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이나 되었다. 50년이 더 된 듯,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 같다.

맑고 화창한 5월의 그 날,

슬픔과 충격에 이보다 더 큰 아픔은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날처럼 충격적이고 가슴 먹먹한 일들이, 지금 오늘에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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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

신문의 부록, 책 소개 지면이 있었고, 그 마지막 페이지는 전면이 책 광고였다. 모두 여덟 개의 책이 광고되고 있었는데, 맨 왼쪽 위의 책이 눈에 띄였다.

강신주의 [망각과 자유].

어, 나도 이 책 샀는데... 책 오른쪽으로 두 개의 문장이 보였고, 이내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신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건 내가 쓴 문장인데... 알라딘에 들어가 마이페이퍼를 찾아봤다. 내가 쓴 문장이 맞았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이전과는 조금 더 다른 느낌이다. 그의 말처럼, ‘방금 박사학위를 마친 젊은 학자 강신주’의 모습이 설핏 보이는 것 같다.

여러 자리의 사진에서 보면 강신주는 ‘등산바지’ 차림인 경우가 많다. 워낙 산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등산복이 편하다는 얘기를 자주하고는 했다.

이 책의 느낌은 이렇다.

맨날, 허구헌 날, 항상 ‘등산바지를 입는 강신주’만 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장을 차려입은 강신주’를 만나게 된 거다. 더 각이 잡히고, 더 정숙한(?) 느낌이다.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내가 쓴 몇 개의 문장 중,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이어져 독자리뷰로 신문광고에 실려있는 거다. 하하하. 혼자 웃다가 누구한테 이 이야기를 해야하나.

강신주? 아니다, 안 되겠다. 트위터도 안 하시고. 사실 트위터를 한다해도 어디에다 대고 무슨 내용으로 트윗을 날리겠나.

출판사에? 어떻게 제 문장을 제 허락도 안 받고 사용하셨나요? 제가, 감사합니다~~

혼자서 한참 난리부르스를 치고 나서, 그러고서 다시 보니, 이 문장은 너무 평범하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평범하고 무난한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아무나 쓸 수 있는, 그런 문장이다. 이 문장이 내 문장인지도 의심스럽다. 이 평범한 문장을 내 문장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건 그런 문장이 아니다.

이 문장은, 나의 사랑이 한 획 한 획 아로새겨진 애정의 결정체로서, 심지어 책을 읽기도 전에, 서문만 읽고도 북받쳐오르는 감상을 주체하지 못 해,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망각과 자유] 재출간 환영 페이퍼의 당당한 일원이다.

그나저나, 신문의 저 문장은 진짜 내 문장일까?

저 문장은 진짜 내 문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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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5-2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러면 원래 출판사에서 단발머리님께 의견을 묻고 실어야 하는걸텐데요. 출판사에 전화를 해본다거나 이메일을 보내본다거나 해야할 것 같은데요. 전 안실려봐서 모르지만..

단발머리 2014-05-21 13:14   좋아요 0 | URL
아하하, 출판사에 연락을 해야한다함은 일단, 다락방님은 저 문장들을 제 문장으로 받아주신다는 거군요.
일단, 저는 거기에 감사드리구요^^
연락은 잘 모르겠어요.

출판사에서 죄송해요. 그럼, 빼죠! 그럼 어쩌죠? ㅋㅎㅎㅎㅎ

비연 2014-05-2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출판사에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왜 그냥 실었냐고. 항의해야 할 듯.

단발머리 2014-05-23 08:23   좋아요 0 | URL
아, 비연님.
저도 처음이라 어쩔 줄 모르겠어요. 원래 이렇게 아무말 없이 쓰면 안 되는 거지요? 항의할 수 있는 문제군요.
사실, 화가 많이 나지 않기는 하는데요.
"- 알라딘, 단발머리 "
이렇게 실어주면 되겠는데....

아무튼 비연님도 저 문장을 제 문장으로, 받아주시나요?
감사합니다*^^*

그렇게혜윰 2014-05-2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의를 구하고 실제 닉네임이나 아이디를 실어야할 것 같은데요....

단발머리 2014-05-22 08:30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혜윰님~~
그러게요. 여러분들이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하시는데, 출판사에 전화하는게 무척 큰 일처럼 느껴지네요.
아... 그래도 해야겠지요? ^^
댓글 감사해요~

아무개 2014-05-22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백히 단발머리님의 문장입니다.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죠. 출처도 독자리뷰라니..킁!!

단발머리 2014-05-23 08:27   좋아요 0 | URL
네, 아무개님.
안 그래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네요. 이 글 보고 연락한거 같아요.
아직 자세한 이야기는 안 해봤는데요, 닉네님 넣어달라고 해야겠어요.
댓글 감사해요~~

2014-05-22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3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4-05-2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뉘,,, 한쪽 눈감고 봐도 읽어도 단발머리님 리뷰 앞머리 뒷머리 가져 왔는데요~ 필시 허락구했어야 할 일인듯 해요... 아님 출처라두 밝혔어야지 않능가??
갈라파고스,,, 아마추어 출판사도 아니고 말야 ~ 헐 ㅋ

단발머리 2014-05-26 08:14   좋아요 0 | URL
네, 출처를 밝히지 않은 건 잘못이지요.
출판사랑 통화했구요. 정중하게 사과했습니다.
 

이런 구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으면 이러저러한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 말자.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진다거나 훌륭해지는 게 아니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구나.” 아이들에게 이런 응원을 보내는 것이 어린이문학의 출발점이다.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

그의 말이 옳다.

‘희망’을 가르치려 한다면, ‘절망’을 말해야 할 것이다. 인생사 각양각색 절망에 대한 세세한 안내보다 “태어나길 잘했구나.”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응원’이 먼저여야 한다,는 그의 말이 옳다.

우리나라에서는 순서가 바뀌었다. 현재의 한국, 오늘의 우리는 아이들에게 ‘절망’을 먼저 가르치고 있다. 아니, ‘절망’을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눈앞의 현실이 그렇다.

더 두려운 건, 그렇게 ‘절망’에, ‘절망적 환경’ 속에 익숙해져가는 것이다. 잊는다는 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그가 좋아했던 50권의 책 중에 마음에 드는 책들을 골라본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많아 기대가 된다. 예쁜 그림은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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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4-05-2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키 하야오도 그렇고, 오에 겐자부로도 그렇고, 부인이 삽화가니까~
작업을 하는데, 협업도 가능하고~ 즐거움도 공유하고~ 그랬을 거 같아요

단발머리 2014-05-27 08:48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저는 icaru님이 말씀해 주셔서 알았어요.
부부끼리 협업이 가능하다는 건 참 멋진 일인것 같아요.
외국의 소설가들 같은 경우, 초고를 아내한테 보여주는 일이 많더라구요.
좋아 보여요^^
 
벨킨 이야기 / 스페이드 여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최선 옮김 / 민음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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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의 작품은 <대위의 딸>밖에 안 읽어봤는데, 푸수킨 작품으로서 높이 평가받는 작품들이라 언제 읽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구매해본다. 푸시킨이라니, 기대가 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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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 초판본 완역판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강미경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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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픽`을 보며 이 영화 모티브가 이 책과 비슷하다고 딸에게 소개해줬는데, 언제 주문했는지 이 책을 만나게 됐다. 요즘에는 딸보다 내가 먼저 읽어보고 싶은 책이 점점 많아진다. 초판본 완역판이라는 안내를 믿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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