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2인 둘째 딸
엄마 오늘 모의고사 국어시험치는데 시가 너무 슬퍼서 눈물이 막 나오는거야.
그래서 좀 울었어

시험문제속 시는 아래 기형도 시인의 바람의 집-겨울판화 1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 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 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 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 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음...... 시가 진짜 슬프네.....


근데 딸아 사실 엄마도 쬐끔 울었다.
시 말고 네 성적 때문에.....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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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0-09-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1등급을 받고 행복해졌단다. 라고 하면 따님이 화내시겠죠 ? ㅎㅎㅎ

바람돌이 2020-09-19 15:25   좋아요 1 | URL
하하하.... 아마 경멸의 눈초리가 날아올걸요. ㅎㅎ
 

코로나가 잠시 주춤했던 지난 8월 1일
코로나 유행 이후 처음으로 친구들과 1박2일 여행을 갔었다.

많이 돌아다니지 말고 그냥 오랫만에 얼굴보고 수다떨고
애들 없이 우리끼리 하룻밤 쉬다오자고.
산청의 한옥을 예약했다.
hnine님 글을 보니 그날 한옥의 여유가 문득 그리워졌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그 넓은 부지에 손님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다른 곳은 바글바글하던데....
주인조차도 얼굴한번 안 보여주고 다음날 그냥 알아서 나가면 된다고 전화만..... ㅎㅎ

낮까지만 해도 미칠듯이 뜨겁던 날씨가 오후에 잠시 비를 긋더니 바람이 살랑살랑, 한없이 정겹고 소담한 시간이다.


모쪼록 이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일상의 소중함이 더없이 크게 다가오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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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0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오던 날이었나봐요 사진만 보아도 고즈넉한 운치가 좋네요.... 아무쪼록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바람돌이 2020-09-06 15:31   좋아요 1 | URL
오후에 잠시 비가 왔어요. 그래서 날은 선선하고 모기는 없고 이게 무슨 행운인가싶게 모든게 좋았던 날입니다.

막시무스 2020-09-0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한옥의 처마와 담장, 그리고 담장 너머의 나무와 하늘이 하나의 풍경으로 묶여있는게 너무 좋습니다!ㅎ 즐건 주일되십시요!

바람돌이 2020-09-06 15:34   좋아요 1 | URL
한옥의 멋이죠. ㅎㅎ 하지만 전 저런집을 가지고싶진 않아요. 저게 내 집이 되는순간 끊임없는 청소의 노동에 짓눌릴거니까요. ㅎㅎ그냥 하루 이틀 빌려서 노는게 최고예요. ^^

초딩 2020-09-0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아아 너무 좋아요
너무~!
저기서 시간 가는 줄 세상 돌가는 줄 모르고 있고 싶어요

바람돌이 2020-09-06 19:14   좋아요 1 | URL
사진에 안나왔는데 대청마루가 정말 좋습니다. 밤늦게까지 달빛을 받으며 음주를.... ㅎㅎ

hnine 2020-09-06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청 어딘가요? 사진도 모두 잘 찍으셨네요!

바람돌이 2020-09-06 19:16   좋아요 0 | URL
산청 선비문화원이라는 곳입니다. 혹시 가시려면 꼭 한옥에 묵고싶다고 확인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학교아이들 수련원에 묵을수도 있어요. ㅎㅎ 아 저기 묵으니까 선물로 부채랑 책을 주더라구요. 남명조식.... 책은 음 재미가 없었습니다.ㅎㅎ

다락방 2020-09-07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좋으네요. 저도 코로나가 좀 안정되면 한 번 가봐야겠어요. 겨울에 가도 좋을 것 같아요. 가만 앉아서 눈이 오는 걸 봐도 무척 고요하고 좋을듯요!

바람돌이 2020-09-07 15:54   좋아요 0 | URL
음 산청은 겨울에 눈이 거의 안옵니다. 춥기만 하죠... ㅠ.ㅠ

북극곰 2020-09-0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 언니가 산청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잠시 내려갔었는게 저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여랭가서 눈에 담는 저런 풍경 너무 그립습니다

바람돌이 2020-09-07 23:06   좋아요 0 | URL
저도 빨리 자유롭게 여행다닐수 있는 날들이 정말 그립네요. 산청은 어찌보면 참 메마른 동네다 싶다가도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더라고요
 

나의 신체적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음..... 짧다.(일단 두께는 논외다)

일단 키가 짧고, 당연하게 붙어있는 모든 기관들이 짧다.

 

나의 지인은 심심하면

"짧은 다리로 뽈뽈거리고 다닌다고 고생많다"라고 놀린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무한긍정모드를 장착한 나에게 나의 짧음은 별 문제가 안된다.

동굴탐사 여행때 긴 인간들이 동굴 천장에 머리를 부딪힐때마다 비명을 지를 때 나는 여유있게 오리 걸음으로도 유유자적할 수 있음을 자랑한다.

높은 곳에 물건 올리고 내릴 때 힘들지 않냐고?

아니 그걸 내가 왜하냐고.

직장이든 집이든 나보다 긴 인간들이 주변에 널렸는데....

나의 짧음은 힘든 일을 피하고 우아한 포즈를 유지할 수 있는 아주 그럴듯한 이유가 되어 준다.

 

그런 나에게도 나의 짧음이 불만인 구석이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손가락이다.

내가 피아노를 칠 것도 아니고 왜 손가락 짧은게 불만일까?

최근까지는 손가락이 짧아 불만인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예쁘게 두꺼운 반지를 못낀다는 것!

반지는 가는 것보다 폭이 넓은게 디자인 예쁜게 훨씬 많은데(물론 내 생각이지만), 그걸 끼면 난 손가락이 반토막이 나버리는 거다. 아! 내 손가락 어디갔어?

하지만 이건 뭐 안끼고 말지 하면 끝난다.

나에 대한 무한 긍정과 함께 포기가 빠른 것도 저 무한긍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아 그런데 정말 생각도 못한 곳에서 나의 짧은 손가락이 한탄스러워지는 순간이 도래한다.

바로 알라딘 서재를 다시 시작해볼까 하고 들어온 순간 발견한 북플.

그래 컴퓨터 켜는 것도 귀찮은 나에게 딱이야 하면서 북플을 시작하고, 그리고 신기원을 발견했따.

바로 바로 밑줄 긋기 기능!

예전에는 타자치는게 귀찮아서 밑줄 긋기 패스했는데, 이건 사진찍고 캡처해서 텍스트 변환만 누르면 밑줄긋기 완성이라니...

리뷰 쓸 때 최고겠다! 

역시 세상은 부지런히 배워야 해하면서 열심히 밑줄긋기에 매진하고픈데 아뿔싸!

 

손가락이 너무 짧다.

한 손으로 책을 지탱하고, 나머지 한 손으로 핸드폰의 카메라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안 눌러진다. 손가락이 1mm가 모자라서..... ㅠ.ㅠ

덕분에 밑줄긋기는 항상 낑낑거리며 발가락까지 동원하는 고군분투 노동이 되버리네.

손가락 늘리기 운동같은 건 어디 없나 찾아봤지만 없다. 그렇다고 팔이 3개가 되는 방법도 없다.

손가락 늘려달라고 성형외과 찾아가면 인터넷 웃기는 게시판에 등장할 것 같아.

 

손가락이 짧아서 슬픈 북플러여! 바람돌이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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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8-18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짧아요. 아니, 아담해요 ㅋㅋ

바람돌이 2020-08-18 09:35   좋아요 0 | URL
손가락이 아담한 우리. 조금 불편하지만 까짓거 발갈락도 좀 쓰죠 뭐 ㅎㅎ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그녀는 전체주의로 결정화되어갔던, 근대적 삶의 저류를 구성한 요소들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녀는 총체적 지배가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발성과 개인성의 파괴를 추구한다고 주장하며, 전체주의적 해결책들은 전체주의 정권의 몰락 이후에도 인간에게 가치 있는 방식으로 정치적·사회적 또는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는 일이 불가능해 보일 때면 언제나 나타날 강한 유혹물의 형태로 살아남을 것이 당연하다"고 썼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나타났던 인종학살, 고문, 속임수, 체계적 거짓말 등에서 그러한 "강한 유혹‘의모습을 목격해왔습니다.
- P12

아렌트는 역사에 대해 필연적 진보라 하든 필연적 퇴보라 하든, 필연성을 말하는 모든 호소에 대해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녀는 무책임한 낙관론도 무책임한 절망도 믿지 않았습니다. 아렌트는 과거의 폐허에서 인류가 함께함으로써 공적 공간을 창출해 구체적인 현실적 자유를 낳은 빛나는 순간들을 회복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녀는 18세기 프랑스와 미국에서 분출했던 "혁명정신"이 아주 다양한 역사적상황에서 갑자기 그리고 예기치 않게 등장했던 오래된 보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P13

그녀는 우리가 악을 신화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아렌트는 아이히만이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생각하는 능력을 결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히만은반성적 사유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아렌트가 그토록 아름답게 묘사했던 "확장된 심성을 결여하고 있었습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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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은 이미 우리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었고, 극심한 고독감을 안겨주었다. 먼저, 집중 치료실에 입원해서창유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고독, 더 널리 퍼진 다른 고독도 있다. 마스크가 채워진 입, 의심의 시선,
집에 머물러야 하는 고독이다. 전염의 시대에 우리는 모두 자유이지만 가택 연금 상태이다. - P32

그 누구도 고립되기를 원치 않는다. 세상과의 단절이일시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그저 참아내기에는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우리는 절실하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사이에 있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과 2미터 이상의 사회적 거리를 두고 싶지 않다. 그것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욕구이다.
- P33

우리들 중 작년 여름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가 어떤 결과를 발생시켰는지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어난 산불로 동물들이 대량 멸종됐는데 그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 누가예측할 수 있을까? 아직 이름조차 짓지 못한 미생물들은곧 새로운 터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 인간보다더 나은 번식지가 어디 있을까? 우리는 수효가 많은 데다더욱더 증가할 것이고, 사방팔방 움직이며 수많은 관계를맺는, 미생물 입장에서는 최적의 숙주 아닌가?
- P54

우리는 코로나19가 개별적인 사건이고, 역경이나 재앙이며, 다 ‘그들 잘못이라고 소리칠 수 있다. 그러는 건자유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 사태에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할 수 있다. 정상적인 일상이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생각의 시간‘으로 이 시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지, 어떻게 되돌아가고 싶은지 등을 생각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 P76

Marguerite Duras*의 문장이 있다. ‘평화는 이미 어렴풋이 보인다. 거대한 어둠이 내리는 것 같다. 망각의 시작이다.‘ 전쟁이 끝나면 모두 끔찍했던 기억을 서둘러 잊으려 한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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