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표지와 다르게 사람의 눈이 그려진 모습은 공포심을 유발시키네요. 그 눈이 사람의 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리도 괴기스러운지… 마치 공포에 질린 사람의 눈 같기도 하고 지금 이 책을 보고 있는 나를 지켜보는 귀신이 눈 같기도 해서 인가봐요. ㅎㅎ이번 단편들은 으스스하면서도 슬픈 마음이 들더군요. 그건 아마도 자신이 살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했던 사람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불쌍하게 살다가 행복을 만나는 순간 그 행복을 알지도 못하고 죽어야하는 사람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의 소신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했던 사람 때문이기도 합니다.좀비에 관한 공포물은 참 많이 접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대체적으로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바로 자신의 가족, 친구, 애인이 좀비가 되어 자신을 공격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체적으로 주인공의 반응은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참히 공격해서 자신의 목숨을 구한다는 거구요. 만약 그러지 못한 사람은 조연이 되어 자신도 좀비가 되어버리지요. 종종 그런 영화를 보다보면 신랑에게 내가 만약 좀비가 되면 어떻게 할꺼야 묻습니다. 이성적으로는 나를 죽여줘…하고 말하지만 그래도 신랑에게 듣고 싶은 말은 주연이 되기보다는 조연이 되어 자신도 좀비가 될거라는 거죠. 물론 신랑은 저에게 그렇게 대답합니다. 하지만 전 신랑을 배신해요. 난 죽일거야… 왜? 물어뜯기면 아프잖아요… -.-;;이번 에피소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투사의 죽음’이 아닌가 싶어요. 자신을 괴롭히던 고문관이 죽어서도 악귀가 되어 자신을 괴롭힙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하지요. 솔직히 다른 에피소드는 그래도 약간의 권성징악 같은 성격이 보인다면 이번편은 나쁜놈은 죽어서도 착한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무척 못마땅했습니다. 하지만 그점이 어쩌면 우리의 진짜 현실인지 몰라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는지도 모르겠습니다.암튼, 드디어 ‘어느날 갑자기’를 다 읽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낮에 읽어서 그나마 괜찮았는데, 막판에는 자정을 넘어서 한밤중에 읽으니 서서히 오싹하더군요. 역시 무서운 이야기는 더운 여름날의 밤이 딱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유일한씨가 계속 ‘어느날 갑자기’를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구요. ‘도살자’도 마무리해주세요. ㅎㅎ
1,2,3편은 장편이라면 4,5,6편은 단편으로 엮였네요. 단편 역시 여러가지 소재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광신의 늪’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광신적인 종교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랍니다. 길을 잃어 우연히 도착한 마을이 종교로 인해 집단의 광기에 사로 잡힌 곳이라면 얼마나 무서울까요? 사실 이 이야기는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습니다. 희생자의 심장을 파내는 장면은 왠지 인디아나 존스가 연상케 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 이야기가 광신적인 종교 뿐만 아니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배타적인 종교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서 좋았어요. 솔직히 외국에 살다보면 범죄가 무성한 도시보다 작은 도시가 유색인종에게는 더 무서운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해서 말이지요.‘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예전에 김국진이 나왔던 단편 드라마를 통해 만난 이야기랍니다. 그때 이 이야기가 표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유일한씨의 작품인줄 몰랐네요. 이 단편집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정말 이 세상에 슈퍼맨으로 불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10년의 약속’은 짧지만 무척 희극처럼 느껴졌습니다. 귀신은 서로 귀신인걸 모르나보죠? ㅎㅎ그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물귀신이나, 엘리베이터 귀신등은 흔하게 접한 이야기임에도 다시 소재가 되어 나타나니 살짝 무섭더군요. 확실히 어둠과 밀폐라는 공간이 우리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이번편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도살자’예요.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채 이야기를 기다려야한다는것이지요. 분위기로보아하나 그 뒷편에 대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기가 힘들 것 같기도 하는데…. 언젠가 결말을 보고 싶네요.
밝아보이는 노랑색바탕과는 다르게 우울해 보이는 소년의 모습이 눈길을 끄네요.
준석 씨는 한 가지 일은 마무리하겠다고 했어. 바로 그건 그 김인근이라는 고문 기술자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것이었어. 우선 준석 씨는 그에게 고문을 당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증언을 수집했어. 나는 헛된 일이지도 모른다고 말렸어.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해 주었어. '내가 개인감정으로 이럴 수도 있어. 하긴 한 사람에게 두 번 고문당한다는 것으로 그놈을 증오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 하지만 절대로 개인적인 이유에서 출발하지는 않았어. 그놈은 분명히 큰 죄를 저질렀어. 인간의 육체를 파괴하고 정신을 파괴하는 끔찍한 일을. 그런 사람이 잘못을 처벌 못 받는다면 사회는 하나도 달라진 것 아니잖아. 더군다나 이제까지의 나의 노력은 무의미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놈 손에 모든 것을 잃었어.-.쪽
'주연이는 이해할 거예요. 그렇지? 주연아. 그리고 내가 세상을 위해 할 일 중에 가장 큰일은 기본적인 생각을 바로 잡는 거라고 생각해 왔어요. 바로 이런 거죠. 잘못을 한 사람은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간단한 원칙 같은. 어떻게 보면 여기서 목숨을 포기하는 것은 비합리적일지 모르나, 합리라는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그놈한테 지기는 싫고… 세상이 잘못 돌아간다고, 나도 잘못된 길로 갈 수 없어요…. 이미 결심을 굳혔으니, 빨리 그 방법 알려줘요. 백퍼센트 내가 죽으라는 법도 없잖아요.'=>간단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것이 세상같네요.-.쪽
산타…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어른이 되기 위해 한 걸음 다가선다.대신, 순수하고 아름다운 어린 시절과는 두 걸음 멀어진다.하지만 어른들도 삶에 지칠 때면산타가 실제로 나타나 주기를 바란다-.쪽
"야, 너 아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단위 면적 당 교회가 제일 많은 나라 중에 하나라는 걸. 그런데 교회가 그렇게 많을 필요가 있는 거냐?"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신앙심이 깊다는 얘기가 아니겠냐." "그만큼 장사가 잘 된다는 뜻도 되지." 나는 별 신경 안 쓰고 말했다. 갑자기 옆자리가 잠잠해져서 보니 준수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순간,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재빨리 덧붙였다. "내 얘기는 그렇게 많은 교회가 정말로 필요하느냐, 하는 거야. 난 솔직히 종교에 대해서 불신을 품고 있어. 물론 종교는 좋은 일도 많이 했겠지만 나쁜 짓도 많이 했어. 너, 인류 역사상 어떠한 재난이나 전쟁보다도 종교의 독선에 의해서 희생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아니?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생겨난 종교 때문에 무수한 사람이 죽었다니 아이러니한 일 아니니?" "종교가 뭘 어쨌는데?" "역사를 봐봐. 수백 년에 걸친 십자군 원정, 신구교도 간의 종교전쟁, 현대에 와서는 이스라엘과 아랍 전쟁, 이란 이라크 전 등등 종교가 원인이 되어 벌어진 전쟁은 끝도 없어. 이러한 전쟁이나 학살은 모두 상대방의 종교를 포용하지 않고 파괴하려는 독선에서 나온 것 아니겠어?" "종교 전쟁은 근본 원인이 좀더 복잡한 경우가 대부분이야. 종교 전쟁을 놓고 종교가 근본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쪽
사내들이 있을 때는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구경꾼들은 그들이 멀어져 가자 저마다 언성을 높여 한마디씩 했다. 그리곤 몇 사람이 쓰러져 있는 슈퍼맨에게 다가가 일으켜 세웠다. 나도 쓰러져 있는 그 사람에게 부축해주려고 다가갔다. 그러나 그 사람은 온 몸에 심한 멍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부축하려는 내 손을 사양하고 절뚝거리면서 저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조용히 멀어져가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심한 부끄러움과 슬픔을 느꼈다. 그는 비록 미쳤다고 할지라도,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반면에 우리들은 제정신인데도 그런 불의에 항거하지 못했다. 자기들만의 안위를 위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제 정신인 것은 저기 걸어가는 슈퍼맨이고, 미친것은 우리가 아닐까하는. 절뚝거리며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고독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졌다. 미쳐서 소외된 모습에서 나온 고독이 아닌, 모두가 조용히 덮어두고 피하려는 불의에 혼자 항거해, 따돌림당하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자의 고독함이.-.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