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가족 전체가 마티스 전시회를 보러 갔다.
코로나 이후로는 이것도 참 오랫만인듯....
어릴 때부터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워낙에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다행히도 딸 둘이 모두 전시회나 박물관은 좋아한다.
물론 바쁘신 대학생들 시간 맞추기는 정말 어렵지만..... 원래 방학맞은 백수 대학생이 제일 바쁜 법..... ㅠ.ㅠ
내게 가장 좋아하는 화가를 꼽으라면 부끄럽지만 피카소, 마티스, 그리고 김홍도.
왜 부끄럽냐면 도대체가 저 이름들이 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서....
원래 나 음악 좀 알아요 할려면 자고로 조용필 이미자 이런 사람 이름 대면 안된다.
남들 잘 모르는 인디밴드 이름 하나쯤 말해야 아 저 사람 음악에 진심이구나 하는 법.
그런데 피카소, 마티스, 김홍도는 그림에 1도 관심없는 사람도 다 아는 이름이니 폼이 안난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럼에도 나는 역시 피카소, 마티스, 김홍도다.
진심으로 이들의 그림이 맘에 안드는 작품을 본 적이 없고, 마티스는 일관된 패턴이 있어 몰라보기가 힘들지만, 피카소나 김홍도는 그들의 작품인지 모르고 볼때도 임팩트가 장난 아니다.
이들의 작품을 단 한점씩 나에게 누군가가 하사하신다면 김홍도의 <주상관매도>를 갖고싶고, 피카소는 <해변에서>, 그리고 마티스는 <폴리네시아의 하늘>과 <폴리네시아의 바다>연작
음..... 로또가 당첨돼도 안되겠구나..... ㅎㅎ
어쨋든 오늘은 마티스 전시회다. 얼리버드 티켓을 미리 끊어두어서 반값으로 전시회 관람.
입구에 커다랗게 마티스의 <이카루스>를 배치해서 포토존을 만들어 놨으니 당연히 여기서 인증샷!
큰 딸이 여기서 찍어준 인증샷이 맘에 들어서 아주 흡족하지만, 나는 부끄럼쟁이이므로 인증샷은 나만 간직하고 즐기기로....
전시회장 안에서 또 다른 이카루스 작품 발견.
바로 추락하는 이카루스
이 작품은 처음 보는데 이카루스 두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걸 보니 갑자기 이카루스의 추락이 막 실감나는....
전시회장에 들어가자 마자 피아노 음악소리가 경쾌하다.
설명을 보니 전시음악을 작곡가 정재형이 담당해서 전시회장을 음악으로 가득 채운 것.
첫번째 주제가 마티스의 재즈, 두번째 서커스인데 음악과 함께 하는 전시회 관람이 더 흥겨워지며 컨셉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쪽은 촬영금지.
왜 그럴까 보니 마티스의 원본 색종이 작업물들과 이 작품들의 판화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판화 작품 역시 마티스 당시에 인쇄댔던 오리지널 작품들이라 아무래도 카메라 빛에 훼손이 우려되는 듯....
어쨋든 나는 말 잘 듣는 사람이니까 열심히 눈으로만 보고 아쉬움은 <재즈>시리즈 엽서 세트를 사는 것으로 만족.
하지만 이곳의 작품들은 원색의 강렬한 색감과 율동적인 포즈들, 대담한 구성들이 정재형작곡가의 음악과 어우러져 흥겨운 관람이 될 수 있었다.
이후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은 아트북영역부터.
마티스는 아트북 제작에도 열정적이어서 그가 만든 아트북들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마티스가 디자인한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집 아트북
네 <미라보 다리>의 그 아폴리네르입니다.
아폴리네르의 이름을 감각적으로 타이포그래피로 만든 표지
그리고 그 내부의 그림들은
벽면에 이렇게 전시되어 있다. 저 얼굴들은 아폴리네르
이렇게 선 몇 개로 한 인물의 특징과 표정을 잡아내어 표현해버리는 이 화가는 진정 천재가 분명하다.
나디아라는 한 인물인데 왼쪽 부터
<나디아, 웃는 얼굴>, <뾰족한 턱을 한 나디아>, <오른쪽을 바라보는 나디아>, <쾌활하게 웃는 나디아>인데
내 맘대로 연작 전체의 제목을 지어봤다.
<나디아가 싫어합니다.>
아니 모델 얼굴을 끝에 갈수록 저렇게 다 생략해버리면 어느 모델이 좋아하겠냐 말이다. ㅎㅎ
좋아하는 마티스의 드로잉들과 색종이 작업물들도 많아 기분좋게 전시회 관람하다가 저 방들에서 미대 다니는 딸과 잠시 대화를 했다.
"야 마티스는 진짜 선 몇개, 색종이 가위질 몇번으로 이렇게 인물의 특징을 잘 잡아내냐? 진짜 대단하다 그치"
"엄마 진짜 대단한건 이렇게 기괴한 포즈를 진짜 대충 그린것처럼 쓱쓱 그렸는데 인체 비례가 틀린게 하나도 없어"
아 여기서 미술을 책으로만 공부한 나와 입시미술 인체 데생을 수백번 그려댄 딸과의 차이를 느끼다.
여기서 딸이 그려왔던 수많은 인체 데생의 어색한 부분들이 떠오르며 아 이런 인체 묘사가 그냥 아무렇게나 슬슬 되는 것이 아니구나 느끼고,
그림을 직접 그리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미적인 부분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걸 느끼며 오늘은 딸에게서 마티스를 배운 날이 됐다.
마티스의 그림이 즐거운만큼 관람 역시 즐거웠고, 참새가 방앗간을 못지나가는 것처럼 또 마그넷 2개와 재즈 시리즈 엽서 세트를 사는 것으로 관람의 아쉬움을 보충.
오랫만에 삼겹살로 배채우고, 마무리는 집앞에 내가 애정하는 돼지빙수집의 팥빙수로.
앗 마지막으로 쬐끔 부끄럽지만 자랑질.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올 때 마티스의 그림 <폴리네시아의 바다>에 팍 꽂혀 있을 때라 벽 인테리어로 나름 거금을 들여 마티스 <폴리네시아의 바다>를 아트포스터로 주문.
물론 원래 이 그림은 엄청나게 큰 그림으로 우리집 액자는 겨우 4분의 1정도 크기.
그래서 원작의 감동은 못느끼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흐뭇해지는 액자다.
원작을 걸려면 집을 두배 이상으로 늘려야 하니까 요것도 패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