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
샤바케 2 - 사모하는 행수님께 샤바케 2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나도 이 책이 좋아죽겠다. 이유가 뭐지???

명색이 추리소설이지만 추리라는게 뭐 엄청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멋진 남자가 나오느냐?
그래봤자 병약해서 골골하는 도련님과 그 도련님을 보살피는 요괴 둘이 나온다.
전편에서도 골골골 하던 도련님은 여전히 아니 더 골골골.....
그 대신 두뇌는 갈수록 명민해지는지 사건해결을 척척 해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포와로같은 대단한 추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재밌다.
끝나는게 아까워서 읽는게 싫어질만큼....
그럼에도 단숨에 읽으며 내내 내 얼굴에 미소를 떠나지 않게 한다.
도련님의 투정어린 반항도 도련님을 싸고도는 니키치와 사스케의 과보호도,
그외 왁자지껄 나오는 온갖요괴들도 귀엽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진실은 조금 더 너머 내 속의 은밀한 욕망에 있는 것 같으니....
바로

나도 사스케랑 니키치 같은 요괴가 옆에서 나좀 보살펴주면 좋겠단말야.... ㅠ.
샤바케가 불러일으킨 공주병? 아니 도련님병에 걸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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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소재가 독특해서 뭐 이러냐 싶었는데
여기저기서 재밌다고들 하시니 땡기네요 :)

바람돌이 2007-07-2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여름에 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책! 후회없으실거예요. ㅎㅎ
 
올해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
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한때는 말이다. 나도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뭔가 정책을 결정하고 할때는 그게 아무리 맘에 안들어고 그래도 나름대로의 심사숙고와 다방면에서의 연구와 이런걸 하고 한거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그게 아닌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드는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4년전에 온 나라의 사람들이 눈이 멀었던 바로 그곳.
모두가 그런 일이 없었다는듯이 시침 뚝떼고 묻어버리려는 현재
그런데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다시 발생한다.
소위 민주적이라는 외피를 뒤집어쓴 선거에서 수도 시민의 83%가 백지투표를 한 것.
주제 사라마구다운 설정이라는 생각이 확 풍긴다.
선거라는 제도가 민주적이라는걸 믿는건 이젠 순진한 사람들만일게다.
이놈의 나라에서도 선거때마다 도대체 찍고 싶은 인간이 없어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형태로만 투표를 해온지 오래. 어쩌면 너희들 모두 아웃이야를 외치면서 백지투표를 하고 싶다는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리라.
어쨌든 실제로 소설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통쾌하기는 할 것 같다.

정말로 이 사건은 소설속 우익정권에게는 권력을 잃은 것보다도 더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여진다.
그들이 신봉하는 체제 이념 권력 그 자체가 깡그리 부정당하고 비웃음을 당한 것이니....
그러나 권력이 반성한다는건 언제나 기대하기 힘들다.
우익이든 좌익이든....
소설속 우익정권 역시 그들 자신의 무능이나 파렴치함이나에서 원인을 찾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이것은 어쩌면 권력이라는 것 자체의속성일지도...
그들은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시민들을 비판하고 그리고는 결국 시민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진지하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지극히 즉흥적이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또 다른 방법을 해보면 되지라는....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다.
계엄령을 내리고 수도를 이전하고 온갖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반성하라! 반성하라! 외치지만 그것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정부가 권력이 떠나도 일상은 굳건하게 그렇게 지켜지고 흘러간다. 무언의 저항. 누구에게 칼날을 들이대야 할지 알 수 없기에 가장 두려운 저항.
하지만 두려움은 더욱더 우익정권의 눈을 가리고 이성을 마비시키고 자신에게로 향해야 할 눈을 아예 없애버린다.
그들은 광적으로 누군가를 찾는다. 즉 자신들의 무능과 추악함을 대신해서 한꺼번에 짊어줘줄 그 누군가를.... 그리고 대상이 일단 발견되면 나머지는 모두 만들어낼 수 있다. 그들은 권력을 가졌고 언론을 가졌고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없앨 수 있는 힘을 가졌기에....

그래서 세상은 여전히 눈이 먼자들의 세상이다.
이제 눈 뜬자들은 눈 뜬자로서의 자각을 실행하고 뭔가 다른 세계를 갈구하지만 그들이 눈을 뜸으로해서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럼으로 여전히 눈을 감고 눈이 먼자들은 눈먼 세상을 강요할 수 있는걸게다.
이곳에서 눈 뜬자는 죄악이다. 우리 세상도 그렇다.
희망은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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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7-2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제사라마구는 포르투갈 공산당원이기도 했잖아요.그의 소설은 좌파적 은유로 읽어야할 때가 많지요.보통선거권(이것도 진정한 의미로 작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이란 것도 좌파적 시각에서 보면 그 연원이 상시 노동력확보를 위한 노동력 포섭과정의 일환으로 분석합니다.선거권을 주더라도 부르주아 헤게모니의 전복같은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이루어진 거래라는 거지요.그렇다고 선거권이 가진 역사발전적 측면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요..그런 의미도 있다는 것..(교과서에서는 단순히 시민권력의 확대,민주주의 성취라고 만 배웁니다)...예를 들어 투표같은데서 찬성/반대/기권...이걸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에 도입해보면 긍정/부정/무시.(또는 불인정)로 억지로 대입시켤 볼 수 있을 듯해요.사실 권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긍정/부정이 아니라 불인정이지요...실제 현실에서 저런 불인정은 이루어지기 힘들겠지만...

바람돌이 2007-07-25 02:39   좋아요 0 | URL
주제 사라마구의 경력은 정말 상당히 독특하더군요. 데뷔를 하고도 19년간 단 한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않은채 공산당활동에만 전념했다 - 사실 그러기 쉽지않을 것 같은데... 게다가 그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의 내용을 봐도 그가 가진 비판정신이 전혀 녹슬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멋진 사람이예요. ㅎㅎ - 근데 이 책보면서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그 불인정이 한번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면 꽤 멋질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ㅎㅎ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일본 역사를 움직인 여인들
호사카 유지 지음 / 문학수첩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일단 이 책의 저자 이력이 상당히 독특하다. 일본인이면서 한일관계사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가 결국 귀화하여 눌러앉은 이다. 내가 알수는 없으나 이런 경력이 그리 흔할 것 같지는 않다. 그의 그런 이력만큼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독특하다. 이런 류의 책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지나친 흥미위주로 가면서 한없이 가벼워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일단 치명적인 위험은 피해간 듯하다. 일본의 여성들을 다루면서도 역사적인 배경과 시대상황을 읽어내는데 늘 주의를 기울인다. 또한 당시의 여성들을 통해서 일본에서의 여성의 지위의 변천, 부수적인 존재로서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역사를 움직여 나가고자 했던 그들의 삶,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회상이 변해나가는 모습까지 일본사 개설서로서의 역할까지 꽤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첫번째로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주장은 일본 중세 이전의 역사에서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의 역할을 엄청나게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원전 4세기에서 기원후 7세기까지  100만에서 200만에 이르는 인구가 한반도에서 유입되었고 이들은 이 시기 일본 역사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도래인들의 존재나 그들이 일본 문화나 역사에 끼친 영향력이 꽤 컸다는 것은 뭐 대부분이 알고있는 얘기지만 이 책에서 얘기되는 영향의 정도나 한반도와 일본의 밀착정도는 기존에 알고있던 정도를 훨씬 넘어선다. 가야계 도래인 출신인 천황으로부터 천황을 능가하는 권력을 누리며 일본의 다른 귀족집안과 권력다툼을 벌였던 소가씨 집안. 백제 멸망기에 백제 부흥운동을 일으켰던 왕자 풍이 어쩌면 일본 사이메이 천황의 아들인 나카노오에 왕자가 아닐까라는 가설. 그리고 동시에 연결된 것으로 백제계로 추정되는 천황들 등. 그의 주장대로라면 일본이든 한국이든 고대사를 완성하려면 이 두나라의 하나처럼 밀착된 관계를 파헤치지 않고는 반쪽의 역사가 될 정도이다. 일단 이러한 주장들의 진위 여부는 내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고, 다만 그 주장의 대담성이 참 흥미롭다. 실제로 한일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미묘한 문제인가 말이다. 국내의 학자라면 국수주의자가 아니고서는 이정도까지 논지를 펼치기는 어렵다. 정말 명명백백한 학문적 증거가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그런데 어쩌면 일본 출신 귀화 한국인이라는 그의 존재가 이런 주장도 맘껏 펼칠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대담한 가설이 한일관계사를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있는 기폭제나 문제제기가 될 수 도 있지만, 반대로 이것이 잘못 작용하면 쓸데없는 민족적 자만심으로 연결될수도 있는 문제가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한일관계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든 상태고 옛날에 우리가 일본에 문화를 전해줬다는게 무슨 대대손손 길이 이어갈 훈장인것처럼 보는 분위기니... 그런데 이런 태도야 말로 국수주의의 온상이고 또한 한일관계와 역사를 발전적으로 전망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중세 막부시대로 가면 일본의 지배층 여성들의 현실 정치에서의 역할은 고대에 비해서 확실히 줄어든다. 고대의 여성이 독자적인 통치자로서의 역할을 한 이가 많았다면 중세의 여성들은 이제 누구의 아내 또는 딸로서의 지위가 일차적이게 된다. 뭐 고대라고 해서 그런면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고대에는 누구의 아내 딸이라는 지위에서 출발하지만 귀결은 그 자신의 독자적인 지위의 획득으로 이어졌던 반면 중세 이후가 되면 아내와 딸이라는 지위에 머무는 수준에서 그녀들의 역할이 펼쳐진다는 거다. 헤이시의 난에서 패배한 겐지 가문의 도키와 고젠은 그녀의 미모를 이용하여 겐지가문의 후손 요시쓰네를 결국 헤이시를 무찌르고 겐지가문의 시대를 만드는주역으로 키워낸다. 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순신에서 토요토미 히데요시 곁에 나긋나긋하고 약하디 약한 모습으로 보여졌던 요도기미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다. 그녀는 단순히 토요토미 곁은 꽃같은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하고자 했던 여성으로 그려진다.

에도 시대로 가면 당시 조선에서 전래되었던 성리학이 사회의 통치이념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런데 성리학이란 이념은 조선에서나 일본에서나 여성에게는 그야말로 족쇄였음 역시 흥미롭다. 여성들의 정치계로의 진출이나 역할이 모두 현저히 줄어들어버리니.... 이제 여성들은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아내와 어머니라는 집안 울타릭 갇혀버리는 것도 두 나라가 어찌나 똑같은지.... 

고대에서 근대까지 역사속에 이름을 남긴 여성들의 삶을 통해서 바라보는 일본사는 꽤나 흥미롭다. 내가 일본사를 좀 더 제대로 알았더라면 훨씬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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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 싶은 일본소설 베스트는?
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늘 병약해서 골골거리는 부잣집 도련님이 있습니다. 올해 꽃같은 나이 17살입니다.
어찌나 병약한지 조금만 많이 움직이면 지쳐서 새끼고양이처럼 잠들어버리죠.
앓아누워 온 집안 사람을 걱정시킵니다.
그리고 그런 병약한 도련님을 지키는 요괴가 두명 나옵니다.
튼튼한 요괴 두명은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도련님에게는 꼼짝도 못하죠.
도련님 일이라면 조그만 것도 놓치지 않고 난리를 부립니다.
이 두 요괴는 도련님에게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반항하고픈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도련님의 유일한 친구가 있군요.
조그만 과자가게의 후계자. 말이 후계자지 과자를 잘 못만들어서 고민이 많습니다.

이정도라면 눈치채셨겠죠? 아주 만화적인 상상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이제 17세가 된 도련님은 병약하지만 마음만은 여느 17세의 소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스스로 서고 싶은 마음만은 똑같습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건 굳이 얘기하자면 곳곳의 요괴들이 눈에 보이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거죠.
그런데 웃기는건 워낙에 어려서부터 그랬기 때문에 왜 자기만 요괴를 볼 수 있는지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더군요.

애지중지 보물단지처럼 키워진 도련님에게 위험이 닥칩니다.
에도 곳곳의 약재상들이 살해당하고 도련님도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뻔하지요.
힘센 무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뛰어난 추리력의 소유자도 아닌(뭐 보통보다는 낫습니다만) 우리의 도련님은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까요?
당연히 요괴들의 도움을 받겠죠?
하지만 재밌는건 도련님을 지키는 요괴들이란게 참 열심이고 힘도 강력하고 한데 막상 중요한 순간에선 별로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쩌면 당연하죠. 주인공은 도련님이니까요. ^^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든 좋아하지 않는 이든 누구든지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게 이 책의 강력한 장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 역시 추리소설을 딱히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편식이 심하기 때문이지요. 본격적인 추리소설들의 그 어둡고 시니컬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울때가 많습니다.
그런 저에게는 이 책은 딱 안성마춤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때가 일더미에 묻혀서 심신이 마지막 아우성을 지를때쯤이었습니다.
그럴때 손에 든 이 이야기는 그대로 저를 현실의 갑갑함에서 확 벗어나버리게 해주더군요.
살인사건은 잔혹하지만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그대로 대입되지는 않기에 그다지 끔찍하다거나 현실감있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즉 나와는 다른 세계, 요괴와 인간이 어울리는 뭔가 판타스틱한 다른 세계의 일이니까요.
거기다 어떤 면에서는 세상물정 모르고 어리숙하게 보이는 약하기 그지 없는 도련님이 주인공이니 설마 작가가 도련님을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해피엔딩이 보장된 소설이라는거지요.

뭔가 지루하고 일상이 갑갑하다고 느끼실때 손에 들면 딱 알맞을 소설입니다.
적당한 정도의 비현실성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귀여운 도련님과 요괴들의 세상으로 잠시 피난을 갈 수 있는 책. - 요정도가 이 책에 알맞는 수식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 그리고 황당한 도련님의 출생의 비밀도 꽤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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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돌아본 일본역사
임용한 지음 / 혜안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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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가 차고 넘치지만 유적군들을 중심으로 하는 답사기를 찾으려니 의외로 찾기 힘들다.
번역서도 문화사 쪽은 잘 안보이고....
겨우 찾아낸 책이 이 책이었다.

재기발랄함이나 톡쏘는 유머의 맛 이런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지만 대신에 나름대로의 진중함과 성실한 고민들이 잘 우러나오는 책이다.
저자는 한국사 전공자다.
누구나 직업은 속일 수 없듯이 그의 여행은 끊임없이 일본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를 비교하고 그 차이와 동질성을 고민한다.
그 고민들이 아직 뚜렷한 결실을 맺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의 문제의식은 새겨들을 만하다.

히메지 성을 보면서 그는 아름다운 공포라고 했다.
나 역시 책으로만 봐도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는 임진왜란때 일본군이 쌓은 왜성들이 꽤 많이 남아있다.
몇년전 왜성답사를 준비하면서 강의를 몇꼭지 들은게 있었는데 그 때 들은 왜성의 구조는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전쟁을 통해 발달한 성곽과 기본적으로 평화가 훨씬 오래 지속된 지역의 성곽은 이렇게도 다른 것이구나.
단순히 성곽의 튼튼함이나 방어의 효율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성곽은 그 자체로 가미가제 특공대나 태평양전쟁에서의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의 막무가내식 돌격성, 패전을 맞아 할복으로 죽음을 맞는 그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히메지는 대표적인 일본 관광사진으로 흔히 쓰일만큼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그러나 이곳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하는걸 상상하는 순간 그대로 전율이 된다.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단숨에 정복되거나 정복하는게 불가능한 수많은 피를 뿌려야만 하는구조 그 자체.
그곳에 아름다운 공포라는 이름은 어쩌면 그리도 딱 들어맞을까 싶다.

흔히 일본인들은 작은 것을 잘 만들고 섬세하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런 일본인의 심성은 땅이 좁은데서 나오지 않았겠나라고 쉽게 얘기들을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면에서도 역사학자 답다.
땅의 넓고 좁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집권체제라는게 거의 성립한 적이 없는 일본의 역사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일본중세와 메이지유신 이전의 역사는 지방 봉건영주격인 다이묘가 통치의 중심단위이다.
방어를 위해 최대한 밀착된 도시구조를 만들고 따라서 당연히 공간을 극단적으로 활용해야만 했던 그들의 기나긴 역사에서 일본의 주요 심성의 근원을 찾아보고자 한다.
땅이 좁아서라는 막연한 대답보다는 훨씬 공감이 가는 고민이다.

이 책의 장점이 이런 것들이다.
문화재 자체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는다.
문화재가 형성된 시대의 역사를 살피고 거기에 어떤 사람들이 관련되어있는지, 그것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어떤 것들인지 늘 고민하는 저자의 자세는 참 학자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일본사 전공자는 아니다 보니 개설서를 넘어서는 설명은 힘들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 역시 일본사 전공할려고 가는건 아니니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어렵지 않게 일본의 역사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잘 짚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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