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유태웅 기자]
'귀농' 아닌'도심형' 텃밭가꾸기를 직접 체험하며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서울 외곽지역으로 예로부터 '먹골배'로 유명한 곳이다. 예전에는 넓은 배밭과 논들이 있던 곳이었는데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해발 80m 작은 야산 경사진 곳의 배밭만 일부 남아 주말농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굳이 덧붙이자면 도심형 주말농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8년에 이곳으로 이사 온 이후부터 줄곧 운동을 겸해 이 야산을 오르내리면서 배밭을 즐겨 찾곤 했다. 사계절을 통해 4월 무렵에 피는 배꽃과 10월 무렵에 농익는 배나무를 동네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원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올해엔 직접 텃밭을 분양받아 여러 과일과 채소를 가꾸고 싶은 마음이 생겨, 2월에 배나무 두 그루와 6~7평짜리 작은 텃밭을 분양받았다. 이 텃밭은 남동향 계단형으로 경사진 텃밭은 총 12개의 작은 이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밭은 배수성을 높이기 위해 고랑을 판다. 이 고랑과 고랑사이가 두둑인데 이렇게 고랑과 두둑을 합해 이랑이라고 한다.
3월엔 해묵은 밭의 흙을 모두 뒤집어 거름을 주었고, 4월부턴 파종을 시작했다. 가능하면 싹이 트는 재미를 맛보려고 모종을 구하지 않고 직접 씨를 심었다. 수박, 오이, 애호박, 토마토, 적상추와 청상추는 씨를 심었고, 감자는 씨감자를 쪼개어 심었다. 딸기는 모종을 4그루 사다가 배나무 밑동 습기가 찬 곳에 심어두었다.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씨앗이 싹트기 시작해 몇 차례 솎아주기를 통해 될 성 싶은 알찬 포기만 가려놓았다. 6월말에 접어든 요즘은 대부분 무성한 줄기를 뻗기 시작하면서 꽃을 피우고 작은 열매들을 달기 시작했다. 6월 둘째 주까지, 상추는 지겨울 정도로 맛보다가 모두 뽑아내 버리고, 그 자리에 고구마 순을 100개 정도 사다가 심었다. 본격적인 장마가 내리기 전에는 조만간 '하지'감자를 수확할 예정이다.
대형서점서 조사해 본 텃밭가꾸기 실용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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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에 구입했던 실용서와 텃밭에 심은 씨앗들. 현재는 씨앗이 모두 발아해 줄기가 자라고 꽃과 열매들이 맺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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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유태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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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부터 서울도심에서 자란 내가 본격적으로 텃밭을 가꾸기 위해선 자료와 정보가 필요했다. 밭을 가꾸는 기본적인 요령이나 작물에 대한 재배력이나 파종시기, 씨앗이 자라고 줄기를 뻗어나갈 때 관리에 필요한 기술 등은 모두 관련 실용서를 통해 얻어내야 했다.
지난 3월, 대형서점에서 주말농장 텃밭가꾸기 초보자인 내가 선택한 실용서의 기준은 역시 초보자들이 쉽게 배울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작물에 대한 재배기술을 손쉽게 터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약 30분 정도 몇 권의 관련 책들을 훑어보다가 내용이 가장 쉬우면서도 사진을 통해 재배과정을 각 단계별로 잘 설명한 책을 한 권 골랐다.
초보자 입장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이 책은 아쉽게도 일본 번역서였다. 물론, 국내 저자들이 내놓은 텃밭가꾸기 실용서도 있었지만, 구매자로서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이 번역서였다. 다른 책들은 가격대비 실용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었다. 초보자가 선택한 것이니 만큼 가장 알기 쉬운 혹은, 정보나 실용가치가 상대적으로 뛰어났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책을 가지고 텃밭을 가꾸다 보니 일본 교토지역을 기준으로 한 작물가꾸기 매뉴얼이 국내지역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책을 번역하면서 국내 상황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편집, 감수를 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텃밭을 가꾸는데 별 무리는 없어보였다. 열매를 맺는 채소들이 서서히 힘찬 줄기를 뻗어내고 수확의 꿈이 꾸준히 영글어 가는 요즘에도 텃밭에 갈 때면 가끔 이 책을 뒤적여 본다.
그러던 중에 지난 4월, 손에 넣은 <내 손으로 가꾸는 유기농 텃밭>((사)
전국귀농운동본부 엮음, 들녘 발간)은 텃밭가꾸기 초보자 입장에서 내가 현재 활용하고 있는 실용서와 직접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특히, 생태적 삶을 위한 귀농총서 17번째 책이라는 소개는, 지난 3월 대형서점에서 상품조사(?)를 했던 같은 분야의 책들과는 컨셉트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생태적 친환경성' 지향하는 텃밭가꾸기 실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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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들녘 |
<내 손으로 가꾸는 유기농 텃밭>은 국내 텃밭에서 많이 심는 작물을 소개하면서도 친환경적으로 거름을 만드는 방법이나 작물재배요령 등을 소개하고 있다. 다른 실용서에서는 다루지 않는 흙과 똥, 곡식과 사람간 형성된 자연의 순환고리에 따라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꾸는 방법을 나열하고 있다.
설탕이나 우유, 식초나 담배꽁초로 만드는 '자연농약만들기', 남은 음식이나 깻묵으로 '거름만들기', 자연의 것을 그대로 활용한 퇴비나 액비만들기 등은 생태적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이를 자연스럽게 활용한 예이다. 이 책은 먼저 땅의 섭리와 작물들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과정에 있어 거름이나 퇴비 등이 미치는 영향 등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 책은 또한, 경험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작물, 어느 정도 기술이나 손이 많이 가는 정성을 요구하는 작물, 누구나 쉽게 지을 수 있는 작물로 크게 나누어 각각의 작물재배력을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텃밭을 가꾸려는 초보자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시간적인 여건에 따라 작물을 골라 재배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다른 관련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재배과정을 확실하게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나 삽화보다는 텍스트 위주로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독자에 대한 시각적인 정보제공이 취약하다. 물론, 세밀화가가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이 텍스트 중간 중간에 삽화처럼 들어있긴 하다.
하지만, 작물의 생성초기부터 과실을 맺기까지 시각적으로 설명해 주는 다른 실용서에 비해 눈으로 보는 실용가치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본다. 주로 조그마한 텃밭을 직접 가꾸는 나와 같은 초보자 입장에서는 그림으로 보는 퇴비나 거름 만들기 과정보다는 실제적인 작물재배법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아예 귀농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나 귀농초보자에겐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아는 것 없고, 물어 볼 사람도 없는 상황엔 역시, 실용서내 계획대로 장마가 오기 전에 감자를 모두 캐내면 그 자리에 장마이후 7월이나 8월부터 겨울 김장용 배추와 무를 기를 요량으로 씨를 뿌릴 생각이다. 요즘엔 수박과 오이, 토마토에서 꽃이 피고 그 꽃에 작은 열매들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씨앗의 생명력과 자연의 섭리에 괜한 신비감을 갖곤 한다.
아는 것도 없고, 물어 볼 사람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텃밭가꾸기 생초보자가 그래도 이만큼 결실을 맺어 온 것은 모두 실용서 덕분이다. 3월에 서점에서 직접 골라 구입한 실용서는 일본 번역서, 4월에 손에 넣어 나름대로 작물재배에 도움을 받은 <내 손으로 가꾸는 유기농 텃밭>은 토종 국산품.
이 두 권의 실용서를 적절히 활용해 텃밭을 가꾸다 보니, 두 권의 책을 하나로 엮어 새롭게 편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땅에 맞는 생태적 유기농 텃밭 가꾸기에 대한 토착성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좀 더 시각적인 배려와 도서의 하드웨어적인 품질을 높여 발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유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