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쓰기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당연히 작가들에 대한 책들도 좋아한다.
1)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나는 종종 나를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는 회사원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 당신이 무의식 중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회사원이나 주부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소설가나 화가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삶이 아닐까? (19쪽)
글쓰기 책을 여러권 읽어봤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충격적(!)인 책이다. 정말 글을 쓰고 싶은지 묻고, 묻고, 다시 한 번 묻는다. 그것이 정말 원하는 일인지 묻고, 묻고, 다시 한 번 묻는다. 실제로 문장을 고쳐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뒷부분은 읽지 못 했다.
2) 소설을 살다
소설 쓰기가 막힐 때, 소설을 읽었다는 이승우 작가님의 말은,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데 있다는 소박하면서도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3) 나는 쓰는대로 이루어진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재미있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글은 감흥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에 접했을 때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흥분이 고스란히 글의 행간에 저장되었다가 읽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주위에 생기와 부러움을 퍼뜨리듯,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쓴 글은 읽는 이를 자극한다. 반대로 의무감에서 혹은 관심이 덜 무르익었을 때 쓴 글은 '식은 피자'처럼 식욕을 돋우지 못한다. ... 그래서 윌리엄 진서도 '궁극적으로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대,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무엇보다 삶과 사랑에 빠져라. 생에 대한 열렬한 에너지가 독자를 매료시킬 것이니, 그것이 매력 있는 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55쪽)
약간 (약간이 아니라 조금 많이?) 자기계발서 같은 면이 없지 않으나, 일단 읽었을 때는 글쓰기에 대한 각오를 불끈 들게하는 책이다.
4) 작가가 작가에게
성공적인 작가 생활을 하고 싶다면 가장 기초적인 규칙부터 마련해야 한다. 기본이 되는 규칙이 있어야 한다. ... 이 규칙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규칙 1. 매주 일정 분량의 글을 써라 (33쪽)
규칙 2. 종이에 당신의 목표를 써라!
왜? 종이에 당신의 목표를 적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두뇌는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 적어둔 목표를 자주 읽어보라. 매일같이 읽는 것이 좋다. 필요에 따라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것도 좋다. 그 목표들은 항상 당신의 눈앞에 있어야 한다. 가능한 구체적일수록 좋다.
나는 일주일에 5,000 단어를 쓸 것이다.
3월 1일까지 소설을 끝낼 것이다.
9월 15일까지 내가 쓰는 장르를 다루는 에이전시 여섯 곳을 찾아낼 것이다.
12월 10일에 나는 가장 괜찮은 에이전시 세 곳에 원고를 보낼 것이다. (246쪽)
매주 일정 분량, 매일 일정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임은 확실하다.
5)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6) 작가 수업
7) 안정효의 글쓰기만보
위의 세 책은 도전했다 끝까지 읽는데 실패한 책이다. 『뼛속~』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그만두었고 (어떤 분위기인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알시겠지만서도(^^), 약간 신비주의적 분위기라 해야 하나, 모든 예술의 종국은 그러하리라 생각하지만, 약간 으스스한 것도 사실이다. 제목부터 그렇다. 뼛속이라니...), 『작가 수업』은 내가 도서관에 신청한 책인데 안 읽혀서 끝까지 읽지 못 했다. 안정효의 책 역시 반 정도 밖에 읽지 못 했다.
8) 나는 오직 글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작가의 성장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시간들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벌처럼 한마디를 쏘았다. 몸과 마음이 따가왔다.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어요." (98쪽)
결국 작가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오직 글 쓰고 책을 읽을 때에만 행복한 사람들.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지 않는다면야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테고, 돈 주면서 글 쓰고 책 읽으라하면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다.
9) 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
그러므로 쓰라. 재능으로 쓰지 말고, 재능이 생길 때까지 쓰라. 작가로서 쓰지 말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 쓰라. 비난하고 좌절하기 위해서 쓰지 말고, 기뻐하고 만족하기 위해서 쓰라. 고통 없이, 중단 없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세계 안에서, 지금 당장, 원하는 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날마다 쓰라. (223쪽)
김연수의 격려는 그 누구의 격려보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작가로서 쓰기는 요원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 쓴다는 것도 꿈같은 이야기지만, 원하는 삶, 더 나아진 세계를 위해 쓰라는 그의 말은 공감 100%다. 기뻐하고 만족하기 위해서 쓰고, 원하는 그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써야겠다. (그런데, 뭘?)
10) 유혹하는 글쓰기
위의 10권 중 다시 읽고 싶은 책 1위다. 영어 원서 이름은 『On writing』인데, 한글책 제목도 잘 뽑은 것 같다. 책 앞부분이 대부분 스티븐 킹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데, 글쓰기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다. 너무, 너무 재미있다.
2. 글쓰기의 최소원칙
1) 김훈 - 꽃은 피지 않았고, 대신 꽃이 피었다
'꽃이 피었다'는 것은 'Flower bloom'이라는 물리적 사실을, 그 꽃이 피었다는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것이고, '꽃은 피었다'는 것은 꽃이 피었다는 물리적 사실에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주관적 정서가 들어가 있는 것이죠. ... '꽃이 피었다'라는 것은 사실을 진술하는 문장이고, '꽃은 피었다'는 것은 의견이나 정서를 진술하는 문장인 것이죠... 내가 쓰고자 원했던 문장은 '꽃이 피었다'였어요. 내가 이걸 만약 '꽃은 피었다'라고 썼으면 나는 망하는 것이에요. (56쪽)
정보와 사실을 명확하게 나누려는 작가의 끈질긴 노력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런 치열한 노력으로 한 문장, 한 문장 만들어가니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다. 박명수만 노장투혼이 아니다.
2) 김영하 - 책상 서랍에 숨겨놓을 수밖에 없는 글을 써라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문장은 쓸 수 있잖아요. 그런 정도만 되면 할 수 있는 것이 문학이고, 중요한 것은 자기를 억압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는 거지요. 거기서 저는 기본적인 희열이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로 말하면 해방감이죠. ... "책상 서랍에 숨겨놓을 수밖에 없는 글을 써라. 부모가 보면 안 되는 글을!" (293쪽)
김영하는 이미 자신만의 ‘문체’, 자신만의 ‘색깔’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니, 그가 문장에 대해서 가볍게 여긴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김영하는 문학에서의 중요한 방점을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희열’, 즉 ‘해방감’에 찍었다고 본다.
3) 김수이 - 글쓰기는 말하기의 변주 형태
눈치챈 불들도 계시겠지만, 글쓰기는 말하기의 변주된 형태로, 글쓰기의 욕망은 말하기의 욕망과 다른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내면에 관해 말할 때 우리는 문학적 글쓰기의 주체가 고민하는 것과 똑같이 언어의 절대성과 무력함의 문제에 부딪칩니다. (157쪽)
글쓰기는 말하기의 변주된 형태이다. 이것은 모르는바 아니건만,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글을 쓰고자 하는, 아니 무언가를,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쓰고자 하는 내 욕망은,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내 욕망의 변신이란 말인가.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가. 나는 왜 말하고 싶어하는가. 나는 누구에게, 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가. 나는 왜 말하고 싶어하는가. 나는 왜 쓰고 싶어하는가.
3. 이번주 <런닝맨>에서 뻘에서의 한판 승부가 벌어질 때
신랑은 참아가며 웃고, 딸롱이는 소리내어 웃고, 아롱이는 손으로 소파를 두들기며 웃어댔다. 김종국이 깃발에 가까이 다가가며 힘을 다해 손을 뻗었을 때, 화면이 느려지면서 이 노래가 나왔다. 고음을 그렇게 작은 소리로 떨림이나 음처짐 없이 불러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정말 대단하다. 역시 조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