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구판절판


우리 인생의 매순간이 무한한 횟수로 반복되어야만 한다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혔듯 영원성에 못박힌 꼴이다. 이런 발상은 끔찍하다. 영원한 회귀의 세상에서는 몸짓 하나하나가 견딜 수 없는 책임의 짐을 떠맡는다. 바로 그 때문에 니체는 영원 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것을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의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한 것이고, 가벼움은 아름다운 것일까?
가장 무거운 짐이 우리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만들어 땅바닥에 깔아 눕힌다. 그런데 유사 이래 모든 연예시에서 여자는 남자육체의 하중을 받기를 갈망했다. 따라서 무거운 짐은 동시에 가장 격렬한 생명의 완성에 대한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의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날아가버려, 지상적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기껏해야 반쯤만 생생하고 그의 움직임은 자유롭다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11쪽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에서 동정이란 단어는 타인의 고통을 차마 차가운 심장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달리 말해 고통스러워하는 이에게 공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거의 같은 뜻을 지닌 연민은 고통받는 존재에 대한 일종의 관용심을 암시한다. 한 여인에게 연민을 느낀다는 것은 그녀보다 넉넉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몸을 낮춰 그녀의 높이까지 내려간다는 것을 뜻한다.-28쪽

신분상승을 끊임없이 원하는 자는 어느 날엔가 느낄 현기증을 감수해야만 한다. 현기증이란 무엇인가? 추락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튼튼한 난간이 갖춰진 전망대에서는 우리는 왜 현기증을 느끼는 것일까? 현기증, 그것은 추락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그 무엇이다. 그것은 우리 발밑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홀리는 공허의 목소리, 나중에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무리 자제해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추락에 대한 욕망이다.-71쪽

러시아 제국 시절에 발생했던 모든 범죄는 은밀한 그늘 속에 가려져 자행되었다. 50만 명에 달하는 리투아니아인의 수용소 수감, 수백만 명의 폴란드인 학살, 크리미아의 타르타르족 멸족등, 이 모든 것은 사진의 증거가 없으니 머지 않아 꾸며낸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는, 보여줄 수 없는 어떤 것으로 기억에 남을 뿐이다. 반면 1968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은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되어 세계 도처의 문서 보관소에 보관 되어 있다.-78쪽

그것은 침공 후 일곱번째 날이었고, 그 당시 저항 세력의 대변인으로 변한 한 일간지 편집실에서 그녀는 이 연설을 들었다. 그방에서 두브체크의 연설을 들었던 모든 사람들은 그를 증오했다. 그가 양보했던 타협안에 대해 그를 원망했고 그의 모욕 때문에 모욕감을 느꼈으며 그의 허약함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지금 취리히에서 그 순간을 생각하니 그녀는 두브체크에 대해 더 이상 어떤 경멸감도 느끼지 않았다. 허약함이란 단어도 더 이상 비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두브체크처럼 운동 선수의 체격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자기보다 우세한 위력을 대하면 항상 허약해지는 법이다. 당시에는 참을 수 없었고 역겨웠던 이 허약함, 또한 자신의 나라로부터 추방당하게 만든 이 허약함에 대해 그녀는 측은함을 느꼈다. 그녀는 약한 사람들의 편, 약한 사람들의 진영, 약한 사람들의 나라에 속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그녀는 그들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는데, 그것은 그들이 약했기 때문이고 연설중에 숨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치 현기증에 끌리듯 이런 허약함에 마음이 끌렸다. 그녀는 자신도 허약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마음이 끌린 것이다. 그녀는 다시 질투에 빠졌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토마스가 이를 눈치채고 평소에 하던 동작을 했다.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잡고 손가락을 꼭 눌러주었다. 그녀가 손을 꼽았다.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신을 위해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야?"
"당신이 늙어 있길 바래요. 지금보다 열 살 더. 스무 살 더요."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이 약하길 바래요. 당신도 나처럼 약하길 바래요"였다.-85쪽

배신.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학교 선생님들은, 배신이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것이라고 누차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배신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배신한다는 것은 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배신이란 줄 바깥으로 나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사비나에게 미지로 떠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107쪽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이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들이 몰랐다고 해서 과연 그들이 결백한가에 있다. 권좌에 앉은 바보가 단지 그가 바보였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 벗어날 수 있을까?
(중략)
그래서 토마스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상기했다.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와 동침하는 줄 몰랐었지만 사태의 진상을 알자 자신이 결백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자신의 무지가 저지른 불행의 참상을 견딜 수 없어 그는 눈을 뽑고, 장님이 되어 테베를 떠났던 것이다. 토마스는 영혼의 순수함을 변호하는 공산주의자들의 악쓰는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당신의 무지 탓에 이 나라는 향후 몇 세기 동안 자유를 상실했는데 자신이 결백하다고 소리칠수 있나요? 자, 당신 주위를 돌아보셨나요? 참담함을 느끼지 않았나요? 당신에겐 그것을 돌아볼 눈이 없는지도 모르죠! 아직도 눈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뽑아버리고 테베를 떠나시오!-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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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룬과 이야기 바다
살만 루시디 지음, 김석희 옮김 / 달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책 표지에서부터 왠지 아라비아 나이트를 연상케하는 이국적인 느낌이 좋았고, ‘하룬과 이야기 바다’라는 제목도 무척 낭만적이게 들려서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책을 선택하고 나서야 ‘악마의 시’로 무슬림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은둔생활을 했던 살만 루시디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인지 도대체 어떤 책을 썼기에 그 책으로 인해 사형선고를 받고 현상금이 붙은 수배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은둔생활 동안 썼다는 이 책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이야기꾼 라시드를 아버지를 둔 하룬.

어느날 아버지의 이야기가 싫어서 떠난 어머니로 인해 아버지는 더 이상 이야기를 잃어버리고 하룬은 11분이상 무언가에 집중을 할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기적처럼 하룬에게 아버지의 이야기의 원천인 물의 전령을 만나 이야기 바다속으로의 여행에 동참하게 되지요.

이 책은 동화이지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순수한 목적을 띈 단순한 어린이 동화는 아닙니다. 자신의 언론의 자유를 빼앗으려는 자들을 향해 그래도 세상은 내 편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은건 아닌지…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읽으면서 미하엘 엔델의 ‘네버엔딩 스토리가’가 생각 났어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또 다른 느낌을 받은 책이랄까? 그래도 전자는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후자는 솔직히 읽으면서 너무나 노골적이게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바람에 순수하게 읽고 싶은 제 마음이 바래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뭐, 작가가 순수하게 읽히려고 하지 않았을테지만...

그래도 이 책은 해피엔딩이랍니다. 그것이 수다족이 만들어낸 인위적인것이라도 모든사람들이 행복해하네요. 하지만, 언론의 통제 외에도 그 언론을 다루는 매체들의 인위적인 보도는 그것이 아무리 사람들의 위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옳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룬은 자신의 행동에 어느정도 책임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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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제2권 - 구름처럼 이는 영웅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2002년 3월
구판절판


원소만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낱 궁수를 내보내 싸우게 한다면 반드시 화웅의 비웃음을 사게 될것이오." 그런 원소를 조조가 다시 달랬다.
"이 사람의 의표가 속되지 않으니 화웅이 어찌 그가 한낱 궁수인줄 알아보겠소? 한번 내보내 봅시다"
그래도 여전히 원소는 허락하려 들지 않았다. 조조와 원소의 차이점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조조가 능력만 있으면 출신이나 경력이나 세상의 평판 따위는 무시하고 사람을 쓰는것에 비해 원소는 그렇지가 못했다. 원소는 언제나 인간 그 자체보다도 가문이나 직위, 경력 따위 등 그에게 부가된 사회적 제도적 인정을 중시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의지해 사람을 판단하고 쓰는 일은 평화로운 시대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어지러운 시대에 대처해 나가는 데는 힘이 되기 어렵다. 평화로운 시대는 종종 굳은 사회 멈추어진 사회와 같은 뜻으로 되어, 움직이는 사회 변화하는 사회와 일치하기도 하는 난세에는 그 굳어버린 지식과 시효가 지나가 버린 공식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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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잉글리쉬 보이
왕강 지음, 김양수 옮김 / 푸른숲 / 2006년 4월
품절


어린 시절의 우울함은 종종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물론 우리의 우울함은 죽음이 아니고 탄생에 관한 것이다. 특히 나 같은 얼와쯔에게는. 때때로 마음속 괴로움이 어두운 밤보다 더 지루하다는 걸 발견할 때면 견딜 수가 없어 흰눈을 덮고 있는 산과 하늘을 바라보며 멍해지곤 했다. 왜 자신의 출생지를 선택할 수 없는 거지? 나는 왜 신장의 우루무치 같은 곳에서 태어난 것일까?-.쪽

엄마, 아빠의 반응은 나를 놀라게 했다. 다른 집에서는 사람이 죽었는데, 왜 엄마, 아빠는 명절을 쇠는 것같이 즐거워하는 걸까? 나는 단지 조금 흥분했을 뿐인데, 왜 그들은 희열을 느끼는 거지? 황쉬성은 조금 전에 커서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황쉬성은 엄마가 세련되고 친절하다고 했는데.
나는 나중에서야 비로소 부모님의 이런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세기가 도래했을 때, 내 속에 모종의 악한 품성이 꿈틀대고 있음을 발견했다. 비록 나 스스로 그것을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설령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가능한 한 회피하려고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하면 내 마음이 가벼워지곤 하는 심리는 어쩔 수가 없었다.
-.쪽

"내가 예전에 이런 말 한 적 있지. 남자가 자살하는 건 아내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그가 목숨을 가볍게 여긴 건 스타니슬라프스키(Konstantin Sergeevich Stanislavskii: 1863~1938. 러시아의 연출가ㆍ배우. 모스크바 예술극장을 창설하였고, 리얼리즘 연극을 지향하는 '스타니스라프스키 시스템'을 확립하였다)의 공연처럼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주요 관객은 바로 그의 아내였을 테고. 자살을 통해 아내가 자기한테 좀더 잘했어야 했다고 시위하는 거지. 그리고 자살하기 전에 이미 자기가 죽은 뒤 슬퍼할 아내와 아이의 표정을 상상한 거라고."-.쪽

"움직이지 마. 피를 많이 흘렸어."
깜깜한 밤이었다. 사방에 나와 왕야쥔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 공포가 밀려왔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리면 죽어요?"
"꼭 그렇진 않아."
"그럼, 사람은 어떻게 되면 죽어요?"
"살려는 의지가 없을 때."-.쪽

그때 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진짜로 큰 상처는 언제나 피붙이 간에 발생하며, 종종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행해진다는 것을.-.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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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디스커버리는 작고 가벼워서 대중교통을 이용할때, 약속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릴때 읽기 좋은것 같아요. 작은 사이즈의 그림들이 나를 감동시키는데,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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