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울마당님의 서재에서
이 책을 알게됐다. (여울마당님, 안녕하세요^^) 알라딘 서재에서 알게 된 모든 책을 찾아 읽지는 않는데, 책의 저자가 친근해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집에 있는 이 시리즈의 저자였다.
미리보기를 통해 앞부분을 읽어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바로 구매하지는 않았고(T.T), 바로 도서관에 상호대차를 신청했다. 생각보다 책이 두꺼웠다. 2010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나는 여울마당님을 통해, 바로 이 시점에 이 소중한 책을 알게 됐으니,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의 출간연도가 2014년인 셈이다. 신간이다.
2. 진짜 독서 시작하기
지은이는 독서 여정을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으로부터 시작한다. 서른 살이 되던 해 다시 대학원에 가기로 한 일, 글을 쓰고, 시간 강사로 문학을 가르치고, 아이 넷을 기르느라고 떠나 있던 학교로 돌아간 일 말이다. 이 결정은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데, 이를테면 거실 바닥의 장난감 기차 트랙에 갇힌 채 박사 논문 계획서를 작성하고, 전공 필수 프랑스어 시험 전날 밤에는 식중독에 걸린 네 살배기 아이의 기저귀와 베갯잇을 빠는 일 같은 것이다. (14-5쪽)
하지만, 그녀는 채용 기회가 많지도 않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직업을 얻으려는 계획만 없다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위대한 대화’ 즉, 독서를 통해 정신을 단련시킬 수 있으며, 지속적이고 본격적인 독서는 ‘고전을 혼자 공부’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고 말한다.
힘들고 외로운 긴 과정의 전제는, ‘독서는 훈련이다’라는 것이다. 능력 있는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뒤뜰을 뛰어 가르지를 수는 있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지 않고도 마라톤에 무작정 도전할 수 없는 것처럼, 생일 축하 노래나 찬송가를 그럭저럭 부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지역 예술 공연장에서 [아이다]의 주인공 역할을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신문이나 <타임>, 스티븐 킹을 쉽사리 읽을 수는 있지만, 별다른 준비 없이 곧장 호메로스나 헨리 제임스를 파고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19쪽)
제대로 시작하고자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충고한다.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빠듯하게 추진하면서 정신을 바쁘게 만들지 말라 (아이작 와츠). 느리게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한 번에 한 과목만 공부해야 한다. 이 책으로 시작하기 바란다. 이해(문법)와 평가(논리), 의견 표현(수사) 단계를 통과하여 나아가는 법을 배우고, 이후 2부의 독서 목록으로 넘어간다. 목록에 오른 책들을 순서대로 읽으면 한 번에 하나의 탐구 분야 즉, 소설, 자서전, 역사, 희곡, 시에만 몰두하는 셈이 된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가 제안하는 독서의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 독서에 전념할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제안은 아래와 같다. (26-7쪽)
저녁보다는 아침이 좋다. 독서의 시작은 짧게 한다. 한주 내내 독서하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독서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결코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다. 독서시간을 시킨다.
지금 당장 첫걸음을 내디딘다.
독서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결코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독서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아이패드를 열지 않는다,고 변경 가능하다.
독서의 두 번째 단계는 역학 연습이다. 낯선 단어에 당황하여 읽기를 멈추지 않도록 음철법 보충 학습과 많이 사용되는 어휘를 익히는 연습을 말한다. (40-2쪽)
독서의 세 번째 단계는 주목한 부분을 글로 쓴 다음에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연습이다. 독서 일기용 노트 사용을 추천한다. 읽은 책의 내용을 메모하고, 간략한 요약문을 작성한다. 요약문 작성 후, 정보에 대한 자신의 반응과 생각을 적어보는데, 이 때는 노트의 여백에 다른 색상의 펜을 사용해 작성한다. (52쪽)
독서의 네 번재 단계는 문법 단계의 독서법 훈련이다. 즉, 서문과 저자의 프롤로그를 읽고 주요한 요점을 두세 문장으로 요약하고, 책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환기시켜 주는 두세 문장과 자신이 요약한 문장을 활용해 자신만의 차례를 만드는 일이다. (72-3쪽)
2부 독서의 즐거움 중, 소설 읽기의 즐거움까지 읽었는데, 고전 읽기라는 이 대장정의 시작이 왜 소설인지 이해가 된다. 소설이 제일 익숙하고, 비교적 읽기 쉬우며, 현재 우리의 시대와 가장 가깝다. 소설을 넘어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는 하지만, 일단 책들은 살펴본다. 이미 읽은 책이 9권 정도 되는데, 건너 뛰어도 되는지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다.
주홍글자, 백경, 톰 아저씨의 오두막, 마담 보바리, 죄와 벌, 안나 카레니나, 귀향, 여인의 초상, 허클베리 핀의 모험, 붉은 무공 훈장, 암흑의 핵심, 환락의 집, 위대한 개츠비, 댈러웨이 부인, 소송, 토박이, 이방인, 1984, 보이지 않는 인간, 오늘을 잡아라, 백년의 고독, 겨울밤의 나그네라면, 솔로몬의 노래, 화이트 노이즈, 소유
3. 드디어 나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라는 이 짧은 글은,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만을 듣기 마련이다.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결과가 드러나는 활동은 그렇지 않은 활동보다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 누구도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즐기기 마련이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을 청소하고 영수증을 처리하고 서류 작업을 끝내는 일이, 30분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성취가 크죠. 집안일이 독서보다 즐겁지는 않지만, 끝내면 깔끔해진 부엌과 말끔히 비워진 영수증 함과 정리된 서류들이 성취의 증거로 남으니까요. (중략)
하지만 우리는 일로만 평가받기를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유, 즉 성찰, 계몽, 이해가 똑같이 가치 있다고 고집해야 합니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즉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서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뭔가 ‘생산적’인 다른 일 대신에 아침에 혼자서 책을 읽는 행위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구체적인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자, 저항하십시오. 앉아서 성찰하는 기쁨을 느끼십시오. 인간이란 생산력만이 아니라 이해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고집하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을 청소하고 서류를 정돈하기 전에, 무엇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 들고 읽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