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교사들, 미국 서부를 가다
지리누리 지음 / 푸른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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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워낙에 해외여행이란게 흔한 세상이고 가는 나라들도 참 다양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저길 도대체 왜 갈까? 싶은 곳을 들라면 내게는 당연히 미국이었다.
정치적이고 뭐고를 다 떠나서 일단 저 나라에 가서 쇼핑을 빼고 나면 뭐 볼게 있다고 하는게 내 생각이라고 할까?

인디언의 문화는 모두 다 파괴되어 남은게 없고, 나머지 백인들의 역사래야 너무 짧아서 명함 내밀것도 없고.... 그래서 한 번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는곳이 미국이라는 나라였다.

근데 이건 역사쪽으로 관심 안테나가 가 있는 나의 생각이고 지리쪽으로는 아닌가보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 지리 교사들이 왜 하필 미국 서부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 의문은 책을 보자 마자 풀렸지만....
미국 서부가 지리교사들에 의해 선택된 이유는 단 하나.
그곳이 지리 교과서에 나오는 온갖 지형들의 전형적인 형태(그걸 이 책에서 보면 모식적 지형이라고 부르더군)가 모두 모여있는 보물 같은 곳이라는 것.

사실 선상지 같은 지형도 아주 흔한 지형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채꼴이라고 딱히 집어 부르기엔 애매할 경우가 많다.  주변의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찌그러진 부채꼴이라고나 할까.... (아이들한테 사진 보여주면서 막막할때가 많다. ㅠ.ㅠ)
그런데 이곳 미국 서부의 경우 그런 선상지가 딱 지리책 모형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펼쳐진단다.
교과서에서 보던 그런 그림같은 지형의 모범을 실제로 본다는건 꽤 경이로운 경험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들은 도시에서 도심과 슬럼가가 얼마나 붙어있는지를 보며, 또한 그것이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어쩌면 그리도 닮았는지를 보며 놀라워한다.
캘리코 폐광촌이 관광도시로 다시 살아난 것을 보면서 강원도에 대해 고민한다. 물론 강원도 역시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온갖 난리들을 부리지만 그것이 지역민을 소외시킨 개발이라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지역민을 아우르고 그들의 경험을 살리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것이 있을까를 고민한다.

또한 비켜갈 수 없는 문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얘기도 끼어들며 그들에 대한 미국의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주인공은 지형과 지질들이다.
그랜드캐넌을 방문하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감탄하며 그곳의 생성원리와 각종의 지형을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런 구체적인 설명과 사진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막연히 사진으로만 보이던 것을 이미지화 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뜨거운 태양과 건조한 기후 - 그로 인해 바싹 메마른 땅, 그곳을 콜로라도 강물이 거대하게 쏟아지면 순식간에 강은 흙탕물이 되고 흙과 자갈과 바위까지 삼켜버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렇게 셀수도 없을 정도로 오랜세월이 지나면 그랜드 캐넌이라는 장대한 자연의 드라마가 완성되어지는 것.
때로 안다는 것이 이해의 지름길이란게 실감될 때가 이럴때이다.

그저 와 멋지다라는 탄성으로 끝날 수 있는 감상이 하나의 드라마로 엮어져가는 과정은 탄성을 증폭시키고 감동을 이끌어낸다.

 

이 책의 지리교사들과 같이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랜드 캐넌이 오랜 시간동안의 지각운동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면 옐로스톤이란 곳은 현재 한창 새로운 지형을 만들고 운동하고 있는 땅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땅 밑에 세계 최대의 마그마 저장소를 갖고 있고, 그 열이 지하 수증기를 가열하여 소규모의 화산쇼를 보여주고 있는 간헐천들을 무수히 가지고 있는 곳이 이곳이다.

 

자연의 드라마라는 것이 워낙에 오랜시간의 결과물이기에 우리 인간에게는 항상 결과로 주어져 있는 변하지 않는 어떤 것으로 인식되어질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의 역사와 거대한 움직임이 하나의 실제로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게된다.

 

이러고 보니 미국이라는 나라도 우선순위는 아닐지라도 꽤 재미있는 여행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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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

바람돌이 2007-09-18 21:46   좋아요 0 | URL
감사~ ^^

마노아 2007-09-1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책을 보관함에서 잠시 쳐다보았는데 여기서 리뷰를 보게 되네요. 반가웠어요^^

바람돌이 2007-09-18 21:47   좋아요 0 | URL
미국쪽 지리 부분 들어가게 되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듯하네요. 저도 다음주면 그쪽 부분 들어가야 돼서 급하게 읽었어요. ㅎㅎ 근데 워낙에 모식적인 지형이 많다보니 그런 지형의 형성과정이나 하는게 쉽게 설명이 잘돼 있더라구요. ㅎㅎ

BRINY 2007-09-1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나다 서부를 4개월 걸쳐 여기저기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런 생각 했어요. 여긴 딱 지구과학 교과서야!!!라구요.

바람돌이 2007-09-18 23:21   좋아요 0 | URL
캐나다 서부를 4개월!!! 저 4개월이란 기간에 부러움 뿐입니다. ^^

BRINY 2007-09-1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벌써 옛날옛적. IMF외환위기가 오기 전 얘기랍니다. 그때 싱가폴 항공 뱅쿠버 왕복표가 학생할인해서 40만원도 안됐나 그랬어요. 환율도 엄청 좋았던 때고.
우리나라도 강원도 통리 협곡 같은 곳은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고 하지만, 워낙 그 위에 나무가 많고 사람들이 살고 해서 원형을 알기 힘든데, 아메리카 대륙 서부는 그대로 드러나있으니까 지리책 샘플 사진 그대로여요. 지상에서 보는 것도 좋구, 비행기타고 록키산맥 위 지나가면 정말 지형모형이 따로 없어요.

바람돌이 2007-09-19 10:48   좋아요 0 | URL
요즘도 환율이 내려서 좀 낫죠? 근데 지금은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그렇게 안나잖아요. 해외에서 가끔 배낭여행 와서 열심히 공부하고 다니는 대학생들을 보면(물론 소수예요) 젊은 시절에 저렇게 자유로울때 다닐 수 있는 요즘 환경이 부럽기도 해요. 캐나다나 미국 서부의 그런 자연사적인 지형을 보는 것도 굉장히 멋진 경험일것 같네요. 가보기 힘들겠져? ㅎㅎ
 
샤바케 3 - 고양이 할멈 샤바케 3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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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샤바케 3권이 드디어 내손에 들어왔다.
한동안 소설에 굶주렸던지라, 앉은 자리에서 3권을 다 읽어버렷다.
여전히 도련님은 귀엽고 니키치와 사스케 역시 대 요괴라는 설정에 걸맞지 않게 귀엽다.
뭐 여기저기 무수히 등장하는 야나리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2권과 마찬가지로 단편들인데 아무래도 내 취향은 장편쪽인 것 같다.
조금은 사건의 스케일이나 호흡이 좀 더 긴 장편쪽으로 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단편들 중에서 맘을 끌었던 건 역시 사스케의 과거의 모습이 나온느 <고향>편
사람과는 다르게 기억할 수 조차 없는 오랜 세월을 살면서 온갖 경험을 했을 니치치나 사스케의 옛적 이야기는 소재 자체로 관심을 끈다.
2권의 니키치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애절한 다른 도련님과의 사연이 애틋하다.
이들의 과거에 또 어떤 일들이 있었을지 다음권에도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다음으로 맘에 들었던 건<방울이오 방울>편
역시 도련님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는 연애감정을 가질때도 되었을텐데...
하지만 워낙에 과보호에 세상물정 모르게 큰 도련님이니 이쪽 방면으로는 아직도 아이인듯하다.
그럼에도 여동생같은 오하루를 위해서 동분서주 뛰는 도련님의 모습이 귀엽다.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조금은 성장해가는 것 같은 도련님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샤바케 3권은 앞의 책들에 좀 못미친다.
지나치게 단순한 설정이 반복되는 것도 좀 지루해지고 있고, 각 단편들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도련님 집안의 배경설명도 좀 지겹다.
작가는 자신의 책을 사람들이 절대로 시리즈로 읽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는 건지 원.....

그리고 이 책의 묘미는 그 설정의 신선함이었는데 이제는 구태의연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작지점의 신선함만으로 시리즈를 계속 이어간다는건 무리가 아닐까?
조금은 도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는 3권이다.
4권의 모습도 이 수준에서 머문다면 아마 4권쯤에서는 이 시리즈를 읽는걸 접지 않을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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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오랜꿈 2007-09-10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서재가 갑자기 왜 이리 현란해졌나? 눈부신다,,,

아사히 맥주님께!

오늘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아사히 맥주 사왔다. 6개들이 캔을 사면 아사히 맥주잔과 휴대폰걸이를 사은품으로 주더라고. 아사히 맥주잔 너무 좋다. 와이프가 보고 하나 더 사라고 하더라.ㅋㅋ 이런 일 거의 없거든. 맨날 자기 먹을 거는 안 사고 내 먹을 맥주만 산다고 욕들어 먹는데... 시간 나면 주변에 있는 <롯데마트>에 장보러 한 번 가보셔! ㅎㅎ

아사히 맥주 2007-09-12 08:5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정보 고마워요. 좀 미안네. 남의 서재에서 ㅎㅎ
이번 주말은 아사히 맥주잔에 아사히 맥주를 가득 채워서 그때 그 오징어 구운거와 빨간 고추장에 안주 삼아 꼭 한잔해야쥐.

바람돌이 2007-09-12 10:24   좋아요 0 | URL
남의 서재에서 놀고있는건 다들 아는감? ㅎㅎ 그 아사히 맥주 사면 우리집에 들고 오셔... 오징어도.... ㅎㅎ

바람돌이 2007-09-11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가 현란해진건 내 맘이 아니고 알라딘측 맘이라우... 매일 바뀌게 해놨거든... ㅎㅎ

그나저나 이 사람들이 남의 서재를 무슨 연락처로 아나? 확 지워버릴까부다 ㅎㅎ
근데 어디 산토리맥주 프리미엄 파는데는 없수?

내오랜꿈 2007-09-12 17:30   좋아요 0 | URL
당근 있지. 모노링크(http://monolink.co.kr/)라고 일본 상품 전문샵이지. 이곳엔 산토리 프리미엄이나 에비수 더 호프 등 네가 좋하할 타잎의 '몰츠 맥주'들이 많지.

그런데, 매장이 전국에 6곳밖에 없다. -.-.. 그것도 서울, 수원, 분당에만 있다.

그리고 인터넷판매가 되는데, 주류만은 인터넷 판매가 안 된다...-.-..

언제 우리 집에 놀러 올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 하셔! 내가 준비해 놓으께. 수원점이 우리 집에서 가깝거든.

바람돌이 2007-09-12 10:26   좋아요 0 | URL
별로 쓸데없는 정보구만요. ㅎㅎ 올 가을쯤에 한번 올라갈 생각이거든요. 동생네 집에... 가게 되면 연락할게요. 꼭 사놔야 돼요. ㅎㅎ
아니면 10월말에 부석사 사과따러 갈때 들고 오던지.... ㅎㅎ
 
12번째 카드 - 전2권 세트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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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프리 디버의 신작이라면 기대하고 기대하던 책인데도 바쁜 날들이 이 책과의 만남을 계속 미루게 했다.

이번엔 어린 흑인 소녀가 살해당할뻔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학교숙제로 자기 조상과 관련된 리포트를 쓰게된 영리한 소녀는 100여년전의 자신의 조상의 일을 쫒고 있다.
그런데 살인미수가 개입되면서 사건은 미국의 흑인사와 옛날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쫒는 것,
그리고 소녀를 쫒는 살인범과의 싸움 두장면으로 전개된다.

여전히 링컨 라임은 치밀하고 마치 마술사처럼 갖가지 사소한 증거들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내며 사건을 풀어나간다.
소설의 전개는 시리즈 전체가 그러하듯 여전히 흥미 진진하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역시 살인범의 정체.
아니 정체라기보다는 그가 살인범이 된 계기가 충격적이라고 할까?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는데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 계기가 뭔지 말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손가락을 참아야 하다니.... 이래서 추리소설 리뷰는 너무 어렵다. 결정적인걸 말하지 못하면서 뭔가를 말해야 하니...ㅠ.ㅠ)
12번째 카드로 상징되는 살인범의 정체는 우리 사회나 제도에 하나의 커다란 문제제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이 문제제기로만 그치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조금더 나아가줬으면... 살인범의 심리묘사나 상황 설명이 좀 더 나아갔다면 좀 더 제대로 된 문제제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여전히 재밌기는 한데 내가 이 시리즈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딱 클라이막스에서 이런 결론은 아닐거야 분명히 뭔가가 더 있는데 그 뭔가가 이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딱 맞아들어가면서 재미가 확 꺾여버린다.
반전의 묘미는 이전보다 줄었다는 것.
그게 내가 시리즈에 익숙해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작가의 솜씨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해서 그런건지는 다음 시리즈를 기다려 봐야 알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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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7-09-1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이 책 보면서 내내 이게 끝이 아닐거야, 또 반전이 있을꺼야.. 이러면서 봤다니까요~^^;; 또 말대로 되기도 하고..ㅎㅎ

바람돌이 2007-09-11 00:39   좋아요 0 | URL
아마도 시리즈에 익숙해져가는게 아닌지... 작가 노릇은 참 힘들겠다 싶습니다. 조금 뻔해지면 뭔가 다른걸 찾아내야 하니 말입니다. ㅎㅎ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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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훈의 책을 잡을때는 항상 뭔가 애매한 망설임이 같이 잡힌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나? 글쎄...
그가 세상의 보는 관점에 동의하나? 글쎄...
딱히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딱히 아니라고 말을 하기에는 항상 뭔가 뒤가 당기는듯한 애매한 느낌.

그래서인지 그의 책은 난해하다.
도대체 그가 주장하고 싶은게 뭘까?
그는 소설속 인물들에 몰입하지 않는다.
늘 딱 그만큼의 간격을 유진한다.
제 3자인양 싶으면 어느샌가 다가가 있고, 다가섰다 싶으면 저만치 물러서는.....

소설 <남한산성>은 역사소설이 아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건 역사가 아니라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인간들의 면면이고, 그들의 마음이다.
왕은 끊임없이 살길을 찾고자 하나 말의 장막속에 가려있다.
신하들은 주전파든 주화파든 자신이 믿는 신념속에 갇혀 현실을 보지 못한다.
그들이 만드는 감옥이 남한산성이다.
백성들에게 남한산성은 거대한 감옥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건만 어느날 보니 감옥속에 갇혀있더라는.... 그 감옥을 깨는 선택권은 백성들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다.

백성들은 그 감옥의 무게를
"승지가 칼을 빼니 산천이 떠는구려. 그 칼을 들고 적 앞으로 나아가시오. 우리가 따르리다."라며 조롱한다.

일면 임금된 자는 그 속에서 고뇌의 무게에 짓눌려있는 듯 그려진다.
임금으로서의 인조는 어떻게든 모두의 고통과 고민을 하나로 아울러 살길을 찾고자 하는듯 보인다. (아마도 이런 인조의 모습은 역사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것이다.)
그런 인조의 모습에 우리 시대 아비의 모습이 겹친다.
가부장의 권위로 모든 어려운 일을 꿋꿋하게 헤쳐나가던, 그러나 어느 순간 보니 그 어떤것도 그가 해결한 것은 없는 그 권위란게 허망한 말뿐이었음을 깨닫게 된 아비들...
그렇다면 김훈은 그 사라져가는 아비의 고뇌를 인조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아비의 출현을 서날쇠의 모습을 통해 소망하는 것일까?

그 어느것 하나 명확해보이지 않는다.
그 애매모호함이 김훈의 소설의 난해함을 만든다.
그는 인조의 편도 주전파의 편도 주화파의 편도 더더욱 백성들의 편도 아닌듯하다.
한편으로는 모든 인간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는 전지전능한 신의 반열에 자신을 올려놓은 듯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그 모든 것에 무심한 방관자의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말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
이것이 김훈의 애매모호함의 정체일까?

여전히 김훈을 좋아할지 말아야할지 헤매게 하는 딱 김훈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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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14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글샘 2007-09-09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서도 김훈을 읽는 걸 보면, 그는 성공한 작가입니다.^^
근데, 재미없는 소설 좀 안 썼음 좋겠어요.

바람돌이 2007-09-10 03:01   좋아요 0 | URL
성공한 작가 맞죠. 우리나라에서 책 써서 밥벌어먹을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전 그의 책이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던데요. 그의 문장마다에 넘치는 비장미는 어쨌든 있어보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난체 하고 싶어하는 지식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문장이란 생각도 들고요. 뭐 저도 그런 속물근성을 버리지 못했는지 아주 재미없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그 끊어치는 듯한 문장들을 보는 재미는 꽤 있었거든요.

내오랜꿈 2007-09-10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오도에서였나? 너네 집에서였었나? 김훈의 "밥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했던 때가? <칼의 노래>, <남한산성> 모두 소설화한 "밥에 대한 단상" 같아. 적어도 문체, 간결한 문장이 주는 압축미, 비장미 등에 관해서는... 그래서 글솜씨 자체는 인정해준다.

하지만, 난 그의 소설에서 '비겁함'을 본다. 현실의 역사에는 개입하지 못했던 지식인이 품어내는 과잉 작가의식, 또는 과잉 역사의식 같은 것. 따지고 보면 현란한 언어의 유희라고 치부해버린다 한들 그가 무어라 변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상업적으로 성공하느냐? 결코 대중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 소설이... 글쎄, 언론권력의 합작품 아닐까? 그가 걸어온 이력을 생각해보면, 왜 이 책에 대해 온갖 언론매체가 앞을 다퉈 언급하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이면에는 물론 지식인층이 어떤 형태로든 다룰 수밖에 없는 그의 문체가 가지는 매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바람돌이 2007-09-10 03:04   좋아요 0 | URL
금오도가 아니라 거금도... ^^
어디여서였는지는 저도 잘 기억이 안나고 하여튼 이 책 읽으면서도 형이 했던 얘기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비겁함이라... 그의 살아온 궤적을 보나 이 책에서 심정적으로 인조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주고 싶어하는 그의 소망으로 보나 맞을 것 같네요. 인조에게 주는 면죄부는 어쩌면 그가 그 자신에게 주고싶었던 것이 아닐까 뭐 그런생각도 듭니다.

짱꿀라 2007-09-1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작가의 문체는 그래도 어려운 편이 아닌데요. 바람돌이님께서 책을 읽으시면서 많이 고전을 하셨겠네요. 저도 칼의 노래 있으면서 이분의 문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자주 접하다보니 잘 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자주 접하시면......

바람돌이 2007-09-13 16:26   좋아요 0 | URL
어려운건 문체라기 보다는 작가의 관점이란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김훈씨의 문체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문체입니다. 원래 제가 장황한걸 좀 싫어하는지라.... 칼끝처럼 예리한 문장들이잖아요.
다만 제게 어려운건 그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시선 역사에 대한 시선 이게 너무 애매모호하지 않나싶어서요.
 
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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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여자들과 토막살인사건이라....
뭔가 좀더 그럴듯한 정신병자나 타고난 범죄자나 이런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저 진자 평범한 아줌마들이 저지른 사건이라는데서 일단 호기심이 부쩍 일어났다.
현실에서 평범한 사람은 늘 평범하다. 대체로.....
그런데 그 평범한 남자도 아니고 여자들이 토막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을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증이 확 일어났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4명의 여자는 정말 평범하다 못해 못나보이기까지 한다.
경제적으로는 모두 어려워 야간도시락 공장에서 근무를 하고 피곤에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봤자 가정 역시 안식처는 못된다. 가족과 대화도 애정도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고, 끊임없는 가사노동만이 기다릴뿐.... 그게 아니면 허영의 댓가로 받은 카드 연체에 사채빚 독촉만이 기다리거나....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인생의 막바지의 4여자.
그들의 뜻으로 되는건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도박과 여자에 미쳐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을 우발적으로 죽이면서 이 여자들은 살인을 은폐하고 시체처리를 고민하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사건들을 예의 주시하고 대책을 찾고 하면서 오히려 인간적인 삶의 출구를 찾는듯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4명의 여자에게 모두 공통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은 대부분 마사코라는 여성에 의해 주도된다.
살인을 저지는 야요이를 감싸주고 시체를 처리할 방법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시종일관 4여자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과정은 책을 손에서 못놓게 할정도로 흥미진진했다.
같은 사건에 대해 성격과 처한 상황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주인공들의 대응과 심리의 변화는 지루함없게 소설을 읽어내리게 한다.
이 여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는데 한표!

그럼에도 별하나 빼는건 마지막 장면에서 마사코의 극적인 심리변화가 영 어색해서이다.
전체 이야기와 여태까지의 마사코의 성격묘사를 봤을때 공감해주기엔 너무 급작스럽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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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7-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좋죠^^

바람돌이 2007-07-25 21:47   좋아요 0 | URL
재밌긴 했어요. 이틀동안 두권을 눈빠지게 다 봤으니... ㅎㅎ

urblue 2007-07-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서 마사코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건 뭐, 남자들이 흔히 하는 얘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잖아요?

바람돌이 2007-07-25 21:48   좋아요 0 | URL
작가가 여자라는걸 미리 몰랐더라면 남자가 썼다고 생각했을거예요. 마지막 부분만 고쳐달라고 편지라도 쓸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