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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기
윤천수 지음 / 월간문학 / 2006년 1월
평점 :
'그해 우기' ...
개인적으로 비를 좋아해서인지 제목이 무척 끌렸습니다. 그런데다가 미국의 이민자들의 애환을 그린 소설이라고 하니 왠지 동질감도 느껴 더 마음에 들더군요.
책속의 주된 주인공은 아메리카 드림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온 영순씨부부와 미국으로 입양된 필립이 주축으로 되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잘 살아보고자 무작정 이민길에 오른 영순씨부부는 몇번의 실패를 경험한 후에서야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그로서리 스토아를 운영하지만 그것도 남편이 강도가 쏜 총에 맞음으로써 꿈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누구보다 강인했고 자존심이 센 남편인만큼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나봅니다. 결국 그렇게 강해보이던 남편은 미국에 대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한인 라디오에만 귀를 기울이며 현실과 단절된채 살아갑니다.
연약해 보였던 영순씨는 아이들을 위해 남편을 위해 영 데리야끼 레스토랑을 열면서 생활을 하게 되지요. 어느정도 기반이 잡히고 단골손님도 생길때쯤 자신의 아들이 이라크 전에 파견됩니다. 자신의 삶과 무관하게 느껴졌던 전쟁과 아직도 미국은 제2의 조국이기보다는 낯선 타향인 그들에게 타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전하는것은 불합리하게만 느껴지는 영순씨입니다. 하지만 전쟁을 통해 미국의 시민권과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불로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몰려듭니다.
아들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고 딸은 반전 시위를 하는 모습에 영순씨는 마음이 편치 않아요. 하지만 딸 역시 전쟁에 참전하는 군인들을 향한 시위가 아닌 전쟁의 총괄하는 그 윗사람들을 향한 시위였습니다. 영순씨와 딸은 모녀지간이지만 이민자의 또 다른 문제라면 자녀들과의 세대차이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한국인 부모와 미국인 자녀간의 사고방식은 이민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인것 같습니다.
영순씨를 중심으로 같이 일하는 메리 아줌마 역시 이민자로 자식들 다 잘 키우고 좀 마음편히 사려고 할때즘 911테러로 둘째 아들을 잃게 됩니다. 911테러 당시 저도 미국에 있었는데 그 사고 현장을 보면서 가족을 잃지 않았음에도 얼마나 참담하고 두려웠는지 기억합니다.
비록 미국은 그 사건을 통해 테러와의 근절을 내세워 전쟁에 명분을 주지만, 전쟁에는 명분이라는것이 없습니다. 글쎄... 테러가 전쟁보다 나쁘다고 말할수 있는지도 알고 싶네요.
그외에 부모에게 버림 받고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에게 입양되지만, 양아버지의 횡포에 못 이겨 가출한 밀입국 브로커인 필립도 무척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신 역시 미국에서 소외밖는 계층으로 미국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것을 알면서 불법 이민을 도와주는것이 항상 마음에 걸려하며 언제나 이번 한번만을 생각한 필립을 보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어요.
항상 일을 하면서 영 데리야끼를 들러 영순과 메리 아주머니와 친분을 쌓은 필립은 결국 저의 불안과 필립 자신의 불안은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영순의 남편이 암에 걸린후,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자살하고 아들은 전쟁중 부상으로 다치면서 계속 되는 불행에 지치지만, 그래도 자식이 무사하다는것에 만족을 해야겠지요. 시애틀에 우기가 많겠지만 '그해 우기'는 영순씨 마음속에 더 크게 자리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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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동안 비가 내려서인지, 시애틀에 가보지 않았지만 왠지 가본듯한 느낌이 드네요. 타향살이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을 읽을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