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고 싶었던 소설이었는데, 읽게 되어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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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다. '짝퉁'이라는 이름으로 옷이며 의약품 따위가 자연스럽게 진짜를 대신하고 있다. 욕망은 어떨까? 유애숙의 <장미 주유소>는 욕망 또한 가짜가 진짜를 대체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가짜 욕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눈을 의식해 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현재 살고 있는 18평형 빌라가 마음에 든다면 계속 살면 된다. 그럴 때면 친구들이나 자신보다 수입이 낮은 부하직원이 32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어도 상관할 바가 없다.

하지만 가짜 욕망이 발동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48평형 아파트를 사기 위해 대출까지 받는다. 그렇게 살아야 만족스럽다는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명품이나 보석을 생각해보자. 무리해서라도 그것들을 구입하는 것 또한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 또한 가짜 욕망의 한 모습이다. 타인이 어떻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진실한 마음을 정복하고 만 것이다. 그런 뒤에 인간은 어떻게 되는가? 유애숙은 '명문아파트'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용자는 동경하던 신 여사와 같은 아파트에 살기 위해 남편의 뜻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모아 이사를 감행한다. 자신도 신 여사의 말마따나 '꿈결'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앞뒤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이사하고 보니 뭔가 뒤틀렸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다시는 살고 싶지 않다, 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집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용자는 참아보려고 했다. 이곳에 살면 자신도 신 여사처럼 멋진 인생을 살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용자로서는 기가 막히게도 신 여사 역시 '가짜'였다. 그녀의 고상한 삶도 실상은 가짜였던 것이다.

이것을 안 용자를 누가 위로해줄까? 없다. 되레 비웃을 뿐이다. 소설의 한바탕 소란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런데 ‘욕망’만 가짜가 지배하는 건 아니다. ‘사랑’은 어떨까? 유애숙은 욕망만큼이나 사랑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그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공교롭게도 소설은 이 대목에서 ‘판타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멀쩡한 순수문학을 판타지라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애숙은 욕망과 달리 사랑은 가짜를 폭로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진짜 사랑’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런데 진짜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기대는 숨결’에 등장한 사랑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속이는 것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이별클리닉’처럼 이별까지도 용서하며 사랑할 줄 아는 것을 말하는가? 그도 아니라면 ‘돌아오라 소렌토로’처럼 죽은 아내에게 ‘끝까지 사랑합니다’라고 속삭이는 것인가?

이 모든 사랑은 나름대로 멋진 감각을 지녔다. 허나 동시에 ‘진짜’가 되기에 부족한 점도 있다. 만약 당사자를 위해 속이는 것을 몰랐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사랑은커녕 배신감만 떠오를 뿐이다.

그럴 때 누가 사랑을 운운할까? 이별까지도 용서하는 사랑은 어떤가? 그것은 일방적인 사랑이 되고 만다. 죽은 아내에게 대한 사랑의 속삭임은 어떨까? 현실에서 붕 떠 있다. 옆에서 핀잔주는 어머니 말처럼 인생이 그런 게 아니다. 이는 유애숙 스스로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유애숙은 꿋꿋하게 진짜 사랑을 찾고 있다. 그렇기에 <장미 주유소>는 판타지다. 도대체 진짜 사랑이 어디 있기에, 요즘 누가 그런 것을 중요시 하냐고 묻는 시절이기에 진짜 사랑을 찾는 행보는 판타지의 여행일 수밖에 없다. 절대적인 힘이나 고대의 마법 책을 찾는 것보다 더 아슬아슬하고 긴장된, 가슴 속 깊은 곳을 두드리는 울림을 지닌 판타지의 서사시인 것이다.

<장미 주유소>에는 결말이 없다. 독자에게 스스로 선택해보라는 듯 다양한 사랑들을 보여줄 뿐이다. 아니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이제 모험이 시작됐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장미 주유소>는 이제 1부에 불과하고 앞으로 모험은 계속 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어느 해석이 더 구미에 당기는가? 정답은 없다. 남들 시선 의식 않고 진짜로 끌리는 쪽에 손을 들어주면 된다. 사랑을 고르거나, 아니면 앞으로의 모험에 동참하거나 하면 된다. 어쨌든 간에 ‘장미 주유소’는 ‘가짜’가 판치는 세상을 벗어나 ‘진짜’를 찾으러 떠나는 사람들의 기운을 한껏 충전시켜주는 곳임에는 틀림없으니까.

/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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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아은 기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남녀가 온 얼굴에 피어싱을 하고 오토바이를 탄 채 지나가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회사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오던 길, 오후 1시 5분 전, 조금 있으면 다시 시작될 업무의 기운이 스멀스멀 나를 감싸고돌기 시작하던 나른한 오후였다.

남자의 허리에 손을 감고 있던 뒷좌석의 여자가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가면서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웃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도 행복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지만 그들의 영상이 뇌리에 새겨져 나의 기나긴 오후를 가득 채웠다.

 
ⓒ2006 해냄
'일탈의 유혹'이 강렬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화장을 하고, 만원 전철에 끼어서 허겁지겁 회사로 향하는 우리네 일상도 사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정반대의 색채로 바뀔 수도 있다.

이를테면 내가 진정 원하기만 한다면 나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그 남녀처럼 빌딩이 즐비한 시내 한복판을 오토바이로 시원하게 가로질러 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백 퍼센트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 그것은 간단하다. 지금 내가 영위하고 있는 많은 것들, 내가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지위, 수입,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들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일은 멀리 갈거야>는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한 커플의 영상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이즈미, 한 번 감정에 빠져들면 상대방에게 무섭게 집착하고 모든 것을 내어주게 된다. 그런 사랑이 지나갈 때마다 이즈미는 이별을 감당하지 못하고 일탈을 감행한다.

...노부테루가 나한테서 멀어져간다. 그런 생각을 하자 현실감이 점점 희박해졌다. 평형 감각마저 이상해졌다. 가스 요금을 내러 가서 아무 생각 없이 은행 봉투를 몇 장씩이나 들고 오는가 하면, 생리대를 사러 약국에 들렀다가 구취 제거용 알약을 훔쳐온 적도 있다. 역으로 가는 길을 잘못 들어 상행선과 하행선도 구별 못하게 되었다. 그런 상태를 위험하다고 느낀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나 자신이 망가져 가는 공포를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장소는 어디라도 좋았다. 노부테루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만 있다면. 보고 싶어져도 그 마음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을 만큼 먼 장소. 자전거가 아니라 롤러 블레이드여도 좋았고, 도보라도 상관없었다. 이제까지의 내가 해내지 못할 것 같았던 일이라면, 그리고 모두 끝난 후에 무언가를 극복했다는 기분이 들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았다...


이즈미는 이별로 망가져 가는 자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처없이 떠나고, 떠난 곳에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역시 같은 패턴으로 사랑하게 되고, 다시 이별하게 되는 이즈미. 그리고 다시 떠나고, 다시 사랑하고. 나중에는 떠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 섹스와 마약에도 탐닉하게 된다.

사랑에 집착하는 한 여성이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면서 이별을 감당해내기 위해 마약과 섹스에 탐닉해간다는 이야기가 왜 독자에게는 맑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이즈미가 생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즈미가 '미래'라는 불확실한 영역에 전혀 시선을 주지 않고 현재의 삶에 모든 것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즈미에게는 항상 현재만이 있다. 현재 먹을 것, 현재 사랑할 것, 현재 즐길 것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없을 때는 없다는 것을 잊을 수 있는 다른 방편, 예를 들면 여행 같은 것을 도모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만일 '미래에 대한 염려'라는 부분만 인간의 뇌리에서 떼어내 버린다면 인간은 누구나 이즈미처럼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로 인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다채롭고 재미있는 인생을 펼쳐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머리를 물들이고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거리로 나아가지 못할 이유가 달리 있겠는가.

쿨하고 미련 없는 젊은이의 연애사를 그린 이 책은 전형적인 일본의 트렌디 소설이다. 청결하고 세련된 문장들이 단번에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의 대표작가군을 떠올리게 한다. 쇳조각 같은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내밀고 싶다. 톡 쏘는 콜라 같은 청량감을 선사할 것이다.

/정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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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용관기자]

내가 낸 아이디어를 말재주만 뛰어난 직장 동료가 가로채 간 경험이 있는가? 협상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왠지 이용만 당했다는 낭패감이 밀려온 경험이 당신에겐 없는가?

“왜 아니야, 있지!”라고 소리치게 된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교육학과 범죄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의 이 유별난 책은 현지에서도 반가웠던가 보다. “80%는 선한 인간으로, 20%는 메피스토처럼 살라. 스트레스는 멀어지고 성공은 가까워진다”(독일 유력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이 책을 읽은 당신은 비열함에 단호해지고 유약함에 등돌리게 될 것이다”(세계적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페페로니는 주로 유럽 식단에 오르는 매운 고추의 이름이다. 책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내 안에 숨어 있는 20% 매운 맛을 찾아라.” 고지식하고 선량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면전(面前)에서 싫은 소리를 못한다. 힘에 부쳐도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잖아”라고 자위하며 참고 또 참는다. 그러나 사회생활은 그렇게 순진하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이 책은 우유부단하고 선량한 보통 사람들에게 양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당신이 얼마나 ‘매운’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책은 ‘페페로니 지수 테스트’라는 걸 제공한다.

자신의 ‘공격 성향’ 수준을 파악했다면, 이제 실전 지침이다. 우선 방어용 화법을 익혀야 한다. “방금 하신 말씀, 정말 흥미롭군요. 그런데 그 말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같은 거다. 불평꾼·패배자·회의주의자들은 멀리해야 한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겠다고 어울려 봤자 그런 이들과 한통속이라는 이미지만 만들어질 뿐이다. 그리고 나쁜 소문에는 일말의 주저 없이 즉각 대응해야 한다. 눈빛으로 제압하는 건 비(非)언어적 방어 전략 중 최선의 방식이다.

보다시피 이 책은 속된 말로 ‘물러 터진’ 조직원을 위한 조언으로 시종일관하고 있으며 아주 설득적이다. 다만 당신이 이미 충분히 공격적인 사람이라면 굳이 읽지 마시길. 안 그래도 팍팍한 세상이니.

(신용관기자 qq@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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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태훈기자]

2004년 영국 도서상을 받았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선정한 ‘최고의 문고판 소설 베스트 10’에 오른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의 세번째 책. 코난 도일셜록 홈즈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로 전형화된 진지한 탐정소설 구도를 탈피한 이 시리즈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재치있게 풀어가는 탐정소설의 새 전형이란 평가를 받았다. 편안하게 읽힌다고 해서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라고 불린다.

주인공은 35세의 아프리카 여자 음마 라모츠웨. 그녀가 맡는 사건은 살인사건같은 강력범죄가 아니다. “아버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밝혀달라”든가 “미인대회에 나온 여자들의 행실을 파악해 달라”는 것이 그녀가 받는 사건 의뢰다.

사건의 성격이 엽기적이기보다는 일상적인 것들이고 그녀의 사건 해결 방식 또한 보편적 상식과 판단력에 근거하고 있어 독자에게 더 생생하고 실감나게 다가온다. 탐정소설 읽기에 곁들여 소설의 무대인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생활상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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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14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권까지 나온다니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