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빈손 에버랜드에 가다! 신나는 노빈손 가다 시리즈 1
박경수 지음, 이우일 그림 / 뜨인돌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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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빈손 시리즈는 그동안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지금에야 읽게 되었네요. 솔직히 책 겉표지만 보고 카툰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카툰 스타일은 아니더군요^^;; 그래도 일반 책보다는 일러스트들이 많은편이였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이 책은 우리가 즐겁게 놀던 놀이기구 속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를 재미있고도 쉽게 설명한 책이랍니다.

책속의 주인공인 노빈손과 말숙이가 에버랜드를 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와 함께 생활속의 과학, 사건, 사실들을 덧붙여 설명해주어요. 그리고 어느정도 과학의 원리를 이해했다 싶으면 재미있는 퀴즈도 함께 합니다. 물론 이우일님의 일러스트도 이 책의 재미를 더 해줍니다.

'연료도 운전기사도 없이 레일 위를 달리는 롤러코스터는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한번쯤 놀이기구를 타면서 궁금해했을 질문이었을거예요. 그런 궁금증들을 이 책에서 설명해준답니다. 솔직히 노빈손과 함께하는 과학이야기는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보다 훨씬 재미있고 그래서 흥미도 끌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전 말숙이와 함께하는 노빈손이 무척 불쌍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냥 그런 엽기적인 말숙이 캐릭터도 있어야지 재미있겠지만, 저는 자기만 생각하고 남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제일 싫어서인지 말숙이가 무척 못 마땅하더군요^^;;

정말 노빈손이 말숙이랑 계속 사귀게 될지 다음편을 봐야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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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천사 판타지 라이브러리 8
마노 다카야 지음, 신은진 옮김 / 들녘 / 2000년 6월
품절


르네상스 이후 여러 학문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악마를 쫓아내는 학문도 생겨났다. 데모놀로지(Demonology), 또는 사타놀로지(Satanology)라고 불렸으며, 관련 학문 장르로는 철학, 신학, 오컬티즘 등 상당히 광범위했다.
데모놀로지가 출현한 이유는 매우 진지했다, 기독교 신학에서 '악=악마'라는 자리매김은 커다란 테마였다. 사회 시스템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악이라는 개념 또한 복잡해져서 정리할 필요성이 생겼고, 사람들이 '악마'라는 존재를 친근하게 느끼게 된 결과 데모놀로지가 부각되었다.
두말할 것 없이 오컬티즘(Occultism, 신비학)의 대두가 악마의 존재를 클로즈업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컬티즘이란 예로부터 내려오는 비밀 지식을 의미하는데, 점성술이나 강령술, 마술, 연금술 등을 뜻한다.
악마는 원래 천상계에서 신과 함께 살았던 천사였다. 타락천사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신으로부터 엄중히 금지되어 있던 '우주의 비밀'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이 비밀이야말로 오컬티즘이 찾고 있는 것이었다. 초능력, 기적, 미래 예지, 그리고 비금속을 황금으로 변화시키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우주 비밀'의 해명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천사에게는 이 비밀을 알아내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신의 명령에 따라 인간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악마에게 접근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악마 불러내는 방법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점차 악마학이 발전하게 되었다.-.쪽

기독교가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각지에서 큰 세력을 갖고 있던 여신들이었다. 기독교가 마을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그녀들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전이 파괴되었다. 뒤를 이어 그녀들의 '우상'이 단에서 끌어내려져 모독을 당한 다음 파괴되었다.
특히 여신이 적대시되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그녀들이 '지모신'의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모신'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고대인에게 농업은 식물의 생명 재생의 신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대지를 괭이로 일구고 그곳에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나와 성장을 하고 마침내 결실의 시기가 찾아온다. 그후 식물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오면서 식물은 대지를 뚫고 올라와 생명의 신비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런 신비한 힘을 대지의 여성적 원리, 즉 지모신에게 구했던 것이다.
지모신 신앙은 세계 각지에 존재했지만 오리엔트에서는 특히 융성했다. 지모신은 농경에 관계가 깊은 여신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풍년을 기원하는 갖가지 의식을 거행했다. 그것은 물론 생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쪽

'여성은 밭이며, 남성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농경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 관념을 오리엔트 사람들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천상계에 사는 식물신인 남성이 죽자 그것을 슬퍼한 여성이 온갖 과정을 거쳐 남성신을 부활시킨다는, 일련의 이야기로서 정형화시켰던 것이다. 이 같은 얘기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될까? 사람은 여성의 태내에서 태어나는 것이 분명한데, '여성=대지'라고 생각하면 죽을 때도 다시 여성의 태내로 돌아가는 셈이 된다. 즉, 유골이 대지에 묻히면 썩어서 흙으로 환원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대지는 생식과 함께 죽음을 담당하고, 재생시키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셈이다. 매달 찾아오는 월경, 나아가서는 유골이 썩어가는 그릇으로서의 대지, 또 저승에 은근한 세력을 갖는 것도 여신의 '더러운 본성'인 것이다. 기도교측에서 지모신을 공격한 이유는 더 있었다. 우선 지옥은 지모신의 신체 내부에 있는 대지의 깊숙한 곳에 존재한다. 게다가 기독교의 신은 '아버지'라고 불리는 천상계의 지배자였다. 오리엔트 신화에서 천상계의 신은 대지의 여신에게 적대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복당하는 존재였다. 말하자면 남성 원리와 여성 원리라는 도식 안에서 여성인 지모신들이 집요하게 학대당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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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천사인데.. 타락한 천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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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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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결혼식에 가서 춤을 추면
많은 장례식에 가서 울게 된다.
많은 시작의 순간이 있었다면
그것들이 끝나는 순간에도 있게 될 것이다.
당신에게 친구가 많다면 그만큼의
헤어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상실이 크다고 생각된다면
삶에서 그만큼 많은 것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많은 실수를 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 것보다 좋은 것이다.
별에 이를 수 없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불행한 것은 이를 수 없는
별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첫페이지의 구절부터 마음을 막 후벼파네요.
-서문쪽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갑자기 더 행복해지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더 평화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도 당신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당신만의 여행이다.-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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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러비드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3년 1월
품절


"이사를 하면 어떨까요."
언젠가 시어머니에게 말했던 적도 있다.
"그럼 뭐 하니?"
그게 베이비 석스의 대답이었다.
"이 나라에 죽은 깜둥이 원한이 서까래까지 들어차지 않은 집이 하나라도 있는 줄 아니? 이 귀신은 그래도 애기니까 좀 낫다. 우리 서방 혼령이 여기로 돌아온다고 생각해봐. 아니면 네 서방이나. 말도 마라. 넌 재수가 좋은 거야. 자식이 셋이나 남았잖니. 치맛자락에 매달리는 것들이 셋이나 되고 저승에서 난리를 부리는 건 하나밖에 없잖아. 고마운 줄 알어, 이것아. 나는 여덟이나 낳았어. 한 놈도 남은 놈이 없다. 네 놈은 빼앗기고, 네 놈은 달아났지. 그리고 그것들 전부, 틀림없이 어디 다른 사람 집에 붙어서 속을 시꺼멓게 끓이고 있을 게야."
베이비 석스는 눈썹을 비볐다.
"우리 큰딸 말이다. 지금 기억나는 건 그애가 시커멓게 탄 빵바닥을 얼마나 좋아했나 하는 것뿐이야. 너 그게 상상이나 가냐? 자식을 여덟이나 낳았는데 기억나는 건 그것뿐이라니."
"다른 건 기억하기가 싫으신 모양이죠."
시어머니한테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이제 시이드에게도 남은 자식은 하나뿐이었다─그러니까 살아 있는 자식 말이다─아들들은 죽은 딸한테 쫓겨 달아났고, 뷰글러에 대한 기억은 한시가 다르게 희미해가고 있었다. 최소한 하워드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두상을 하고 있었다. 나머지로 말하자면, 최대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으려 애쓰며 시이드는 죽도록 일을 했다. 그러는 편이 안전했다.-.쪽

"남자는 어쨌든 남자일 뿐이야."
베이비 석스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아들? 글쎄, 그건 대단한 거지."
그 말이 두루두루 일리가 있었던 것이, 시이드는 물론이고 베이비의 평생을 둘러봐도 남자와 여자들은 체스판의 말들처럼 제 뜻과 상관없이 이리저리 옮겨져 다녔기 때문이다. 베이비 석스가 사랑했던 남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녀가 알던 남자들 중에서, 달아나거나 목이 매달리거나 임대되거나 다른 데서 빌려가거나 팔려가거나 다시 끌려오거나 저장되거나 장기 할부로 넘겨지거나 상으로 주어지거나 절도를 당하거나 포획당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베이비의 여덟 아이들은 아버지가 여섯이었다. 베이비가 인생이 더럽다고 말했던 건, 바로 자기 자식들도 말들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체스 놀이가 중단되는 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때의 충격 탓이었다.
할리가 그나마 가장 오래도록 곁에 둔 자식이었다. 20년. 평생이나 다름없는 시간. 젖니도 다 갈지 않은 어린 두 딸이 미처 작별인사도 못하고 팔려갔다는 이야기를 남의 입으로 들어야 했던 그녀에게 주어진 보상이었다. 셋째아들을 데리고 있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노예 감독 조수한테 넉 달이나 몸을 주었는데, 보람도 없이 아들은 이듬해 봄에 목재 값으로 팔려갔고 그녀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했던 남자의 아기를 임신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 아이를 사랑할 수 없었고, 나머지 자식들은 절대 사랑하지 않겠다고 작정을 했다.
"하나님 마음이 내키시면 데려가는 게지."
그러자 하나님은 정말로 데려가셨고, 또 데려가셨고, 또 데려가시더니, 그녀에게 할리를 내려보내 자유를 주었지만 이미 자유는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쪽

시이드는 6년간 그 '대단한' 아들과 결혼생활을 하면서, 자식 모두를 그 한 남자에게서 얻는 어마어마한 행운을 누렸다. 그녀는 무모하게도 그 축복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마음 깊이 그에 의존했다. 마치 스위트 홈이 정말 스위트 홈이라도 되는 것처럼. 백인 여자의 문을 괸 다리미 손잡이에 한 줌의 도금양을 꽂아놓으면 정말 제 집이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입 속에 물고 있는 민트 한 줄기가 입내를 가려줄 뿐 아니라 아예 사라지게 해주기라도 하는 양. 그리 어리석은 바보 천치가 또 있을까.-.쪽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단다. 나는 시간이란 걸 믿기가 너무 힘들어. 어떤 것들은 사라지지.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버려. 어떤 것들은 그냥 머물러 있어. 전에는 그게 내 기억력과 상관이 있다고 생각했어. 어떤 일들은 까맣게 잊게 되지만, 또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아. 장소들, 장소들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거야. 집이 불타서 터만 남으면, 집은 사라져버리지만, 그 장소는─그 장소의 잔상은─는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거든. 단순히 내 기억 속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저 밖에, 세상 속에 정말로 남아 있단 말이야. 내가 기억하는 건 내 머리 밖 저 바깥에서 떠돌아다니는 그런 풍경들일 뿐인 거야. 그러니까 내가 생각을 하지 않아도, 심지어 내가 죽어버려도 내가 한 일들, 내가 아는 일들, 내가 목격한 장면들은 여전히 저 바깥에 존재한단 말이야. 그 사건이 일어난 곳 바로 그 현장에." -.쪽

"다른 사람들 눈에도 보이나요?"
"아, 그럼 물론이지. 물론, 물론이야. 길을 걷다가 어떤 소리가 들린다거나 눈앞에 어떤 장면이 펼쳐지는 게 보일 때가 있잖아. 너무나 선명하게. 그러면 우리는 머릿속에서 꾸며낸 환각이라 생각하지. 머릿속의 그림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단다. 그럴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재기억rememory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거야. 얘야, 여기 오기 전에 내가 있던 곳 말이야, 그 장소는 실재한단다.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농장 전체가 나무 하나, 풀잎 하나 남기지 않고 다 죽어버린다 해도. 그 잔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더더구나 무서운 건, 네가 그곳에 가면─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네가 말이야─네가 거기 가서 그 자리에 서면,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사실이야. 그 자리에 있다가 너를 덮칠 거야.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덴버야.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기 가면 안 된다. 절대로. 이제 전부 과거지사가 되었어도, 다 끝난 일이라도, 항상 그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내가 자식들을 다 빼냈던 거야.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덴버는 손톱 밑의 때를 팠다.
"그 자리에 그대로 기다리고 앉아 있다는 건, 세상에 죽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잖아요."
시이드는 덴버의 얼굴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죽는 건 아무것도 없단다."-.쪽

"미스터도?"
"금방 볼 수는 없었어. 하지만 스무 걸음도 못 가서 그 녀석도 찾아냈지. 울타리 기둥에서 내려와서 물통에 앉아 있더군."
"그 녀석 그 물통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시이드는 이 말을 하면서 생각했다. 그래, 이젠 더 이상 멈출 수는 없는 거야.
"그래, 그랬지? 그게 왕좌나 되는 것처럼. 그 녀석 알껍질을 깨준 게 바로 나였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죽었을 놈인데. 암탉은 알에서 깬 병아리들을 꽁무니에 줄줄 달고 일어나서 걸어가 버렸거든. 그런데 알이 하나 남아 있더라고. 속이 빈 달걀처럼 보였지만, 움직이는 게 보이길래 손으로 두들겨서 열어줬지. 그랬더니 미스터가 나왔어. 다리도 부실하고 시원찮았지. 하지만 그 빌어먹을 자식이 자라서 결국 악바리처럼 달려들어 마당을 평정하는 걸 지켜봤어."
"녀석은 항상 악에 받쳐 있었어."
"그래, 악바리였지. 살벌하기도 했고, 사악했어. 그 구부러진 두 발을 퍼드덕거리면서. 내 손바닥만큼 큰 빗처럼 생겼는데 뭔가 시뻘건 색이었지. 그 녀석은 물통에 떡 앉아서 날 바라보았어. 맹세컨대 놈은 틀림없이 나를 보고 웃었어. 내 머릿속은 얼마 전에 본 할리의 모습으로 가득했지. 재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 그저 할리와, 그 전에 본 식소 생각뿐이었지. 그런데 미스터를 봤을 때 나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녀석들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그렇다는 걸. 하나는 돌고, 하나는 팔려가고, 하나는 실종되고, 하나는 불타버리고 나는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쇠재갈을 핥고 있었지. 스위트 홈 남자들 중 마지막으로 남은 내가.
-.쪽

미스터, 그 녀석은 너무나 뭐랄까…… 자유로워 보였어. 나보다 훨씬 나아 보였지. 강인하고, 더 터프하고. 그 시원찮은 자식은 제 힘으로 알을 깨고 나올 힘도 없었는데, 그 녀석은 그래도 왕이었고…… 나는……."
폴 디는 말을 멈추고 오른손으로 왼손을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그렇게 두 손이 진정할 때까지 그리고 세상이 다시 고요히 가라앉을 때까지 한참을 잡고 있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스터는 생긴 대로 살도록 허락받고 또 그렇게 살았던 거야. 하지만 나는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살아가도록 허락받지 못했지. 그 녀석을 잡아서 요리를 해먹어도, 결국 미스터라는 이름의 수탉을 먹는 거지만. 나는 죽든 살든, 다시는 폴 디가 될 수 없었어. 학교선생이 나를 속속들이 바꿔버린 거야. 나는 뭔가 다른 존재였고, 그건 햇빛을 받으며 물통 위에 앉아 있는 닭 한 마리보다도 못했어."
시이드는 그의 무릎을 쓰다듬었다.-.쪽

폴 디의 두 팔이 만드는 우물 속에 꼭 끼어, 시이드는 거리에서 아기를 낳아달라고 부탁하던 그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긴 했지만, 시이드는 와락 겁이 났었다. 폴 디가 아기를 원한다면 섹스가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잠깐 스치긴 했지만, 한 번 더 아기를 갖는다는 것에 겁이 났다. 다시 엄마 노릇을 할 만큼 좋은 사람이 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고, 강인해져야 하고, 또 그만큼 마음을 쏟아야 하고─또다시. 그렇게 오랫동안 세상에 살아 있어야 하고. 오, 하나님, 저를 구원해주소서, 시이드는 생각했다. 만사태평 걱정거리가 없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모성애는 사람 잡는 감정이었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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