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어떤 완전한 힘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일상의 삶 속에 그대로 잠들어 있는 감성들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자극제일 수 있다. 나는 그 감각들이 우리에게서 저 내면의 노래를 흘러나오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장그르니에 ‘섬’중)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감각의 샘을 솟아나게 하는 데는 아무래도 여행이 제일이다. 박정대 시인이 쥐어뜯는 <아무르기타>(문학사상사.2004)를 들으며 먼 곳으로 떠나보자.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에 세네갈이라는 나라가 있지?//거기서 대서양 쪽으로 보면 카보베르데라는 작은 군도가 보여//선 빈센트 섬이라고, 지도엔 이름도 안 나오는 섬의 만델로라는 항구도시에서 태어나 생의 절반을 보낸 세자리아 에보라라는 여가수의 <카페 아틀란티코>라는 음반이 있어//......//...... 나 나이 들면 만델로라는 항구도시를 찾아가 아틀란티코에 머무르면 어떨까 하는 꿈 같은 생각을 했단다, 같이 갈래?”(‘어제’)

같이 가자고 해놓고선 시인 혼자 ‘어제’ 서아프리카의 외딴 섬 카보베르데로 향했다. 이건 배신이다. 그러나 시인이 찾는 ‘그대’는 섬에 없다.

“누가 고독을 발명했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들이 다 음악입니다/......//그대를 꿈꾸어도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없는 마음이 여러 곡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저녁입니다/음악이 있어 그대는 행복합니까 세상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음악이 되는 저녁,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그대의 발명’)

어머니의 품 안에서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듯 그리움은 사랑의 악보를 만들어냅니다. 고독의 악기를 퉁기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제 너무 낡은 기타 하나만을 가졌네/내 낡은 기타는 서러운 악보만을 기억한다네/쏟아지는 햇살 아래서/기타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면/가응 가응, 나의 기타는/추억의 고양이 소리를 낸다네”(‘내 낡은 기타는 서러운 악보만을 기억하네’)

낡은 기타를 메고 섬사람들이 노예로 팔려간 포르투갈로 가야겠다. 거기서 듣는 파두의 애절한 목소리가 초소의 눈발처럼 지척지척 적셔든다.

“파두 듣는 밤, 비에 젖고 눈에 묻힌 봄밤/백 년 동안의 고독이 비 내리다 눈 내리다 지쳐 이제는 파두, 파두, 파두, 소리치며 나에게로 쏟아져오는 고독의 흙밤//밤하늘엔 여전히 아물지 못한 별빛들 당나귀 여린 발자국처럼 빛나는데 강을 건너 사막을 지나 내 영혼의 天體와 심장의 천막을 펄럭이게 하며, 독감 같은 사랑이 왔네//내 사랑의 大地 위로 인플루엔자 같은 고독이 찾아왔네”(‘당나귀 여린 발자국으로 걸어간 흙밤’)

사랑이 왔을 때 신열 같은 고독도 함께 찾아왔다. 진흙길을 딸랑딸랑 걸어가는 당나귀의 맑은 눈망울이 지상의 사랑노래를 불멸의 하늘 위로 아름답게 수놓을 것이다.

"그날 불멸이 나를 찾아왔다//......//나도 언젠가는 저 별들에게로 돌아갈 것이므로, 나도 언젠가는 불멸인 것이다//그리고 우리가 먼 훗날, 태양이 식어가는 낡고 오래된 천막 같은 밤하늘의 모퉁이에서 서러운 별똥별로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 살아 있으므로, 나는 불멸이 아니라 오래도록 너의 음악이다//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사랑이 아니더라도 나를 꿈꾸어다오“(‘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그 사이 시인은 사막을 지나 몽골초원을 거쳐 아무르강에 이르렀다. 모든 흐르는 것들은 다 음악이 된다. 어머니의 젖꼭지에서 발원한 물이 대지를 적신다. 그 물에 닿지 못한 그리움은 사랑과 고독의 섬이 되리라. 오래도록 끊이지 않는 불멸 혹은 적멸의 노래되어......

[북데일리 김연하 기자] fargo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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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윤기 기자]
 
▲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 표지
ⓒ2006 사이언스북스
<희망의 밥상>.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가 쓴 음식에 관한 책이다. 그냥 음식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먹을거리와 지구생태, 지구환경, 빈곤, 가난, 농약, 유전자조작, 학교급식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제인 구달은 이 책을 쓰는 동안 여러 사람으로부터 "왜 음식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하는가?"하는 질문을 받았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녀는 돈벌이를 위하여 침팬지를 뒤쫒는 사냥꾼들과 열대 밀림을 훼손하는 벌목회사들 때문에 서식지를 잃어가는 침팬지들을 구하면서 침팬지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 사람들이 날마다 먹는 음식과 뗄 수 없는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와 반대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어가는 미국과 유럽 사람들을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물과 식량을 얻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는데 침팬지만 돕고 있을 수 없었다고.

사람과 침팬지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기 위하여, 또한 경제적 이익만을 좇아 지구상에서 생명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는 파국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하여,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지금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미 번역 출간된 비슷한 책으로 경영학자인 제레미 레프킨의 <육식의 종말>, 채식주의자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존 로빈스 <음식혁명> 등이 있다. 이들 책과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의 공통점은 모두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고, 모두 두껍다는 것이다.

이 세 권의 책 중에서는 <희망의 밥상>이 450여 쪽으로 원래는 가장 덜 두꺼운 책이다. 그렇지만, 그냥 눈으로 보기에는 가장 두꺼워 보이는데 그것은 재생용지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출판사에 확인해보았더니 역시나 "책의 내용과 환경을 생각하는 제인 구달의 마음을 담는데 재생용지가 더 맞을 것 같아 독자들이 책이 두꺼워 선뜻 구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독자들이 책의 두께 때문에 지레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자 역시 두께에 비하여 책을 빨리 읽었다는 느낌이 들어 확인해보았더니 앞서 나온 두 책에 비하여 오히려 책의 분량은 적었다. 그렇다고 하여 절대로 내용이 두 책에 비하여 미흡하거나 부족하지는 않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인 만큼 훨씬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토양의 오염, 유전자 조작 씨앗, 공장식 사육농장, 양식으로 폐허가 된 바다, 유기농 농산물, 채식주의, 농산물 장거리유통, 지역농산물 소비, 학교급식, 패스트푸드, 물위기 등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환경문제를 빠짐없이 짚어내고 있다. 앞서 나온 책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는데 그쳤다면 제인구달의 <희망의 밥상>은 문제를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유전자 조작(GMO) 씨앗과 회원제 유기농 유통구조, 그리고 학교급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소개였다. GMO표시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은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여러 나라에서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의 표시의무화 주장에 대하여 거대 농산업자본의 반대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들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먹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GMO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을 제외한 많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GMO 농산물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러기는 유전자를 변형시킨 케놀라보다는 순수한 케놀라를 더 즐겨먹는다."

"빌 래시멧이라는 농부가 기르는 젖소들은 유전자 변형을 한 옥수수와 보통 옥수수를 다른 여물통에 담아서주면 보통 옥수수를 가려서 먹어치운다."

"또 다른 농부에 따르면 돼지는 여물통에 유전자 변형 작물을 넣어주면 평소처럼 먹지 않는다."

농부들에 따르면, 유기농으로 곡물을 재배하는 밭을 습격하는 너구리는 있어도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하는 밭을 습격하는 너구리는 없었으며, 또 다른 농부는 사슴 마흔 마리가 자신의 콩밭에서 콩을 먹어 치웠는데, 길 건너에 있는 몬산토의 라운드업 레디 콩(GMO 콩)을 기르는 밭에서 콩을 따 먹는 사슴은 한 마리도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심지어 쥐들도 유전자 변형한 곡물은 먹지 않으며, 쥐들은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된 GMO 토마토를 먹고 위에 손상을 입거나 죽기도 하였다고 한다. 다른 실험에서는 GMO 옥수수를 사료로 먹은 닭은 일반 옥수수를 먹은 닭에 비하여 두 배나 많이 죽었다고 한다.

결국, 동물세계에서 본능적으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구분할 수 없는 것은 사람만이 유일하며, 사람에 의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유전자 변종 농산물과 축산물이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동물들은 유기농산물만 골라 먹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동물들은 유전자 조작 뿐만 아니라 유기농산물도 뛰어난 후각과 미각으로 구분한다고 하는 사실이다. 코펜하겐 동물원의 "맥과 침팬지에게 유기농 바나나와 비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유기농 바나나만 먹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침팬지는 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껍질까지 통째로 먹지만 비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본능적으로 껍질을 까고 알맹이만 먹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침팬지 역시 토마토, 가지, 우유, 오렌지 주스를 먹이로 주었을 때, 비유기농인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만 먹었다고 한다. GMO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 세계에서는 사람만이 '농산물표시'를 보지 않으면, 유기농산물과 농약과 화학비료에 오염된 농산물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람만이 단맛과 합성조미료와 화학향신료로 인하여 타고난 미각과 후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급식지원조례제정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학교급식에 가장 질 낮은 농수산물이 공급되는 것은 비슷한 상황임을 알려준다. 후진국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못 먹어서이고, 선진국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나쁜 음식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희망의 밥상>에는 구체적인 통계를 인용한 식품오염과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가 가득 담겨있지만, 반대로 한 번에 한 걸음씩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사례들도 여럿 소개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에 맞서는 프랑스 농부 호세 보베로, 유전자조작 농산업의 선두업체 '몬산토'에 맞서 싸운 캐나다의 농부 퍼시 슈마이저, 학교급식에 맛있는 혁명을 일으키는 엘리스 워터스, 영국의 학교급식을 바꾸는 현란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그리고 내 고장 유기농산물을 길러내는 수많은 농부들과 이를 구입하는 수많은 소비자들도 소개됐다.

제인 구달은 "지금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우리가 먹으려는 것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사육되었으며 어떻게 수확되었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우리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최소한의 고기만을 먹는 일이라고 한다. 기자 역시 엄청난 양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사료로 먹고, 1kg의 고기를 생산하는데 1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며, 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하여 소비되는 소고기를 먹는 사람이 말하는 지구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염려는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450여 쪽의 두툼한 책, <희망의 밥상>에 담긴 소중한 통계자료와 세계 곳곳에서 유기농업의 성공과 생명과 밥상을 살리는 수많은 사례를 몇 쪽의 서평에 다 담아낼 수 없어 가장 안타깝다.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제인구달과 함께 "하나 밖에 없는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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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봉렬 기자]
 
▲ 책표지 - 아기 지렁이 꼬물이의 일기
ⓒ2006 한언
비 오는 날 학교 화단을 살펴 보면 반가운 동무들을 만날 수 있어. 새끼 손가락 만한 굵기에 길쭉한 몸통으로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지렁이 말이야. 지렁이는 평소 땅 속에서 생활하다가 비가 오면 땅 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는 거야. 징그럽다고? 아빠 눈에는 예쁘기만 한 걸.

지렁이는 흙 속에 들어 있는 동물의 똥이나, 음식물 찌꺼기, 그 밖의 여러 미생물들을 먹고살아. 그리곤 몸 속에서 적당히 소화시킨 흙을 배설물로 토해 내지. 그런데 그 배설물이 식물들이 살기에 적당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지렁이가 땅 속 여기 저기를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땅 속까지 신선한 공기가 들어 가게 돼. 그래서 지렁이가 많이 사는 곳은 땅이 건강하고 식물들 역시 훨씬 잘 자랄 수가 있대.

지렁이의 이런 특성 때문에 요즘 농촌에서는 건강한 흙을 얻으려고 일부러 지렁이를 키우기도 해. 지렁이는 먹는 걸 가리지 않아. 젖은 종이나 톱밥, 음식물 찌꺼기까지 못 먹는 게 없지. 그래서 지렁이 상자를 만들어 집에서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를 맡기는 가정도 많이 생겼어. 음식물 쓰레기를 건강한 흙으로 만드는 건 지렁이 아니면 못할 일이지.

이처럼 일부러라도 키우는 지렁이지만 비 오는 날 우리 주변에서 지렁이를 만날 수 있는 횟수는 점점 줄어 들고 있어. 우리 주변의 땅이 지렁이도 살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오염된 탓이기도 하고, 지렁이가 살 수 있는 흙 대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땅이 뒤덮여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

지렁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생물이라고 말 해도 여전히 지렁이를 징그럽게만 생각하는 널 위해 오늘 읽어 줄 책이 바로 <아기지렁이 꼬물이의 일기>야. 이 책은 지렁이의 하루 하루를 지켜 보는 동안 지렁이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해 주고, 또 벌레들의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해 줄 거야.

 
▲ 숙제를 먹은 꼬물이가 반성문까지 먹어 버린다.
ⓒ2006 한언
이 책 주인공인 ‘꼬물이’는 간식 대신 숙제 먹기를 즐겨 하는 아기 지렁이야. 거미 친구 ‘툴라’와 노는 걸 좋아하지만, 서로 다른 생김새와 행동 때문에 가끔 다투기도 하지. ‘꼬물이’는 장난꾸러기야. 공원에서 노는 여자 아이들을 놀래키는 걸 즐기지.

‘꼬물이’가 꼽은 지렁이로 태어나서 좋은 점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게 뭔지 짐작이 가니? 첫째 치과에 안 가도 된다. 왜? 이가 없으니깐! 둘째 집안에 진흙 자국을 내고 돌아다녀도 괜찮다. 너희도 그러고 싶지? 셋째 목욕을 안 해도 된다. 어때. 아기 지렁이 ‘꼬물이’와 한번 친해져 봐도 될 것 같지 않니?

‘꼬물이’의 일기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 “지렁이로 산다는 게 늘 편한 건 아니다. 우리는 아주 작다. 게다가 사람들은 땅속에 우리가 산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엄마가 항상 얘기하셨듯이 지구는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

가만 생각해 보면 지구 입장에서는 사람 보다 지렁이가 훨씬 더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싶어. 지렁이보다도 더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 순 없지 않니? 우리도 이 지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 해 보자. 비 오는 날 아기 지렁이 ‘꼬물이’가 도로 위에 나와 있으면 잘 집어서 흙이 있는 곳으로 옮겨 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이봉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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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진영 기자]
 
▲ <일상 속의 깨달음> 겉표지.
ⓒ2006 도서출판 황매
"아버지가 숨을 거두시자 모두들 말없이 아버지의 시신을 둘러쌌다.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위로했지만, 나는 그 시신이 아버지가 아닌 생명 없는 껍데기임을 알고 있었다. 죽음의 위기를 본 나는 진정 인간이란 무엇인지,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밖에 설명할 수 없고 잘못 생각했던 인생의 신비를 어렴풋이 엿보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내 어린 시절은 끝났다. 더 이상 세상은 낙원이 아니었다. 어린 날의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그 대신 고통이 자리잡았다. 인생은 불행의 용광로 같았다.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15쪽)


맑은 아쿠아 블루빛 눈에 가사 장삼을 걸친 표지 사진이 인상적이다. 벽안의 남자 수도자는 몇 권의 베스트셀러로 이미 만났지만, 적어도 필자에게 푸른 눈의 비구니는 낯선 이방인이다.

<일상속의 깨달음>은 호주에서 태어난 예셰 초드론 스님이 자신의 수행록과 함께 불교의 기본 교리를 일상 언어로 정리한 책이다.

예쁜 옷과 남자친구, 성적표, 유치한 공상 등에 빠져 지내던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던 10대 소녀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분노로 가득 차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위축되고 절망에 빠진 동물로 바뀌었다'고 회상하며 티베트 비구니가 된 사연과 과정을 이야기한다.

초드론 스님의 좌절과 불안은 아버지의 죽음에서 시작됐다.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소녀는 삶의 허무를 목도하고, 지독한 상실감으로 자살까지 시도한다. 그녀는 열다섯 나이에 머리를 깎은 뒤, 괴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하다 2년 후 히말라야로 여행을 떠난다.

깨달음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서

믿음의 종교가 아니라 깨달음에 관심을 두게 된 사람들은 흔히 히말라야나 인도의 뿌나를 동경한다. '지금-여기'에서 당장 집착과 번민의 고리를 끊는 것은 많은 용기와 실천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일상적 삶에 눅눅해진 사람들에게 '지금-여기'에서의 각성은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질 뿐이다.

머리도 깎아보고, 면벽도 해보고, 순간순간 자신의 상태를 주시해 보기도 하던 사람들이 뿌나에 가거나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셰 초드론 역시 그런 여행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 책에서 깨달음을 원하게 된 동기를 밝히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 불교에 대해 공부한 내용과 수행 과정을 착실하게 정리해 두었다. 불교에 관심이 있거나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에 관심을 둔 사람들은 불교 이론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스스로 체득했는지 여부에 대해 '알다가도 모르겠는' 경험을 한번쯤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약간의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깨달음에 대해 눈을 뜨는 단계부터 불교를 삶의 태도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일상, 진실한 동정심과 보리심을 지니게 되면 자연스레 누릴 수 있는 행복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믿기 어려운 거창한 설법 대신 일상의 삶에 근거한 영적 수행에 관해 차근차근 읽을 수 있도록 썼기 때문에 다양한 수준의 독자를 껴안을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초드론 스님은 설거지를 하거나 산길을 걸으면서도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고, 몸과 마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정념'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보라고 권한다. 말로는 쉽지만, 사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 소녀가 경험한 십여 년의 수행록이 짧지 않은 까닭은 책의 앞부분 3장 이후 부분에서 불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상서적이나 불교 이론에 관한 책을 자주 접한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수행록으로 느껴져 실망감을 안겨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평범한 수행기가 줄 수 있는 장점을 고려한다면, 불교식 수행과 깨달음에 관심을 두게 된 초심자나 견성해 보겠다고 머리 깎고 다람살라 근처를 굶주린 개처럼 헤매본 사람들, 또 이미 자신이 어느 정도 깨달았다고 생각하며 깨달음의 급수 놀이에 맛들인 '깨달음병 환자들' 모두에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구절들을 선사해 줄 것 같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서양인을 향한 포교용 책자'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불교의 다양한 면을 읽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읽기 쉽다고 이해하기 쉬운 것도 아니고, 머리로 이해하기 쉽다고 온몸으로 실천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어딘가로 탈출하고 싶어질 때마다 한 젊은 여성의 정신 여행기인 이 책을 곁에 두고 틈나는 대로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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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야구선수? 아빠~ 꿈 깨시지!




[한겨레] “싫어! 그 야구 미치광이와 어떻게 살아!”

여름 방학 전날, 반에서 유일하게 모든 과목에서 수를 받는 3학년 시게오에게 엄마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다. 올 여름방학에는 아빠와 지내보라고.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며 집을 나간 인간에게 뭘 배우라고? 무의미해.” 아들은 저항하지만 결국 아빠와 지내러 도쿄를 떠나 에노시마 부근 가타세 마을로 가게 된다. 처음으로 같이 살게 된 아빠는 역시 ‘야구 미치광이’의 모습 그대로다. 서른한살, 언제나 자기 이름 ‘하나오’(花男)를 새긴 야구 유니폼을 입고 다니며, ‘일본 야구의 신’으로 추앙받는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타자 나가시마를 숭배하는 남자. 언젠가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해 5만 관중의 함성속에 9회말 투아웃 주자 만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고, 역전 만루홈런으로 게임을 뒤집어버리는 꿈을 꾸는 남자.

최근 완간된 만화 <하나오>는 서른한살 나이가 되도록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아이같은’ 아빠와, 영악하기 짝이없는 ‘애늙은이같은’ 아들이 만나 벌어지는 동화같은 이야기다. 직업도 없이 동네야구팀을 이끌며 입만 열면 “들어라, 5만 관중의 함성을!”을 외쳐대는 아빠. 그런 아빠를 아들은 이해할수도 없고 인정할수도 없다. 그래서 아빠란 호칭 대신 하나오라는 이름을 부르며 혀를 찬다. 그래도 처음으로 아들과 지내게 된 아빠는 너무나 신이 난다. 어처구니없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아빠의 모습에 아들은 서서히 익숙해져 간다.

아빠와 처음으로 함께 살면서 아들은 조금씩 아빠에 대해, 그리고 야구에 대해 알게된다. 어찌됐든 동네야구의 홈런왕이고, 자기를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조금씩 아빠가 좋아진다. 하지만 가족을 버리고 서른살 넘어서도 거인팀 입단을 꿈꾸는 것만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할 노릇이다. 애초 여름만 같이 살기로 한 것이 1년으로 늘어나고, 아빠와 아들은 티격태격 부대끼면서 1992년 봄을 맞는다.

 
꿈을 그리는 현대판 동화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는 벚꽃이 필 무렵,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간판타자를 잃은 채 시즌 개막을 맞는다. 정체불명의 기분 나쁜 사나이가 아빠를 찾아온 다음날 아빠는 갑자기 아들에게 목적지 없이 떠나는 것이 여행의 진수라고 우기며 갑자기 여행에 나선다. 여행 도중 아들은 처음으로 자기의 꿈을 이야기한다. “하나오랑 같이 말이야, 집을 짓고 말이야, 그리고 셋이서 사는 거야. 엄마랑 같이. 그게 바로 내 꿈이야!” 그리고 아빠는 아들을 엄마에게 데려다주고는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얼마 뒤, 시게오는 라디오에서 믿을 수 없는 뉴스를 듣는다.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서른두살짜리 선수를 신인으로 뽑았다! 아빠가 정말로 프로야구 선수가 된 사실에 시게오는 “이건 꿈일거야!”를 외친다. 과연 아빠의 꿈은 이뤄진 것일까?

<하나오>는 ‘꿈’을 그리는 현대판 동화다. 영악한 아들 시게오는 몸은 어린이지만 정신은 꿈을 잃어버린 어른이고, 어리숙한 아빠 하나오는 어른이지만 꿈을 간직한 어린이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 마음을 열고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지은이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꿈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오>를 그린 마쓰모토 다이요는 국내 만화팬들에겐 친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90년대 후반 <핑퐁>이란 작품으로 알려진 그 작가다. 도리야마 아키라우라사와 나오키 등이 철저한 분업과 협업 시스템으로 깔끔하고 정교한 그림을 앞세워 치밀하게 기획한 대중적인 만화를 만들어내는 일본 만화의 주류 흐름을 대표한다면, 마쓰모토 다이요는 그 정반대로 자기 혼자서 작업하며 기괴할 정도로 독창적인 그림,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으로까지 보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만화왕국’ 일본 만화의 힘이 <드래곤 볼>이나 <몬스터>처럼 치밀한 대중적 상업만화들과 함께 작가주의적인 온갖 형식의 만화가 공존하는 ‘다양성’에 있다고 평할 때, 이 ‘다양성’을 상징하는 만화가로 꼽히는 이가 마쓰모토 다이요다. 1998년 ‘일본만화사상 가장 훌륭한 만화 50편’을 선정한 한 설문조사에서 마쓰모토 다이요의 작품 가운데 <핑퐁>과 <철근콘크리트> 두 편이 뽑힌 바 있다.

일본만화의 다양성 대변

마쓰모토는 자로 긋는 직선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손으로 그리는 펜선 그림만으로 만화를 그린다. 그의 작품에서 직선은 그림칸 네모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만화 곳곳에 낙서를 넣고(<하나오>에는 이 낙서 해설이 따로 실려있다), 그림 안에는 뜬금없이 타조나 홍학, 우주선, 이스터섬의 거석상같은 것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다른 만화가들이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을 그리는 데 모든 것을 쏟는다면, 마쓰모토 다이요는 그리는 사람 자신이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는데서 만족을 얻는 스타일이다. 워낙 독특해 “일본 만화를 포유류에 비유한다면 그의 만화는 파충류”라는 평을 듣는다. 그래서 일부러 못그린 듯 자유분방한 그림은 다른 만화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인 동시에 다른 만화들과 너무나 달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장애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읽다보면 한 컷 한 컷이 각각의 회화같은 그의 만화만의 맛, 그리고 밝고 유쾌한 이야기의 재미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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