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
이우정 그림, 서정오 글 / 현암사 / 199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터인가 옛날 이야기 해달라는 아이들땜에 미칠 지경이다.
자려고 누우면 그놈의 옛날 이야기 타령으로 보채기 일쑤...
어떤 날은 알고있는 얘기들 - 가장 유명한 흥부전, 신데렐라 이런것들-로 때우지만 곧 그 소재가 바닥나는 것은 정말 내 한계다.
어릴때 이것 저것 옛날 이야기들을 꽤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그 기억이라는 것이 머리 잘리고 꼬리 잘리고 몸통도 희미한 것들이니 얘기가 될리가 있나?
생각나는 대로 대충 해주다 보면 어느새 얘기는 삼천포로 쭈욱 빠져서(앗 삼천포분들 기분나쁘다고 이 표현 요즘은 안쓴다던데... 그런 대신할 표현은 어떤게 있을까???? ㅠ.ㅠ) 원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얼렁뚱땅 지어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정말 이건 못할 짓이야!!

그런 나의 고민을 확 풀어주는 책이 있으니 바로 요것.
이 책을 산건 아주 오래되었는데 솔직히 어른인 내게는 별로 재미가 없어서 한구석에 콕 박아뒀던 책을 먼지털고 광내며 다시 꺼내 든것이다.
다시 여기 저기 훑어보면서 읽어봤지만 솔직히 여전히 내게는 재미없는 얘기가 참 많다.
어떤건 지나치게 교훈적이기도 하고....

그런데 자기 전에 한편정도 여기 얘기를 미리 읽고(한 편읽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잠자리에서 얘기를 해주는데 나는 솔직히 별 재미가 없는데 아이들은 깔깔거리고 넘어간다.
아! 역시 옛날 얘기는 아이들용이야...
아이들은 들었던 얘기 또 들어도 좋아하니 하루에 한편씩 들려준다 해도 리바이벌 몇번하면 한 권가지고 일년도 넘게 우려먹겠구만.... ㅎㅎ

아 참 2권도 있다네... 애들 다 클때까지 우려먹어도 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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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고전예술 편 (반양장) - 미학의 눈으로 보는 고전예술의 세계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참 독특한 구성이다.
보통 미술사라고 하면 고대부터 시작해 연대기순으로 쭉 양식과 사회상, 대표작가와 작품들을 나열하는게 일반적인데말이다.
하기야 다시 그런 서술을 반복하고자 했다면 굳이 이 책을 안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독특한 구성부터 살펴보면 미술의 기본적인 요소
형태, 색채, 투시법, 미술의 내용, 양식의 순으로 미술사를 훑는다.
따라서 시대는 각 장마다 오르락 내리락 한다.
이런 면이 책을 읽어내는데는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이해가 쉽게 되는 면도 분명 있다.
형태에서 모든 제작기준을 하나의 표준-카논으로 지정해놓았던 이집트 미술과 그런 표준이 있긴 했으나 이집트와는 달리 최대한 이상화된 자연과 일치시키려 했던 그리스 미술의 차이점을 이해하는데는 이런 방식이 훨씬 도움이 된다.
또한 드로잉 면에서는 별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중세 미술이 영적인 느낌이라는 면에서는 왜 르네상스 미술보다 나은지를 이해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아 여기서 더 낫다는 건 내 느낌이다. 르네상스 미술의 종교화들은 웅장해보이고 화려해보이지만 지나치게 세속화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랄까? 다만 진중권씨의 이 책을 통해 내가 받았던 그 느낌의 근거를 발견했다고 하면 맞겠다.)

다만 투시법에 있어서는 정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양의 원근법은 워낙에 우리에게 익숙해서 쉽게 이해가 되었는데 그것이 러시아의 이콘같은 그림들의 투시법으로 넘어가니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일명 역원근법이라는데 원근법이란 이런것이야라고 한 번 고정되버린 내 두뇌는 저자의 설명을 쫓아가기도 버거워서 헉헉거리는 실정이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잘 모르겠다. ㅠ.ㅠ
이놈의 머리의 고정관념이란게 참 얼마나 깨는게 어려운지 실감중이랄까?

흔히 서양미술이 어렵다거나 하는건 대부분 도상학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어떤 것에 대해서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감탄하게 되는건 자신이 가진 문화적 사전지식이나 배경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데 서양미술은 우리에겐 낯선 분야이고 우리의 문화적 배경은 아니다.
서구인들이 어릴때부터 줄기차게 듣고 또 들어서 알고 있을 성경이나 그리스로마신화같은 것들을 우리는 뼈빠지게 공부하고 외워야 아는 것들이니...
근대 이전의 수많은 서양 미술, 그리고 근대 이후의 상당수의 서양 미술이 다루고 있는 소재는 성경 아니면 고대신화와 역사이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어떤 시대에 어떤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서 그려지느냐에 따라 또한 그림의 의미가 달라진다.
이 책을 본다고 해서 그런 도상의 상징들의 의미에 대해 알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가 왜 서양미술을 어렵게 여기는지에 대한 해답은 찾을 수 있다고하겠다.

양식의 변화 역시 여러 관점에서 얘기되어질수 있는데 순수하게 미술 내적으로 보는 관점-보는 형식으로서의 양식-도 있으며, 미술외적인 부분 사회적 상황과 관련되는 해석도 물론 존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은 후자인데 솔직히 말하면 미술보다는 역사쪽에 관심이 많은 나 역시 후자쪽이 훨씬 재밌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 두부분을 모두 안고 간다.
어차피 예술이든 뭐든 단 한가지의 원인이란건 있을 수 없으니 그게 맞을것 같긴 하다.

여느 미술사 책과는 다른 독특한 서술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다른 개설서와는 또 다른 면에서 미술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책이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미술책의 기본이랄수 있는 풍부한 도판과 그림사이의 비교등이 참 잘되어 있어 그림과 글을 함께 보는 재미 또한 배가시킨다.이건 미술책이면 당연한거 아니냐고 할수 있는데 의외로 도판과 글이 따로 노는 책들도 많으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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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8-07-2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사 관련 책을 보면, 바람돌이님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건 웬 일일까용?

바람돌이 2008-07-23 08:57   좋아요 0 | URL
어마나 진주님!! 와락!!
그동안 왜 그리 뜸하셨어요. 어제 딱 진주님 생각이 나더니 뭔가 통한걸까요? ^^ 건강하시죠? 윤이 영이도 잘지내구요? 가끔씩 소식은 전해주시라구요. 궁금하잖아요.^^
 
미안한 마음
함민복 지음 / 풀그림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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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함민복시인이 촛불시위중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미안하다.
그는 세상만사에 미안하다는데 나는 그에게 참 미안하다.

함민복시인을 처음 알게 된건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라고 노래했던 그의 시 <긍정적인 밥>에서다.

시에서 그의 따뜻함이 사무치게 느껴져 울먹이게 하는 시였다.
강화도에서 강화도 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그의 삶은 글쎄 소박하다 진솔하다 이런 말이 참 얼마나 부질없는 말인가를 느끼게 한다.
그는 그저 살뿐이다.
사람에 대해 자연에 대해 늘 겸손함과 애정을 담뿍 담아내는 그의 생활은 어쩌면 진부한 참 착하다는 말이 오히려 더 어울릴듯하다.

그의 글에서는 강화도가 물씬 배어나온다.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이 손에 잡힐듯 배어나온다.
집앞 텃밭은 고추며 상추며 토마토며 고욤나무 조차도 말을 하는듯하다.
아마도 그래서 그가 시인일게다.
다른 이는 듣지 못하는 동물이며 식물이며 바다의 목소리까지 들려주니말이다.

그의 시를, 그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은데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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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5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이에요~~~ 큰일이 없기를...
.
.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도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우리도 시인의 이런 마음, 십분의 일이라도 갖고 산다면...

바람돌이 2008-07-05 10:29   좋아요 0 | URL
이런 시를 쓸수 있는 마음이란 어떤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 인간됨이 너무 못미치는거겠지요. 그래도 이 시를 보며 이런 마음 한자락을 닮고싶은것 보면 제 맘이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것은 아닌듯도 합니다. ㅎㅎ

책먹는냥이 2008-07-0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겨레에서 함민복시인의 부상소식을 듣고 멍~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함민복시인의 시입니다.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이 시 말고도 참 좋은 시 많지요. <눈물은 왜 짠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로 시작되는 <꽃>도 좋지요.

더구나 함시인은 학교 선배라서 다쳤다는 소식을 들으니, 천불이 팍팍, 솟습니다.
괜찮겠지요?

바람돌이 2008-07-05 11:12   좋아요 0 | URL
시라는게 그렇긴 하지만 함민복시인의 시는 정말 그 사람이 팍팍 떠오르는 시들이죠. 괜찮으시겠죠? 괜찮아야 하고요.

서재지기 2008-07-0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바람돌이님 서재지기입니다~
이렇게 불쑥 댓글을 드리는 이유는 한 가지 여쭐 말씀이 있어서요.
지금 쓰신 이 글이 마이리뷰인데 이상하게도 별졈이 나오지가 않는데요. 저희가 시스템상 별점이 체크되지 않으면 글이 저장되지 않도록 설정해 두었는데 간혹 이런 일이 있더군요.
혹시 어떤 절차로 글을 작성하셨는지, 작성시 별점은 체크하셨는지 문의드립니다~

바람돌이 2008-07-07 10:46   좋아요 0 | URL
어! 그러고 보니 별점이 없네요.
근데 저 분명히 별점 넣었었어요. 왜 기억하냐면 별점 넣을때 네개로 할까 5개로할까 고민을 좀 했었거든요. 그리고는 4개로 결정했었는데...
리뷰는 제 서재에서 왼편 쓰기 메뉴 - 책 검색 - 별점 - 글 -저장 이런 순서였는데요. 쓰면서 중간에 임시저장 한 번 했던 것 같아요.

chika 2008-07-1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평점이 배꼽이면 서재지기님이 방문을 하시는거였군요;;;

그나저나 숙소는 해결하셨삼?;;;

바람돌이 2008-07-11 11:04   좋아요 0 | URL
잊어먹고 있다가 좀전에 저놈의 평점 고쳐달았어요. ㅎㅎ
안그래도 치카님 서재로 갈려고 했는데...
소개해주신 펜션에 2박 잡았고요. 나머지 1박은 아직 못정했어요. 빨리 정해야 되는데 요즘 정말 눈코뜰새가 없다보니.... ㅎㅎ
1박은 굳이 바닷가가 아니어도 될 듯해서 어찌 되겠지 싶어요.
그래도 치카님 덕분에 많이 고민 안하고 바로 해결했답니다. 고마울따름... ^^

chika 2008-07-1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예요. 하늘땅물벗,은 곽지해수욕장 바로 앞이고 꽤 괜찮다고 얘기들었거든요. 이름을 좀 팔아먹을 수 있는 직원이 지금 여기 없어서 더 큰 도움을 못 줘서 죄송하네요.
해비치는 한다리 건너서 알아봐야하는데, 그쪽이 좀 바빠서 연락이 좀 그렇네요.
휴가 즐겁게 지내시길...얼마 안남았네요? ㅎㅎ

바람돌이 2008-07-17 13:34   좋아요 0 | URL
덕분에요. 제가 예약을 너무 늦게 한 바람에 바닷가를 구할 수 있었던것만으로도 감지덕지랍니다. ^^ 그리고 해비치는 좀 지나치게 럭셔리해요. 거기선 떠들면 안될 것 같던데요. ㅎㅎ 그냥 중산간쪽에서 하루는 잘려고요. 아이들과 주변 오름도 한번쯤 등반하려고 예약했어요. 신경써주셔서 고마워요.
 
책도둑 2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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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미워했고
나는 말을 사랑했다.
어쨌든 나는 내가 말을 올바르게 만들었기를 바란다.(2권, 320쪽)

한 소녀가 책을 훔친다.
그녀가 처음 훔친 책은 어이없게도 <무덤 파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무덤파는 사람을 위해 어떻게 하면 무덤을 잘 팔것인가, 무덤을 파는 도구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따위의 이야기들이다.
소녀 리젤은 이 책을 자신의 남동생을 묻었던 곳에서 훔쳤다.
그녀는 글을 읽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훔쳤고 그 책을 읽기 위해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다만 소녀는 어이없이 죽은 어린 동생을 그냥 모르는 곳에 두고 오는 것이 아팠을뿐일게다.
무언가 동생의 옆에 있었던 것, 그것이 무덤을 파던 인부들 사이에 떨어져있던 그 책이었을 뿐....소녀에게 책을 도둑질하는 것은 슬픔과 상실을 표현할 그 무엇이었으며 또 때로는 분노나 막막한 안타까움의 표현일수도 있었다.

소녀가 동생을 묻고 도착한곳은 뮌헨 외곽의 힘멜,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조그만 마을이다.
소녀를 데려다준 엄마는 떠나고 새로운 아빠와 엄마를 만난다.
그녀의 친엄마가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공산주의자였다는 소녀의 아버지가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모르듯이....

힘멜은 그저 그런 작은 마을일뿐이다.
소녀의 양부모를 비롯한 가난한 사람들이 욕지거리를 나누며 삶의 고단함을 나누며 아웅다웅 그렇게 살아가는...
작은 마을의 주민들은 아마도 당시 독일의 축소판일거다.
히틀러-이책에서는 지도자라는 뜻의 퓌러로 더 자주 불리는-의 말은 무섭게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퓌러의 추종자들이다. 적극적, 소극적, 방관자적 어떤 의미에서든.
소녀의 양아버지 한스는 그 90%의 추종자들에서 벗어나있다.
한스 역시 히틀러의 말이 무섭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양심을 지킬 줄 아는 드문 인간이다.
입에 늘 욕을 달고 사는 양어머니 로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생에 어느 날 위험이 닥친다.
1차대전에 참전했을때 한스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한 유대인의 아들이 그들의 가난한 집을 찾아온 것.
그들은 그 유대인 막스를 숨겨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막스의 지하실 생활과 소녀 리젤과의 우정이 시작된다.
막스는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소녀를 위해 책을 만들고, 어쩌면 그것이 이 책도둑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계기였을게다.

이 이야기를 책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까 아니면 전쟁이 가져다주는 공포로 읽을까?
아니면 좀 더 나아가 말이든 인쇄형태든 말이라는 것이 주는 힘- 어긋난 선동의 힘,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힘 어느쪽이든 -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야 할까?
어느쪽이든 상관은 없을 듯하다.
어쨋든 이야기는 두쪽을 모두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소녀가 유대인 막스에 공감하는 것은 그들이 결국 같은 고통을 공유하기 때문이었을게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히틀러에 의해서 그 둘은 모두 가족을 잃었고 이 힘멜거리에 오게 된 것이니...
언제나 죽음을 한켠에 두고 살수밖에 없는 그들의 삶의 공유가 그들을 이어주었겠지.
막스가 책을 만들고 뒤를 이어 소녀가 책을 만든다.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것으로 그들은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을 구원하고 싶었을게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끔찍한 세상이 계속되는 한 그들이 만드는 올바른 말은 언제나 유효할 것이다.

오랫만에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치지 못하게 하는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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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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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아니 제법 클때까지도 바리데기 이야기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부모가 아이를 버린다는 설정도 너무 싫었지만 정말로 싫었던 것은 그 멍청한 바리데기가 자기를 버린 부모를 위해서 생명수를 구하러 서천으로 떠난다는 그 설정이었다.
자기를 버린 부모를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을 하다니, 너무 너무 신경질나는 자기희생이었다. 그리고 바리데기 신화를 내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 소설이 나오기 전까지는.....

희망을 버리면 살아있어도 죽은거나 다름없지. 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286쪽 압둘할아버지가 바리에게)

아! 바리데기가 이런 얘기였을수도 있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배신과 고통과 거짓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 세상에서 바리데기는 우리가 그래도 희망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될수도 있는거였구나!
세상의 고통과 아픔을 비껴가지 않는 그러면서도 믿음과 희망을 잃지않고 싸우는 모습을 신화속에서 보여주는 이가 바리데기였구나!
결국은 해석의 문제겠지만 황석영이 보여주는 바리데기의 모습에서 이제 그녀가 좋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황석영씨에 의해 다시 살아난 바리데기는 오늘날 신자유주의하에 세계화 국제화라는 구호의 허상과 함께 나타난다.
1990년대 북한의 기아는 그의 가족을 산산조각내고, 바리는 그녀가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로 유랑한다.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그녀가 간 영국은 그저 유럽의 영국이 아니라 한때 제국주의의 태두로서 영화을 한 껏 누렸던 나라의 뒷골목이다.
온갖 인종과 종교가 뒤섞여 나름의 꿈을 꾸지만 대부분이 좌절하고 꺾어지는 곳.
그곳은 영국이 아니라 영국안에 떠있는 식민의 섬이며 영국이 다먹고 토해낸 찌꺼기같은 그런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도 여전히 사람이 숨을 쉬고 살아간다.
무슬림은 무슬림대로, 아시아는 아시아인대로, 흑인은 흑인대로.....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인종이나 종교의 차이로 미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내일이 두려울뿐, 범죄자도 테러리스트도 아닌 그저 사람일뿐이다.

소설의 결말이 보여주듯 바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 수많은 바리들의 고통 역시 마찬가지일테고....
그래도 압둘 할아버지가 말한, 아니 바리데기가 상징하는 믿음과 희망은 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리라 믿어본다. 아니 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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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다시 북한의 소식이 심상치 않다.
수많은 아이들이 다시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같은민족이고 뭐고를 다 떠나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이 굶어죽는다는데 그것을 방치하고 인권을 얘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가증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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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5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리데기는 저도 싫어했어요. 자기를 버린 부모를 위해 죽을지도 모르는 길을 간다는게 말이나 되냐면서...이 나이가 되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영화 '크로싱'이 보여주는 실상도 가슴 아프죠...굶주림이 사람을 얼마나 참혹하게 하는지...

바람돌이 2008-07-05 10:40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 크로싱은 아직 못봤어요. 인간이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을 지킬수 없다는건 정말 끔찍해요. 바리데기도 이렇게 다르게 읽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렇다고 딱히 그 얘기가 좋아지는건 아니지만... 아직 우리 애들한테 읽어주고싶진 않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