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화요일.
신문의 부록, 책 소개 지면이 있었고, 그 마지막 페이지는 전면이 책 광고였다. 모두 여덟 개의 책이 광고되고 있었는데, 맨 왼쪽 위의 책이 눈에 띄였다.
강신주의 [망각과 자유].
어, 나도 이 책 샀는데... 책 오른쪽으로 두 개의 문장이 보였고, 이내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신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건 내가 쓴 문장인데... 알라딘에 들어가 마이페이퍼를 찾아봤다. 내가 쓴 문장이 맞았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이전과는 조금 더 다른 느낌이다. 그의 말처럼, ‘방금 박사학위를 마친 젊은 학자 강신주’의 모습이 설핏 보이는 것 같다.
여러 자리의 사진에서 보면 강신주는 ‘등산바지’ 차림인 경우가 많다. 워낙 산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등산복이 편하다는 얘기를 자주하고는 했다.
이 책의 느낌은 이렇다.
맨날, 허구헌 날, 항상 ‘등산바지를 입는 강신주’만 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장을 차려입은 강신주’를 만나게 된 거다. 더 각이 잡히고, 더 정숙한(?) 느낌이다.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내가 쓴 몇 개의 문장 중,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이어져 독자리뷰로 신문광고에 실려있는 거다. 하하하. 혼자 웃다가 누구한테 이 이야기를 해야하나.
강신주? 아니다, 안 되겠다. 트위터도 안 하시고. 사실 트위터를 한다해도 어디에다 대고 무슨 내용으로 트윗을 날리겠나.
출판사에? 어떻게 제 문장을 제 허락도 안 받고 사용하셨나요? 제가, 감사합니다~~
혼자서 한참 난리부르스를 치고 나서, 그러고서 다시 보니, 이 문장은 너무 평범하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평범하고 무난한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아무나 쓸 수 있는, 그런 문장이다. 이 문장이 내 문장인지도 의심스럽다. 이 평범한 문장을 내 문장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건 그런 문장이 아니다.
이 문장은, 나의 사랑이 한 획 한 획 아로새겨진 애정의 결정체로서, 심지어 책을 읽기도 전에, 서문만 읽고도 북받쳐오르는 감상을 주체하지 못 해,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망각과 자유] 재출간 환영 페이퍼의 당당한 일원이다.
그나저나, 신문의 저 문장은 진짜 내 문장일까?
저 문장은 진짜 내 문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