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역사서적의 관행을 과감히 탈피, 독특한 테마기획을 통해 한국현대사를 이끌었던 22인의 삶과 사상에 대해 흥미롭게 그려낸 `캐리커처 인물평전` <현대사 인물들 재구성>(앨피. 2005)이 화제다. 원제는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이란다.
총6개 장의 제목 역시 유별나다.
김구, 조봉암, 신익희, 조병옥을 다룬 1장 `절대권력의 맞수되기`는 이승만에게 반기를 든 사람들이 황당한 죽음을 맞았던 공통점을 배경으로 쓰였다.
특히 각 인물들의 인생과 성격을 단박에 알아볼 수도록 `저돌적 반항아, 김구` `롤러코스터 인생, 조봉암` `외로운 늑대 Lone Wolf, 신익희` `못다핀 사쿠라, 조병옥` 등 제목만 봐도 흥미롭게 읽힌다.
한 시대의 `넘버1`만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 조명 대신 `넘버2`를 통해 현대사를 바라본 제2장 `절대권력의 2인자 되기`는 `명짧은 대역스타, 이기붕`과 `2인자의 탈을 쓴 1인자, 김종필`을 다뤘다.
제3장 `절대권력의 조력자 되기`는 권력의 시녀가 된 법을 모티브로, 해방 후 일부 법조인들이 부자와 우파들의 수호신으로 전락한 사연을 남한 최초의 대법원장 김용무, 인권변호사 출신 검찰총장 이인, 빨갱이 잡는 반공검사 오제도와 선우종원을 통해 살피고 있다.
오제도와 선우종원에 대한 각론은 법원 서기에서 `무시험전형`으로 검사된 오제도, 선우종원 "경성제대 출신은 다 빨갱이라고?", 선거판에서 좌익 쓸어낸 일등공신들, 반공검사의 `섹스 매뉴얼`, 반공-그들의 유전자 속에 새겨진 본능 등의 소제목이 눈길을 끈다.
요즘 늘고 있는 탈북자 대신 월북자에 초점을 맞춘 제4장 `북으로 간 사람들`은 조선공산당의 CEO 박헌영, 어디까지나 `중도` 민족주의자 홍명희, 늦봄에 핀 통일의 꽃-문익환과 임수경을 다루고 있다.
또 `한국적 전향`의 전범 양한모, 봉건적 자유주의자 류근일, 생계형 전향자 김문수를 다룬 제5장 `전향의 세가지 스펙트럼`은 소년을 매료시킨 `향정신성의약품` 마르크스주의(양한모), `김일성주의 비판에서 찾은 알리바이(류근일), 맹목적 성실성-노예의 미덕에 대한 영원한 찬사(김문수) 등 촌철살인의 소제목이 톡톡 튄다.
마지막 6장의 한국현대사에 변혁의 물꼬를 튼 4.19혁명의 불씨, 김주열과 노동자의 다른 이름, 전태일 그리고 우리친구 박군, 박종철을 이야기한다.
에필로그 `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돈 대신 꼭 가져야 할 것`은 한국현대사 인물 22인에 이은 디저트격. 그에게 없는 것은 `쪽팔림`뿐이라고.
글을 쓴 역사문제연구소 연구?고지훈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과거에 살았던 인간들의 `망딸리떼(사회를 특정짓는 신념, 관념 그리고 관습의 총체 혹은 인간집단의 습관적 사고양식)이다. 이것은 나 자신이 바로 `거기에` 정확히 그 `시간`에 존재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아마도 100년쯤 후의 역사가들은 지금 우리들의 망딸리떼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리커쳐를 그린 시사만화가 고경일은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이사, 시사만화작가회의와 우리만화연대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