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과 주말연속극 2
문지효 지음 / 자음과모음 / 2003년 12월
절판


남녀 사이의 호감이란 전류는 이렇게 남의 일이 되면 쉽게 감지되지만, 막상 자신의 일이 되면 확신하지 못해 자꾸 안달하게 되는 것인가 보다.-.쪽

"좋아요. 그렇게 하죠."
영진이 흔들림 없는 말투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성우가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기다렸나? 내가 그만 하자고 해주길?"
"기다린 건 아니지만, 우리 계약이 지금 끝나든 3개월 후에 끝나든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차피 드라마 사랑놀음도 마지막 회가 있는 법이니까."-.쪽

"유선아, 예전에 네가 말해줬지? 사랑한다의 반대말…."
"음… 사랑했었다?"-.쪽

영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벨이 울리는 대로 그냥 두었다.
"야, 전화 안 받아?"
"응."
영진은 핸드폰을 내팽개치고는 맥주 캔으로 손을 뻗었다.
"왜? 성우 씨일지도 모르잖아?"
"그 남자 맞아."
"뭐? 너 왜 그래? 충격 먹었니?"
"이 PD님, 왜 그러세요?"
유선과 미연이 걱정스럽게 영진을 보았다.
"지금은 안 받을 거야."
끈질기게 울리던 전화벨이 멈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진은 과감하게 배터리를 빼버렸다.
"야!"
"이 PD님!"
유선과 미연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날 제멋대로 오해한 거, 당분간은 용서 안 할래."
"야, 너 왜 그래? 왜 미연 씬 금방 용서하고, 성우 씨는 안 된다는 거야?"
"미연 씨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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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과 주말연속극 1
문지효 지음 / 자음과모음 / 2003년 12월
절판


정말 여기서 내 인생이 끝나면 어쩌지? 여기서 죽는다면 난 너무 억울해. 스물여덟밖에 안 먹었다고. 안 해본 것들도 너무 많아.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한 번 못 갔다 왔어.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도 못해봤고 그 흔한 키스 한 번 못해봤어. 그 흔한 키스 한 번도. 내 운명이 여기서 끝난다면, 만약 그렇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노련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대담하게도 천천히 성우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여자, 뭐 하려는 거지!
어둡지만 둘의 몸이 찰싹 붙어 있었기에 성우는 그녀의 움직임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뜨거운 뺨이 자신의 차가운 뺨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련한 그녀의 숨소리가 더 가까이 전해져왔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 근처에 와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그녀를 뿌리쳐야 했다. 이성은 그렇게 성우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성우는 열흘 전처럼 욕망과 싸우고 있었다. 정말 우스운 일이지만 그는 다가오는 그녀의 입술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성우의 이런 갈등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그녀가, 드디어 그에게 입을 맞췄다. 엄밀히 말하면, 단지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사뿐히 갖다 댄 것뿐이었다. 단순한 뽀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어설픈 도장을 찍더니, 그녀가 얼굴을 떼려고 했다.
어, 뭔가 잘못됐다. 그녀의 입술이 임무를 완수한 양 도망치기 시작하자 성우는 별안간 다급해졌다. 그녀가 성급히 멀어지려 하고 있었다. 성우의 몸을 이렇게 흥분시켜놓고 말이다. 그녀의 입술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성우는 결단을 내렸다.-.쪽

성우는 멀어지는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단호히 감싸 쥐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안착했다. 그녀의 입술은 뜨거웠지만 바싹 말라 있었다. 하지만 부드럽게 달래자, 굳은 그녀의 입술이 스르르 벌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혀가 그녀의 입술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모든 것을 더듬듯이 그의 입술은 달콤하고 부드럽게 그녀를 점령해갔다. 온순하게 반응하던 그녀도 그가 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키스에 임하기 시작했다. 온몸을 밀착한 채 그녀를 밀어붙이는 성우의 몸이 한껏 달아올랐다.
아, 너무 좋아. 영진은 어렴풋이 생각하면서 그에게 키스를 되돌렸다. 그의 숨결에 자신의 것이 녹아들어 마치 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으로 탐닉하고 있었다. 공포의 엘리베이터도 잊고 상대가 누구란 것도 잊고 오로지 입술의 짜릿함만 느낄 뿐이었다.
그렇게 영진과 성우가 정신없이 키스를 주고받는 사이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정신이 나간 엘리베이터가 기력을 회복했다. 불이 들어오고 동시에 속도감 있게 1층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뜨거운 연인이 되어버린 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서로를 깊게 빨아들이는 데 정신이 없었다.
그들을 향한 마지막 경고음이 울렸다. 땡 하고 도착을 알리는 신호가 울린 것이다. 그러자 영진이 성우를 최대한 힘껏 밀었다. 성우가 떠밀리며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죽기전에 키스해야겠다는 소망으로 이루어진 키스지만 약간 가슴이 설레네요^^ㅎㅎ-.쪽

어쩌면 영진의 감정은 신기루일 수도 있다. 짝사랑은 오랜 습관이 돼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진은 엉거주춤 짝사랑이라는 감정에 기생해서 안전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확신할 순 없지만 유선은 영진에게 다른 좋은 남자가 생기면 곧 석환을 잊어버릴 거라고 자신했다. 더 이상 영진이 석환 때문에 우울하게 살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어쩌면 성우와의 사건이 현 상황을 반전시킬, 하늘이 준 기회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솔직담백'을 모토로 28년을 살아왔지만, 요즘 영진은 자기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기자회견 이후, 성우에 대한 욕을 줄기차게 해대고는 있지만 그것도 관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석환의 얘기는 좀 줄어들었지 않은가?
어쩌면 우연히 얽힌 성우가 영진의 짝일지도 모르겠다… 아, 이것은 내가 생각해도 좀 비약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둘의 사건을 지켜본 그녀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뜨거운 사랑의 감정까지는 아니겠지만, 두 사람 사이엔 뭔가가 진행되고 있었다-.쪽

"나처럼?"
"나도 당신처럼 먼저 좋아하지 않기로, 먼저 사랑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짝사랑 같은 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어요."

=>짝사랑 같은 건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는 말이 왠지 맘에 드네요.-.쪽

그 자리에 딱 멈춰 서고 말았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가 그에게 완전히 맛이 간 것은. 정말 우습게도 긴 팔로 상을 훔치는 그의 움직임에 정신이 나가고 말았다.
언젠가 유선은 남자친구의 발가락양말이 보기 싫어서 그에게 이별을 선언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사람에 대한 마음이 끝나기도 하지만, 영진처럼 남자의 행주질에 기나긴 마음의 행로가 시작될 수도 있다. 가끔은 엉뚱한 곳에서 감정은 시작된다. 어쩌면 어젯밤 순한 소년 같은 그에게 이미 넘어갔는지도 모르겠다.
거짓 미소로 마음속의 냉소를 감추고 사는 남자, 달팽이와 동거하면서 외로움을 잊는 남자, 냉커피를 예술적으로 잘 타는 남자, 이 알 수 없는 남자에게 영진은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를 많이 좋아해도 될까? 내 가슴이 다 타버릴 게 분명한데… 그래도 될까? 영진은 오래오래 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무슨 남자가 저렇게 멋있게 행주질을 하는 거야. 후… 영진이 한숨을 쉬자 그가 돌아보았다. 그가 쳐다보자 영진은 더욱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정말 한순간이죠. 상대방은 모르겠지만.... 이 대목을 보니깐 제가 짝사랑 했던 사람이 떠올라요. 진짜 내 타입이 아닌...오히려 싫어했는데, 제가 벌레에 물렸을때 가장 먼저 민첩하게 치료한 행동에 한순간 뿅!! ^^ ㅋㅋ-.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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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꿀쩍한날엔 좀 가벼운 로맨스로 기분을 풀어야겠어요.

오랜만의 로맨스 소설이라 그런지 재미있네요.

가슴 떨리기도하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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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작품 중 유독 그녀 보다는, 주변의 남자들이 돋보인 작품이 ‘인’(감독 폴 웨이츠, 2004)다.

스파이더 맨’으로 유명한 토퍼그레이스와 ‘투모로우’ ‘트래픽’ ‘파 프롬 헤븐’으로 알려진 데니스 퀘이트가 그 ‘남자들’이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의 아버지 댄 포먼역을 연기한 데니스 퀘이트는 사회적으로 불안한 위치에 놓인 중년의 두려움과 초조함을 유감없이 발휘해 눈에 띄는 호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잘나가는 스포츠지 ‘스포츠 아메리카’ 광고 이사인 댄 포먼은 기업합병으로 인한 퇴직 위기에 놓인 중년의 가장. 광고경력도 전혀 없는데다 나이마저 26세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신임이사(토퍼그레이스)가 ‘보스’로 오자 그의 불안증은 극에 달한다. 경력은 많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를 위해 젊은피를 수혈했다는 회사의 저의를 안 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다.

늦은 나이에 임신까지 한 아내, 대학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필요로 하는 딸을 보고 있노라면 회사에서 짤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극에 달한다.

<출근길 행복하세요?>(21세기북스. 2006)의 저자 알렉스 로비라 셀마에 따르면 우리자신이 느끼는 우울한 감정의 대부분은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사실 두려움이란 자신이 스스로에게 심어준 것”이라고 말한다.

두려움은 알지 못하는 사이 자신에게서 기회를 앗아간다. 두려움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풍요로운 삶을 가꿔나갈 수 있는 다양한 입장을 다 버려두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입장을 취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두려움’이다.

영화 속 댄 포먼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위치를 압박하는 주변 환경은 외부적인 요인이지만, 극도의 분노나 불안의 원인은 그의 심리적 두려움이었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댄 포먼을 불안의 궁지로 몰고 갔던 젊은 이사는 퇴출당하고 다시, 그는 원래의 광고이사자리로 돌아온다.

어떤 상황에서건 두려움을 버리고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당당함으로 도전하는 이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주어진다. 죽을 것 만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희망은 살아 숨 쉬는 법이다. 불안한 그대, 희망으로부터 애써 고개 돌리지 말고, 두려움을 버려라.

그리고, <출근길 행복하세요?>의 저자 알렉스 로비라 셀마의 말을 기억하라.

“당신 안에 지닌 그것이야 말로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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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출신 임채정 신임 국회의장이 취임하자마자 개헌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19일 국회의장 당선 인사말에서 “21세기에 맞는 헌법의 내용을 연구하기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 지도부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고 호소했다.

새 시대에 맞는 헌법을 연구하고 개헌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기구가 필요하다 것이 주요 논지. 그러나 한나라당과 야당은 현 정권하에서 개헌논의에 응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개헌논의가 활성화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우리 헌법의 탄생>(서해문집. 2006)의 저자 이영록씨는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1987년 직선제 개헌까지 40여 년간 아홉 번이나 개정한 헌법은 `누더기 신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책은 헌법은 국가의 기본적인 규범이자 최종적 권위이며,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지향을 드러내고, 가장 높은 수준의 규범으로서 작용한다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한 국가를 건설할 때, 정치적인 투쟁의 전장이 되기도 하는 것이 헌법이다.

헌법은 그 주도 세력에 의해 반영된 시대정신의 표현이기도 하다. 헌법의 부침은 정치 세력 관계의 불안정에 기인하기도 하나, 시대의 주도 세력과 시대의 요구 사이의 불일치와 갈등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현 정권 하에서는 개헌 논의에 응할 수 없다”는 한나라당과 야당의 지금의 반발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책은 헌법을 잉태한 정치적 공간인 해방 정국을 추적한다. 헌법은 해방 공간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 규정되었고, 당시 각축 중이던 미국과 소련, 우파와 좌파와 중도파, 친일파와 독립운동세력의 갈등과 대립이 투영되어 있다. 정치적 열정이 들끓던 건국의 역사, 제헌의 역사를 반추하면서, 대한민국과 그 헌법의 태생적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눈에 띈다.

제헌의회의 수립과 헌법 제정의 과정을 국회 속기록, 당시의 신문기사, 각종 인물의 회고담 등을 이용해 추적한 치밀함 역시 돋보인다.

책은 “헌법 탄생은 시종 형식적인 절차와 민주적인 내용을 구비하는 데 전력하기보다는, 정세론에 지배되었으며 반공이라는 시대적 조건에 눌려 있었고,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고 말한다.

다양한 가치와 세력들 간의 진중한 합의를 거친 것이 아니라 상황 논리가 관철돼 제정되었다. 그리고 이는 이후 반복된 헌법 개정의 예고편이었다. 정치적 상황의 변동에 따라, 정치 세력들의 입맛에 맞추어 개정되었고, 그것이 바로 헌법의 태생에서 예고된 것이었다는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은 법학 전공자로서의 논리 정연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개인의 주관보다는 당대의 시대적 맥락과 이유, 그 가능성과 한계를 꼼꼼하게 짚어냈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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