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인가. 오랜시간 철학자들은 `행복`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고심해왔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달라이 라마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사상가들이 이 문제로 고민했다.
수세기에 걸쳐 철학자, 사상가들이 고심해온 ‘행복’에 대한 현대적 정의가 궁금하다면 영국BBC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펴낸 <행복>(예담. 2006) 한권이면 족할 듯싶다.
BBC 제작진은 여섯 명으로 구성된 행복위원회와 함께 2005년 5월부터 3개월에 걸쳐 런던에서 25마일 가량 떨어진 버크셔 타운에 위치한 슬라우 시의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행복학’효과를 실험했다.
제작진이 슬라우시를 선택한 이유는 슬라우의 실업수준은 3퍼센트 정도로 영국에서 최저수준이었으며 4천여 개 업종으로 구성된 경제는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진이 손쓸 수 없는 부분 실업과 소득이라는 요소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노년층과 젊은층 미혼자와 기혼자의 비율이 적절하며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점도 실험지가 되기에 적절했다.
책은 슬라우시에서 실시된 ‘행복학’ 실험을 바탕으로 친구, 돈, 일, 사랑, 섹스, 가족, 아이, 음식, 건강, 운동 등의 17가지 분야에 걸친 ‘행복에 이르는 기술’을 소개한다.
‘Money` 파트에서 “돈벼락을 맞아도 행복은 잠시뿐”이라는 문장은 물질적 욕구만을 위해 정신없이 매일을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피뢰침처럼 꽂힐 대목이다.
책은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 부자 400인이나 동아프리카 마사이족의 목동이 느끼는 행복 수준은 동일하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파헤친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5년만 지나면 이전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소득이 늘어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뇌가 긍정적인 경험에 더 잘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적응’이라 부른다. 생각지도 못한 돈벼락을 맞으면 당시에는 행복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효과는 다시 미미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부를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한다. 연봉이 올라가서 기쁘다가도 동료가 자신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기분이 나빠지고 마는 것이다. 돈과 지위를 얻기 위한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순위, 성적표, 광고처럼 비교할 대상이 많은 수록 불행도 커진다. 그 결과 사람들은 친구나 이웃, 동료보다 많이 가지려는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BBC 행복위원회의 카플란 박사는 복권에 당첨되기 전부터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은 변화를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내성적인 사람은 의심이 많아지고 피해망상 증세까지 보이는 것을 관찰했다. 이는 친구와 낯선 이들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이 쇄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복권에 당첨된 후에도 계속 일을 한 사람들은 직장 내 동료들과의 관계가 나쁜 쪽으로 변했다. 일을 그만두고 호화로운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금새 외롭고 우울한 상태가 됐다. 모두 과거에 직장 동료, 이웃과 함께 어울리며 느꼈던 즐거움을 그리워했다.
복권 당첨자들에 관한 몇 권의 책을 발표한 H. 로이 카플란 박사에 의하면 당첨 순간의 기쁨은 금세 사라지며 당첨자들의 인생은 남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많이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의 경제적 상황은 하룻밤 사이에 지옥과 천국을 오갈 수 있지만 평생 간직한 믿음과 경험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책은 돈을 벌려고 발버둥 치며 애쓰는 것보다는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편이 더욱 생산적이라는 멋진 발상을 내놓는다. 인생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에드디너는 행복한 사람은 인생의 후반부에 소득 수준이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돈이 있다고 행복하지는 않지만 행복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는 문장은 ‘Money` 챕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BBC 다큐멘터리 <행복>은 ‘보다 행복해 질 수 있는 기술’을 찾아주는 마법을 보여준다. ‘행복 헌장 10계명’은 책이 건네는 또 다른 선물이다.
작은 실천으로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노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행복이란, 물질과 풍요가 주는 여유가 아니라 열정의 달음박질 뒤에 흘리는 짠맛 나는 땀방울임을 깨닫는 자 만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행복 헌장 10계명
1.운동을 하라. 일주일에 3회, 30분씩이면 충분하다.
2.좋았던 일을 떠올려보라.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당신이 감사해야 할 일 다섯 가지를 생각하라.
3.대화를 나누라. 매주 온전히 한 시간은 배우자나 가장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라.
4.식물을 가꾸라. 아주 작은 화분도 좋다. 죽이지만 말라.
5.TV시청 시간을 반으로 줄이라.
6.미소를 지으라.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짓거나 인사를 하라.
7.친구에게 전화하라. 오랫동안 소원했던 친구나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만날 약속을 하라.
8.하루에 한 번 유쾌하게 웃으라.
9.매일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하라. 그리고 그 선물을 즐기는 시간을 가지라.
10.매일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라.
(사진 = kim anderson 작품)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