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제3권 - 헝클어진 천하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2002년 3월
구판절판


일반으로 조조의 간교함과 표독스러움을 말할 때 먼저 손꼽는 게 전에 여백사의 가족을 몰살한 일과 창관 왕후를 죽인 일을 든다. 자신의 안전이나 이득을 위해 죄 없는 사람을 주였다는 것, 그것도 특히 자기편을 죽였다는 데서 온 섬뜩함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죽이기에는 전쟁보다 더한게 없고, 권력 추구의 길이란 자기편을 희생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는 법이다. 뒷사람이야 이러니 저러니 말을 달리 해도, 권력 추구를 위한 전쟁에 나선 사람이라면 그 본질에 있어서 조조와 다를 바 무엇이겠는가. 어떤 때는 거창한 대의로 가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사실 자체를 말살시키거나 거꾸로 미화하여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조조처럼 번득이는 임기응변의 재능이 있고 그때같이 필요에 쫓길 때 과연 그 같은 수단을 쓰지 않을 동양적 영웅이 몇이나 되겠난가,
만약 있었다면 그런 계책이 떠오르지 않아서였고, 떠올라도 자신을 억눌러 쓰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도 잘못되어 권력 추구의 길에 들어선 성자거나, 그 한순간의 감상 때문에 몰락해 버렸을 범부일 것이다. 요컨대 간교함과 표독스러움이 있었다면 권력 추구의 길 자체에 있고, 굳이 조조를 비난하려 든다면 그 같은 방도 외에 다른 방도가 또 있었을 때에 한해서이다. 대저 영웅이란 간교함과 흉포함과 꾀많음과 표독스러움을 다 품어야 한다던가.
-167-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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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 헝가리 단편선 (구) 문지 스펙트럼 15
모리츠 지그몬드 외 지음, 한경민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2월
절판


옛날 여기 이 큰 도시인 페스트에 가난한 구두장이가 하나 살고 있었다. 해마다 아이가 하나씩 태어났기 때문에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 아홉째 아이가 태어나게 되었다. 아이를 낳다가 아내가 죽고, 구두장이 혼자 아홉 아이와 남게 되었다. 이미 큰 아이들 중 두세 명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작은 아이들 중 한두 아이에게는 걸음마를 가르쳐야 했고, 한 아이는 무릎에 앉히고, 한 아이에게는 밥을 먹이고, 또 다른 한 아이는 옷을 입혀야 했고, 거기다가 돈까지 벌어야 했다.
신발을 만들라치면 한 번에 아홉 켤레를 만들어야 했다. 또 빵을 잘라도 한 번에 아홉 조각을 잘라야 했으니! "하나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한번은 구두장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홉, 전부 합쳐 정확히 아홉 아이입니다. 그러나 주님께 감사합니다. 불평하지 않습니다. 아홉 명 모두가 건강하고 착하니 말입니다. 한 병의 약보다는 아홉 조각의 빵이 더 소중하지요."
-.쪽

"들리지!……"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말로는 할 수 없는 연약함이 있었다. 말로 할 수 없는 무엇이. 이런 가엾은 사람들은 말로 서로를 위로할 줄 모르고 있었다. "들리지!…… 세상은 이런 거야…… 우리 사이에는 강이 흐르고 있어, 여기와 같이…… 이런 형태로 말이야…… 이쪽 편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한 형제들처럼 서로 돕고, 위안하고 함께 일하지…… 하지만 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 모두를 쏘아 죽여야 해……"
한동안 깊은 빛을 뿜으며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강이 흐르고 있어, 조용히 흐르고 있어, 사람의 일상이 흐르듯이, 그렇게 흐르지, 언제나 흐르지, 그래도 흘러가버리는 것은 아니야…… 저기 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을, 그들을 모두 쏘아버려야 해…… 총으로, 기관총으로, 대포로, 중무기로, 수류탄으로, 아무거나 가지고, 그들 모두를 죽여버려야 해…… 당신 이 말 알아듣겠어……"
-.쪽

산맥이 있는 위쪽으로는 정령들의 세계가 시작되었다. 그곳에는 폭풍우와 구름을 몰고 오는 악령들이 깃들여 살고 있었다. 기독교인이라면 절대로 그 위쪽 길로 가는 일이 없었다. 혹시 호기심으로 그곳에 발을 들여놓기라도 하면 재앙을 피할 길이 없었다. 하녀들은 겨울이면 방에 모여 앉아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이런 얘기를 나누었으며 하인들은 비위를 맞추며 말없이 있거나 또 어깨를 으쓱해보이기도 했다. 남자들의 생활이란 것이 늘 위험이 따르다 보니 자신들도 언제 그런 모험에 부딪힐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포르투갈 여인이 들은 얘기들 중에서 가장 신기하게 여겨진 것은 바로 이런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무지개 끝에 가본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는 것처럼 높은 담 뒤로 또 다른 담들이 줄이어 있는 돌담 위를 넘겨다본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 담들 사이사이에는 돌과 별들로 가득 찬 팽팽한 보자기 같고 집채만한 연못이 있었으며 발치에 있는 돌들은 아무리 자잘한 자갈이라고 해도 머리통보다는 컸다.-.쪽

그녀는 그것이 무슨 곡인지도 몰랐고 그 음악이 아름다운지 시시한지도 알지 못했다. 다만 자신이 직접 한번쯤 무대에 서서 혼신의 힘을 다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또는 불행을 안겨주고 싶다는 소망이 자신의 내부에서 싹텄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착한 통카를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는 너무 재미가 없어진 나머지 순식간에 노랫소리가 작아져 우물거리는 소리로 되어버렸다. 그러자 통카가 별안간 노래를 그쳤다. 그녀도 그의 기분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들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마침내 통카가 멈춰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가 부르려던 노래는 이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 대답 대신 그의 눈빛에서 작은 호의의 표정을 느끼자 그녀는 재차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자기 고향의 민요였다. 그들은 마냥 걸었으며 이러한 단조로운 선율이 햇빛 속의 흰나비처럼 슬픔에 젖게 만들었다. 그건 뜻밖에도 통카의 말이 맞다는 것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은 이제 그 자신이었다. 통카는 일상적인 언어로 말하지 않고 어떤 전체적인 언어로 말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를 어리석고 둔감하다고 여겨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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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소년 그리고… 여우
매튜 스위니 지음, 박미낭 옮김 / 아리솔(중앙교육진흥연구소)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제목이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도 책 겉표지의 일러스트 속의 소년이 제 조카와 닮아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게다가 사랑스럽게 여우를 안고 있는 모습이 마치 어린왕자를 연상케 하더군요.

제랄드는 우연히 거리에 여우를 목에 두른 노숙자를 만나게 됩니다. 붉은 털을 가진 여우는 제랄드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이 되는데요. 처음에는 그들에게 호기심을 갖던 제랄드는 호기심이 관심으로 변해가며 노숙자 아저씨와 여우와 우정을 쌓게 되지요.

원래 제랄드는 학교에서 문제아랍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자기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생활도 잘 적응하지 못하지요. 하지만 노숙자 아저씨와의 우정을 통해 세상은 자신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수 없다는 것과 인내심을 배우게 됩니다.

사실 제랄드에게 진짜 필요했던 것은 작은 관심이 아니었나 싶어요. 선생님과 부모의 작은 칭찬이 제랄들을 얼마나 기쁘게 하고, 관심은 믿음을 만들며 제랄드를 성숙하게 합니다.

책속의 일러스트는 부드럽고 포근해서 참 좋았어요. 정말 조카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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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가 체코에 가까운 나라여서인지 관심이 가네요.

그렇지 않아도 이번 여름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가볼까? 생각중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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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소년 그리고… 여우
매튜 스위니 지음, 박미낭 옮김 / 아리솔(중앙교육진흥연구소) / 2006년 10월
절판


집에 돌아와서 나는 엄마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 드렸다. 엄마는 내 글을 보자고 하셨고, 그 자리에서 읽으셨다. 읽는 내내 엄마는 많이 웃으셨다.
"내가 보기엔 좋은데, 제랄드. 하지만 선생님이 잘 지적하셨어. 정말 음침한데?"
"음침한 게 뭐예요, 엄마?"
"그건, 음…. 무시무시하고 죽음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거야."
"하지만 내 이야기는 음침하지 않은데…. 또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에요. 그 두개골들을 죽음과 연결시키면 안 된다고요! 죽음은 오래 전에 두개골을 떠났잖아요. 두개골들은 이제 하나의 예술품이나 마찬가지란 말이에요."
"네 말이 맞다, 제랄드."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날 꼭 안아 주셨다.
나는 내 방에 앉아 어른들의 관점이 때론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의 생각이 항상 옳은 것 같지도 않다. 나는 나 외에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내 이야기를 혼자 읽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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