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11월 18일 월요일 

신문에 월요일마다 책 관련 기사가 나온다. 나는 월요일만 신문을 읽는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강신주님의 칼럼이 실린다. 강신주님 칼럼이 아니면, 고미숙님. 둘 다 챙겨서 본다. 

칼럼 제목은 <내 서재 속 고전>. 어제 칼럼은 "온몸으로 노래하고 산다는 것, 시인이 된다는 것". 강신주님이 사랑해 마지 않으시는 김수영 시인과 [김수영 전집]에 대한 이야기다. 

 

 

 



 

 

 

 

 

 

 

 

 

 

 

 

어른이 되었음에도 계속 아이로 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존재들, 그들이 바로 시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담은 글들이 바로 시라고도 이야기한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그렇다. 온몸을 던지고 온몸을 노출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삶의 현장에 온몸으로 밀고 들어가야만 한다. 그럴 때 정직한 리듬이 나올 테니까. 그래서 우리 시인 김수영도 <시여, 침을 뱉어라: 힘으로서의 시의 존재> (1968. 4)라는 명문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한겨레신문, 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온몸을 던지고 온몸을 노출해 삶의 현장을 온몸으로 밀고 들어갔던 시인 김수영. 그런 김수영을 사랑하는 강신주. 그도 온몸을 던져 온몸을 노출해 삶의 현장을 온몸으로 밀고 들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를 자신을 치장하는 데 쓰지 않고, 타인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내어주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내가 사랑하는 이 남자는, 


정말, 

 

너무 부담스럽다. 


 


2. 오늘은 11월 19일 화요일 

나는 예약판매되는 책을 사 본 적이 없다. 이번에 강신주님 [강신주의 감정수업]이 처음이었는데, 이게 이렇게 고생스러운 일인지 몰랐다. 

 

 

 

 

 

 

 

 

 

 

 

 

 

 

아무리 기다려도, 책 출간일인 11월 18일이 오지 않더니만, 이제는 발송예정일인 11월 19일이 왔음에도 나는 아직 책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당연한 일인데도, 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강신주여.
기다려도 오지 않는 현대택배 아저씨여. 



3. 강신주의 보조개 

벙커 라디오에서 진행되었던 <강신주의 다상담>이 지난달 마지막 강연을 마쳤다. 님도 보고, 강연도 들으러 가고 싶었지만, 강신주님 열강에 거의 매회 12시에서 새벽 2시 넘어 끝나는 강의를 들으러 가기가 좀 어려웠다. 어떤 분의 홈피에서 마지막 강연날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가까이 하기에 부담스럽지만, 내 심히 사랑하는 강신주님의 사진이다. 언론에 공개되는 사진은 대부분 카리스마 작렬이기에, 나는 귀여운 걸로 골라봤다. 

 

 

 

 

 

 

 



나는 항상 그가 섹시하다고 생각했는데, 등산바지에 보조개는 아무래도 귀여운 포스라고 하겠다. 

지적이고, 섹시한데다가, 귀엽기까지...  


아, 나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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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1-1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은 ㅎㅎ 정말 사람 좋은 아저씨로 나왔네요. 저 모습만 보면 과격하고 센 표현을 한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겠어요. ㅎㅎ

저는 신간 소개가 토요일마다 실려요. 그래서 신문은 토요일 것만 읽어요;;

단발머리 2013-11-19 13:3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마지막 사진 너무 마음에 들어요.
보조개에 쏘옥~~
돌직구가 팍팍!!

나는 월요일, 다락방님은 토요일이 신문 DAY!!

순오기 2013-11-2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를 잘못 골랐다~ 너무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 남자~~~~~~~~ 이런 고백 너무 좋아요!ㅋㅋ
난 신문도 칼럼도 안 보고,
오로지 단발머리님 페이퍼로 강신주를 만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가 슬슬 좋아질려고 하네요.^^

단발머리 2013-11-21 13:16   좋아요 0 | URL
하핫~~ 저의 솔직하고도 솔직한 고백이지요.
좋은데, 부담스럽고,
사랑하는데, 약간 무서운....

순오기님도 강신주를 좋아하신다면야 전 완전 환영입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2013-11-21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3-11-21 13:19   좋아요 0 | URL
아하..... 너무너무 감사해요.
제일 감사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손 꼽을 정도로 너무나도 바쁘신 님께서, 제 생각을 해 주신것이요.
왜 그럴까, 이게 왜 이럴까, 이렇게 제 생각 해주신게 너무 좋아요.

그렇게 한 번 해 볼께요.
그래서 만약 제가 ㅅㄱㅍㄱㄷ이 된다면, 그건 오로지 님의 지도와 안내, 그리고 저에 대한 사랑 때문일거예요.

감사해요.....
 

 

 

그래서, 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못 했고 (정직해야지, 하지 않았고), 대학다닐 때 많이 놀지도 못 했다. 회사일도 미친듯이 열심히 해본적이 없고, 연애도, 아, 연애도 많이 해보지 못 했다. 그러니, 뭐 살림이야. 두말 할 것 없다. 근데, 책 읽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잡히는대로, 스치는 대로, 설렁설렁, 대충대충. 그런 식이다. 



 

1. [보통의 독자] 

 

[자기만의 방]을 대출하면서 같이 빌린 책인데, 울프 읽는김에 같이 읽으면 좋으련만, 몇 꼭지를 읽어봤더니, 생각같지 않아서 쌓아두고 있다. 민음사판 [자기만의 방]에 들어있는 <3기니>를 먼저 읽고 싶다. 나랑 가까이 있는, 집에 있는 책은 나두고, 집에 없는, 멀리 있는 책이 읽고 싶은 이 심리는 뭘까. 

 

 

 

 

 

 

 

 

 

 

2. [공부하는 인간] 

 

퓨전 분식집에 돈까스 사러 들어갔다가, 음식이 포장되는 동안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알게 된 책이다. 무식하게 공부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학생들, 무섭게 공부하는 중국과 인도의 학생들의 생활이 흥미로워 빠르게 읽어가다가, 아, 5부작 다큐를 볼거면 이거 안 읽어도 되나, 하면서 잠시 중단한 상태다.    

 

 

 

 

 

 

 

 

 

 

3.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알라딘 서재의 소세키 열풍에 합류해야 한다, 우리도 소세키 전집을 사야한다, 주장에 주장을 거듭하는 내게, 신랑이 한 마디 한다. 일단, 집에 있는 거 읽고 말하자. 집에 있는 것도 예쁘지만, 난 현암사판이 읽고 싶은데... 아무튼 전집 마련을 위해 급 시작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다. 재미는 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 

 

 

 

 

 

 

 

 

 

4.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수학공부법]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라고 하지만, 해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 일단 상호대차로 대출한 책이다. 영어학습법 책은 꽤나 읽었는데, 수학에는 너무 신경을 안 쓴 듯 하다. 초4 딸보다 초1 아들이 걱정되는 가을이다. 

 

새로 나온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도 읽고 싶기는 한데, 기존의 책과 많이 비슷하다는 얘기가 있어 어쩔지 모르겠다. 

 

 

 

 

 

 

 

5. [이모부의 서재] 

 

 


차분한 말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런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내 몸 또한 그렇게 소리 내 울었을 텐데 나는 과연 새로운 균형을 찾았을까. 아니면 공연히 징징거리기만 했을까. 언감생심 새로운 문장은 바라지도 않고 (바랄 수도 없겠지만), 다만 더 이상 깊어지지 않은 채 끈질기게 이어지기만 하는 얕은 우울증세만이라도 이젠 제발 내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54쪽) 

 

 

 

 

 

 

 

 

6. [그리운 나무] 

수요일에는 친구를 만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았으니까, 10년이 넘었다. 멀리사는 친구가 명동까지 나와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앞에서 만났다. 파니니를 먹고, 청포도 주스를 마셨다. 짧은 시간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이번주에 친구를 만나기로 해 미리 시집을 준비했다. 이책 저책 많이 골라보다가 결국엔 시집으로 하기로 했다. 

빨간책방에서 다뤘던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과 이성복 시인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도 눈이 갔지만, 표지가 예쁜 창비에서 고르고 싶어 잠시 미뤄뒀다. 마지막으로는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와 [그리운 나무] 중에서 고민하다가 [그리운 나무] 두 권을 주문했다. 포장을 풀고, 시집을 본 친구가 말했다. 

 

 

 

"내 친구 중에 아직도 시집을 읽는 친구가 있구나." 
"나도 시집은 자주 안 읽는데... 가을이잖아..."   


 

 

7. [자기앞의 생] 

 

'비밀' 결말, 지성, 황정음 책에 힌트 있다!

 

포털에 자꾸 뜨길래 찾아본 책이다. 알라딘서재에서도 리뷰를 꽤 봤던거 같은데, 그 때는 왜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작품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다. 표지가 참 예쁘다.   

 

 

 

 

 

 

 

 

 

8. [말]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 나는 아는 게 많지 않아 처음인게 많다. 장폴 사르트르의 작품도 이 책이 첫번째다. 그의 특별한 삶처럼, 특별한 기억력이고, 특별한 작품이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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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11-1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문의 헤닝 쉬르프 글이 맘에 드네요...

단발머리 2013-11-15 13:2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비연님. 제 서재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헤닝 쉬르프 글은 '직업이 저를 더 이상 규정'해 주지 않던 시기에, 제가 꽉 움켜줬던 문장이라
한 번도 바꾸지 않았거든요.
좀 산뜻하게 바꿔볼까 했는데, 비연님 말씀 듣고 지금 다시 보니까, 아직도 좋네요.
바꾸지 말아야겠어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2013-11-15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5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11-2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고등학생 때 '회색노우트' 읽기가 유행이었고
그 다음이 에밀아자르의 '가면의 생'과 '자기 앞의 생' 읽기로 번져갔어요.
시작은 고등학교 때였는데 졸업 후에 그 열풍이 이어졌다고 기억되지만....

단발머리 2013-11-23 08:02   좋아요 0 | URL
저는 '자기 앞의 생'만 많이 들었는데,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웬지 '잠언집' 같은 거 아닌가 해서요.
읽어볼 생각을 안 하고 있었지요.^^

제가 고등학교 때, 저희 반은 로맨스 소설 읽기가 유행이었다는 ㅋㅎ
저도 합류해서 한 권 읽었는데, 나름대로 쪼금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강신주님 새 책이 나왔다.

 

사실, 강신주님 책을 다 읽지는 못했는데 (사실, 강신주님도 이해하실거다. 책이 좀처럼 많아야지.) 새 책 소식에 장님 눈 떠진듯 반갑고 반갑다.

 

안 그래도 벙커 라디오에서 10월 중에 책 한 권이 나올테고, 연말에 한 권이 더 나올거라셨다. 독자들이 자기 집필속도를 못 쫓아오게 하는게 자기 목표라며. 참, 목표 한 번...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갑게도 알라딘에서 <예약판매> 문자를 보내줬다.

 

책 소개에는 '감정의 종류와 성격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라 되어 있고,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보이는 걸로 보아 문학작품 속에서 감정의 변화, 내면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신 듯 하다.

 

최근에 읽은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이 보인다. 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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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샹탈은 왜 장마르크에게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말했나

그녀는 심각한 토론에서 벗어나려고 이 말을 끄집어냈다. 그녀는 가급적 가장 가볍게 말하려고 노력했으나 자신의 목소리가 쓸쓸하고 우울한 데에 그녀 자신도 놀랐다. (31쪽) 



질문 2. 장마르크는 왜 샹탈에게 비밀편지를 보냈나

아무런 계획도 없었고 어떤 미래도 겨냥하지 않았으며 그냥 그녀를 즐겁게 해 주고 남자들이 더 이상 그녀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진 상태에서 그녀를 당장 벗어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녀의 반응이 어떠할지 미리 상상해 보려고 들지도 않았다. 굳이 상상을 했다면, 만약 그녀가 그에게 편지를 보여 주며 "이봐! 남자들이 나를 아직은 잊지 않았어!"라고 말하면 시치미 떼며 낯선 이의 찬사에 자기 찬사까지 덧붙이리라는 상상 정도였다. (107쪽) 

질문 3. 샹탈은 왜 편지를 장마르크에게 보여주지 않았나

해답은 간단해 보였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면 그것은 훗날 그녀에게 접근하여 유혹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 편지를 비밀로 간직한다면 그것은 오늘의 조심성이 내일의 모험을 보호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편지를 간직한다면 그것은 그녀가 이 미래의 모험을 사랑으로 이해하려는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109쪽)

질문 4. 그런 편지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나

서랍은 무슨, 세계 만방에 자랑하겠다. 

팀에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왔다. 둘은 형제라 했는데, 형은 드러머, 동생은 일렉기타리스트라 했다. 팀에서는 내가 막내 아닌 막내급이라 20대 초반 화사한 형제들의 출현이 내심 반가웠다. 연습 중에, 템포를 바꿀 때 서로 어떻게 사인을 주고 받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도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는 오른쪽으로 45도 각도로 내가 보이고, 드럼이나 기타쪽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자는 나를 바라보는게 편하고, 나머지 세션들에게는 내가 정면이었다. 드럼 치는 형이 말했다. 

"저희는 누나 보고 맞출께요." 

어머나, 세상에. 나를, 나를 '누나'라고 했다. 그 때는 '얘야, 나는 '누나'가 아니라, '이모'급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는 혼자 있을 때,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보고 누나래. 

그 다음 달이던가. 연습을 마치고, 잠깐 기도하러 모이는데, 이번에는 일렉 튕기는 동생이 말했다. 

"저희는 결혼 안 하신 줄 알았어요." 

엥? 이건 또 뭐야? 나는 초등 고학년 딸롱이랑 초등 저학년 아롱이가 있는데, 나보고, 결혼 안 한 줄 알았다니. 아... 나는 이 깜찍한 형제에게 밥을 다섯 번쯤이나 사 주고 싶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위해, 일렉 동생은 지난달에 라식 수술을 했고, 드럼 형은 라식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말해야겠다. 

나보고 아름답다고 한 것도 아니고, 이쁘다고 한 것도 아닌데, '누나' 정도로 어려보인다는 말이, 결혼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 그렇게도 기분 좋아, 나는 이 얘기를 100번 정도 했다. 엄마는 이 얘기를 3번 정도 들으셨고, 아빠는 2번 정도 들으셨다.  

만약 이런 편지를 받게 된다면,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라고 쓰인 편지를 받게 된다면 어떨까. 물론, 샹탈처럼 편지 보낸 사람을 궁금해 할테고, 주위를 살펴 나를 살피는 사람이 누구인가 찾으려 할 테고, 빨간색 잠옷을 (아니다, 나는 분홍색) 구매할 테지만, 무엇보다도 난, 이 편지를 자랑할 것이다.  

난 이 편지를 남편에게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남편에게 얘기를 할텐데, 그 이유는 오직 남편에게 이 사실을, 내가 아직 '젊고', '남자들의 시선을 받을만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물론, 주위 사람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랑할테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바,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만나기 쉬운 그이에게 이 기쁜 사실을 자랑하련다. 

나, 편지 받았어. 
상상만으로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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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1-0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 안할것 같아요. ㅎㅎ
말 안하고 들통나지 않아야 그런 편지를 계속 받고, 그와 만나고 하는 일들이 가능해질 듯.
저는 아마도 속에 음탕한 여자가 한 열일곱명쯤 들어있나봐요.

단발머리 2013-11-05 14:24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은 하고요.
설마 말하고 만나겠느냐할 때, 그 지점에서 딱 만나려고요.
상상만으로도 호호홍

다락방 2013-11-05 14:26   좋아요 0 | URL
새벽 세시의 레오같은 남자가 똭- 나와줘야 되는데 말예요. 홍홍홍

단발머리 2013-11-05 16:53   좋아요 0 | URL
이 레오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레오 맞나요?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본 것 같은데, 책을 안 읽어 어떤 남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외모되고, 매너 좋은 남자주인공일테니,
나와주신다면 감사 땡큐입니다~~
 

 



 

 

 

 

 

 

 

 

 

 

 

1. 엄마들은 빠지세요 

매달 마지막 주엔 엄마들 발표 시간이 있다. 처음에 아이들이 '이게 어디 쉬운거냐, 엄마들도 한 번 해 보라'더니, 엄마들이 책을 준비해와 성심성의껏 발표를 했더니만, 자기들 간식 시간이 줄었다며 목소리 높여 '엄마들은 빠지세요. 저희끼리 할께요'를 외쳐댄다. 그래서, 나온 타협안이 한 달에 한 번씩 한 명의 엄마만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이다. 


 

2. 피천득의 [인연] 


 


 

 

 

 

 

 

 

 

 

 

 

 

저번달에 J언니는 피천득의 [인연]을 준비하셨다. 다양한 글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설명을 들은 후에는 [인연]을 함께 읽었다. 요즘 수필같은 신선함은 좀 덜 한듯 해도, 나름의 운치와 멋이 있었다. 

 

3. 김용택의 [콩, 너는 죽었다] 

이번 달에는 내 순서다. 김용택 시인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초등교사이자 시인이었던 그 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명도 알려주고, '섬진강' 시들도 보여주었다.  

이 시집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하나씩 적어와 낭독하기로 했는데, 아래의 시가 아롱이를 포함, 무려 2명에게 선택받은 오늘의 시다. 

 

 

  

 

  누나

  올

  추석에 꼭

  와


 

 

 

 


 

4. 밭 

  


 

 

 

 

 

 

 

 

 

 

 

 

 

 

이 시집에서 내가 고른 시 하나를 읽어주며 '엄마 시간'을 마치기로 했다. 내가 읽으면 자꾸 코믹버전이 되서, 전공자이신 H언니에게 낭독을 부탁했다. 

밭 

아가 
새며늘아가 
내 시집와서 보니 
식구가 열셋이더라 
바가지만한 뚝배기에 밥을 
퍼담아놨다가 
낮밥 먹을 때 
이 그릇 저 그릇 퍼주고 나면 
수수밥티 하나 안 남더라 
부엌바닥에 쭈그려앉아 
뚝배기에 맹물을 부어
김치 한번 집어먹고
맹물 한 모금 마시고 
김치 한번 집어먹고
물 한 모금 마시다 보면 
맹물로도 어느덧 배가 부르더라
긴긴 여름낮 
얼매나 식은땀이 흐르고
얼매나 해가 길었었는지
서산을 골백번도 더 바라보며
콩밭을 맸단다
시어머니 손윗동서
시동생에 시누이들
여름에는 삼베빨래 
언 강 깨고 무명빨래
손이 쩍쩍 째지면
모자란 젖을 짜서 
쩍쩍 갈라진 생살 틈에 흘려넣으면 
얼마나 쓰리고 아렸는지
제금 나와 살면서 
허기진 배 움켜쥐고
풋보리 잡아 절구질 
풋나락 잡아 절구질 
허리띠를 졸라매고 
무릎이 벗겨지더락 
밤을 새워 삼품앗이 
어치게어치게 
밭을 장만했느니라
저 밭을 장만했을 때는 
세상이 내 세상 같고 
훨훨 날 것 같고 
몇날 며칠 밤을 설쳤단다
아가 
새아가
강 건너 저 밭을 봐라
저게 저렇게 하찮게 생겼어도 
저게 나다 
저 밭이 내 평생이니라
저 밭에 
내 피와 땀과 눈물과 한숨과 
곡식 무성함의 기쁨과 설레임과 
내 손톱 발톱이 범벅되어 있느니라
곡식이라고 어디 그냥 자라겠느냐 
콩 하나 심으면 
콩은 서른 개도 더 넘게 달리지만 
이날 이때까지
요모양 요꼴이구나
하지만 새아가 
저 밭을 이제 누구에게 물려주고
손톱을 기르며 늙겠느냐
내 곁을 곧 떠나갈 
새며늘아가. 

낭독을 마친 후, 엄마들 세 명은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는데, 우리의 촉촉한 감상은 '간식을 빨리 먹자'는 아이들의 원성에 묻혀 버렸다. 얼음빨래에 손이 텄는데, 왜 젖을 바르냐, 로션을 발라야지, 하는 딸롱이의 말에, 나는 그냥 '카스타드'를 한 입 베어먹었다.   

 


5.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이 시집이 김용택 시인의 최근간 시집같다. 제목이 김용택 시인답지 않아서 은근 기대가 된다. 사실, 이 두 시집도 읽고 싶다. 


 



 

 

 

 

 

 

 

 

 

 

 

 

 

폼으로 사 두고 다 읽지 못한 시집들이 많은데, 아, 항상 그렇지만, 시는 어렵다. 지난 주던가, '빨간 책방'에서 이동진씨가 '남들이 좋다는 시도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셔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이동진씨도,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그렇다는구나. 히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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