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전쟁 -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
윌리엄 쇼크로스 지음, 김주환 옮김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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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와 닉슨이 캄보디아의 폭격을 결정하는 장면들을 읽으며 문득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그 아래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걸 알면서, 그것도 아무 대비도 죄도 없는 민간인들이 살고있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무지막지한 폭탄을 투하하라고 명령하는 사람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흔한 말로 그런 인간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혼자서 Ÿ셉떳듯 질문을 던지자 냉큼 답변이 돌아온다.
"막대한 이권이 걸려있으면 그 아래 사는 사람들은 수치지 더 이상 사람으로 안여겨져요. 나는 더 이상 인간의 성선설을 믿지 않아요.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되면 언제든지 악으로 돌아설 수 있는 존재라구요"라는 대답이....
"그렇지!!!"라고 수긍하면서도 역시 마음은 갑갑하다.
어떻게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놓고 몇명 안된다라는 수치로 돌릴 수 있는건지...
단 하나의 인간의 삶이 그 사람에게는 세상 전부일수 있는 것을....

베트남 전쟁이 한참이던 1969년
미국은 남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국경지역에 대한 폭격을 결정한다.
이른바 호치민 루트라고 불리우던 북베트남의 보급선과 지휘본부를 없애기 위해서....
처음에는 아주 짧은 시간에 60회정도 B-52전투기를 출격시켜 공습을 단행하면 모든것이 일거에 장악될 줄 알았단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한번 시작한 폭격은 끝장을 볼 때까지 멈출줄은 모른다.
이것이 닉슨과 키신저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고,
미국 의회와 미국민이 알지 못했다고 해서 미국의 책임이 모면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 어찌됐든 그 아래에 있던 캄보디아 농민들은 아무런 대비없이 죽어나가야 했다.
미국의 공습으로 죽은 이의 숫자는 80만이니 100만이니 하지만 정확한 숫자가 무에 중요하랴?
그 많은 목숨들이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죽어갔는데....
더 이상 고요한 농촌은 없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되었고 농촌은 황폐화되어갔다.
폭격의 시작에서 지상군의 파견까지
캄보디아의 농민들은 살기 위해 난민이 되어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었고
한때 캄보디아의 농업생산력은 폭격 이전 생산력의 2% 수준까지 떨어졌다.
단지 폭격만이 아니라 이러한 농업생산력의 파괴가 가져올 결과는 상상이 불가능하다.
처참한 식량난!
거기에 얼마안되는 식량원조를 하며 생색을 내는 미국은 또 얼마나 가증스러운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친미정권 론놀 정부 역시 캄보디아 민중의 편은 아니다.
그들은 무능했고 부패했다.
미국의 원조로 주어지는 물자와 무기를 통해 그들의 부를 축적해나가면서 민중의 삶은 방치된다.
미국과 론놀정권이 크메르 루주를 키웠다.
캄보디아 공산당 크메르 루주는 원래 소수세력이었단다.
인구의 대다수가 농민인 나라에서 더군다나 전쟁 이전의 캄보디아 농민들은 소규모의 자작농이 압도적이었단다.
그런 상황이라면 사회주의적인 주장이 먹혀들기는 아무래도 어려울터....
그런 크메르 루주를 승리자로 만들어준것은 민중의 지지를 만들어준것은 바로 그들의 적들이었다.

크메르 루주 - 킬링필드로 알려진 이름.
바로 이 크메르 루주덕분에 미국이 캄보디아에 행한 가공할 폭력은 또 가려져 버리니 이 얼마나 큰 아이러니인가?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가려주고 성장시켜는 적이라니....
미국과 론놀정부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수도 프놈펜으로 입성한 크메르 루주의 병사들은 대부분이 10대의 어린 소년들이었다.
그들과 그들의 이후 행동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밀림에 갇혀 있었으며 너무 오랫동안 외부와 단절된 속에서 고통당해왔다.
그속에서 그들이 극단적으로 경험했을 공포와 적의들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일단 승리했으나 여전히 미국은 건재했고,
아니 건재할 뿐 아니라 여전히 아주 강력한 적으로 바로 옆에 존재했고
그들이 금방이라도 다시 반격하리라는 것은 아마 아주 구체적인 두려움으로 존재했을 것이다.
극단적인 두려움은 극단적인 처방을 낳는다.
프놈펜 도시민- 단 하나의 예외도 없는 전 인구의 전국적인 소개방침.
환자도 예외없이 그들은 크메르 루주가 지명하는 곳으로 떠나야 했다.
적에 대한 두려움은 혹시 다시 적이 될 지모르는 국내의 모든 사람에 대한 학살로 대치됐고....
그들이 부닥친 식량난은 전국민의 조직화와 동원체제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죽음의 땅 캄보디아는 어쩌면 크메르 루주의 이념이 아니라 생존본능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학살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크메르 루주의 학살은 크게 부각시키고 거기에 얹어서 미국의 학살은 슬쩍 비켜가는 것은 너무나도 부당하다.
어쩌면 크메르 루주의 그 학살까지 근원을 따지고 들어간다면 바로 미국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정할 수없을테니 말이다.


미국의 거대 자본을 위한 전쟁과 그 전쟁에 희생되는 약소국의 민중들.
거기다가 약소국의 정치구조 사회구조마저 바꾸어놓아버리는 미국의 폭력!
너무 뻔한 스토리 아닌가?
지금도 지구 어디선가 이루어지고 있는 그 스토리.
왜 이 뻔한 스토리는 세기가 바뀌어도 늘 반복되는지....
아무리 재밌는 코미디도 그나물에 그밥이 계속되면 몰락하거늘
왜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늘 반복되는지에 대해 이 책은 대답하지 않는다.
책은 아주 충실히 르포 형식으로 당시의 상황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저자의 상상력과 자료의 결합이 훌륭하다.
자 보시라!!
이렇게 된 일이다. 이제 당신은 무얼 생각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듯....
대답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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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2-08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맨 앞의 추천사들만 빼고 잘 읽었어요. 씨엠립 그 헌책방.에서 원서도 사왔는데, 역시나 미뤄두고 있던 리뷰,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돌이 2007-02-0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 책의 단점을 두분이 몽땅 지적해주셨군요. 전 별 하나 빼면서 그걸 쓸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좋은 책인데 그것 때문에 혹시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망설일까봐 일부러 뺐거든요.
바람구두님이 말씀하신대로 이 책은 책을 만드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만듦새의 엉성함은 그래도 참아줄 만한데 곳곳에 보이는 오탈자들이 영 거슬립니다.
하이드님 저도 맨 앞의 그 주례사 추천사 정말 아니다 싶었어요.그 추천사 읽다가 혹시 내가 저자를 잘 못알았나 싶어 다시 들춰봤다니까요.
그 두가지 빼면 다 좋은 책인데.....안타까움... ㅠ.ㅠ
 
앙코르 와트 - 신화가 만든 문명, 개정판
서규석 지음 / 리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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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게 하는 돌의 예술의 극치
따 프롬 사원의 밀림의 나무들이 돌로된 건물을 휘감은 사진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럼에도 앙코르지역을 여행하겠다는건 두려움이 앞선다.
유명세만 잔뜩 들었지 도대체가 아는게 하나도 없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유물들이 힌두신화에 기반하고 있는데 그놈의 힌두 신화에 대해서도 아는게 없으니...
캄보디아 앙코르왕조의 역사에 대해서는 더더욱 먼나라 얘기다.

이런 저런 여행서들은 의외로 많지만 어느것도 체계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것은 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유물사진과 그에 덧붙인 건축과 조각들이 얼마나 훌륭한가라는 감탄사를 연발할뿐....
그런 단순한 여행서들 사이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책은 일단 요즘 보기 드물게 잔잔한 글씨에 445페이지에 달하는 만만찮은 분량이다.
한마디로 쉽게 손이가지는 않는다.
거기다가 꽤나 학술적인 내용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더더욱 접근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덤벼본다면 의외로 얻을 것이 많은 책이다.

책은 앙코르 왕조의 역사를 먼저 전한다.
앙코르 왕조 자체가 제대로된 일과된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서술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앙코르 지역의 중요 유물들의 대략적인 시대순이나 그것이 건립되었던 시대적 배경 같은 것들의 흐름은 잡혀진다.
앙코르 왕도는 크게는 3시기로 구분되어질 수 있는데

초기 - 제 4대왕인 야소바르만 1세 시대 - 프놈바켕을 건설
중기 -수리야바르만 2세 - 앙코르 와트 건설
후기 -자야바르만 7세 -최대 번영기로서 앙코르 톰을 건설(관음불의 미소로 유명한 바욘사원이 있다.)
802년에서 1431년까지 약 600년간, 우리나라로 치면 통일신라 후기에서 조선초기까지의 시기에 해당한다.
시기별로 앙코르 왕조의 역사가 잘 정리되어있어 각 시기의 상징물과 당시의 정치적 역관계에 관해 대략이나마 연관설정을 해볼 수 있다.

다음의 내용은 13세기에 이 지역을 방문했던 중국 원나라 사신 주달관의 <진랍 풍토기>에 대한 소개와 그 번역 전문이 실려있다.
이방인의 눈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당시의 생활상을 여러가지로 잘 정리해 놓아 신기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당시의 지배층 이외의 생활이나 풍속에 대해서는 많이 아쉽다.
이건 무엇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인듯...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앙코르 지역 유물들의 상징해독 작업이다.
이 부분이 사실 가장 어려웠는데 그것은 일단 힌두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너무 없다는 것.
그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학술적인 내용들이 등장하는 것.
건축에 담긴 신의 코드들을 숫자로 파악해내는 데서는 에휴 머리아파 하면서 설레 설레 넘기게 된다.
전문적인 학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뭐 그래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다.
숫자는 버려두고 각 조각들이 힌두신화의 어떤 내용을 표현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감만 잡기로 했다.
뭐 알아듣기 힘든 말은 버리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만 보겟다는 편의적인 독서방식이랄까?

가장 재미있었던건 힌두문명의 보고라는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의 초록이다.
앙코르 와트의 조각들이 이 두 서사시의 장면들을 묘사한 것들이 많은데 읽기 쉽게 이 서사시들을 발췌 초록이나마 실어줘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
역시나 익숙치 않은 신들의 이름이 머리를 아프게 했지만 일단 외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야기 책을 읽어나가듯이 읽으면 재미있게 읽어진다.
근데 읽다보니 힌두신화에서는 선/악의 대립개념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무수한 신과 악마들이 나오는데 이것을 그냥 신과 악마라고 해놓으니 바로 선/악의 개념으로 대치되어 버린다.
아마도 기독교식의 선/악의 대립개념에 너무 영향을 많이 받아서일게다.
힌두신화에서 신은 절대선으로 보이지도 않으며 악마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사가 그렇듯이 이들 역시 서로 섞여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읽기 만만찮은 분량이지만 어쨌든 한 번 읽고나면 대략의 흐름이 파악된다고 할까?
이 책을 읽은 연후에 다른 유물관련 책을 본다면 이해가 훨씬 쉬워질 것 같다.
어렵고 골치아픈 부분은  빼고 제 1부 앙코르문명의 개괄설명과 진랍풍토기, 그리고 힌두 서사시만 보더라도 앙코르를 이해하기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여 한마디 - 이 책의 학술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평가가 불가능하다. 결정적으로 내가 뭐라고 할만큼 아는게 없으니.... 여러가지 논쟁점에 대한 소개들이 있었지만 어느 한편의 내용을 지지하기에는 아는게 너무 없어 뭐라고 못하겠다. 그냥 참고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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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2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번달 말로 예정하신 여행, 다가오네요. 가시는거에요?
무척 준비를 많이하시는 님, 대단해요^^

BRINY 2007-01-2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트래블 게릴라에서 나온 거 딱 한권만 보고 가는데요^^;;

드팀전 2007-01-2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코르 가시나요? 저도 몇 년전 요맘때 다녀왔습니다.부산에서 출발하는게 시작이 안맞아서 서울에서 했는데..그게 힘들었지요.
앙코르 와트는 아침에 사원 밖에서 일출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일출 대략 보시고 반드시 아침 사원을 들어가보시길 권합니다.무리에서 약간 일탈하셔야하고 기다리는 택시기사나 툭툭이 기사한테 양해를 조금만 구하면 됩니다.대개 관광객들은 일출을 밖에서 보고 식사하러 가시거든요.새소리와 빗질 소리만 들리는 아침 사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사원 위에서 옅은 안개를 끼고 깨어나는 숲들을 바라보면....




^^ 저희는 아기가 조금 더 크면 또 가려고요.와이프가 특히 좋아해요.


바람돌이 2007-01-29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31일날 출발이예요. 겨우 3일 남았네요. 워낙에 이 지역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이 기회에 공부겸해서 이것저것 보긴하는데 아무리봐도 수박 겉핥기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ㅠ.ㅠ
브리니님/트래벌 게릴라에서 나온 책도 보고싶었는데 결국은 못보네요. 뭐 보긴 이것저것 봤는데 정리가 안돼서 뒤죽박죽입니다. 가서 보면 정리가 좀 되어질까 기대하고 있죠 뭐.... ^^;;
드팀전님/어쩌다보니 단체여행이 돼버렸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제약이 많을 것 같아 조금 김이 새고 있습니다. 처음에 계획했던대로 단 둘만의 자유여행으로 밀어붙여야 했는데.... ㅠ.ㅠ 목표가 하나 생겼어요. 저도 드팀전님 부부처럼 저런 사진 하나 남겨오는거요. 두분 너무 멋져보여요. ^^ 단체다 보니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님이 말하는 사원의 아침풍경은 마음속에 꼭 넣어갈게요. 기대됩니다. ^^

Ducky 2008-01-2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앙코르 책을 구하다가 바람돌이님의 서평을 보고 혹해서 이책을 구하기로 합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흔히들 솔찍한 서평을 쓰지 않고 과장하는 경우가 가끔있고 그것을 믿고 주문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어서... 바람돌이님이 정확하게 서평을 쓰셨기를 바랍니다

바람돌이 2008-01-27 13:13   좋아요 0 | URL
서평이란건 어차피 주관적인거 아닌가요? ㅎㅎ 저의 경우는 실제로 갔을때 앙코르지역의 유적을 이해하는데 이 책이 가장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조금 지겨우셔도 뒤쪽의 라마야나나 마하바라타는 2번 이상 읽어주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거예요. 기대에 부응할지는 모르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Art Travel 1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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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서구 회화에 비하여 러시아 미술은 아무래도 우리에게 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책에서 얘기되고 있는 러시아 화가들도 이름을 들어본 경우는 샤갈, 칸딘스키, 말레비치 같은 20세기의 현대화가들을 제외한다면 일랴 레핀 정도가 유일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림들을 보면서 갖게 되는 느낌은 많이 봐온 서유럽의 화가나 그림들보다 오히려 러시아의 미술이 더 친숙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처음보는 그림이고 처음 듣는 얘기인데도 불구하고 그림들이 주는 느낌은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그것은 이주헌씨가 얘기하는대로 러시아 회화의 특징이 문학성이 아주 강하다는 것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서구에 비해서는 동양적인 특징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러시아의 지리적 특징때문인지....
구체적인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처음 본 러시아의 미술작품들이 오히려 많이 봐온 서구의 작품들보다 훨씬 더 공감의폭이 깊었다는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 책은 크게 두부문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러시아의 트리티야코프 미술관과 러시아 미술관을 중심으로 러시아 미술의 역사를 개괄하고 있는 장으로 이 책의 중심이다.
두번째는 에르미타슈 박물관과 푸슈킨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서유럽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러시아 미술이 서양미술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해보기 위한 장이다.
하지만 두번째 부분은 주로 소장품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쳐 본래의 집필의도에 충실했는지는 좀 의문이 든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첫번째 부분을 좀 더 보강하여 한권으로 완성하는 것이 훨씬 더 알찬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러시아 역시 기독교 국가로서 기독교회화를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종교의 중심으로서 예수의 형상화 역시....
그런데 다른 유럽의 예수의 이미지와 러시아의 그것이 가장 확실학 달라지는 지점은
'인자(人子)로서의 예수 상'을 꼽을 수 있다.
19세기 러시아 화가들이 그린 이 예수상은 만인의 구세주로서 그가 지닌 희생과 관용의 이미지뿐 아니라 비애와 고뇌, 고독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 보인다. 특히 19세기 러시아 역사가 혁명을 앞두고 엄청나게 고동친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 예수 상에서 우리는 당대 민중의 염원과 간구, 아픔 같은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25쪽)

현실과 동떨어진 예수가 아니라 러시아 미술에 나타나는 예수는
구세주로서의 광휘를 발휘하지 않는다.
그는 러시아 민중속으로 걸어오며 그들속에 묻혀 그들과 함께 하며
때로는 분노하고 고독해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나에게는 이러한 러시아의 예수상이 훨씬 더 마음에 와닿는다.
진정한 구세주란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도상을 러시아 미술에서 발견했다.

무엇보다 관심있게 본 분야는 러시아 역사화이다.
러시아 회화는 문학적 특성이 강하단다.
그래서인지 러시아 역사화들을 보는 것은 한편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주인공에서 주변인물까지 그 풍부한 표정과 개성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림속 인물들이 지금이라도 살아나와 내 손을 잡을 듯 풍부한 묘사가 인상적이고
또한 극적인 순간을 절묘하게 캐치해낸 장면 선택은 지금 그 사건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듯 생생하다.
그럼으로써 이 역사화들은 단지 과거의 사건을 재현해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이미지로서의 회화란 러시아 미술에 걸맞는 표현일 것이다.

서유럽에서 인상파가 도래해 신흥 부르조아지의 구미를 맞추고 있을때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의 현실을 비판하고 사회변혁을 열망하는 그림들을 생산해냈다.
서유럽 역시 그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에서는 보다 더 본격적이고 더 미술과 현실이 밀착되어 나타났다.
당대의 현실을 보다 더 정확하게 직시한 점.
이것이 오히려 지금에 와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오래도록 갖게 하는 힘이 되었던 게 아닐까?

이런 흐름과는 별개로 러시아 미술은 유난히 많은 예술가들의 초상을 제작한 나라이기도 하다.
왕후장상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초상이 중심이 될 수 있었던 나라
그런 나라의 수많은 예술가들의 초상화를 보는 것도 그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러시아의 양대 문호이기도 한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초상화는 두 사람의 극단적으로 달랐던 삶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을만큼 다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일랴 레핀이 그린 만년의 톨스토이는 세속의 경계를 초월한 듯한 초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바시리 페로프의 도스토예프스키는 세속의 고통을 결코 잊을 수없는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의 모습이 더 맘에 들지는 아마도 보는 사람의 마음일듯....
솔직히 나의 경우 문학작품 역시 도스토예프스키가 훨씬 맘에 들었고 초상화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음악가인 무소르그스키와 루빈스타인의 형형한 눈빛을 만나는 것도 즐거움이다.

늘 이주헌씨의 글을 보면 참으로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태껏 만날 수 없었던 러시아 미술을 안내한느데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떠나는 러시아 미술여행은 즐거움이 가득하다.
의외로 우리의 정서와 많이 닿아있는 그래서 공감의 폭이 다른 서구미술보다는 훨씬 큰 나라.
풍경화조차도 우리와는 참 다른 풍경이지만 오히려 아련한 그리움을 낳게 한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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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2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읽을 거리는 주시는 바람돌이님, 감사하요.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고요.
이 책 바로 주문 들어갑니다.

바람돌이 2007-01-21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감사합니다. ㅎㅎㅎ 근데 읽으시기 전에 제가 저자인 이주헌씨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은 감안하셔야 할 듯합니다. 전작주의에 별로 관심없는 제가 유일하게 어린이용 도서를 제외하고는 다 사서 모으는 작가가 바로 이주헌씨거든요. ^^
 
호랑이와 곶감 옛날옛적에 2
김환영 그림, 위기철 글 / 국민서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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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얘기?
바보랑 똥 얘기다.
이건 아주 어린 애들뿐만 아니라 제법 커서까지 그니까 중학생 정도가 되어도 그렇더라....
뭐 내 어렸을때를 생각해봐도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전래동화들엔 유달리 바보나 엉뚱한 맹해보이는 이에 대한 얘기가 많은걸까?

뜬금없이 호랑이와 곶감에 왠 바보 얘기?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이 책을 본 우리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바보 얘기로 파악한다는 거다.
"곶감이 뭐가 무섭냐? 호랑이 진짜 바보다 ㅋㅋㅋ"
호랑이가 도망가는 모습에선
"엄마 엄마 봐봐! 호랑이가 이렇게 도망가"하면서 호랑이의 표정과 동작을 흉내내면 자지러진다.
호랑이가 도망가는 이후로는 완전히 난장판이다.
아이들이 웃긴다고 데굴데굴 구른다.
구멍속에 숨은 소도둑이 토끼의 꼬리를 쏙 잡아빼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

이렇게 되니 이 이야기의 교훈이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뭐 모르면 어떠랴?
아이들이 이야기에 푹 빠져서 신나게 웃을 수 있으니 이 책의 가치는 완벽하다 하겠다.

그리고 다른 그림책과 다르게 판화체의 그림체도 맘에 든다.
이런 색감과 그림체로도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충분히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
그리고 익살스러운 호랑이의 표정그림이 압권이다.
어른인 나조차도 호랑이의 표정에선 실실 배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그깟 교훈 뭐 필요없다.

뱀꼬리 1.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이 도저히 이해를 못하는 것 하나.
곶감이 뭐 맛있다고.... 우리는 싫어하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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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10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아이들의 입맛에 곶감이 별미이긴 좀 힘들겠죠? 전 감이 변비에 나쁘다고 해서 줄곧 안 먹어요. 그치만 곶감은 맛있어요6^^

바람돌이 2007-01-10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곶감 없어서 못먹는걸요. 너무 비싸잖아요. 제사지내고 나면 항상 곶감에 제일 먼저 손이 가는데.... 이 책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곶감먹기를 시도해봤는데 결국 제가 다 먹었어요. ^^

프레이야 2007-01-1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애들도 그래요. 곶감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전 곶감을 무지하게 좋아한답니다.^^

반딧불,, 2007-01-1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곶감을 좋아하는지라 넘넘 공감해요!
이 책 그림이랑 정말 넘넘 좋아요.

바람돌이 2007-01-11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왜 애들은 곶감을 안 좋아할까요. 정말 맛나는데 그쵸?
반딧불님/이 책은 정말 그림이 너무 맘에 들었던거 맞아요. ^^

sooninara 2007-01-1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주 반건조 곶감을 멱여 보시면...곶감 맛에 빠질걸요^^

바람돌이 2007-01-12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그 곶감 너무 비싸던데요. 전 마트가면 그거 보고서도 그냥 침만 삼키고 지난답니다. ㅠ.ㅠ

2007-01-15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유재현 지음 / 강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유재현씨의 쿠바 여행 사진집이라 할 수 있는 느린 희망을 참 인상적으로 봤었다.
<느린 희망>이 사진이 주인공이었다면
이 책은 쿠바를 여행하면서 작가가 고민하고 바라본것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쓴 여행기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실제 여정은 동서로 기다란 쿠바란 나라를 아바나를 중심으로
서쪽 끝까지 갔다가 다시 아바나로 돌아와 동쪽 끝까지 갔다가 다시 아바나로 돌아오는 3,500km에 달하는 엄청난 여정이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그런 쿠바의 도로여행이나 일반적인 여행자의 자연찬미, 문화찬미에 있지않다.
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여정은 다른 길을 따른다.
첫번째 길은 독립혁명에서부터 사회주의 쿠바혁명의 길이다.
그리고 두번째 길은 1990년대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 멸망의 문앞에서 되살아난 쿠바의 오늘을 횡단하는 길이다.

첫 번째 길에서 우리는 곳곳에서 쿠바 독립의 영웅들을 만나고
또한 혁명 그 자체가 된 사람 체 게바라를 만난다. 또한 카스트로와 그의 동료들을 만난다.
유럽이 이 땅에 발을 디딘 이래 이 지역의 원주인인 인디오들은 백인들의 가혹한 노동착취에 의해 아예 멸종을 당해버린다.
한 인종 자체를 멸종시켜버리는 가공할 폭력이란....
그래서 쿠바에 인디오는 없다.
인디오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수입되어온 흑인들과 그 흑인과 백인의 혼혈인 뮬라토, 소수의 백인이 이제 쿠바의 주인들이다.
아니 혁명전까지는 소수의 백인이 주인이었고 나머지는 노예였다.
1895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위한 독립전쟁에서 흑인과 뮬라토 역시 투쟁에 나선다.
그 부대를 이끌었던 이가 안토니오 마세오였다.
그 역시 뮬라토였고 지금 그는 뮬라토로서는 유일하게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이 되었다.
쿠바의 서쪽 끝 피나르 델 리오에는 안토니오 마세오의 혁명광장과 기가 막힌 그의 동상이 있다.
쿠바의 동쪽 끝 관타나모 영웅 기념탑에는  순수한 흑인이었으며 모든 자식들을 혁명가로 키워냈던 안토니오 마세오의 어머니 마리아나 그라할레스의 두상이 영웅기념탑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쿠바의 양쪽 끝을 장식하고 있는 이 흑인 모자의 기념상은 어쩌면 오늘 날 우리 세계가 지향할 바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피부색에 의한 인간의 차별은 부당한 모든 차별의 대표주자중 하나일게다.
인간에 의한 인간 차별의 종식!
어쩌면 이 어머니와 아들이, 쿠바가 전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란마호라는 25인승 보트를 타고 쿠바로 향한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비롯한 82명.
그마저도 미리 준비하고 있던 바티스타 정권의 공격을 받아 그들이 시에라 마에스트라의 깊은 산중에 도달했을때는 겨우 12명으로 줄어있었다.
그 12명에서 본격적인 쿠바 혁명이 시작되었다.
이만하면 전설이란 말 이외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조그만 나라가 세계제국을 이룬 미국의 코앞에서 혁명을 성공시키고 또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기적이다.
그것이 기적이기에 쿠바의 혁명 얘기를 듣는 것은 하나의 전설을 듣는 것이 된다.
또한 그 자신이 전설이 되어버린 체 게바라를 곳곳에서 만나는 것 역시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가슴떨리는 노래가 된다.

두번째 길.
혁명을 성공시킨 쿠바는 미국에 공세에 맞서 소련의 위성국가로 들어선다.
냉전시대 당시 쿠바는 국제시가의 3배 이상의 가격으로 사탕수수를 소련에 판매하고 원가 이하로 석유와 식량 공산품들을 소련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받아 경제를 유지하는 나라였다.
이러한 경제 체제는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당연히 같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체제였다.
1990년대 초반의 쿠바는 한마디로 온국민이 굶어죽을 위기라는 말 이외에는 도저히 표현할 길 없는 처지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걸 딛고 일어섰다.
도대체 어떻게.....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시장경제로의 진입도 아니고 사회주의라는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이다.
이 불가능한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1990년 당시 식량 자급률 40%를 오늘날 식량 자급률 95%로 바꿔놓은 기적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석유가 없어 폐물이된 트랙터의 노동은 소들이 대신한다.
화학비료가 없어진 자리는 유기농이 대신한다.(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 쿠바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도시의 공터들을 모두 농지로 개편, 도시농업을 활성화시킨다.
거대한 국유 사탕수수농장을 잘개 쪼개 협동농장화 하고 작물을 다변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과정과 지원은 철저하게 국가가 주도하며, 전 국민에게 식량 배급제를 실시한다.
국민들이 굶고 있던 시절에 정부 고위관료들이 호의호식한 흔적은 거의 없다.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쿠바의 국가 청렴도는 부동의 1위다. (물론 아주 없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연대의 모델을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베네수엘라와의 교역모델.
부족한 석유의 수입을 위해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연대한다.
즉 차베스 정권 이후의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석유를 수출한다.
당연히 그 대금을 지불할 현금 능력은 없다.
대신 쿠바는 그 대금으로 의사와 교사인력을 파견한다.
차베스는 집권 이후 의료와 교육의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문제는 베네수엘라에서 이미 어느정도 특권층인 교사와 의사 집단이 누구도 시골 변방에 가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하려하는 이가 없다는게 문제였다.
바로 그 베네수엘라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 사업을 쿠바인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쿠바의 의료수준은 세계적이며 교사의 숫자 역시 우리와는 비교가 안된다.
아무리 어려웠던 시절에도 쿠바는 의료와 교육의 무상혜택을 멈추지 않았으며 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인구 170명당 의사 한 명, (학생이 아닌)인구 36.8명당 1명의 교사가 있는 나라가 쿠바다.
이들의 대우가 특별하냐? 아니다. 기껏해야 노동자의 평균임금보다 약간 많은 정도.
그나마도 근무조건도 좋지 않다.
오지중의 오지에 가서 근무하는것도 태반이다.
그럼에도 국가의 지원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을 해내고 있다.

또한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지금 공동의 의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잇다.
즉 카리브해와 중남미 지역에 사는 맹인 또는 시력장애 환자들을 쿠바로 불러들여 눈을 뜨게 한다는 것.
이 인도주의 프로젝트는 베네수엘라가 자금을 대고 쿠바가 병원과 의료진, 환자와 보호자들의 숙식을 제공한다.
2005년 한 해에만 라틴아메리카의 가난한 시각장애인 10만명에게 빛을 준 프로젝트다.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 미국은 뭐하고 있냐고...
정치적 목적으로 아픈사람을 이용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젠장.....
쿠바와 베네수엘라와의 연대는 미국이 뭐라하든 이제 새로운 올바른 국제협력의 모델의 첫 출발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범을 따르는 나라가 없는게 문제지만 그것이 라틴 아메리카 전체로 번져가지 않을거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꿈이라 할지라도 이제 시작하는 나라가 생기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런 쿠바에 문제가 없냐고?
모든 것을 환상적으로 잘 돼가고 있다고 열광하기에 작가의 나이도 사유의 깊이도 그리 얕은게 아니다.
애정은 애정이고 현실은 현실이니....
1990년 이후 경제붕괴 이후 외화의 부족은 쿠바에 이중경제체제를 발생시킨다.
국영체제 이후에 달러경제가 한 곳에서 따로 성장하고 있는 것.
미국 친척으로부터 송금을 받을 수 있는 자들이 생기고, 일부 관광업 종사자들 중에서 어느정도의 부유층이 형성되면서 빈부격차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
새로이 생긴 달러상점은 대부분의 쿠바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소비의 욕망을 증폭시키는데는 마찬가지다.
집권층에서의 부정부패보다도 오히려 일반 국민층에서의 부정.
국영공장이나 농장등으로부터 빼돌린 물건들을 암거래하는 암시장이 일반화되어있다.
이러한 이중경제는 물론 국가의 단속대상이지만 그것이 워낙에 광범위하다보니 완전 ?결은 불가능.
아직은 그것이 국가 체제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 번 풀린 욕망이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쿠바의 미래가 밝기만 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쿠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말을 들어보자.
  천국도 지옥도 아닌, 몰락을 면하고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현실사회주의 국가일 뿐인 쿠바, 지구 반대편의 이 이상한 나라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이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쿠바의 시선으로 쿠바를 보면 그 너머에 우리 안의 일상호된 잔혹함과 비인간성의 음습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꼴을 볼 수 있다. 그 그림자가 주는 영감으로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좀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렇게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회주의적 영감이 사라진 자본주의만큼 참혹한 체제는 없는 법이다.(3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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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7-01-11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리뷰 보고 바로 질렀습니다 ^^
전자책이라서 땡스투를 못 드리는게 너무 안타까워요 흑흑 ㅠㅠ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

바람돌이 2007-01-12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땡스투가 없어도 내가 좋아하는 책을 누군가가 같이 좋아해주고 보고싶어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쁨입니다. ^^

글샘 2007-02-1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느린 희망과 요놈을 재빨리 빌려왔습니다. 주말에 보려 했는데, 학교에 두고 왔군요. ㅠㅠ 느린 희망과 비슷하겠네요. 좀 상세하겠고... 아, 쿠바에 가보고 싶어요^^

바람돌이 2007-02-1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린 희망은 사진 중심이고 요건 여행기 중심이지만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쿠바 가보고 싶어요. 카스트로가 죽기전에 가긴 틀린것 같아 좀 아쉽네요. 이후 쿠바는 어떤 식으로든 또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