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여름
이정은 지음 / 청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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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모른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무섬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환한 낮이 더욱 그랬다. 그런 나에게 어머니는 '벌건 대낮에 뭐가 무서워!' 하는 핀잔을 주었다. 그러면 나는 '대낮이니까 무섭지!' 하고 속으로 되뇌었다. 어른들은 내가 왜 하얀 대낮에 무서워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어머니의 말뜻은 환하면 무서움하고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무섭다는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캄캄하다는 것을 의미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기찻길 옆에 살았던 나는 터널 속에서 놀기를 좋아했다. 누가 먼저 터널 속을 통과하는가 하는 내기를 하곤 했다. 대부분 다른 아이들은 터널에서 나오면 땀범벅이 되곤 했다. 무섭다는 거였다. 그런데 나는 그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어떤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히려 밖으로 나온 순간 노출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터널 입구에 들어서면 반대쪽 출구가 하얀 점으로 보였다. 그곳을 향해 뛰면, 점은 반달처럼 변하고, 그 반달은 점점 커져서 커다란 원통형으로 변했다. 이윽고 하얀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되돌아서서 가고 싶었다. 반대편의 하얀 점을 향해 걸어가 다시 한번 아늑한 곳에서 안정을 즐기고 싶어서였다. 나는 반대편으로 가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고 밖으로 나오곤 했다. 일단 밖으로 나오면 처음 빛을 받을 때 두려움보다는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고, 곧 두려움도 희박해지는 것이었다.-하얀여름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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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 하
박혁문 지음 / 늘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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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는 회의를 소집한 이유부터 밝혔다.
"제일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라를 세우고 대왕을 추대하는 일입니다."
정식으로 나라를 세우고 왕을 뽑는다는 말에 방안은 엄숙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나라 이름부터 정합시다."
"아무래도 이곳을 중심으로 예맥 땅은 물론 전 조선 땅을 다 통일하려면 으뜸고을, 혹은 우뚝 솟은 땅 이라는 의미의 솟고을이 좋겠습니다."
이런 저런 말끝에 추모가 나라 이름을 정했다.
"그것 좋습니다. 솟고을 혹은 으뜸고을"
다들 찬성하고 나섰다.
"중국사람이 쓰는 한자로는 솟고을을 무어라고 합니까?"
"고구려(高句麗)라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이름을 '고구려'라 합시다. 어차피 한자가 이제는 대세가 된 것 같으니 한자를 쓰는 것이 더 진일보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졸본부여에서 선진화된 한나라 문화를 맛보고 그들 문화의 우수성을 경험한 적이 있는 추모가 아예 국호를 한자로 표기하자고 했다. 재사가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찬성했다. 마리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국호는 고구려로 정해졌다.-.쪽

이들은 추모를 우두머리로 추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는 다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자 그럼 이제 우리는 추모를 우리의 지도자로 뽑았습니다. 이후부터는 우리는 추모를 대왕이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왜 우리 조선을 멸망시킨 한나라의 문자를 씁니까? 우리말인 대칸(大韓혹은 大汗)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부여의 우가 출신인 마리가 제동을 걸었다. 시골 출신인 그는 한나라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과 반발감이 있었다. 국호를 우리말인 '솟고을'을 두고 적대국의 말인 '고구려'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였지만 혼자 나설 수가 없어 그냥 넘어 갔던 것이다.
"우리 고구려는 앞으로 개방적인 나라가 될 것입니다. 예맥 땅은 산과 강이 많아 고립된 형국입니다. 그러다보니 외부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합니다. 대수맥이나 소수맥의 작은 나라들 중에는 아직도 돌도끼와 돌창, 돌화살을 쓰는 곳이 있습니다. 반면 한나라는 철을 이용한 다양하고 무서운 무기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한자라는 문자가 있고 또 이를 기록할 종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선비들 일부가 문자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화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종이가 없어 책을 만들지 못하고 겨우 대나무에 글자 한 자 한 자를 어렵게 새겨 그 뜻을 전할 뿐입니다. 우수한 문화는 수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고구려가 말 그대로 으뜸고을이 되어 예맥 땅을 통일할 수 있고, 또 온 조선을 통일할 수 있고 또 저들 한나라에 맞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들 문화의 원동력인 문자를 받아들여 나라 이름을 고구려로 하자는 것입니다."-.쪽

"무휼 왕자님은 두렵지 않습니까?"
"무엇이 말이오?"
"죽음이. 그리고 죽은 후의 세계가?"
무휼의 물러서지 않는 기상에 두려움과 동시에 경외심을 갖게 된 우보 을두가 행군 중에 넌즈시 물었다.
"내가 두려운 것은 회한이 남는 삶을 사는 것이오? 죽음과 그 이후의 세계는 내가 간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다만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나는 노력할 뿐이오. 더구나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나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택할 것이오."
"하지만 그 옳은 삶이 때로는 백성들을 어려움에 빠지게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나는 가능성이 없는 싸움은 벌이지 않소."
무휼은 가볍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소리를 내뱉고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앞만 보고 걸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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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상을 읽고 그 뒷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여러가지 사정상 지금에 다시 읽게 되네요.

드라마도 다시 하고 있고...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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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디자인을 장식하는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어요.
리뷰평도 좋고... 하지만 분량이 만만치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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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서치 2 - 완결
수련 지음 / 동아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로맨스 소설을 읽으니 옛날 추억도 떠오르고 재미있더라구요.
그래서 또 다시 로맨스 소설에 눈길이 갖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설레임을 추락시키더군요...

재벌2세와 있는것이라고 자존심 밖에 없는 여자와의 로맨스는 많이 식상한대다가,
얽히고 설킨 재벌 2세의 숨겨진 과거는 읽다가 제 머리가 빙빙 돌지경이였습니다.
(솔직히 읽은후에도 그 관계가 이해가 안되요..-.-;;)

원래 로맨스 소설이 식상하다는것은 알아지만, 적어도 읽는동안 설레거나
대리 만족정도는 줘야하는건 아닌가 싶은데 이 소설은 그런 기대에 못 미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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