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못 했고 (정직해야지, 하지 않았고), 대학다닐 때 많이 놀지도 못 했다. 회사일도 미친듯이 열심히 해본적이 없고, 연애도, 아, 연애도 많이 해보지 못 했다. 그러니, 뭐 살림이야. 두말 할 것 없다. 근데, 책 읽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잡히는대로, 스치는 대로, 설렁설렁, 대충대충. 그런 식이다.
1. [보통의 독자]
[자기만의 방]을 대출하면서 같이 빌린 책인데, 울프 읽는김에 같이 읽으면 좋으련만, 몇 꼭지를 읽어봤더니, 생각같지 않아서 쌓아두고 있다. 민음사판 [자기만의 방]에 들어있는 <3기니>를 먼저 읽고 싶다. 나랑 가까이 있는, 집에 있는 책은 나두고, 집에 없는, 멀리 있는 책이 읽고 싶은 이 심리는 뭘까.
2. [공부하는 인간]
퓨전 분식집에 돈까스 사러 들어갔다가, 음식이 포장되는 동안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알게 된 책이다. 무식하게 공부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학생들, 무섭게 공부하는 중국과 인도의 학생들의 생활이 흥미로워 빠르게 읽어가다가, 아, 5부작 다큐를 볼거면 이거 안 읽어도 되나, 하면서 잠시 중단한 상태다.
3.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알라딘 서재의 소세키 열풍에 합류해야 한다, 우리도 소세키 전집을 사야한다, 주장에 주장을 거듭하는 내게, 신랑이 한 마디 한다. 일단, 집에 있는 거 읽고 말하자. 집에 있는 것도 예쁘지만, 난 현암사판이 읽고 싶은데... 아무튼 전집 마련을 위해 급 시작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다. 재미는 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
4.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수학공부법]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라고 하지만, 해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 일단 상호대차로 대출한 책이다. 영어학습법 책은 꽤나 읽었는데, 수학에는 너무 신경을 안 쓴 듯 하다. 초4 딸보다 초1 아들이 걱정되는 가을이다.
새로 나온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도 읽고 싶기는 한데, 기존의 책과 많이 비슷하다는 얘기가 있어 어쩔지 모르겠다.
5. [이모부의 서재]
차분한 말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런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내 몸 또한 그렇게 소리 내 울었을 텐데 나는 과연 새로운 균형을 찾았을까. 아니면 공연히 징징거리기만 했을까. 언감생심 새로운 문장은 바라지도 않고 (바랄 수도 없겠지만), 다만 더 이상 깊어지지 않은 채 끈질기게 이어지기만 하는 얕은 우울증세만이라도 이젠 제발 내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54쪽)
6. [그리운 나무]
수요일에는 친구를 만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았으니까, 10년이 넘었다. 멀리사는 친구가 명동까지 나와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앞에서 만났다. 파니니를 먹고, 청포도 주스를 마셨다. 짧은 시간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이번주에 친구를 만나기로 해 미리 시집을 준비했다. 이책 저책 많이 골라보다가 결국엔 시집으로 하기로 했다.
빨간책방에서 다뤘던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과 이성복 시인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도 눈이 갔지만, 표지가 예쁜 창비에서 고르고 싶어 잠시 미뤄뒀다. 마지막으로는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와 [그리운 나무] 중에서 고민하다가 [그리운 나무] 두 권을 주문했다. 포장을 풀고, 시집을 본 친구가 말했다.
"내 친구 중에 아직도 시집을 읽는 친구가 있구나."
"나도 시집은 자주 안 읽는데... 가을이잖아..."
7. [자기앞의 생]
'비밀' 결말, 지성, 황정음 책에 힌트 있다!
포털에 자꾸 뜨길래 찾아본 책이다. 알라딘서재에서도 리뷰를 꽤 봤던거 같은데, 그 때는 왜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작품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다. 표지가 참 예쁘다.
8. [말]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 나는 아는 게 많지 않아 처음인게 많다. 장폴 사르트르의 작품도 이 책이 첫번째다. 그의 특별한 삶처럼, 특별한 기억력이고, 특별한 작품이다.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