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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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곳엘 가도 브라질만큼 불평등한 나라는 없다. 어떤 전문가들은 다가올 미래를 묘사하면서 세계의 브라질화를 이야기한다. 브라질화라는 말은, 물론 보기만 해도 즐거운 축구라든가, 굉장한 볼거리인 카니발, 죽은 자마저 깨워 일으키는 음악 등 최고 수준의 광채를 발하는 분야의 국제적 확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뿌리를 둔 사회 모델이 세계적으로 강요되는 현상을 말한다. 브라질화의 사회 모델에서는 경제성장이 가난과 소외를 증폭시킨다. 벨린디아(Belindia)는 브라질의 또 다른 이름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벨기에(Belgium)의 부자들처럼 소비하는 뒷마당에서 대다수는 인도(India)의 가난한 사람들처럼 살아간다고 해서 경제학자 에지마르 바솨(Edmar Bacha)가 이름 붙인 것이다.
사유화와 자유시장의 시대에 돈은 중개업자 없이 스스로 통치하고 지배한다. 그런 시대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기능은 무엇인가? 국가는 손에 쥘 것도 없는 임금을 받는 값싼 노동력을 훈련시키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위험해진 노동력 부대를 진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재판관과 헌병의 역할 외에 국가는 달리 할 일이 없다. 세계 각국에서 사회정의는 형사상의 정의로 축소되었다. 국가는 공공의 안녕을 책임지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긴다. 경찰이 가난-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지역-에 대해서 손을 쓸 수 없는 경우에는 신께서 돌보실 것이다. 정부가 자비심 많은 어머니의 가면을 쓰고 싶을지라도 이미 기운이 쇠진했다. 이젠 감시하고 처벌하는 일만 남았다.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공권(公權)은 권력이 베푸는 은혜로 전락해 버렸고, 권력은 선거 전날 자선을 베풀기라도 하듯이 국민 보건과 공교육에 관심을 가진다.-.쪽

아메리카와 유럽에서 경찰은 정형화된 인물을 사냥한다. 얼굴을 달고 다니는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다. 백인이 아닌 용의자는 우리의 집단의식 깊은 곳에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인 법칙을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즉, 범죄는 검은색이거나 밤색, 아니면 최소한 노란색이다.
세계사를 들춰보면 이러한 악마 만들기는 오래전부터 무수히 자행되어 왔다. 최근 5세기 동안만을 한정하여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백인이 저지른 범죄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르네상스 시대에 백인은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넘지 않았으나, 자신들이 신의 의지를 구현한다고 벌써 떠들어 대고 있었다. -.쪽

신의 이름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얼마나 많은 인디언의 씨를 말렸는지 어찌 알겠으며, 얼마나 많은 흑인을 아프리카에서 납치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노예의 자식들이 광산과 농장에서 다시 노예로 태어나게 하기 위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세습 노예제를 수립한 왕과 인디언 착취자, 흑인 노예 매매업자는 모두 백인이었다. 이어지는 그 다음 여러 세기에도 천지 사방에 제국주의 권력을 무자비하게 심어 놓기 위해 문명이 저지른 무수한 야만행위의 장본인들도 모두 백인이었다. 일본의 도움을 등에 업고, 20세기에 6,400만 명-대부분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두 번의 세계대전을 실행에 옮긴 국가원수들과 호전적 우두머리들도 백인이었다. 나치 수용소에서 빨갱이와 집시, 동성애자를 포함한 유대인 대학살을 계획하고 이행한 자들도 백인이었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제국의 갈 길을 인도한 것은, 어떤 이들은 자유롭게 살기 위해 태어나고 다른 어떤 이들은 노예가 되기 위해 태어난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나 인종차별주의가 유럽의 배부름을 위해 도덕적 면죄 체계로 정립된 것은 르네상스 시기와 신대륙 정복 때부터였다. 백인들은 식민지에 살던 다수의 사람들을 내쫓고, 소수자를 소외시켰다. 인종차별주의는 그때부터 세계를 지배했다. 식민지 시대에는 화약만큼이나 인종차별도 필요했다. 로마에서는 신이 싹쓸이 약탈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라며 교황들이 줄줄이 신을 모욕했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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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번째 읽게 되는 책으로 무엇을 선택할까?하다가 최근에 '야성의 증명'을 재미있게 읽었던탓에 그의 작품을 고르다보니 '고층의 사각지대'를 고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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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증명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9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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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듯한 그림자를 해골의 손으로 눈을 가리는 디자인이 눈길을 끌어서 선택한 책이예요. 솔직히 책 표지만으로 이 책이 일본 추리소설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독일이나 유럽쪽 추리소설로 여겼는데 의외네요.

도시로부터 벗어난 자연에 둘러쌓여 물질문명에 고립된 외딴 마을은 밖의 사람들의 눈에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전한 감성적인 공간이지만, 그속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물질문명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하고 외로운 고통스러운 공간일뿐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마을에 13명의 죽음 정확히 말하자면 12명의 주민과 1명의 등산객의 죽음은 무척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비록 13명이지만 한 부락의 주민이 전원 살해되었다는 것은 게다가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점에서 모두들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일하게 생존하게 된 요리코는 살인현장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고 맙니다. 그리고 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요리코는 보험외판원인 아지사와의 양녀가 되는데, 갑자기 등장한 아지사와의 정체가 무척 궁금해지더군요. 처음엔 13명의 살인자를 잡기위한 형사의 잠복근무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그는 살인자라로 몰려 감시를 당하니 점점 더 미궁속으로 들어가게 되더군요.

과연 누가 범인일까? 무척 궁금했지만, 한편으로 설마 이사람이 범인?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뭐, 추리소설 특성상 범인인듯한 사람이 범인이 아닌 경우가 많잖아요. 그 허를 찌르는건 아닌지..

하나의 시를 개인의 왕국으로 만들어버린 오바가문이 있는 마을. 그에게 저항하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얽히고 ˜鰕?부정부패 사이로 도모코와 아지사와는 오바가문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웁니다. 그 와중에 도모코마저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범죄의 뒤에 오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움츠려드는 시민들을 보면서 지배받는 입장에서 지배자가 바뀐다고 자신들의 삶이 바뀔거라는 생각하지 않는 현실을 봤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한 도시를 상대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한 국가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네요.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마지막 아지사와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13명을 죽음으로 몰아내었던 사건의 진상을 보여주지만 결국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책을 읽고 있는 독자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솔직히 엔딩이 좀 허무했어요. 말이 안되서가 아니라 안타까워서 말이죠. 결국 범인이 밝혀지지않고 진실이 묻히는 것이 허무했고, 살인범으로 오해받은채 살인자가 되어버린 아지사와가 안타까워 허무했으며(게다가 요리코마저 그를 부정하고), 이 책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오바의 이야기가 그냥 한줄로 해결되는것이 허무했습니다.

그래도 그점이 범인이 밝혀지는 일반추리소설과 달리 범인이 밝혀지지 않고 해결되어지는 사실이 어쩜 더 현실감이 느껴져서 매력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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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다가 다 못 읽었는데, 다시 읽기로 했어요. 재미없어서 다 못읽은것이 아니라 사정이 있어 끝까지 못읽었던 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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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 조선 왕 독살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수수께끼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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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추리소설을 연상케하는 제목이네요. 솔직히 추리소설인줄 알고 선택했습니다.^^;;

이책은 조선왕조시대의 왕 독살사건을 다룬 역사소설입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고증을 바탕으로 왕의 죽음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한편의 추리설 같았습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어쩌면 있었을법한 이야기를 다루어서 더 흥미진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왕하면 왠지 호사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그 반면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존재합니다. 조선왕의 1/4의 가량이 의문의 독살설에 휘말리는것을 보면 왕이라는 자리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받은 자리지요.

권력으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려야했던 왕들.. 왕이라는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형제지간에도 나눌수 없는 권력이었습니다. 야사에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실화일수도 있고 정말 그냥 한낱 루머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사와 야사가 함께 곁들여진 이야기는 여러사람의 주목을 끌만한 이야기들이지요.

왕이 되더라도 사대부의 강력한 지지없이는 자신의 정책을 펼칠수 없던 시절, 그런 상황에도 자신의 뜻을 펴려했거나 기존세력을 바꾸려 했던 왕들의 급작스런 죽음은 독살 의혹을 받을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왕을 바꾸고 싶지만 명분이 부족하거나 명분을 강행할 힘이 부족할때 은밀히 행할수 있었던 것이 바로 '독살'이기 때문입니다.

시대순으로 독살의혹을 가진 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계모 문정왕후에 의해 독살되어 진것으로 보는 인종은 어쩜 불교를 장려하려했던 문정왕후의 치하가 맘에 들지 않은 사대부의 모함일수도 있고, 자신의 자식을 왕으로 세우려했던 여인의 계획일수도 있었습니다.

또 선조는 직계가 아닌 방계로 왕의 계승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콤플랙스를 극복하지 못한 왕이었습니다. 도로묵이라는 만들어낸 선조인만큼 변덕도 심하여 결국 그 변덕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광해군과 임해군의 비극을 불러내기도 했습니다. 어쩜 사대부들은 광해군을 몰아내기 위해 선조의 독살설을 조장했을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이 책에서 주목했던 왕이 아니지만 독살 의혹이 있는 '소현세자'에 대해 세간에 알려지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아버지(인조)로부터의 독살의혹을 받은 소현세자는 아버지의 정치적 희생이 될수 밖에 없었던 '사도세자'만큼이나 불운한 왕자였습니다. 청의 볼모로 잡혀가 국제적인 올바른 사고를 키웠지만 그의 안목은 아버지 인조와 서인정권에게는 위험한 이데올로기로 비춰졌을뿐입니다. 왕이라는 자리가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주마저 죽음으로 몰아넣을만큼 대단한 권력인지.. 슬프고도 안타까웠습니다.

최근에 영화 '한반도'를 봐서인지 고종의 독살사건은 더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흥선대원군과 명성왕후 사이에 갈팡질팡하던 유유부단하던 이미지와 달리 그 내면에 숨어있는 그의 또 다른 이면을 만날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정말 그 해설만큼이나 고종이 독살되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고종 뿐만아니라 이 책에 나온 왕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요.

독살의혹을 받은 왕을 통해 조선시대의 정치적 변화와 시대상황을 함께 배울수 있어 좋았고, 책속의 도판역시 읽는데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사서적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책이라는 인식을 지워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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