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전자제품에 대한 부심이 있다.

뭐 남보다 먼저 뭐든지 써보고 갈아치우는 얼리어답터까지는 아니고, 그냥 근사한 전자제품이 한 번 꽂히면 그걸 살 때까지 애면글면하며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다는.....

그런 마음으로 온 집안에 갖추어야 할 왠만한 전자제품은 다 있는지라, 사람들이 뭐 사야돼 안사야돼 물어보면 그건 무조건 사야 돼 내지는 가성비 별로야 사지마 이런 말과 함께 어떤 점을 중점으로 보고 사야 하는지까지 대충 읊어대는 정도는 된다고 할까?
물론 전문성은 전혀 없다. ㅎㅎ

대부분 저런 전자제품을 살 때, 꼭 필요한 것이 아닐 경우엔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는데 대부분은 나 생일이잖다.

남편아 나는 액세사리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하니까 금붙이도 필요없고 옷도 2~3만원짜리면 충분하고, 맛있는건 집에서 고기사서 내가 구우면 되니까 다 필요없어. 그니까 생일선물로 전자제품 사주라 뭐 이런 식이다.

올해 나의 생일선물은 네스프레소 버츄오 머신이었다. ㅠ.ㅠ

일단 사고나면 애지중지하면서 쓰는데 이런 전자제품들이 수명이 다할 때면 나의 애도는 곡진하고, 보통 새 제품을 구입할 때까지 계속된다.

 

지난 금요일 아침 일어나면서 습관적으로 휴대폰 시간을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살짝 정말 살짝 떨어뜨렸다.
아뿔싸! 액정이 나갔다.

물론 이번의 그 한번의 떨어뜨림으로 액정이 나간건 아닐거다.

이번 휴대폰은 유난히 자주 떨어뜨렸다.

이 휴대폰 살 때 가성비 좋다고 휴대폰 매장 친절한 사장님이 극구 추천해서 산거였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난 디자인도 중요하고 성능도 중요한데 그립감 별로에 카메라 화질도 이전 휴대폰보다 못했고, 무선충전기와는 아예 호환이 되지 않았으며 그야말로 가성비 하나만 좋았던.....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나의 손은 끊임없이 이녀석을 떨어뜨리는거다. 아 절대 일부러는 아니다.

이번만은 액정이 나가주신 핸드폰을 애도하지 않았다.

바꾸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어쨌든 갑자기 액정이 나가면서 출근해야 하는, 그래서 휴대폰을 당장 사러갈 수 없는 나는 멘붕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퇴근후 휴대폰 매장으로 고고!

액정이 나간 휴대폰은 아주 고맙게도 약정기간을 딱 3일 넘겨주셧다. 효자폰이다. 그래 네가 그동안 나의 맘에 드는 짓 한게 하나도 없는데 이거라도 지켜줘서 고맙다.

갖고싶었던 Z플립이 상당히 좋은 조건에 풀려있다. 고맙다. ㅎㅎ

맘에 드는 폰을 구입한 순간 그제야 이전 핸드폰에서 데이터를 옮기는게 불가능하다는걸 깨달았다.

아 내 전화번호, 내 사진들.... 앱이야 다시 깔면 되지만 저 전번들과 사진은 어떡하지?

지금 휴대폰에 전화번호 오늘 전화온 엄마 전화번호 1개 저장돼 있다. 에휴....ㅠ.ㅠ

 

좀 전에 휴대폰 들고 무선 이어폰 연결하다가 발견했다.

무선 이어폰 한쪽이 연결부분이 제법 금이 많이 가 있는거다.

이거 뱅앤올룹슨인데....

시끄러운 환경에서 살다보니 소음에 극히 취약한 내 귀를 위해 몇달을 고민고민하다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라고 바락바락 우기면서 산거였는데....

이것도 AS가 될까?

서비스센터 보내면 감쪽같이 붙여줄까?

이 녀석을 붙일 때까지 우울할 예정이다.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지난 주에 10년만에 마스크 끼고 다녀왔던 부석사 사진이나 올린다.

이 동네 코로나가 요즘 잠잠해져서 위쪽과 다르게 0의 행진 중이라 거의 4개월만의 외출이었다.

내가 사람을 제외하고, 책보다 전자제품보다 더 좋아하는건 집을 떠나는거다.

여행이라 이름 붙이든 바람을 쐰다고 하든, 관광이라 하든 하여튼 나는 집을 떠나 코에 바람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미친다.

너무 좋아서......

 

부석사 들어가는 입구의 은행은 여전히 찬란했다.

더불어 입구 명성식당의 주인 아줌마의 인심도 여전해서, 집에 올 때 또 산나물 얻어왔다.

명성식당의 청국장은 맛이 하나도 안 변하고 여전히 맛있었다.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이 풍경 때문에 부석사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복작거리는 느낌이 안난다.

멀리 보이는 소백산맥의 연봉들로 그동안 갑갑했던 마음이 확 트이는 것 같다.

 

 

부석사 요사채에 걸려있던 곶감들.... 나 곶감 좋아하는데.... ㅎㅎ

 

 

미스터 션샤인으로 유명해진 안동 만휴정

정자의 위치로 그린듯한 곳이다.

아 여기는 사진빨을 제대로 못받은 사진 뿐이네...

 

 

만휴정 근처에 있는 묵계서원의 가을이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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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11-02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담뿍 묻어나는 사진들에
잠시 취해 봅니다.

바람돌이 2020-11-02 19:01   좋아요 0 | URL
봄 가을은 항상 특별한것같아요. 아마 짧아서 더 그렇겠죠

막시무스 2020-11-02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달린 곶감이 정말 가을스럽게 아름답네요!ㅎ

바람돌이 2020-11-02 09:10   좋아요 1 | URL
어릴 때 집에서 저런걸 만들었던것도 아닌데 왜 저 풍경만 보면 아련해지는걸싸요? ㅎㅎ

bluebluesky 2020-11-0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저도 지난주 영주랑 안동 다녀왔는데요 ^^

바람돌이 2020-11-02 09:10   좋아요 0 | URL
우리가 스처지나갔을까요? 사람들이 제법 많던데말이죠. ㅎㅎ

han22598 2020-11-0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단풍중에 노란색 단풍을 좋아해요 ^^ 은행나무 사진 정말 아름다와용.홍홍

바람돌이 2020-11-02 19:03   좋아요 0 | URL
부석사 은행단풍은 언제 봐도 예뻐요. 근데 냄새는 좀 나더라구요. ㅎㅎ

chika 2020-11-02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나고 싶습니다!ㅠㅠ
나이들면서 점점 기계치가 되어가고 있어서 ...문득. 이북리더기를 사고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어떤걸 사야지,의 단계에서 멈춘게 생각나네요. 허허

바람돌이 2020-11-02 19:04   좋아요 0 | URL
저는 제주로 떠나고싶어요. ㅎㅎ 저는 여전히 종이책이 압도적으로 좋아서 이북리더기는 패스입니다. 팔요할때는 아직 폰으로 괜찮더라구요. ㅎㅎ

라로 2020-11-03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ir fryer도 있으시겠죠? 그럼 어느 점을 고려하거나 또는 어느 제품을 사는 것이 좋을까요? 저 요즘 고민 중.ㅎㅎㅎ 인스타팟에서 나온 것을 살까? 뭐 이러고 있는데 선뜻 질러지지는 않는 것 보니까 여전히 고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Z 플립 좋습니까? 궁금, 저는 아이폰을 주로 사용하는데 매장에서 보니까 멋지더라구요. 펴니까 액정이 커서 노안이 심각한 제겐 좋을 것 같고,,, 그리고 뱅앤올룹슨이 뭐에요?? ^^;; 이어폰 브랜드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ㅋ (날 잡아 바람돌이 님께 질문하는 듯한 자세. ㅎㅎㅎ)

바람돌이 2020-11-03 10:46   좋아요 1 | URL
에어프라이어 당연히 있죠. ㅎㅎ 제건 디디오랩이라는 중소기업건데요. 제가 고려한건 일단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할 것. 그래서 올 스테인레스 제품을 찾았고요. 두번째는 식구가 4명이라 기존의 에어프라이어가 너무 작았었요. 그래서 좀 큰것을 골랐죠. 거기에 딱 맞는게 저 제품이었는데 다행히 더블히팅 기능이 있어서 음식을 하다가 다른 에어프라이어처럼 뒤집지 않아도 되는것도 장점이예요. 단점은 가격이 20만원대로 비싸다는 것, 용량이 크다 보니 주방에서 자리를 차지한다는 거네요. 최근에는 디디오랩에서 용량을 좀 더 줄여서 가격이 10만원대인 에어프라이어가 새로 나왔더라구요. 어쨋든 저는 딱 맞는 걸 찾아서 아주 만족하며 쓰고 있습니다. 아 근데 라로님은 이 정보가 도움이 될까요? 디디오랩은 중소기업이라 미국에서 판매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미국 택배는 택배비가.... ㅎㅎ 이거 생각보다 많이 무겁습니다. 아주 가볍게 쓰겠다 싶으면 시중에 나와있는 4-5만원대의 작은 에어프라이어도 성능면에서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변에서 쓰신 분들이 다 얘기하시더라구요.

z플립은 이제 3일 써봤습니다. 저의 직전 폰 모델이 갤럭시 A시리즈였는데 후회막급이었습니다. 갤럭시는 역시 노트나 S시리즈로.... 전 모델이 구렸기 때문에 Z플립은 감동적일정도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S시리즈나 아이폰을 쓰신 분이라면 뭐 저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딱 접으면 콤팩트한 사이즈가 좋습니다. 뒷주머니 넣어도 흐를 염려가 없고요. 화면 해상도는 뭐 말할 것도 없이 최상급에 터치감이나 그립감도 아주 좋습니다. 카메라의 셀카 기능이 Z플립만 가능한 반 세워찍기가 있는데 이건 좀 좋아요. 여러사람이 같이 앉아서 차마시다가 누구도 빠지지 않고 사진찍는데 최고! 아 그리고 요즘 폰이 카메라 좋은건 아시잖아요. 이건 기본인데 Z플립의 경우 이전에 비해서 셀카쪽 카메라 화질이 좀 개선된듯합니다. 항상 셀카쪽 카메라의 화질이 좀 불만이었는데 원래 카메라와 거의 비슷한 화질을 보이네요. 결론은 완전 맘에 든다입니다. 삼성 서비스센터에서 Z플립 중 옆으로 열리는 모델도 보긴했는데요. 솔직히 이건 비추입니다. 화면이 넓어서 좋긴한데 문제는 너무 무겁더라구요. 간단히 생각하면 폰 2개를 겹쳐서 들고다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거 들고 폰질하다가는 손목 나갈듯하네요. ㅎㅎ 손목을 위해 Z플립은 세로로 접히는걸로..... ㅎㅎ 아 그리고 아이폰에서 Z플립쪽으로 옮겨오시면 처음에는 좀 헤맵니다. 다시 폰 공부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좀 있습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폰들은 운영체계가 아주 달라서 LG폰에서 삼성폰으로 옮기는건 완전 쉽지만 아이폰에서 삼성폰으로 옮기는 건 좀 귀찮고요. 삼성폰에서 아이폰으로 옮기는건 연구자의 자세가 좀 필요합니다. ㅎㅎ 제가 예전에 옮기면서 이걸 또 공부해하며 군시렁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뱅앤올룹슨은 이어폰 브랜드 맞구요. 덴마크 브랜드입니다. 독일의 하만과 함께 이어폰과 헤드폰 쪽에서 좀 잘나가는 브랜드이고요. 제가 써본바로는 하만쪽이 중저음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라면 뱅앤올룹슨은 좀 무난하게 중간음이 잘 들리더라구요. 제가 가지고 있는건 선없는 블루투스 이어폰인데 이 브랜드의 블루투스 이어폰이 가격이 좀 나갑니다. 그래서 지금 서비스 보내려고 하는데 제대로 고쳐질까 걱정이예요. ㅠ.ㅠ 에어팟의 콩나물 디자인이 너무 싫어서 고르다 이 브랜드로 한거예요

라로 2020-11-03 13:27   좋아요 0 | URL
처음에 댓글 달때 시작은 ˝우와~~~!!˝라는 감동으로 시작했는데 키를 잘못 눌러서 창이 완전히 날라갔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 씁니다.
저 이런 답글 완전 좋아해요!! 역시 선생님이시라 제가 질문한 것을 충분히 알려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막 감동,,여전히 감동!!)
에어프리이어는 그러면 말씀하신 것을 고려해서 골라야겠어요. 저는 주로 브랜드만 보고 사는 경향이,,,급반성!!

삼성에서 나온 플립폰 두가지 다 봤는데 Z플립이 낫긴 하더군요. 핸드백에도 공간 많이 안 차지하고. 하지만 전 여전히 아이폰을 쓸 거 같아요. 삼성폰이 아무리 잘 나와도는 아니고, 당분간. 아이폰은 일단 개인정보나 스팸같은 것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거든요. 그래서 아이폰도 플립폰 같은 거 만들면 좋겠다 그러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이번에 전화기를 살 때 새로운 전화기 나오면 업그레이드 가능한 플랜(?) 같은 것을 했기 떄문에 언제나 새로운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거든요. ^^;; 12로 갈아탈까 지금 생각중이에요. ^^;;
저는 에어 에어파즈 프로 사용하는데 대 만족이에요. 프로는 덜 콩나물 같아요. ^^;; 올려주신 브랜드 함 검색해봐야겠어요. 너무 궁금하네요!! 답글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ㅠㅠ

라로 2020-11-03 13:29   좋아요 0 | URL
엄청 비싼 제품이네요!! 거의 $400!!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ㅠㅠ

바람돌이 2020-11-03 14:35   좋아요 0 | URL
그러면 당연히 아이폰12입니다. 이번에 참으로 오랫만에 아이폰이 디자인이 다시 좀 멋져졌더군요. 아이폰 커지고 난 이후 모델들 디자인이 전 계속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이번 아이폰 12 완전 제 스타일임다. ㅎㅎ 폴더 아니라도 좋아요. ㅎㅎ
이어폰은 그새 또 올랐군요. 아마 3.0이 새로ㅠ나온듯.... 저 살때는 2.0버전이어서 300달러정도 했어요. 물론 그래도 후덜덜한 가격이지만요. ㅠㅠ

mini74 2020-11-0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피카피룸룸 이루어져라! 외치면 이어폰이감쪽같이 고쳐지지 않을까요 ㅎㅎ

바람돌이 2020-11-03 18:01   좋아요 0 | URL
그거 벌써 해봤어요. 효과 없었어요. 바람돌이가 늙어 마법이 안들어요. ㅎㅎ

mini74 2020-11-0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숙이에게 부탁해 보면 어떠실지 ㅎㅎ
 

 

내 휴대폰은 하루종일 안전안내문자로 바쁘다.

내가 사는 동네의 코로나 감염상황이 심상치않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그래도 잘 견뎌온다 싶었는데 지금은 여태까지의 시기 중 가장 심각한듯.....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그저 3일간의 연휴 내내 집콕이다. 누구는 5일 연휴라지만 앞의 이틀은 내게는 더 많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에 시달리는 날이므로 휴일이 아니다. ㅠ.ㅠ

 

어쨌든 밀렸던 집안 일 - 이불 빨래 같은 -을 3일동안 틈틈이 해내고, 책도 읽고, 서재에 미뤄뒀던 리뷰도 올리고...

아 그냥 이렇게 살면 좋겠다. 현실은 내일부터 출근이고, 10월부터는 좀 많이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그래도 올해는 내게는 환상적인 한해다.

딸래미 중 하나가 고등학교를 드디어 졸업했고, 하나만 남으니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드는 시간과 힘이 확 줄어든다.

 

늘 식물을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귀찮음을 싫어하는지라 키우기만 하면 죽어나가니 꽤 오랫동안 식물쪽은 쳐다도 안봤다.

산세베리아를 죽인 날은 진짜 우울했다.

나에게 그걸 어떻게 죽이냐고 누군가 신기해하며 말해서 더 우울했다.

죽는 식물들도 불쌍하고, 그걸 보며 자학하는 나도 안타깝고....

 

그래도 올해는 여유시간이란게 생기니 그래도 좀 키우지 않을까 싶어 시장에서 1,000원짜리 화분 2개를 사왔다.

난 큰걸 키우고 싶은게 아니라 내 손에서 꼬맹이부터 자라는 녀석들을 보고 싶은 거니까....

아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잘 자라는거다.

물주고 햇빛 쬐어주고... 아! 이게 다인데 그동안 왜 그렇게 죽였을까?

먼저간 아이들아 미안......

결국 식물을 키운다는 것도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는걸 이제 알겠다.

화분 속 식물들이 너무 빨리 커서 분갈이를 해주다 보니 자꾸 화분이 늘어난다.

 

 

제일 오른 쪽에 있는 녀석이 제일 처음 사온 천원짜리 야자나무인지 고무나무인지 헷갈리지만 정말 물만 줘도 무럭무럭 자란다.

나머지 녀석들은 며칠 전에 분갈이를 해줬더니 이제 열심히 자라려고 애쓰는 중이다.  

 

 

 

요것들은 예쁘게 키운 것 같지만 조화다.

여행갔다가 토토로 화분이 너무 예뻐서 사온거였는데 어찌나 작아주시는지 여기다 키우기만 하면 한달도 안돼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 예쁘지만 쓸모는 없는 예레기의 전형.... ㅎㅎ

자꾸 식물을 늘릴 수는 없고 비워 두면 허전해서 그냥 조화 사다가 꽂아뒀다.

나름 멀리서 보면 예쁘다. ㅎㅎ

 

 

아 그리고 오늘 책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했다.

특히 벽돌책!

 

다림질 하는 남편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딸래미 청자켓을 책으로 눌러줬다.

 

 

빨래를 했더니 저 청자켓 아랫단이 또르르르 말려 올라가 있는거다.

저거 다림질 해도 잘 안펴지는데...... 힘 빢빡 줘야 하고....

그래서 또로로로 펴서 책으로 눌러줬다.

이것만으로는 효과가 작아서 볼려고 거실에 내놨던 책을 몽땅 꺼내서 다시 시도!

 

 

 지금 식탁에 앉아서 이 글을 쓰는데 내 앞에 저 장면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책은 정말 좋다.

냄비 받침도 하고, 빨래도 눌러주고....

가끔 폼 잡기도 좋고, 아 그래 읽기도 한다. ㅎㅎ

 

어쨌든 이런 저런 뻘짓을 하는 휴일이 너무 좋다.

서재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좋은 날은 왜 이리 빨리 가는거지?

 

그나저나 지금도 안전안내문자 - 어디 어디 업장을 이용한 사람은 보건소를 방문하라는 문자가 끊이지 않는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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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0-04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댁에 볕이 정말 잘 드네요! 저도 저희집에 볕이 잘들어서 그 볕들어올 때 창 바라보는 거 너무 좋아해요! 그렇게 볕 잘 드는 곳에 화분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죠! 저는 사실 식물에 아직 관심이 없지만 부모님이 식물 키우시거든요. 볕 들어올 때 식물들 보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바람돌이 2020-10-04 19:26   좋아요 0 | URL
그쵸. ㅎㅎ 이 집에 이사오고 나서야 왜 사람들이 남향집 타령을 하는지 알았다죠. 저도 집에 누가 키워 줄 사람이 있으면 딱히 내가 키우겠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친정아버지가 열심히 키우는걸 볼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제가 킹 고싶어지네요. 앗 이것도 노화현상이 아닐까요?

mini74 2020-10-0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쁜데요. 연쇄식물살인마는
그저 부러울뿐 ㅠㅠ저희집 책들이랑 겹쳐서 더 반갑습니다. 가끔 등짝을 살짝 두드려 줄때도 매우 유용하지요. ㅎㅎ

바람돌이 2020-10-04 22:56   좋아요 0 | URL
저도 작년까지 연쇄식물살인마 맞아요. ㅎㅎ 음 저 책들로 등짝을 두드리면 좀.... 제가 기운이 세거든요. ㅎㅎ

hnine 2020-10-04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황금가지> 책을 저는 벽돌책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어서 원래 용도로 사용될 날이 와야할텐데요.
식물 키우시는 걸 보니, 특히 화분들 줄 맞춰 배열해놓으신걸 보니 바람돌이님 꼼꼼하고 세심하신 분 같아요.

바람돌이 2020-10-04 23:02   좋아요 0 | URL
황금가지도 1000페이지믐 되죠? 저희집에도 그런 벽돌책들이 제법 있는데 언제 원래 용도로 읽을까요? 그것들 읽으려면 목욕재계하고 정화수 떠놓고 절 한번 하고 시작해야할듯한 기분입니다. ㅎㅎ 화분 줄은 그냥 몇개 안되니 줄 세워진 것 뿐입뎁쇼. ㅠㅠ

stella.K 2020-10-0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정말 인상적입니다.
시몬느의 책은 큰 맘 먹고 사셨을 텐데
저런 용도로도 쓰일 수가 있군요.ㅎㅎ

바람돌이 2020-10-05 19:47   좋아요 0 | URL
하하.... 언제 읽을지 순서가 자꾸 밀려서 저렇게라도 쓸데를 찾는다는요... ㅎㅎ
 

모든 것은 기다리는 여자의 차지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뒷굽은닳는다. 인내심은 미덕이다. 복수는 나의 것이다.
이 고색창연한 지혜의 말들이 언제나 진실인 건 아니지만 가끔은맞는다. 여기 언제나 옳은 말이 하나 있다. 모든 건 타이밍에 있다.
농담이 그렇듯.
- P361

너무나 평화롭다. 거리들은, 너무나 고요하고, 너무나 정연하다. 그러나 기만적으로 평온한 표면 아래로, 전율이 흐른다. 고압선 근처에 있는것처럼, 우리 모두는, 가늘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우리는 진동한다. 우리는 떨고 있다. 우리는 항상 경계를 놓지 않는다. 흔히 공포정치라고 말하곤 하지만, 정확히 말해 공포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
대신 공포는 마비시킨다. 그렇게 해서 부자연스러운 정적이 내려앉는다.
- P398

그때까지는 길리어드 신앙의 정당성을, 특히나 그 진실됨을 심각하게 회의한 적이 없었어요. 내가 완벽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을수는 있으나, 그건 내 잘못이라고 치부하고 말았거든요. 그러나 길리어드의 손에 무엇이 변화되고, 무엇이 덧붙여지고, 무엇이 생략되었는지 알았을 때는, 자칫 믿음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웠어요.
여러분은 믿음을 가져 본 적이 없으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실거예요. 그건 마치 가장 친한 친구가 죽어 가는 느낌이에요.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이 불타 사라지는 느낌, 이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 남는 느낌이에요.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추방당한 느낌이에요. 타비사가 죽었을 때 내가 느꼈던 그런 감정이에요. 세상이 품고 있던 의미가 싹 비워지고 있었어요. - P433

그 경우, 나는 내가 이토록 힘겹게 쓴 이 페이지들을 파괴해야 할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당신도 파괴해야 할 것이다. 내 미래의 독자여, 성냥불을 화르르 붙이면 당신은 사라지리라. 한 번도 존재한적 없고, 영영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싹 지워지고 말 것이다. 내가당신의 존재를 부정하리라. 얼마나 신과 같은 기분인가! 절멸의 신이라 해도 말이다.
나는 흔들린다. 나는 흔들린다.
그러나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다.
- 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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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현재에서 나는 전설이다. 살아 있으나 산 것 이상이고죽었으나 죽은 것 이상이다. 나는 교실을 가질 만큼 신분이 높은 여자애들의 교실 뒤편에 액자로 표구되어 걸려 있는 머리로서, 음침한미소를 띠고 말없이 설교한다. 나는 하녀들이 어린애를 겁줄 때 쓰는 귀신이다. 착하게 굴지 않으면, 리디아 아주머니가 와서 잡아갈거야! 나는 또한 본받아야 할 완벽한 도덕성의 모범이다. 리디아 아주머니는 네가 어떻게 하면 좋아하실까? 그리고 상상 속의 모호한 종교재판을 주재하는 판관이자 입법자다. 리디아 아주머니는 이런 경우에 뭐라고 하실까?
물론 나는 권력으로 한껏 부풀었으나 또한 그로 인해 성운처럼 모호하다. 형태도 없거니와 시시각각 모습을 바꾼다. 나는 어디에나있고 아무 데도 없다. 심지어 나는 사령관들의 마음속에도 심란한그림자를 드리운다. 어떻게 나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정상적인 내 크기로, 평범한 여자의 크기로 다시 줄어들 수 있을까?
- P49

사라진 나의 국가에서, 상황은 수년째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었다.
홍수, 화재, 토네이도, 허리케인, 가뭄, 물 부족, 지진, 이건 모자라고저건 넘치고, 퇴락하는 하부구조.…. 어째서 너무 늦기 전에 누군가 그 원자력 발전소들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던가? 침몰하는 경제, 실업, 추락하는 출생률.
사람들은 겁에 질렸다. 그러다가 분노했다.
실행 가능한 요법의 부재. 원망할 사람을 찾는 탐색.
나는 그런데도 왜 평소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을까?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너무 오래 들어 왔기 때문이었으리라. 하늘 한 덩어리가 제 머리에 떨어질 때까지는 아무리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못믿는 법이다.
- P99

나는 울지 않았어요. 울 만큼 울었으니까요. 진실은, 그들이 크리스털을 개복 수술해 아기를 꺼냈고, 그 과정에서 크리스털을 죽였다.
는 것이었어요. 그건 크리스털의 선택이 아니었어요. 고결한 여성의명예를 지키다가 죽거나 빛나는 모범을 보이겠다고 자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아무도 그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 P153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는 심하게 자책했다.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삶, 자유, 민주주의 운운하는 온갖 입에 발린 소리를 모두 믿었고, 개인의 권리에 대한 믿음도 법대에서 흠뻑 들이켜 심취했다. 이런 가치는 영원한 진실이고 우리는 언제까지나 그것들을 수호하리라 믿었다. 무슨 마법의 주문에 홀린 듯, 그 믿음에 철저히 의지했다.
- P170

요. 우리는 장례식에 갈 때 말고는 그곳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어요.
망자의 이름이 묘석에 새겨져 있어서, 잘못하면 읽기로 이어지고,
나아가 타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니까. 읽기는 여자에게 맞지 않는일이었어요. 읽기의 힘을 감당할 정도로 강한 건 남자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아주머니도요. 그들은 우리와 달랐으니까.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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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니체가 그리는 마지막 인간은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마지막 인간이 "우리는 행복을 찾아냈다"고말하면서 눈을 깜박이는 것처럼 현대인은 행복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한창 미래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꿈을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라. 거의예외 없이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의 낱말로 귀결된다. 행복, 행복하게 사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차라투스트라는 마지막 인간의 삶이라고 조롱한 것일까?
- P193

이런 철학은 연구실에 앉아 책 속으로 파고든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니체의 실존적 실험 철학은 오직 자신과의 대화로서만가능하다. 니체는 당시의 철학과 관계를 끊는다.
진리에의 의지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서양 철학은 근본적으로삶에 적대적인 도덕 철학이었다. 이성은 우리의 이면인 감정과 본능을 죽이고, 도덕은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봉쇄한다.
- P211

니체는 이 등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우리의 내면은 이성과 욕망으로 이분법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지의 상호 투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만약 이성이 추구하는 진리가 이미주어진 것이 아니라면, 진리를 추구하는 이성 역시 또 다른 의지일지도 모른다. 진리에의 의지도 결국 권력에의 의지다. 우리 내면을권력에의 의지가 활동하는 공간으로 보면 우리는 삶을 훨씬 더 역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 P248

도덕적 평가 자체를 재평가하려면, 우리는 도덕의 계보를 ‘역사적으로 추적하여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니체에 따르면 도덕의 기원은 본래 ‘거리두기의 파토스Pathos der Distanz‘다. 고귀하고 강하고,
높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저급한 사람, 비속한 사람, 천민적인 사람에게 갖는 우월의 감정이 바로 도덕의 기원이다. 왜냐하면 거리두기의 파토스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가치의 이름을 정하는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P267

무엇인가를 금욕한다는 것은 목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상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금욕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언제나 무엇인가로 고통스러워 한다. 우리는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가? 우리가 고통의 의미나 목적을 알수만 있다면, 우리는 고통을 바라고 고통 자체를 찾으려 들지도 모른다. 지상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병든 몸을 이끌고 숲과 도시를 방랑한 니체는 어쩌면현대의 고행자인지도 모르겠다. 고통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는 금욕주의는 바로 우리의 삶이다.  - P274

니체가 심리학적으로 해부한 진리에의 의지는 기만하지 않으려는 의지다. 나 자신까지도 기만하고 싶지 않다는 정신을 기독교적믿음에 철저하게 적용하면, 아무런 전제가 없는 신앙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는다. 우리는 진리가 삶에 유용하다고 전제한다.
니체는 여기서 강력한 의심을 표명한다. "삶이 가상 위에 서 있는것으로 보인다면, 다시 말해 삶이 오류, 기만, 위장, 현혹, 자기기만에 기초하고 있다면"(『즐거운 학문), 우리가 자기 자신을 기만하지않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기독교적 신은 일상적 삶을 허위의 세계로 폄하하고 신에 대한 믿음을 참된 세계로 평가하지만, 기독교가하나의 허구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우리는 신과 진리의 관계를 재평가해야 한다.
- P295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리스도교의 진짜 역사에 대해 말해보겠다. ‘그리스도교‘라는 말 자체가 벌써 오해이며, 근본적으로는 오직한 사람의 그리스도교인이 존재했었고, 그는 십자가에서 죽었다.
‘복음‘이 십자가에서 죽어버렸다. (…) 신앙‘에서, 말하자면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대한 믿음에서 그리스도교인의 표지를 찾는 일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잘못된 것이다. 오로지 그리스도교적 실천만이, 즉 십자가에서 죽었던 그가 살았던 것처럼 사는 것만이 그리스도교적이다.
『안티 크리스트,
- P300

이성의 지배, 인간의 해방, 역사의 발전과 같은 거대 서사에 대한믿음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실험적으로 시도되는 시대, 우리는 이포스트모던 시대에 살고 있다. 진리에의 의지를 하나의 우화로 폭로하고, 근대 철학의 확고부동한 토대로 여겨온 ‘나는 생각한다‘는근본 명제마저 회의하고, 인간의 본성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는 동물에 불과하다고 말한 철학자가 바로 니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니체가 온갖 포스트모더니즘을 빚어내는회전반이라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 니체를 전환점으로 하여서양 철학은 ‘탈현대로 진입한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서양 형이상학의 근원을 회상함으로써 모더니즘을 극복하고자 하는 정신적 태도이며 사상적 운동이다. 서양 허무주의가 문화의 디오니소스적 근원으로부터 소외되어 지나치게 이성을 강조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 시작했다고 최초로 인식한 철학자는 니체다.
- P335

주체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주체를 구성하고 형성하는 것은 수많은 힘들의 권력 유희다. 그렇다면우리는 어떻게 우리 자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본래의 자기가 되는가?" 니체를 광기에 이를 정도의 극단적인 사유로 몰아넣고, 우리를 니체의 마법에 걸리게 만든 핵심적인 질문이다. 이 질문이 지속되는 한 니체의 영향은 영원할 것이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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