리의 문장이 빛나는 초기 단편작 19편을 읽는 기쁨 <괜찮아, 내일은 다를거야>는 산다는 것의 소중함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역경을 딛고 일어난 인물들은 위대한 정치가나 사상가가 아닌 우리 주변 이웃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작고 연약한 이들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먹고, 입고, 자는 것을 해결해야 했던 그들에게 아낌없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살로메 양 같은 인물은 몽고메리 문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요축이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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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권성권 기자]
 
▲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 책 겉그림
ⓒ2006 샨티
1975년부터 지난 30년 동안 100채가 넘는 건물을 짓고 수리한 건축회사가 있다. 지나온 세월에 비해 건축물을 그리 많이 짓고 수리한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자산이 많은 것도 아니다. 2004년 자본 계정의 누적 총액은 105만 달러에 달한다. 직원도 30명이 일할 뿐이다.

일반 건축회사와 다를 바 없지만 그렇다고 그 회사만이 갖고 있는 남다른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30명의 직원 중 16명이 오너라는 점이 남다르다. 그리고 직원을 뽑을 때에도 5년 뒤에 오너가 될 만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특별하다. 그만큼 회사를 제 몸처럼 아끼고 사랑할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 회사는 종업원 주식 소유제를 두고서, 설계와 시공을 따로 하지 않고 하나가 되어 유기체적으로 경영한다. 예전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와 임금 정책으로 인해, 근로자를 노예화하는 습성에서 탈피하여 모두가 경영자요, 모두가 책임자로 우뚝 선 회사이다.

당연히 지역사회에서도 그 회사를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고, 오히려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빈민들을 위한 서민주택을 짓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토록 '직원과 회사와 지역' 모두가 신바람 나는 회사가 있으니, 바로 미국 북동부의 작은 섬 마서즈 비니어드에 세운 '사우스 마운틴' 사가 그곳이다. 그 회사의 창업자이기도 하고, 공동 경영자, 공동 책임자이기도 한 존 에이브램스가 쓴〈사우스 마운틴 이야기〉(샨티.2006)에는 그 회사의 모든 경영방식이 소개돼 있다.

"내 바람은, 우리 회사가 생각만큼 별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가 동료들과 함께 실수와 우연한 발견을 통해 배운 것들, 그 과정에서 갖게 된 목표에 대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많은 회사들이 고심하는 문제, 즉 어떻게 하면 적절한 이윤을 남기면서도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지에 대한 것이다."(25쪽)

처음 그 회사를 비니어드 섬에 처음 세울 때만 해도 그 섬은 독특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농업과 어업이 퇴락해 가고 있었고, 휴양지로 정해진 탓에 관광산업이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버려진 차와 플라스틱 장난감 쓰레기는 줄어들어서 섬 전체는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지녔다.

그러나 고급주택가는 넓은 부지를 소유하고 있고, 빈민가는 조밀한 공간 속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 섬은 메사추세츠 주의 다른 18개 지역보다도 평균 수입이 낮은 곳이었다. 이를테면 일부 부유층과 유명 인사들이 섬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서 서비스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가 하면, 빈민층은 주택 문제로 심각한 골몰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사우스 마운틴' 사는 그래서 건축 환경과 지역공동체 사이의 유대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무던히 애를 썼다. 또한 좋은 뜻을 위해 경제 주체와 지역 정부, 민간단체까지 협력할 수 있도록 그 잠재력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리상으로 외부와 단절돼 있는 까닭에 더욱더 주민들과의 결합점을 찾는데 주력했고, 현실적인 해법과 아울러 지속 가능한 미래까지 염두에 두며 건축에 뛰어들었다.

물론 처음부터 뚜렷한 색채를 갖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주문과 인력에 따른 설계와 시공, 그 모든 부분에서 하나 둘 문제점들이 불거졌다. 오너들과 직원들은 그것을 놓고 머리를 맞대어 토론하며 그 합일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회사가 어떠한 난관과 유혹에 빠져도 함께 대처할 수 있는 '공동 오너'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래서 사우스 마운틴 사는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름대로의 8가지 기본 원칙을 정해 놓았다. 그 기본 원칙에 의해 회사가 운영되고, 오너와 직원들 사이의 공동체 정신도 증대되며, 회사의 수익과 분배에 있어서도 투명하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 8가지를 원리를 풀어 쓰면 다음과 같다. '민주적인 직장 만들기', '성장이라는 불문율에 도전하기',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기',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 전념하기', '장인 정신을 지키기',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지역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기', '성당을 짓는 사람처럼 생각하기' 등이다.

그것들을 뜯어보면, 사우스 마운틴 사는 그야말로 직원들이 회사 소유권을 공유하고 있고, 책임과 권한, 이윤까지 공정하게 나눠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고 임금과 최저 임금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는 편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성장에만 눈독을 들이는 게 아니다. 회사를 유지하고 구성원들과 나누는데 적절한 이윤인지 먼저 따져 보고, '얼마나 적절하게 성장'하는 가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결코 ' 더 빨리, 더 많이 성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직원들을 혹사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기'도 회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직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고객과 거래처의 기대치가 맞춰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이 바로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 전념하기'와 일관성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장인 정신을 지키기'라든지,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지역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기', '성당을 짓는 사람처럼 생각하기' 등은 어떤 면에서 보면 모두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둔 가치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한 세대만을 위해 집을 짓고 수리하는 회사가 아니라, 자자손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원리들만 보면 어딘가 모르게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책 속에 흐르고 있는 인간미 넘치는 몇 몇 이야기들은 공동체를 세우는 단단한 버팀목이 무엇인지 실감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를테면 직원 하나가 음주 운전으로 교도소에 들어갔을 때, 회사 오너와 직원들은 그를 해고시키는 게 아니라,ㄱ 그가 금주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 직원 한 명이 아이를 입양했을 때에도, 그에 따른 의료보험 혜택을 친부모의 입장과 똑같은 수준에서 부양비를 세워줬다는 것이다.

이윤창출을 위해 모든 회사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시대이다. 그런데도 사우스 마운틴 회사는 '얼마나 더 많이, 더 빨리' 성장하는가 보다는, '직원과 회사와 지역' 모두가 신바람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 온 힘을 모으고 있다. 분명 남다른 회사임에 틀림없다.

하여, 비록 달팽이처럼 느리게 가더라도 '얼마나 적절하게' 성장하는 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우스 마운틴 회사의 경영방침을 오늘날의 다른 기업이나 회사들도 한 번쯤 눈여겨봐야 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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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8 개봉 / 15세 이상 / 120분 / 스릴러,액션,판타지 / 미국



감 독 : 프란시스 로렌스

출 연 : 키아누 리브스(존 콘스탄틴), 레이첼 와이즈(안젤라 닷슨/이사벨 닷슨), 시아 라부프(채즈 챈들러)



존 콘스탄틴, 인간세계와 지하세계의 경계에 선 절대 구원의 힘!

인간의 형상을 한 혼혈 천사와 혼혈 악마가 존재하는 세상.
태어날 때부터 그들을 구분하는 능력을 타고난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은 자신의 능력을 저주하며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 후 다시 살아난 그는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상에 존재하는 악을 지옥으로 돌려보내기에 나선다. 그래야만 지옥으로 가게 되어 있는 자신의 운명이 뒤바뀌어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악과 싸우지만, 그에게 성스러운 사명감 따윈 없다. 그가 원하는 건 오직, 자신의 구원뿐이다.



절대 악에서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희망!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술, 담배에 쩔어 살면서 계속되는 전투에 지쳐만 가던 콘스탄틴. 그런 그에게 어느 날, L.A 강력계 소속의 여형사 안젤라(레이첼 와이즈)가 찾아와 쌍둥이 동생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거대한 어둠의 힘 속으로 빨려 들게 되는 데….

콘스탄틴은 악마와의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 그것만이 그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다. 그리고 확실한 건 이 지상에 선악의 균형이 깨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



<매트릭스> 시각효과팀, <터미네이터 3> 특수효과팀이 동원된 차원 다른 블록버스터
시각효과의 한계와 장벽이 허물어진다!

- 천국과 지옥은 바로 이곳에 있다. 모든 창문 너머, 모든 집안에.
세상 속에 숨겨져 있는 또 하나의 세상… 우린 그 양쪽 세상 가운데에 갇혀있다. -

<콘스탄틴>은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3> 등의 작품에 참여했던 정상급 기술진들이 창조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두 영화 모두 영화기술의 신기원을 이루어 냈다고 평가 받았던 작품들이다. 따라서 <콘스탄틴>은 이제껏 보아왔던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영상의 진화를 선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콘스탄틴>의 영상과 디자인, 효과 등은 천국과 지옥이 같은 공간, 다른 차원 속에서 각기 다른 버전으로 공존한다는 컨셉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 독특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삐딱한 카메라 앵글과 표현주의적 조명을 주로 사용했고, '물 흐르듯 다이내믹한 효과’를 위해 그린 스크린 대신 디지털 디자인을 활용했다. 이 방법을 통해 배경 화면 위에 다양한 사물들 -휘날리는 흙먼지, 공중을 떠돌아다니는 물건들, 불타는 야자수 등- 을 덧입혀 입체적인 화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원작인 그래픽 소설의 스타일과 색채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와이드 앵글과 만화책에서 볼 수 있는 극단적 포커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만화책의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하기 보다는 다양한 드로잉 자료들과 그래픽 소설 속의 이미지를 폭넓게 활용했다. 천국과 지옥의 묘사 역시 천편일률적인 빛과 어둠의 이미지를 탈피, 미묘한 뉘앙스를 살렸다.
현실이 지옥으로 변하는 순간은 어김없이 주위가 파열하고 불길과 화염이 솟아오르는 데, 그 중 가장 압권은 안젤라의 집에서 주위가 지옥으로 변하는 고속도로 지옥버전. 거센 바람에 내동댕이 쳐져 처참하게 구겨진 자동차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40여 대의 실제 자동차를 디지털화시켜 과장되게 변형시켰다. 디지털 화면으로 재 탄생된 자동차들 사이로 저주 받은 영혼들이 떠도는 모습은 실제 지옥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조명을 원하는 감독의 바램에 따라, 빛의 처리는 대부분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만큼은 스튜디오 한쪽에 60개의 조명등을 일렬로 매달고, 7대의 대형 산업용 선풍기로 거대한 바람을 일으켜 조명등이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명암의 변화를 이용, 지옥의 느낌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실제 도시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L.A에 있는 실제 장소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는데, 그중 미드나잇의 술집으로 등장하는 클럽은 1930년대 세워진 이스턴 컬럼비아 빌딩 지하에 있는 헤시엔더 리얼 나이트클럽이다.




한 개의 관절 인형으로 완성된 수천 마리의 악귀들
지상에서 지옥을 재현한 듯한 놀라운 기술의 발전

“난 어릴 때 이상한 것들을 보곤 했소. 정상적인 인간의 눈으론 볼 수 없는 것들을…”

혼혈족들은 인간 세상에서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자신들의 목적을 쟁취한다. 반면 지옥에서는 악마, 본래의 적나라한 모습 그대로 돌아다닌다. 영혼뿐만 아니라 뇌와 눈도 없고 다만, 입과 소화 기관만을 가진 악귀들은 지칠 줄 모르고 지옥에 떨어진 영혼들을 쫓아다닌다.



이 악마, 악귀의 모습은 로렌스 감독이 예전에 보았던 '뇌가 제거된 시신'의 의학 사진을 토대로 형상화된 것이다. 악귀는 완전한 괴물이 아니고, 원래 인간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인간적 형상을 살려 디자인됐다.
극중 지옥 씬에서는 수백의 악귀들이 출몰하지만, 이 모두는 한 개의 관절 인형 모형을 토대로 제작된 그래픽 이미지들. 컴퓨터로 제작된 골격에 전통적인 조소의 기법으로 형상을 채워 넣은 뒤 동작을 조종할 수 있는 기계 장치를 달고, 마지막으로 실리콘 피부를 붙였다. 이렇게 완성된 악귀 인형에 4미터 길이의 케이블을 달아 7명의 기술자들이 조종했다. 이 악귀 인형을 기본으로 놓고 컴퓨터 작업을 통해 수천 마리로 복제한 후 색을 입혀, 날고, 달리고, 자동차 위를 뛰어넘는 등의 여러 연기에 활용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디자인, 청동과 금으로 만든 콘스탄틴의 비장의 병기
모든 액션은 이 영화로 진화된다!



콘스탄틴은 악마와의 대결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무기들을 갖고 있다. 성수(HOLY WATER)를 항상 집에 준비해두고 있는가 하면 여러 종류의 종교적 물품들을 늘 주변에 두고 언제 닥칠지 모를 악마와의 싸움에 대비하고 있다. 그 물품들은 대부분 콘스탄틴의 오랜 지기인 역사학자 비먼이 비밀 유통 경로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비먼은 바울이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다마스커스 행 도로 길가에 있었다는 돌 조각부터 교황 암살 시도 당시에 발견된 총알 조각, 아미티빌에서 구한 풍뎅이, 모세의 수의, 사제들이 축복한 십자가와 성물들, 화염 분사기처럼 3미터 길이의 불길을 뿜어내는 용의 입김 등 온갖 진귀한 보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현실 속에서의 진짜 비먼은 소품 담당 커크 코윈이었다. 그는 이런 소품들을 구하기 위해 역사적 사료들을 연구했고, 진귀한 옛 물건들에는 대부분 라틴어 글씨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고전 라틴어까지 공부했다. 그 중 코윈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물건은 극중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케치를 토대로 만든 콘스탄틴의 '성스러운 권총'(HOLY SHOTGUN). 십자가로 만든 이 권총은 악마들을 증발시켜 지옥으로 돌려 보낼 수 있는 가공할 무기다.
여타의 보물들처럼 고풍스러운 외형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번에 여러 발을 발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춘 정교한 제품이어야 했기에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권총 모델들 중 'STREET SWEEPER'(거리 청소부)라는 모델을 변형시켜 실제로 발사가 되는 진짜 총 2대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복제품 2개, 고무 모형 4개가 제작됐다. 8명의 총기 제작 기술자들이 7주일간 2대의 실물 권총을 제작했는데, 청동과 금으로 만든 이 총에는 라틴말로 'A CRUCE SALUS'(십자가를 통해서만 구원이 있도다), 'DECUS IT TUTAMEN'(구원의 도구), 'DEI GRATIA'(신의 은총으로) 등의 문구들이 새겨져 있다.


새로운 영화에 걸맞는 신감각의 감독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인 프랜시스 로렌스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윌 스미스 같은 뮤지션들의다이나믹한 뮤직 비디오로 많은 상을 탄 느와르 필름의 신봉자. 콘스탄틴이라는 안티 히어로적 캐릭터와 스토리 색깔에 매료된 그는 제작진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고, 제작진 역시 그를 적임자로 판단, 감독으로 선택했다.
로렌스는 다른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들과는 달리 비쥬얼적 관점으로 영화에 접근하지 않았다. 그는 비쥬얼 뿐만 아니라 내용과 캐릭터, 각 장면에 대한 탁월한 분석력을 자랑했다. 제작진과의 첫 미팅 때 자신이 그린 지옥 상상도 25점을 들고 나타난 그는 지옥과 천국이 이 세상에 공존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구체화시켜 영화의 컨셉을 명백하게 세웠다.
로렌스는 사후 세계를 색다른 방법으로 표현코자 했다. 처음에는 끈적이는 검은색 공허의 이미지 등 브뤼겔이나 보쉬의 작품에 나오는 사후 세계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것은 추상적이었고, 좀 더 구체적인 어떤 구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은 모든 공간에 따른 현실 버전과 지옥 버전 두 가지이었다. 예를 들어 콘스탄틴이 들르는 모든 지옥은 그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지옥의 모습니다. 안젤라의 아파트에 있을 때 들른 지옥도의 모습은 안젤라 아파트의 지옥 버전이고, 거리로 나섰을 때 겪는 지옥의 모습은 그 거리의 지옥 버전인 것이다. 그의 이 기발하고 상상력 넘치는 아이디어는 제작과정에서 그대로 수용됐다.



<매트릭스>의 절대 전사 키아누 리브스!
또 다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돌아온다!

키아누 리브스가 <콘스탄틴>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존 콘스탄틴’ 역할에 강한 애착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정된 운명을 뒤바꾸기 위해 전투를 시작하는 콘스탄틴의 기묘한 상황과 캐릭터, 미스터리 하면서도 유머 있고 지적이면서 생동감 넘치는 시나리오, 블록버스터 영화이면서 삶의 내면적 문제와 싸우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점 등에 매력을 느껴 흔쾌히 캐스팅에 응했다.
키아누 리브스는 기획 및 리허설 단계에서부터 극중 자신의 캐릭터 설정에 많은 관여를 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 중 상당 부분도 직접 작성했다. 이에, 평소 특유의 센티하면서도 냉소적인 이미지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키아누 리브스는 안티 히어로 ‘존 콘스탄틴’ 역을 맡아 깊은 내면 연기로 콘스탄틴의 고독하고 냉소적인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게다가 자신을 전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매트릭스>의 히어로 ‘네오’와 ‘콘스탄틴’이 인류를 위해 세상을 구원하는 고독한 영웅이라는 점이 일맥상통해 더욱 묘한 인연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콘스탄틴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1

이 세상은 선과 악의 대결을 위한 무대이다

오랜 세월, 신과 악마는 인류의 영혼을 놓고 내기를 하고 있었다. 양쪽 세력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데땅뜨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 현재까지도 그 내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내기의 내용은 이것이다.
인간들이 지상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하고 그로 인해, 죽음 이후의 운명까지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
이 내기에는 조건이 있다.
인류의 자유 의지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지 않는다.
대신 매개적 존재를 통해 인간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콘스탄틴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2

신과 악마의 매개체, 완전한 악마도, 완전한 천사도 아닌 그들은 '혼혈족'이라 일컬어진다

혼혈족들은 지상에서 아주 착하게 혹은 아주 악하게 살았던 인간들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인간이었을 때의 영혼을 고스란히 가지고 인간의 형체로 또다시 지상으로 보내진 것. 평범한 인간의 외모를 한 이들은 쉽게 인간 세계에 섞여 들어가 그들의 임무를 수행한다. 인간과 똑같은 생활을 하지만, 그들의 정신 세계는 인간과 비교가 안될 만큼 지혜롭다.

콘스탄틴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3

그리고 존 콘스탄틴이 존재하고 있었다

존 콘스탄틴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일반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과는 다르다. 그에게 이 세상은 인간으로 가장하고 인간들 틈에 숨어사는 사탄의 혼혈족들이 득실대는 세상이다. 콘스탄틴은 어린 시절부터 그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이 능력은 곧 저주였다. 이 끔찍한 저주에서 벗어나고자 자살을 시도했던 그는 원하던 영혼의 평화 대신, 2분간 지옥을 견학한 뒤 다시 인간 세계로 내던져진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닫는다. 생이 끝났을 때 자신이 갈 곳은 지옥뿐임을. 그래서 그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악마들을 지옥으로 돌려보내서 자신에게 닫혀져 있는 구원의 길을 열어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얻으려 하는 것이다. 그는 영웅이 아니다.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마와 대결하고, 그 노력이 결실을 거두지 못하자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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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장윈청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0월
품절


편집자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농촌에 사는 17살의 청년입니다. 저는 남자이긴 하지만 남자에게는 좀 어울리지 않는 심정으로 살아갑니다.
가을에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이따금 슬프고 괴롭습니다. 이럴 때면 제가 곧 동면에 들어가는 작은 곤충처럼 느껴집니다. 겨울을 목전에 두고 가슴속에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이 가득 차 있는….
제가 병에 걸린 지도 벌써 14년이 지났습니다. 이 14년 동안 저는 그 절반의 시간을 고통으로 보냈습니다.
3살 때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사방을 맘껏 뛰어다니며 노는데, 저는 잠시 걸었다, 또 잠시 쉬기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세심하신 저희 부모님은 그런 저를 발견하고, 제 병을 고치기 위해 동분서주하셨지요. 그런데 당시에는 의학 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않아 끝내 시원스러운 결론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검사들을 종합해보면 제 병은 근육병, 그중에서도 진행성 근이영양증일 가능성이 컸습니다. 제 셋째형은 저보다 먼저 근이영양증에 걸렸습니다. 우리는 같은 병에 걸린 겁니다….
14년이 지난 지금, 저의 병은 좋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져서 이제 일어서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지난 일을 돌아보면 정말 수만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4년 전만해도 저는 담을 의지해서나마 꽤 멀리까지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단 반 발자국도 걷지 못합니다. 제 자신도 감히 믿기 힘든 일입니다….
여름이 오면 저는 무더운 날씨에 극도로 갑갑함을 느낍니다. 당장 두 다리로 이 덥고 답답한 방을 뛰쳐나가 차가운 바닷물 속에 뛰어들고 싶습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바닷물에 제 몸을, 제 타오르는 마음을 적시고 싶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책가방을 메고 즐겁게 학교에 가는 걸 볼 때마다 저는 한없이 부럽습니다. 그들과 함께 학교에 가고, 책을 읽고, 놀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다리는….-.쪽

저는 그저 방 안에 눌러 앉아 갈망하는 눈으로 바깥을 바라볼 뿐입니다. 저는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와 셋째형은 죄수만도 못하구나!'
우리는 무기형을 언도받은 죄수입니다. 한평생 풀려날 기약이 없는…. 우리는 영원히 이 좁은 '감옥'에 갇혀 살아야 합니다.
어느 해 겨울, 한번은 어머니가 안방에 앉아 삯바느질을 하시다가 제게 곁채에 가서 가위를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만 해도 걷는 게 어렵지 않았던 저는 방을 나와 땅바닥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런데 겨우 몇 걸음만에 불쑥 튀어나온 흙더미에 채여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습니다. 얼굴에선 피가 났고 저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안고 달래며 말씀하셨죠.
"애야, 울지 마라. 내일 엄마가 땅에 시멘트를 발라줄게."
그 말을 듣고 저는 더욱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저희집 형편으로는 시멘트 한 푸대를 살 돈조차 마련하기 어렵다는 걸. 과연 시멘트로 땅을 바르기까지는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지금은 평평한 시멘트 바닥이 깔려 있지만, 이미 저는 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말 그 위를 걸어보고 싶은데….
그때가 떠오를 때마다 저는 큰 소리로 울고 싶습니다. 영영 일어서지 못하게 된 걸 생각하면 몇 날 며칠을 울고만 싶습니다.-.쪽

예전에 비해 지금 제 몸은 눈에 띄게 약해졌습니다. 전에는 들 수 있던 베개도 지금은 들지 못합니다. 전에는 나를 수 있던 벽돌도 지금은 나르지 못합니다. 그리고 전에는 당길 수 있던 활도 지금은 당기지 못합니다. 며칠 전, 둘째형이 돌멩이를 장전해 쏘는 총을 어렵게 사서 집에 가져왔습니다. 둘째형은 무척 기뻐하며 제게 그것을 선물했습니다. 저도 근사하게 생긴 그 총이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총을 손에 쥐자마자 저는 마음이 서늘해졌습니다.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저는 정말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둘째형 앞에서 부끄럽기도 했거니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걸 가족들에게 들킬까 염려스러웠습니다. 그런 제 자신이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전신의 근육이 각기 다른 속도로 마비된 끝에 저는 드디어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적막할 때면 저는 애청곡인 '두 샘물에 달이 비치고(二泉映月)'를 듣습니다.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을 따라 온갖 느낌들이 교차합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우리의 병이 어느 정도까지 진전될지 한 번도 말씀해주신 적이 없지만, 우리는 이미 마음속으로 전부 짐작하고 있습니다.-.쪽

저는 일찍부터 죽음을 염두에 둬왔고 유서까지 다 생각해놓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제가 죽는 게 무슨 소용이 있지요? 가족들에게 슬픔만 더 보탤 뿐이지 않나요? 그리고 저는 이제 겨우 17살입니다. 알고 싶은 게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면 저는 정말 죽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죽음은 일종의 무능함의 표현입니다. 누구든 무능하지 않다면 멀쩡히 잘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의 숱하디 숱한 고난과 맞서 싸우면서 말이죠. 무능한 인간만이 죽음을 택해 자신에게서 해탈합니다.
저는 무능한 인간이 아닙니다. 저는 죽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 있으면 반드시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저의 이상은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겁니다. 이 이상은 제게 다소 지나친 것이겠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 앞에 놓인 길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난과 불운이 있으리라는 걸. 하지만 저는 세상에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을 굳게 믿습니다.
아침 해가 천천히 솟아오를 때는 제가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밝은 달이 소리 없이 나뭇가지에 걸릴 때도 제가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살아 있기만 하면 이 사회를 위해 뭔가 기여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도 비록 정상인과는 다른 방식이라더라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두 다리가 없다면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눈이 없으면 음악가나 연주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모두가 역시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이 아닐까요?
비바람을 겪지 않으면 무지개를 보지 못합니다.
세상의 모든 장애인 친구들, 우리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갑시다. 운명의 비바람을 겪고서 성공의 무지개를 봅시다. 모두 힘을 내봅시다.

1995년 6월 장윈청-.쪽

1998년 여름이었다.
한 글친구가 내게 진행성 근이영양증에 관한 자료를 우편으로 보내주었다. 나는 그것을 읽은 뒤에야 비로소 내 병의 심각성을 똑똑히 인식할 수 있었다.

진행성 근이영양증은 본래 근육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유전성 질병이다. 선천적인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세포막의 기능 이상으로 근원섬유(筋原纖維)가 파열, 괴사됨으로써 근육 질병이 발생한다. 그 주된 임상적 특징으로는 대칭을 이루는 신체 부위들 속에 있는 근육?群)의 진행성 무력화와 위축을 들 수 있다. 임상에서는 시험적으로 갈란타민, 근육 재생 주사제, 근육 세포 이식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병의 진전을 막을 수는 없다. 유전자 치료는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

이 자료를 다 읽고 나는 삽시간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 병이 불치의 병이라니! 병이 발전하는 것도 막을 수 없다니! 나는 천천히 죽어갈 것이다. 병의 고통을 고스란히 다 겪으면서….-.쪽

나는 울고 싶었지만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죽기 전의 광경이 떠올랐다. 폐 근육의 무력증으로 숨이 막힌 나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고, 가족들은 그런 나를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마지막에 나는 대뇌의 산소 결핍으로 눈을 부릅뜬 채 죽어간다…. 나는 정말 무섭고, 또 무서웠다. 몇 년이라도 더 살면서 인간 세상의 기쁨을 누리고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
하지만 병은 나를 데려갈 것이다. 너무도 빨리, 성공의 환호를 올리기도 전에 날 데려갈 것이다. 그러면 가족들은 나로 인해 마음 아파할 것이다. 나는 그들을 울리고 싶지 않다. 그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나서 이렇게 삶을 마감해도 된단 말인가?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
사람의 일생에서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다.
삶은 단 한 번뿐이기에. 특히나 나처럼 '암 아닌 암'에 걸린 환자에게는 더욱 더 소중하다. 슬픔과 실의에서 벗어난 뒤, 난 반드시 현실과 맞서야 한다!
병은 이미 걸린 것이니 울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남은 생을 허송세월하느니 차라리 힘껏 싸우리라!
내 이 싸움이 이상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할지라도 난 진심으로 그것을 원한다. 왜냐하면 그건 어쨌든 헛되이 시간을 내버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쪽

사람들은 보통 체력을 잃으면 폐인이 되고 존재의 가치를 잃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의 가치는 건강한 신체의 유무에 있는 게 아니라, 진취적인 정신의 유무에 있다. 건장한 신체를 갖고서도 진취적이지 못한 사람은 걸어다니는 시체나 다름없다. 진취적인 마음을 품고 운명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면 나보다 더한 장애라도 문제 될 게 없다. 체력 없이도 나는 영혼의 힘으로 삶에 맞서고 풍랑과 싸울 것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생의 길이는 상대적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인력으로 연장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생의 폭은 무한하다."
그렇다. 두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똑같이 수십 년을 산다 해도, 그들의 삶의 질까지 똑같으리라는 법은 없다. 한 사람이 전원에 묻혀 먹고 마시는 걸로 일생을 허비하는 데 반해, 다른 사람은 동분서주하며 자신의 꿈과 빈곤에 시달리는 타인을 위해 필생의 정력을 바칠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의 길이는 분명히 다른 사람보다 길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있는 힘껏 내 인생의 폭을 넓히고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 평생의 정력을 다 소진하더라도 꿈의 실현을 위해 싸우고 타인을 위해 일할 것이다!
간혹 이런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아마 나의 병은 신의 의도적인 계획일지도 모른다고. 이런 방식으로 내가 공부할 결심과 시간을 갖게 하고 이상을 위해 싸우게 한 것이다. 만약 내가 지금도 바깥을 걸어다닐 수 있다면 다눠 형님을 사귀지도 못했을 테고, 이렇게 열심히 이상을 위해 매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나는 내 병에 대해 아무 원망도 하지 않는다.
단지 책을 마치고, 꿈을 이루고, 타인을 위해 어느 정도 공헌할 수 있다면, 그리고 전동휠체어를 사서 다시 자유를 찾고 아름다운 삶을 껴안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쪽

누군가 내게 최근 몇 년간 왜 그토록 줄기차게 공부하고, 글을 쓰고, 필사적으로 싸워왔는지 묻는다면, 나는 한마디 말로 내 정신적 지주를 말하고 싶다.
"나는 헛되게 살 수 없다!"
내가 공부도 하지 않고 추구하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날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를 폐인이라 생각하고, 장애인은 평범하고 아무 성과가 없는 게 당연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왜 성과가 없어야 하는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건강한 신체가 아니라 건강한 정신이다. 강인한 의지로 성공과 현실 사이의 높은 장벽을 넘고, 불굴의 존엄성으로 삶의 다채로운 빛깔을 만들 수 있다.
나는 걷지도 못하고 한 근 무게의 물건도 들지 못하지만, 내 손은 아직 펜을 쥘 수 있다! 내 눈은 아직 밝고 내 마음은 아직 이상을 동경한다. 이것만으로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어떤 성과를 거두기 위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이 세상에 헛되이 태어난 게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이상을 향한 매진을 해야만 한다.
미래에 대한 내 자신감이 가득한 것은, 고난 앞에서 머리 숙이지 않는 용기만 있다면 시공(時空)이 뒤바뀌고 어떤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결국 무사히 성공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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