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가 읽은 연애소설 - 쉽게 풀어쓴 우리 고전 열한 편
조성진 지음, 이호 그림 / 앨피 / 2006년 8월
품절


원나라 초기 서화의 대가였던 조맹부趙孟?(1254~1322)가 첩을 얻으려 하자, 그 아내 관도승菅道昇이 지은 사詞가 있다. 그는 사를 지어서 남편과 그가 서로 한 덩어리 진흙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을 나타내었다. 이에 깨달은 바가 있는 남편은 첩 생각을 접었다. 조맹부의 아내 관도승이 지은 「아농사我?詞」를 소개하는 것으로 머리말을 마무리하려 한다.

당신과 나, 지나치게 정이 많았지,
정이 넘쳐, 불처럼 뜨거웠지.
한 덩어리 진흙으로,
너 하나 빚고, 나 하나를 빚었기 때문이지.
우리 둘을 함께 부수고 물에 잘 이겨서,
다시 너 하나를 빚고, 다시 나 하나를 빚으면,
내 흙덩이 안에 네가 있고, 네 흙덩이 안에 내가 있겠지.
당신과 나, 살아서는 한 이불, 죽어서는 한 무덤에 누웠으면.
??我?, ?殺情多, 情多處, 熱似火.
把一塊泥, 捻一個?, 塑一個我.
將?兩個一齊打破, 用水調和,
再捻一個?, 再塑一個我.
我泥中有?, ?泥中有我,
我與?, 生同一個衾, 死同一個槨-.쪽

「우렁각시」는 평범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민담이다. 민담은 신화, 전설과 함께 설화說話에 속한다. 설화는 일정한 구조를 지닌 꾸며낸 이야기다. 같은 '꾸며낸' 이야기지만, 기록문학인 소설과 달리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구비口碑문학에 속한다. 구비문학은 이야기를 말하고 듣고 즐기며 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고치거나 빼는 것은 물론, 아예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비슷한 내용의 설화일지라도 그 하나하나를 독립된 작품으로 보고 '각편version'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설화는 한 사람의 창작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공동 창작품이다. 이런 설화 속에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믿음이 담겨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담 속의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이 없는데도 과감하게 행동하며 좌절하지 않는다. 괴물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해내고, 이승과 저승을 마음대로 오가며, 선녀와 결혼한다. 그리고 늘 뜻밖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 행복을 성취한다. 어떠한 고난에도 주인공은 굴하지 않는다. 여기서 옛사람들의 낙관적 세계관을 읽어낼 수 있다. 세계에 대한 자아의 절대적 우위, 바로 '민담적 가능성'이다.
가난한 노총각이 미인을 얻고 가난에서 벗어난다. 이것은 민담적 가능성의 표현이다. 늦도록 혼인도 하지 못한 채, 홀어머니를 모시고 거친 밭을 일구어 생계를 이어 나가야 하는 총각은 물질적ㆍ정서적 결핍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결핍은 우렁각시와 결합하여 해소된다. 이러한 충족이 총각의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뜻밖의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우연히 선녀의 목욕 장면을 목격한 나무꾼의 경우처럼, 이 행운은 '가난'에 대한 보상이다. 현실에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신기하고 이상한' 행운. 이는 이야기 속 총각과 그 처지가 별반 다를 것 없었던 옛사람들의 소박한 소망이었다.-.쪽

우렁이, 풍요의 상징
「우렁각시」에서 우렁이는 단순한 생물이 아닌 비범한 존재이다. 보통 우렁이와 달리 유별나게 크다. 총각이 우렁이를 집으로 가져간 것은 그 비범한 '크기'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렁이는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인으로 변신하는 능력이 있었다.
우렁이는 달팽이와 닮았고, 달팽이는 달과 닮았다. 달팽이는 개구리, 뱀, 곰과 함께 풍요를 상징한다. 그 주기적인 재생 능력 때문이다. 달도 마찬가지다. 달팽이는 껍질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이 소멸과 재생을 반복하는 달과 닮았다. 각편에 따라서는 우렁이가 아니라 달팽이가 등장하는 것도 있다. 우렁이도 달팽이처럼 재생과 풍요를 상징하는 '달月동물'로 볼 수 있다. 총각은 우렁이를 물동이나 항아리에 넣지 않고 '비단에 싸서' 농 속에 보관한다. 우렁이는 마치 건국 신화의 알처럼 신성한 존재이다. 우렁각시는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처럼, 초인간적인 천상적 존재라 할 수 있다. 결국 지상적 존재(총각)와 천상적 존재(우렁각시)가 결합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결합은 본질적으로 성聖과 속俗의 대립과 갈등을 담고 있다. 금기禁忌ㆍtaboo는 그 대립과 갈등의 표현이다. 「우렁각시」에서 각시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는 둘의 결합이 성과 속의 대립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불완전한 결합임을 의미한다. 금기는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시련이다. 금기를 지키지 않으면, 행복하고 충족된 민담 속 세계는 비극으로 전락한다.-.쪽

옹녀가 고향을 등지고 유랑을 떠나게 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청상살靑孀煞'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옹녀에 대한 사회, 더 정확하게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적대감이 옹녀를 쫓아낸다. "이년을 가만두었다가는 우리 두 도 안에 좆 단 놈은 다시 없을 것이고, 여인천하가 될 터이니 쫓아낼 밖에 다른 수가 없다." 황해도와 평안도 사람들 눈에, 옹녀의 몸은 그야말로 '입 벌린 무덤'이었다.
그러나 곰곰 따져보면 그들의 죽음이 어디 옹녀 탓인가? 복상사, 매독, 문둥병, 벼락, 도둑질, 음독 등 여섯 남편들의 죽음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라 할 수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그 사인死因이 본인들에게 있다. 누가 문란한 성생활을 하고 벼락 맞고 독약 마시랬나?
그런데도 옹녀에게 그 모든 원인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젊은이들의 연이은 요절이라는 사회적 위기를 특정 대상에게 전가하여 해소하려는 '희생양 만들기'의 전형 같다.
르네 지라르Rene Girard에 따르면, 희생양은 '한 사람에 대한 만인의 폭력의 대상'이 됨으로써, 사회적 위기 속에서 발생하는 폭력적 상황을 평화적 상황으로 이행시키는 역할을 한다. 옹녀는 마을 공동체의 위기적 상황 속에서, 그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모든 혐의를 다 뒤집어쓴 채 '만인의 폭력'을 고스란히 당하는 존재이다. 그가 공동체에서 쫓겨나 길고 긴 유랑의 길을 떠나는 것은, 모든 인민의 죄를 조그만 머리에 뒤집어쓰고 광야로 쫓겨나는 속죄양scapegoat의 추방과 닮았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신비로운 천상적 속성이면서, 동시에 남성을 홀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악마적인 속성으로 이해된다. 황해도와 평안도 사람들의 자기들끼리 벌인 마을회의는, 급기야 옹녀의 집을 헐어버리고 옹녀를 쫓아내기로 하는 장면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혹, 이렇게 말하면 지나친 얘기가 될까? 옹녀의 '살'은 운명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뒤집어씌운 '혐의' 같은 것이라고.-.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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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읽는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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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날을 부탁해
황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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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자유롭기 위한 몇 가지 제언

남과 다르다고 해서 자신을 배신하지 말 것.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을 멀리하지 말 것.
마음은 따뜻하게 생활은 씩씩하게 할 것.
진심이 통할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릴 것.-.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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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4월
절판


끊임없이 그는 고통받고 있었다. 어떤 여자와도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의심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 이전에 이 여자를 사랑했던 다른 남자들과, 자신과 헤어져 훗날 이 여자와 사랑하게 될 또 다른 남자들에 대한 생각에 항상 사로잡혀 있었다. 모든 것이 꿈처럼 사라져버렸다거나 그의 품 안에서야 비로소 삶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등의 거짓말 없이는 되는 게 없었으며, 바로 엄청나고 영원한 여자들의 거짓말에 그는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
여자들은 그에게, 지난 과거는 순전히 착오에 불과했다고 거짓말을 해댔다. 아! 그 여자들이 그 누구와도 사귀지 않았다니, 그건 그 여자들이 기만당했다는 것 아니야, 그 여자들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아니겠어? 나를, 그래, 단지 나만을 찾았고 결국 나를 찾았을 땐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고. 그러나 그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이전에 어떤 남자가 구애를 했는지, 어떤 남자가 그녀와 깊은 관계를 가졌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는 여자들의 답변을 들을 때마다 부들부들 떨었다.
"난 모든 것을 잊었어요. 지난 과거의 일은……."
그러나 그 여자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동안, 그는 지나간 과거의 형상들이 그녀들의 기억 속에서 줄지어 흐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지난 일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듯이…….

=>결코 행복할수 없는 남자군요.-.쪽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이여,
내게 세 번이나 경고했음에도 내가 세 번씩이나 믿지 않았지만
나보다 힘이 강하기에 이렇게 몸을 낮추겠소.
그러나 나를 파멸시키기 전에
당신의 정체만이라도 알려주시오."
밤을 가르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몸을 휘감듯이 가까이서
동시에 측량할 수 없이 멀고 먼 곳으로부터.
내가 누구인지를 인식하였던 사람은 아직 없지만
나는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무신론자들은 나를 운명이라 부르고
얼간이들은 우연이라 부르고
경건한 자들은 하느님이라 부른다.
그러나 스스로 현명하다고 여기는 자들에게 나는 힘이다.
모든 날의 태초에 존재하였고
영원히 모든 사건 속에 끊임없이 작용하는 힘이다.
"그렇다면 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당신을 원망치 않을 수 없소."-.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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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읽게 된 책이예요.

읽고 싶어서 1,2권을 주문했는데, 동생이 1권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해서(너무 많은 책들로 인해) 다시 재주문했었거든요.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도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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