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출신 임채정 신임 국회의장이 취임하자마자 개헌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19일 국회의장 당선 인사말에서 “21세기에 맞는 헌법의 내용을 연구하기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 지도부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고 호소했다.
새 시대에 맞는 헌법을 연구하고 개헌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기구가 필요하다 것이 주요 논지. 그러나 한나라당과 야당은 현 정권하에서 개헌논의에 응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개헌논의가 활성화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우리 헌법의 탄생>(서해문집. 2006)의 저자 이영록씨는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1987년 직선제 개헌까지 40여 년간 아홉 번이나 개정한 헌법은 `누더기 신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책은 헌법은 국가의 기본적인 규범이자 최종적 권위이며,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지향을 드러내고, 가장 높은 수준의 규범으로서 작용한다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한 국가를 건설할 때, 정치적인 투쟁의 전장이 되기도 하는 것이 헌법이다.
헌법은 그 주도 세력에 의해 반영된 시대정신의 표현이기도 하다. 헌법의 부침은 정치 세력 관계의 불안정에 기인하기도 하나, 시대의 주도 세력과 시대의 요구 사이의 불일치와 갈등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현 정권 하에서는 개헌 논의에 응할 수 없다”는 한나라당과 야당의 지금의 반발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책은 헌법을 잉태한 정치적 공간인 해방 정국을 추적한다. 헌법은 해방 공간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 규정되었고, 당시 각축 중이던 미국과 소련, 우파와 좌파와 중도파, 친일파와 독립운동세력의 갈등과 대립이 투영되어 있다. 정치적 열정이 들끓던 건국의 역사, 제헌의 역사를 반추하면서, 대한민국과 그 헌법의 태생적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눈에 띈다.
제헌의회의 수립과 헌법 제정의 과정을 국회 속기록, 당시의 신문기사, 각종 인물의 회고담 등을 이용해 추적한 치밀함 역시 돋보인다.
책은 “헌법 탄생은 시종 형식적인 절차와 민주적인 내용을 구비하는 데 전력하기보다는, 정세론에 지배되었으며 반공이라는 시대적 조건에 눌려 있었고,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고 말한다.
다양한 가치와 세력들 간의 진중한 합의를 거친 것이 아니라 상황 논리가 관철돼 제정되었다. 그리고 이는 이후 반복된 헌법 개정의 예고편이었다. 정치적 상황의 변동에 따라, 정치 세력들의 입맛에 맞추어 개정되었고, 그것이 바로 헌법의 태생에서 예고된 것이었다는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은 법학 전공자로서의 논리 정연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개인의 주관보다는 당대의 시대적 맥락과 이유, 그 가능성과 한계를 꼼꼼하게 짚어냈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