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조인간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양억관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5월
절판


- 어때, 징그러울 정도로 명확한 인간존재의 이 윤곽은, 다른 것과 확연히 구분하는 이 차가운 선은 - 아아, 형식!

곰브로비치 '페르디두르케'에서
-.쪽

어느 날, 암흑의 세계에 지진 비슷한 것이 일어났다. 세계 전체가 경련을 일으키며 흔들리더니 부드러운 벽이 나의 다리와 머리를 조여왔다. 나는 필사적으로 배꼽에 붙어 있는 밧줄에 엉겨붙었다.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괴로워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밧줄이 엉켜 있는 내벽이 열렸다. 수액이 점점 흘러나가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세계에서 망명의 길을 떠나야 했다. 나는 머리에 엄청난 힘의 압박감을 느끼고 단말마의 비명(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을 들었다. 그것은 여자의 비명인 듯했다. 그러자 갑자기 섬광이 번쩍했다. 그것은 태아인 나의 죽음을 알리는 빛이었다.-.쪽

내가 네 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도쿄와는 언어도 민족도 풍습도 다른 지방도시의 지사로 좌천되어, 우리 가족은 수도를 잃고 말았다. 거기서 나는 지금까지 이웃에서 볼 수 없었던 같은 연배의 어린아이들을 만났다. 어린아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줄 알고 있다가 유치원이란 곳에 감금되어 백 명도 넘는 난폭하고 교활하며 미개한 어린이 사회에서 스스로 생활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신세가 되었다. 그때, 제2의 존재론적 위기가 나를 덮쳤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소꿉장난도 하며, 또 싸움질도 하는 그 장소에서 나와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똑같은 소꿉장난을 하고, 나와 똑같이 싸움에 약하고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나의 복제품들을 발견했다. 그 복제품은 내 흉내를 냈다. 내가 그네를 타려고 하면 복제품도 같은 것을 생각했다. 그러면 그네 쟁탈전이 벌어진다. 나는 항상 복제품에게 그네를 가로채이고 말았다. 손가락을 입에 물고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멍청이 같은 나. 이럴 리가 없다고 너무도 심한 불만 때문에 무릎을 달달 떠는 나. 나는 보모에게 귀여움 받는 아이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을 어필하는 데 나보다 더 뛰어난 솜씨를 가진 다른 원생의 들러리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분명히 주인공이고 왕자인데.
나는 왕자답게 행동하기 위해 백 명이나 되는 원생들의 흉내를 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와 동생을 바꾼 것처럼. 그것은 너무도 귀찮은 일이기도 했고, 또 반드시 성공적이지도 않았다.
미개사회는 강한가 약한가, 잘 하느냐 못 하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판단 기준이었다. 그리고 그 양극단에 있는 자가 왕자였다. 그러니 평균치에 지나지 않는 나는 아무리 굽고 삶아도 별볼일없는 존재일 수밖에. 권세를 부리지도 않지만, 놀림감이 되지도 않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존재이니 왕자가 될 수도 없다. 나의 복제품들은 빗나간 로또만큼 많았다. 이놈도 저놈도 하나같이 왕자가 되고 싶어했다.
-.쪽

죽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혼자 이 세상에 남겨두는 것은
너무 불쌍해
고뇌하다가 결국 일가족 몽땅 자살
쳇, 일본에는 이런 바보자식들이 너무 많아. 살건 죽건 모두 사이좋게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나는 자신의 의지로 죽지 않은 사람을 생각하면 진짜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아(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은 하지 않는다. 바보니까). 그들의 어리석은 행태를 교훈으로 삼아 나는 오리지널 죽음을 만들어내고 싶다. 나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리면, 엘리트 샐러리맨에게 달라붙어서 감염을 두려워하는 그들에게 맞아 죽고 싶고, 농담이 아니라 핵전쟁이 진짜로 일어난다면, 도쿄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고 길거리에서 외쳐대다가 양식 있는 시민에게 맞아 죽고 싶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자신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을까. 그냥 살아가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주어진 죽음을 바보같이 그냥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 부모님이 가여워서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죽음을 선택할 거예요. 미시마 유키오처럼. 그러나, 나는 그와는 다른 방법으로 사자(死者)의 은유가 될 거야.
그것 역시 타인이 만든 현실을 자신의 손으로 변화시켜보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었다. 아마도…… 아쿠마 카즈히도는 내 속의 사자, 그것도 과대망상을 먹고 사는 사자임에 분명했다.
-.쪽

나는 아쿠마 카즈히도가 무엇인가를 알아버리고 말았다. 이제 아쿠마 카즈히도는 수수께끼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놈은 타인의 몸이나 사고회로를 복사하는 기계다.
인간이란 '나'와 '저'의 부분과, 아쿠마 카즈히도라든지, 미시마 유키오와 같은 모조인간의 부분이 억지로 합성된 존재이다. '나'는 유전자나 단백질의 번역기계, 유기적인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모조인간은 타인의 의식 속에 사는 '나'의 환상이며, '나'의 의식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타인들의 환상이다. 인간은 이 두 가지 부분이 꼬여 있기 때문에 이상해지는 것이다. '나'의 중추나 다른 기관들은 '나'의 의식 속에서 살아가는 타인들의 환상작용 없이는 활동하지 않고, 타인의 의식 속에 사는 '나'의 환상은 '나'의 중추나 다른 기관의 활동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몸이 가벼웠다. 자신의 존재증명이라는 의무감에서 완전히 해방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죽어버린 것이다. 지금부터는 건강한 사체로 살아갈 수 있다.
나는 득을 봤다. 죽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나의 존재감은 희박해지고, 모조인간만이 남을 것이다. 나는 모조인간으로서 어떤 것에도 나를 동일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내 발아래 펼쳐진 안개의 스크린에는 전장 10미터나 되는 사람 모양의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는 나의 것이다. 마침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무지개색의 동그라미가 걸려 있다. 모조인간은 이 브록켄의 요괴다. 나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저 그림자의 손에 달려 있었는지 모른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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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들려주는 상대성원리 이야기 -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01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131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참으로 많이 들어본 이론이지만, 그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봐요. 저 역시 항상 'E=MC2'는 많이 듣고 설명도 들었지만, 제가 그 이론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입을 다물게 되는것 같아요^^

이번이 아인슈타인에 관한 세번째 책이네요. 어린이를 위한 상대성 원리라고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인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그림을 통해 자칫 어렵다는 이유로 흥미를 잃을수 있었는데 책속으로 집중하는 도움이 되더군요.

순차적인 설명으로 상대성 이론에 접근하지만 제가 읽어도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블랙홀에 대한 설명과 웜홀과 화이트홀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것 만이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책을 통해 한가지 이상 건질것이 있다면 독서에 성공했다고 보거든요.^^)

마지막으로 피터팬을 패러디한 상대성 나라의 피터팬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는 원리인지라 100여페이지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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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들려주는 상대성원리 이야기 -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01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131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4년 10월
구판절판


시간이 더 짧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를 보겠습니다. 자, 그러기 위해서 숫자를 넣어 생각해 봅니다. 빛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기차 안의 사람에게 1초가 걸렸는데 기차 밖의 사람에게는 10초가 걸렸다고 해 봅시다. 그럼 기차 안에서 2초의 시간이 흐르면 밖에서는 20초의 시간이 흐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같은 상황을 기차 안의 사람은 밖의 사람보다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기차 안의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지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이 정지해 있는 사람의 시간보다 더 천천히 흐른다.

만일 기차가 엄청나게 빠르다고 해 봅시다. 공이 움직인 거리는 기차 안의 사람이 볼 때와 기차 밖의 사람이 볼 때 엄청난 차이를 보이겠지요? 예를 들어 기차가 아주 빨라 기차 안의 시간이 1초 흐를 때 밖의 시간은 10시간이 흘렀다고 합시다.
그럼 이런 기차를 타고 10초 동안 움직이면 기차 밖의 시간은 100시간이 흐릅니다. 따라서 이 기차를 타고 10초 후 기차에서 내리면 밖의 세상은 100시간(약 4일) 후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람은 4일 후의 미래로 간 셈입니다.
만일 기차의 속력이 거의 빛의 속력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다면 기차 안의 사람의 시간과 기차 밖의 사람의 시간의 차이는 더 크게 벌어져 이 사람은 10년 후, 100년 후의 미래로 여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의 원리'입니다.
만일 기차에서 1초의 시간이 흐를 때 밖의 시간이 1년 흐른다면 이 기차를 타고 1시간(3600초) 여행을 하면 밖은 3600년 후의 미래가 됩니다. 정말 놀랍지요?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랍니다.-.쪽


아인슈타인이 사과의 한 곳에 송곳으로 구멍을 만들었다. 송곳은 반대쪽 구멍을 뚫고 나왔다.

지금 이 구멍은 블랙홀 때문에 그 부분이 많이 휘어져서 생긴 거예요. 이렇게 블랙홀은 우리 우주에서 시작해 우리 우주가 아닌 곳으로 터널을 만들지요. 이때 이 터널을 웜홀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이 벌레는 우리 우주의 두 지점(2개의 구멍)을 통해 여행했어요. 그리고 벌레가 구멍 속으로 들어가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곳은 우리 우주가 아닌 곳이니까요. 이렇게 웜홀을 통해 우리 우주의 두 지점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여행할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벌레가 다시 우리 우주로 나온 반대편 구멍은 뭘까요? 블랙홀은 모든 물체를 빨아들이는 곳입니다. 이렇게 블랙홀로 들어간 물체는 웜홀을 통해 여행하다가 반대편에 있는 구멍을 통해 우리 우주로 나오게 되는데 이 구멍을 화이트홀이라고 불러요. 화이트홀은 블랙홀과 반대로 물체를 무조건 밖으로 밀어내는 천체이지요. 그러므로 블랙홀, 웜홀, 화이트홀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블랙홀만 알았는데, 웜홀과 화이트홀이 있다는것을 처음 알았네요.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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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현사전 - 영어 글쓰기의 때깔이 달라지는
박영수 지음, 황중환 그림 / 살림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 중에 영어와 체육이었는데, 지금은 영어권에 살게 되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것을 보면 참... 나도 어쩔수 없이 변하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어권에서 생활하다보니 모국어 외에 외국어 하나정도는 잘 마스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나 세상이 넓어져가면서 영어의 위세가 강해지면서 말이지요. 진작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준비했다면 지금처럼 후회하지 않을것을...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빠르다고 했습니다. 아직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는 이야기겠지요? 영어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영어 표현 사전'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어요. 빨간색의 강렬함과 함께 왠지 유치한듯한 표지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구요.

이 책은 재미있는 영어 표현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영어 문장의 유래와 예문 그리고 문법 등을 설명해 놓았어요. 하지만 읽다보니 그렇게 실용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영어에 대한 일반상식?이라고 할까...

영어에 대해 흥미를 끌게 해주는 책이지만, 실생활에 유용하지는 못한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차라리 영어를 배우려는 초보자 보다는 어느정도 영어에 익숙해서 영어속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

중간 중간 영어와 관련된 또 다른 부록같은 내용도 흥미를 끌었습니다. 특히나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관한 사회적인 짧은 지식은 제가 앨리스를 좋아해서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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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현사전 - 영어 글쓰기의 때깔이 달라지는
박영수 지음, 황중환 그림 / 살림 / 2006년 5월
절판


salmon day : 매우 운수 나쁜날, 유달리 재수없는 날, 개 같은날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재수 없는 날. 살다보면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너무나 행복한 날이 있고, 유난스레 운이 나쁜 날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우 속어로 '개 같은 날'이라고 하지만, 서양헤서는 salmon day 라고 말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연어는 알에서 부화하면 바다로 나가 생활하고 산란기에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연어는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서 어렵사리 상류로 올라와서는 수정을 하고 기운을 모두 쓴 탓에 이내 죽는다. 그런 모습이 서양인 눈에는 불쌍하게 보였는지, 힘들게 하루를 보내다가 끝끝내 일이 꼬이는 재수 없는 날을 의미하게 되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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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8-04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보슬비 2006-08-05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 회화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영어 상식을 아는것에 만족해야할것 같아요. 솔직히 미국 살면서 salmon day 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는 않는것 같아요^^ 오히려 외서를 읽을때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