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터리의 노예들 - 불의 바람 2
윌리엄 니콜슨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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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스트렐은 가슴속에 차오르는 슬픈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것은 결코 외로움이 아니었다. 자기와 쌍둥이인 보우맨이 살아 있는 한 외로울 수는 없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언제인가 케스트렐은 보우맨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럴 경우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우린 같이 갈 거야.
과거로부터 메아리쳐 들려 오는 이 말은 언제고 한 명이 먼저 죽어야 할 경우, 둘이 같이 죽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지금 와 닿는 이 감정은 달랐다. 한 명은 죽고 다른 한 명은 살아남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죽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곧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차라리 먼저 죽는 게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보우맨 혼자 살아남아 괴로워하라고 기원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둘 중 자기가 오히려 강한 편이었다. 그러니 자기가 차라리 그 짐을 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케스트렐은 울고 싶어졌다. 아직 외로움이 닥친 것은 아니지만 자기 혼자가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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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바람의 2번째 이야기예요.

첫번째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는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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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1
조항범 지음 / 예담 / 2004년 10월
구판절판


'갈매기살'은 바다에 날아다니는 '갈매기' 고기가 아니다. 이것은 돼지 내장의 한 부위인 '횡격막(橫膈膜)'에 붙어 있는 육질이다. 그러니 '돼지고기'인 것이다. '횡격막'은 포유류의 배와 가슴 사이에 있는 근육질의 막으로,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면서 폐의 호흡 운동을 돕는다. 이 '횡격막'을 우리말로는 '가로막'이라고 한다. 뱃속을 가로로 막고 있는 막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가로막'에 붙어 있는 살이 '가로막살' 또는 '안창고기'이다. '가로막살'은 얇은 껍질로 뒤덮여 있는 근육질의 힘살이다. 그러므로 다른 부위의 고기보다 질길 수밖에 없다. 이 고기를 기피한 이유를 알 만하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거들떠보지도 않던 '가로막살'을 모아 껍질을 벗긴 뒤 팔기 시작했다. 고기의 담백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갑자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가로막살'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고깃집이 곳곳에 생겨났고 급기야 집단을 이루게 되었다. 경기도 성남시 여수동 일대와 서울시 마포 등이 그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런데 '가로막살'을 팔면서 사람들은 이 고기를 '가로막살'이라고 하지 않고 이상하게도 '갈매기살'이라고 불렀다. '갈매기살'이라는 명칭은 '가로막살'이라는 본래의 명칭에서 변형되어 나온 것이다. '가로막살'로부터 '갈매기살'까지의 변화 과정은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쪽

먼저 '가로막살'이 '가로마기살'로 변한다. '가로막'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가로마기살'이 제4음절의 모음 'ㅣ'에 영향을 받아 '가로매기살'로 변한다. 이어서 '가로매기살'이 '갈매기살'로 변한다. '가로매기'가 '갈매기'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가로매기'가 '갈매기'와 비슷한 음상(音相)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로매기'의 어원을 잘 알 수 없던 터에 이것과 음이 비슷한 '갈매기'를 연상하여 그것과 연계해서 엉뚱하게 변형시켜 만들어낸 단어가 바로 '갈매기살'이다.
결국, 지금의 '갈매기살'은 '가로막살'이 '가로마기살'로 변하고, 이어서 이것이 '가로매기살'로 변한 뒤에, 바다에 날아다니는 '갈매기'와의 연상 작용을 거쳐 변형된 단어임을 알 수 있다.-.쪽

총각무'는 물론 '무'의 일종이다. '총각무'보다는 '알타리무'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 '달랑무, 알무'라고도 한다. 그런데 '알타리무'나 '달랑무, 알무'는 표준어가 아니고, '총각무'만 표준어이다.
'총각무'는 어떤 무인가? 총각무는 무청이 있고 뿌리가 잔 어린 무를 가리킨다. 무청이 짤막하고 실하며, 뿌리 밑동이 위쪽보다 퍼지고 살이 통통한 것이 좋은 것이다. 잔 것은 통째로, 굵은 것은 두 쪽 또는 네 쪽으로 쪼개어 무청과 함께 새우젓국이나 멸치젓국에 버무려 익히면 독특한 맛을 낸다.
그런데 하필 무 이름에 '총각'이라는 말이 쓰였을까? '총각무'가 있으면 '처녀무'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총각'의 어원을 살펴봄으로써 쉽게 드러난다.
'총각'은 한자어 '總角'이다. 지금은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를 가리키고 있으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 본래의 의미는 '총각(總角)'의 한자 뜻으로 잘 드러난다. '총(總)'은 '거느리다', '묶다'의 뜻이고, '각(角)'은 '뿔', '두발'의 뜻이다. 그러므로 '총각(總角)'의 한자 뜻 그대로의 의미는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음'이다. 그래서 옛 문헌에서는 "총각은 어린아이가 두 머리를 모아 묶는 것이다", "총각은 그 머리를 묶어 두 뿔 모양으로 하니, 어린아이의 꾸밈이다"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쪽

'총각'은 오랫동안 '머리를 땋아 묶는 일'이라는 의미로 쓰이다가 '머리를 땋아서 묶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변했다. 말하자면, 관례를 행하지 못하고 머리털을 땋아 늘인 남자아이를 가리키게 된 것이다. '더벅머리 총각'이니, '떠꺼머리총각'이니, '덜머리총각('떠꺼머리총각'의 잘못된 표현)'이니 할 때의 '총각'이 바로 그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다.
'총각'은 이어서 '혼인 전의 성인 남자'라는 좀더 일반적인 의미로 변했으며 이러한 의미가 19세기 말 이후의 문헌에서 확인된다. 이로 보면 '총각'이 지금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총각무'의 '총각'은 그 여러 의미 중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총각'을 '혼인 전의 성인 남자'로 이해하고 '총각무'를 '총각의 생식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총각무'가 그야말로 숫총각의 생식기처럼 약간 작은 듯 뭉툭하게 생겨 '총각무'를 보면 젊은 남자의 성기를 연상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여자들이 '총각무'나 그것으로 담근 '총각김치'를 먹기 꺼려 한다는 속설까지 생겨났다.-.쪽

그러나 '총각무'의 '총각'은 '혼인 전의 성인 남자'라는 변화된 의미를 띠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머리를 땋아 묶는 일'이라는 그 본래의 의미대로 쓰인 것도 아니다. '총각무'의 '총각'은 '머리처럼 땋아 묶을 수 있는 것', 여기서는 '무청(무의 잎과 줄기)'을 가리킨다. 사람의 '머리'와 무의 '무청'은 땋아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렇게 보면 '총각무'는 '(땋아 묶을 수 있는) 무청이 있는 무'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총각무'의 반대가 '처녀무'가 될 수 없는 것이고, '처녀무'란 있을 수도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총각무'로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이고, '총각무'로 담근 깍두기가 '총각깍두기'이다. 좀더 부연하여 설명하면 '총각김치'는 '어린 무를 무청째로 여러 가지 양념을 하여 버무려 담근 김치'이고, '총각깍두기'는 '무청째로 담근 깍두기'이다. 그러므로 '총각김치'를 '총각이 만든 김치'나 '총각 머리를 닮은 김치'로 설명하는 것, 그리고 '총각깍두기'를 '총각 머리를 닮은 깍두기'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렇게 해서 '총각무'의 '총각'이 '總角'이라는 한자어에서 출발한 것이며, '총각'의 본래 의미는 '머리를 땋아서 묶는 일'의 뜻이나 '총각무'의 '총각'은 '머리처럼 땋아서 묶을 수 있는 무청'을 뜻하는 것임이 밝혀졌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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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한 정도는 아니지만, 알면 좋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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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월
구판절판


멀리 비행장에서 시동을 거는 프로펠러 소리로 모랫말의 겨울 아침은 시작된다.
잠이 깨어 코까지 둘러썼던 이불 사이로 내다보면, 제일 먼저 성에가 두텁게 낀 유리창이 마주 보였다. 여름에 누나들이 창살에 실을 매주어 타고 오르던 나팔꽃은 시들어 말라버려 바람에 불려서 날아가고, 창문마다 예리한 얼음의 꽃이 매달렸다. 비스듬히 쏟아지는 아침 햇볕에 창문의 귀퉁이가 녹아내리면서 작은 얼음의 입자들은 무수한 빛 조각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어린이 잡지에서 숨은 그림을 찾을 때처럼, 우리는 유리창 위에서 갖가지 동물과 수풀을 보았다. 어느 때는 깊은 바다에서 자라는 음산하고 아름다운 물풀이 가득 피었고, 그 사이의 허공 위에서 뿔 돋친 고기들이 날아다녔다.
겨울날의 모랫말 동네를 떠올리면 비행기가 엔진을 데우느라고 시동을 거는 소리, 두터운 성에의 그림, 만두 파는 소년, 배추 꼬리, 양지 쪽에서 머리의 서캐를 잡는 모녀들, 코크스 줍는 아이들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른풀에 질러놓던 쥐불놀이로 겨울 풍경이 완전해진다.-.쪽

전쟁이 온 마을과 거리를 휩쓸고 있을 때에는 사람들이 죽건 말건 아직은 두려울 겨를이 없었다. 차츰 산과 들판과 강이나 나무 숲에 대한 눈길이 되살아나고 어느 정도 아이다운 생활이 시작될 무렵에야 우리는 그때를 악몽처럼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 깊은 못에 가라앉은 돌처럼 그것은 묵직했다. 들판 가운데 음산하게 서서 가끔씩 불길한 연기를 뿜어올리는 반쯤 부서진 벽돌 건물은 전쟁 때 그대로였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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