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Paperback, 미국판) - Harry Potter Series, Book 1 Harry Potter 미국판-페이퍼백 1
조앤 K. 롤링 지음 / Scholastic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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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리포터를 읽는다

인상 깊었던 건 아래의 두 장면이다. 영화에서도 멋지게 그려지기는 했지만,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는 머리 속에서 상상해 보는 게 더 재미있기는 하다. 

 

 

 

"No post on Sundays," he reminded them cheerfully as he spread marmalade on his newspapers, "no damn letters today - "

Something came whizzing down the kitchen chimney as he spoke and caught him sharply on the back of the head. Next moment, thirty or forty letters came pelting out of the fireplace like bullets. The Dursleys ducked, but Harry leapt into the air trying to catch one - (41p)

 

 

 

 

He started to walk toward it. People jostled him on their way to platforms nine and ten. Harry walked more quickly. He was going to smash right into that barrier and then he'd be in trouble - leaning forward on his cart, he broke into a heavy run - the barrier was coming nearer and nearer - he wouldn't be able to stop - the cart was out of control - he was a foot away - he closed his eyes ready for the crash -

It didn't come ... he kept on running ... he opened his eyes. (93p)

 

영화가 촬영된 곳에서는 이렇게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인기있는 관광지가 될 것 같다.

 

 

 

2. 조앤 롤링 K.

이미 하나의 신화가 되어버린 작가, 조앤 롤링 K. 불행의 유일한 도피처였던 문학이 그녀에게 보상한다. 부와 명예를 모두 얻었다. (더불어 새 남편도 얻었다.) 더 이상 작품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지 않겠나 싶지만, 그녀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3. 이 책, 저 책

책은 장식품이 아니라고.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읽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라고, 만든 거라고, 아무리 되뇌어봐도 소용없는 것 같다. 예쁜 책을 보면 읽고 싶다기보다 갖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을 몰랐다면 저 책을 예뻐라 했을텐데, 이 책의 예쁜 표지 때문에, 조금 커진 판형과 읽기 쉽도록 넓어진 자간 때문에 저 책이 더 초라해 보인다.

내가 사는 집은 표지가 다른 똑같은 책을 산다는 것이 용인되지 않지만...

이 책을 사고 싶다.

갖고 싶다, 다, 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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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9-2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처음엔 양장본만 구입했는데, 양장본 정리하고 다시 읽을때는 도서관에서 페이퍼백으로 읽고 그랬어요.
돈과 장소가 도와준다면 사실 같은 책으로 다양한 표지디자인과 판형으로 갖고 싶은 책이기도 해요.
전 둘다 안되니 포기.. ㅠ.ㅠ

단발머리 2014-09-29 09:07   좋아요 0 | URL
아,,,, 아쉽습니다. 저는 미국판 페이퍼백으로 다 샀는데요.
딸롱이가 자기는 하드커버로 미국판 영국판 다 사겠다고 해서, 제가 `니 돈으로 사라~~` 했습니다.
제가 갖고 싶은 건 미국판 페이퍼백 개정판이니까요~~ 종이재질도 좋고, 그림도... .흐흑

예뻐요~~~~~~~~
 

 

 

 

 

 

1. 여울마당님의 서재에서 

이 책을 알게됐다. (여울마당님, 안녕하세요^^) 알라딘 서재에서 알게 된 모든 책을 찾아 읽지는 않는데, 책의 저자가 친근해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집에 있는 이 시리즈의 저자였다.

미리보기를 통해 앞부분을 읽어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바로 구매하지는 않았고(T.T), 바로 도서관에 상호대차를 신청했다. 생각보다 책이 두꺼웠다. 2010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나는 여울마당님을 통해, 바로 이 시점에 이 소중한 책을 알게 됐으니,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의 출간연도가 2014년인 셈이다. 신간이다.

2. 진짜 독서 시작하기

지은이는 독서 여정을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으로부터 시작한다. 서른 살이 되던 해 다시 대학원에 가기로 한 일, 글을 쓰고, 시간 강사로 문학을 가르치고, 아이 넷을 기르느라고 떠나 있던 학교로 돌아간 일 말이다. 이 결정은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데, 이를테면 거실 바닥의 장난감 기차 트랙에 갇힌 채 박사 논문 계획서를 작성하고, 전공 필수 프랑스어 시험 전날 밤에는 식중독에 걸린 네 살배기 아이의 기저귀와 베갯잇을 빠는 일 같은 것이다. (14-5쪽)

하지만, 그녀는 채용 기회가 많지도 않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직업을 얻으려는 계획만 없다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위대한 대화’ 즉, 독서를 통해 정신을 단련시킬 수 있으며, 지속적이고 본격적인 독서는 ‘고전을 혼자 공부’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고 말한다.

힘들고 외로운 긴 과정의 전제는, ‘독서는 훈련이다’라는 것이다. 능력 있는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뒤뜰을 뛰어 가르지를 수는 있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지 않고도 마라톤에 무작정 도전할 수 없는 것처럼, 생일 축하 노래나 찬송가를 그럭저럭 부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지역 예술 공연장에서 [아이다]의 주인공 역할을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신문이나 <타임>, 스티븐 킹을 쉽사리 읽을 수는 있지만, 별다른 준비 없이 곧장 호메로스나 헨리 제임스를 파고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19쪽)

제대로 시작하고자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충고한다.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빠듯하게 추진하면서 정신을 바쁘게 만들지 말라 (아이작 와츠). 느리게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한 번에 한 과목만 공부해야 한다. 이 책으로 시작하기 바란다. 이해(문법)와 평가(논리), 의견 표현(수사) 단계를 통과하여 나아가는 법을 배우고, 이후 2부의 독서 목록으로 넘어간다. 목록에 오른 책들을 순서대로 읽으면 한 번에 하나의 탐구 분야 즉, 소설, 자서전, 역사, 희곡, 시에만 몰두하는 셈이 된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가 제안하는 독서의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 독서에 전념할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제안은 아래와 같다. (26-7쪽)

저녁보다는 아침이 좋다. 독서의 시작은 짧게 한다. 한주 내내 독서하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독서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결코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다. 독서시간을 시킨다.

지금 당장 첫걸음을 내디딘다.

독서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결코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독서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아이패드를 열지 않는다,고 변경 가능하다.

독서의 두 번째 단계는 역학 연습이다. 낯선 단어에 당황하여 읽기를 멈추지 않도록 음철법 보충 학습과 많이 사용되는 어휘를 익히는 연습을 말한다. (40-2쪽)

독서의 세 번째 단계는 주목한 부분을 글로 쓴 다음에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연습이다. 독서 일기용 노트 사용을 추천한다. 읽은 책의 내용을 메모하고, 간략한 요약문을 작성한다. 요약문 작성 후, 정보에 대한 자신의 반응과 생각을 적어보는데, 이 때는 노트의 여백에 다른 색상의 펜을 사용해 작성한다. (52쪽)

독서의 네 번재 단계는 문법 단계의 독서법 훈련이다. 즉, 서문과 저자의 프롤로그를 읽고 주요한 요점을 두세 문장으로 요약하고, 책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환기시켜 주는 두세 문장과 자신이 요약한 문장을 활용해 자신만의 차례를 만드는 일이다. (72-3쪽)

2부 독서의 즐거움 중, 소설 읽기의 즐거움까지 읽었는데, 고전 읽기라는 이 대장정의 시작이 왜 소설인지 이해가 된다. 소설이 제일 익숙하고, 비교적 읽기 쉬우며, 현재 우리의 시대와 가장 가깝다. 소설을 넘어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는 하지만, 일단 책들은 살펴본다. 이미 읽은 책이 9권 정도 되는데, 건너 뛰어도 되는지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다.

 

 

 

 

 

 

 

 

 

 

 

주홍글자, 백경, 톰 아저씨의 오두막, 마담 보바리, 죄와 벌, 안나 카레니나, 귀향, 여인의 초상, 허클베리 핀의 모험, 붉은 무공 훈장, 암흑의 핵심, 환락의 집, 위대한 개츠비, 댈러웨이 부인, 소송, 토박이, 이방인, 1984, 보이지 않는 인간, 오늘을 잡아라, 백년의 고독, 겨울밤의 나그네라면, 솔로몬의 노래, 화이트 노이즈, 소유   

 

3. 드디어 나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라는 이 짧은 글은,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만을 듣기 마련이다.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결과가 드러나는 활동은 그렇지 않은 활동보다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 누구도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즐기기 마련이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을 청소하고 영수증을 처리하고 서류 작업을 끝내는 일이, 30분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성취가 크죠. 집안일이 독서보다 즐겁지는 않지만, 끝내면 깔끔해진 부엌과 말끔히 비워진 영수증 함과 정리된 서류들이 성취의 증거로 남으니까요. (중략)

하지만 우리는 일로만 평가받기를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유, 즉 성찰, 계몽, 이해가 똑같이 가치 있다고 고집해야 합니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즉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서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뭔가 ‘생산적’인 다른 일 대신에 아침에 혼자서 책을 읽는 행위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구체적인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자, 저항하십시오. 앉아서 성찰하는 기쁨을 느끼십시오. 인간이란 생산력만이 아니라 이해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고집하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을 청소하고 서류를 정돈하기 전에, 무엇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 들고 읽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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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4-09-18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특히 이 부분 참 좋네요~

채용 기회가 많지도 않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직업을 얻으려는 계획만 없다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위대한 대화’ 즉, 독서를 통해 정신을 단련시킬 수 있으며, 지속적이고 본격적인 독서는 ‘고전을 혼자 공부’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고 말한다.

..첨부하신 세계사 이야기 시리즈 저도 올초쯤에 구입했는데, 꽤 솔깃한 특가 구매 기회라고 생각되어서, 누구에게 읽힌다(뭐, 아이들??)거나 내가 읽겠다거나 계획없이 구매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40프로쯤 할인 판매하구 있구만요~

1편을 첫째와 제가 읽어주며 보다가 옆을 슬깃보니, 애가 졸더라고요... 제가 과욕을 부린거죠,,,

여튼,, 반갑네요 ^^!

참참,, 저자는 초중고를 홈스쿨링으로 마쳤다고 하던데~ 우와우~ 아이도 넷씩이나 기르는 것은 또 이 페이퍼 통해 알았어요,,

단발머리 2014-09-19 08:26   좋아요 0 | URL
호호호.... 저도 그 부분이 좋아요. 물론 대학에서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매우 부럽기는 합니다^^

세계사 시리즈는 저도 몇 번 시도했지요. 딸롱이 말로는 자기는 다 읽었다고 하는데요, 글쎄요, 그렇게 두꺼운 책을 5분만에 읽네요. 놀라운 기술입니다.

읽어주는 것, 정말 좋은 방법같아요. 특히 그 책은 문체 자체가 읽어주는 것처럼 되어있어서 읽어주면 더 좋을 거 같기는 한데. 저는 아직 시도는 못 해봤어요.
icaru님 부지런하십니다~~~ ^^

기억의집 2014-09-1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지금 검색해보니 가격이 엄청 쎄네요. 20%을 해도 이만원 ㅠㅠ
음, 가격에 저항이 생기는데요^^
저도 요즘 고전을 읽어보려고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을 생각하고 있는데... 책두께가 만만치 않아서 가격보다 두께에 무서움을 느끼고 있어요.

하늘을 보니 구름 한점 없이 파랗네요. 이런 날 책읽으면 푸른 하늘과 가을 햇살을 안고 책을 읽은 느낌이 들어서 좋을 듯 싶어요. 저는 지금 여름, 1927년, 미국 꿈과 황금시대 읽고 있어요~

단발머리 2014-09-20 10:0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기억의집님~~
가격이 만만치 않지요? 사실,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읽었어요. T.T 실제로는 책이 많이 두껍습니다.
가격저항은 저도 항상 고민하는 문제라서요.
들려오는 소문이 도서정가제 개정법 때문에 11월쯤에 엄청난 `할인 전쟁`이 있을거라고 하더라구요.
그 때를 대비해 총알을 준비....해야할텐데요.

미국 꿈과 황금시대, 멋져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여울 2014-09-1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여기요^^ ㅎㅎ. 함께 성찰의 기쁨을 느껴요. 이 책으로 소설에 대한 문턱을 많이 낮추게 되었어요. 챙겨보려 합니다. 좋은 독서되시구요. (책읽는 여자가 위험하다라는 책도 겹치는군요. ㅎㅎ)

단발머리 2014-09-20 10:10   좋아요 0 | URL
여울마당님, 안녕하세요~~~
제 페이퍼에 `훅` 등장하셔서 놀라셨지요~~ ㅎㅎ
책읽는여자는 항상 위험하지요. 원래 책읽는사람들 다 위험한데, 여자는 더 위험한것 같아요.
그 위험부류 안에 들기 위해, 오늘도 독서를.... 하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뵈어요~

책읽는여름 2014-09-2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님의 페이퍼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알고 빌려서 지금 읽고 있어요. 오호...기대보다 더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네...너무 무거워서 화장실에는 못 들고 들어갈 정도네요. 흠...가격이 세서 저도 살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ㅡ.ㅡ

단발머리 2014-09-29 08:49   좋아요 0 | URL
아.... 달콤한 책2님, 반갑습니다.
제 페이퍼를 보시고 이 좋은 책을 발견하셨다니, 매우매우 기쁩니다. 여울마당님께 전해드려야겠어요.
사실,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비싸군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사람이 혼자 있을 때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그가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할 때 일어나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듯하다. (...)

사람은 한평생을 살면서 전혀 다른 두 가지 방식의 충동을 느낀다.

다른 이들을 사귀고 사랑을 나누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이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충동이 그 한 가지고,

또 한 가지는 독립적이고 개별적이며 독자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충동이다.

- 앤서니 스토(2011), 『고독의 위로』, 책읽는 수요일, 19.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놀고 싶은 마음과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 두 가지 다, 둘 다 내 마음이다. 일테면, 어제는 언니들과 만나 아이들 옷을 쇼핑하고, 점심을 같이 먹었고, 오늘은 이렇게 식탁 앞에 혼자 앉아 있다. 

보통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은 ‘화려한 싱글’ 혹은 ‘외로운 독거노인’, 이 두 개의 범주 중 하나로 정리된다. 하지만, 모든 ‘싱글’이 다 ‘화려한 것’만은 아니기에, 그들도 1인 가구로서의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독거노인’이라 할지라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면, ‘외로운 독거노인’이라 분류되기를 거부할 것이다. 결혼한다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닌 것처럼, ‘화려한 싱글’도, ‘평범한 싱글’도, 그리고 ‘독거노인’도 행복할 수있다.

집안일은 아무리 해도 티가 나지 않는 끝없는 노동이라고 한다. 만일 당신이 남자라면, ‘혼자 산다는 것’은 하지 않으면 티가 나고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시시포스의 운명과도 같은 가사노동에 수많은 시간을 투여해야 함을 의미한다. (생략)

최악의 것은 청소죠. 그건 정말 끔찍해요. 매일 해봐야 진짜로 알 수 있을 텐데. 이를테면 당신이 금요일 날 무엇을 닦아 놓아도 다음 주 똑같은 시간, 똑같은 곳에 똑같은 먼지가 앉아 있을 거예요. 그러니 지겹지 않겠어요. 최소한 맛이 가게 하는 일임엔 틀림없죠. (...) 이건 거의 바다 한복판에서 걸레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요. (96쪽)

 

웃음 포인트 1)은 ‘하지 않으면 티가 나고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이고, 웃음 포인트 2)는 ‘시시포스의 운명’이다. 한 번 웃어 주시고~~~*^^*

사회 환경의 변화 속에서 ‘꼭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이 ‘필수’에서 ‘선택’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이 때, 결혼에 대한 ‘강박’이 더 많이 줄어든 젠더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이 시대에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할 이유가 줄었다 해도 그것이 젠더마다 동일하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할 이유는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벡 부부의 지적처럼 “과거의 여성들은 실망에 부딪혔을 때 자기의 희망을 버렸지만, 오늘날의 여성들은 자기의 희망을 고수한 채 결혼을 버린다.” (127쪽)

 

현재를 행복하게,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골드미스’의 일원으로서,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여성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하고 후회하는 게 낫는지, 안 하고 후회하는 게 낫는지, 잘 모르겠다.

chapter 5, ‘고독이 필요한 시간‘이 좋았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역할이라는 가면을 쓴다‘, ’타자지향형 인간‘, ’친구가 많으면 꼭 좋은가?‘, ’집단주의와 자기밀도의 제로화‘, ’의도된 고독과 자기관계의 회복‘, ’고독은 나의 힘 -혼자라는 거대한 전환‘, ’단독 비행의 삶‘. 관심을 끄는 주제다.

타자관계에는 지나치게 민감하지만 그에 비해 자기관계에는 둔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처세의 방법은, 더도 덜도 말고 딱 남들이 하는 것만큼 행동하기이다. 그리하여 수도권의 30평대 아파트에 살며, 소나타를 몰며 4인용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은 어느 날 나는 누구인가라는 갱년기의 질문에 부딪혔을 때 쉽사리 붕괴될 수 있다. 갱년기를 겪어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사춘기는 연습에 불과했음을. (150쪽)

개인 성격상 내성적 기질이 강한지 약한지와는 상관없이, 관계밀도의 과잉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기밀도가 가능한 내향적 세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내향적 세계는 반드시 기질상 내성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는 아니다. (181쪽)

 

타자관계를 지배하는 집단의 힘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리에서 밀려나는 배제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세상을 향한 시선을 닫고 있는 은둔자가 되지도 않기 위한 삶의 모델을, 저자는 홀로 서는 사람, ‘단독인’이라 부른다(168쪽). 단독인, 타자관계와 자기관계가 균형을 이루는 사람이다. 진정한 ‘단독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저자는 ‘자기만의 방’과 ‘최소한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자일 수 있기 위해서 집단으로부터 잠시나마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결심을 할 수 있는 계층의 하한선은 중산층이다. 적어도 중산층까지는 대로는 자신의 적극적 의지에 따라 일시적이나마 자신의 치타델레에 들어갈 수 있지만, 경제적 자원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은 그러한 시도조차 해볼 수 없다. (225쪽)

특별한 사람만 단독인이 되지 않고 누구나 다 같이 단독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최소한의 소득이라는 최소조건이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역할 조절을 통해 자신만의 독립성을 옹호한다고 해서(사회적 의미의 홀로서기) 단독인이 될 수 없다. (229쪽)

 

또한 그는 단독인이 나 홀로 독단인으로 살지 않기 위해, 홀로서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만의 방’이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네트워크를 다른 단어로 ‘연대’라 부르기도 했다.

타자관계와 자기관계의 조화, 진정한 단독인, 행복한 단독인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혼자 사는 삶’을 고대하지는 않지만, ‘혼자서 3-4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삶’은 언제나 환영이다.

이 책에서 제일 눈에 띄였던 문장을 옮겨 적어본다. 이역만리 영국으로 유학 온 외로운 유학생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들이 마음에 쏙쏙 박힌다. 마침 현암사에서 그의 전집 2차분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반갑다.

“나는 대학에서 영문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했습니다. 그 영문학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학문입니까 하고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을 3년이나 전공한 나도 뭐가 뭔지 도무지 꿈속일 뿐입니다. ”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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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9-0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2쪽 좋아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4-09-03 11:42   좋아요 0 | URL
다른 글도 물론 그렇지만, 이 페이퍼는 다락방님이 꼬옥 읽어주셨으면~~~ 했어요. 감사해요.
저도 182쪽이 좋아요. 흐흐흐흐흐흑.....

아무개 2014-09-0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명우씨 칭찬을 해주세요! 노명우씨의 칭찬이요!
글 잘쓰지 않나요? 맞아 맞아 소리가 절로나오지 않나요?
ㅡ..ㅡ:::::::::::::::::::::::::::::


제가 꼬옥 읽어야 하는 페이퍼는 아니지만
우야둥 단발머리님 덕에 다시 한번 읽는 느낌입니다.
^^::::::::::::::::::::::::::::::::::::


단발머리 2014-09-03 15:18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 노명우씨 칭찬 나갑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많이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문자로 풀어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글을 아주 잘~ 쓰지요.

사회학자라고 폼 잡으면서 어려운 용어나 듣도 못한 이론을 쏟아내지 않고, 저같은 보통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구요. 때에 따라서는, 본인을 디스하면서, 웃음을 주면서 논의를 펼쳐가기도 합니다.

제가 읽은 두 권의 책 말고도 좋은 책이 많구요. 최신작,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도 엄청 기대됩니다.
아무개님, 괜찮았어요?^^

아무개 2014-09-04 16:21   좋아요 0 | URL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에서 역시나 발군은 노명우입니다. 그리고 정여울도 좋아요.
정여울의 글은 기본적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시작해서 그런지 더 쉽게 동화되는듯...

강신주는 이전에 하던 이야기의 무한 반복이구요. "진실을 말하라!"
제자백가 시리즈나 좀 따박따박 내주면 좋겠는데....


단발머리 2014-09-04 18:21   좋아요 0 | URL
성난 얼굴, 벌써 읽으신 거예요? 아.... 아무개님 부지런하시군요.
저는 장바구니에만 넣어놓고 이제나, 저제나 하고 있거든요.

제자백가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는 또 한 명의 1인으로서,
혹 강연회에서 강신주님 만나게 되면 제가 전해드릴께요.

제자백가 기다리고 있어요. 따박따박 내 주세요~~~ *^^*

아무개님, 해피 추석이요~~ (너무 이르나요?)

다락방 2014-09-05 14:55   좋아요 0 | URL
어머. 두 분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시네요!!!!!!!!!!!!! >.

단발머리 2014-09-05 15:1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헤헤..
취향은 일치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아무개님 따라가려면 많이 멀었죠.
많은 지도와 편달, 그리고 사랑 부탁드려요.^^

참! 다락방님, 해피 추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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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중부지방에 일주일이상 열대아 현상이 계속되던 7월의 마지막 주, 그 때의 뜨거운 감흥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겸손(humilitas)이란 인간이 자기의 무능과 약함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슬픔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스피노자의 말대로 무레의 겸손은 자신이 자랑하던 돈의 무기력함을 자각하는 데서 오는 슬픔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겸손은 동시에 한 여자를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다는 자각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사랑 아니겠는가? ‘나의 뜻대로‘가 아니라 ’당신 뜻대로‘가 바로 사랑의 표어이기 때문이다. (『감정수업』, 284쪽) 

 

프레첼은 2,500원, 공차는 3900원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향한다. 샘소나이트 매장 오른쪽에는 가운데 탁자를 두고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세 쌍 있다.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왼쪽에는 샘소나이트 모델 김수현의 전신 크기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김수현은 왼쪽으로 약간 갸우뚱하게 서서 65도 각도로 오른쪽을 쳐다보고 있다. 가운데 의자에 앉아 35도 각도로 왼쪽을 쳐다보면 김수현과 눈이 마주친다. 책을 읽다 눈이 피곤할 때, 적정한 안구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책을 펼친다. 책 속도, 책 바깥도, 백화점이다.

그녀의 한쪽 팔에는 이제 겨우 다섯 살인 어린 동생이 매달려 있었고, 어깨 뒤로는 한창 물이 오른 열여섯 살 소년 장이 두 팔을 출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저건,” 드니즈는 너무 놀라 나머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백화점이잖아!” (1권, 8쪽) 

 

자본주의의 가장 강력한 상징, 백화점이다.

“하지만, 이제 너하고도 상관이 있는 일이니 어디 한번 네 생각을 말해보거라. 단순한 직물점에서 온갖 잡동사니들을 다 판다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인가. 예전에 다들 정직하게 장사를 할 때는 직물점에서는 오직 옷감만 취급했다. 다른 건 팔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 저들의 머릿속은 온통 이웃을 짓밟고 먹어 치우려는 생각만으로 꽉 차 있어 ...... 그래서 온 동네 사람들이 못마땅해하고 있는 거야. 저놈의 백화점 하나 때문에 우리 같은 소상인들이 다 죽게 생긴 거란 말이지. (1권, 45쪽)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물건을 제조하던 시대에 백화점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옷감이면 옷감, 우산이면 우산, 모자면 모자. 소상인들은 오직 하나의 물품만을 제조하고, 판매했다. 각자의 영역이 있었고, 서로를 침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괴물 같은 백화점은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백화점에서는 모든 것을 판매한다. 백화점에서는 무엇이든 살 수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고급스럽게 전시된 진열품과 양질의 상품 공급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탄력적 가격 정책’이 백화점의 주요한 판매 전략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여기 이 손수건도 좀 보실래요. …… 다들 놀라지 마세요. 브뤼셀의 아플리케랍니다. …… 오! 이런 게 내 눈에 띄다니 정말 운이 좋았지 뭐예요! 게다가, 고작 20프랑밖에 안 된다니까요!” (1권, 143쪽)

 

이 전략은 현재에도 계속된다. 이런 식이다.

 

 

<사진 : 해외 명품 대전 '인산인해', 소공동 롯데백화점, 충청매일, 2014년 8월 6일>

“오! 이런 게 내 눈에 띄다니 정말 운이 좋았지 뭐예요! 게다가, 80% 할인된 가격이라니까요!”

좋은 상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하던 백화점이 적정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지 못했을 때, 사업 경영에 적자가 발생했을 때는 어떨까. 아름답게 보여지던 모습은 내팽겨쳐지기 일쑤이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백화점은 중간 관리자를 통해 ‘정리해고’를 감행한다.

그에게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장애물을 제거하는 핑계로 쓰일 수 있었다.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을 지어내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부주의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당신이 의자에 앉아 있는 걸 봤소, 뮤슈. 창구로 가시오!*” “지금 나한테 말대꾸를 한 것 같은데. 창구로 가시오!” “구두를 반들반들 닦지 않았군. 창구로 가시오!” 그리하여 가장 잘나가는 판매원들조차 그가 저지르는 대학살의 광경 앞에서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1권, 260쪽)

(* “창구로 가시오!”라는 표현은 해고를 당한 노동자가 회계 창구에서 급료를 정산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무지막지한 기계의 주인은 무레이다.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어느 여자에게도 자신의 진심을 주지 않던 무레. 무레는 쉽게 여자를 얻고, 쉽게 여자를 버리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러다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오면, 그땐, 꽉 잡고 절대 놓지 않는 거야. 그러면 절대 실패하는 일이 없어. 난 내 여자를 결코 남에게 뺏기지 않거든. 하지만 중요한 건 여자가 아니야. 나한테 여자는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거든. 알겠나, 중요한 건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거야. (1권, 117쪽)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그가, 돈으로 원하는 모든 여자를 얻었던 무레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여자, 돈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드니즈. 허름한 옷차림, 발에 맞지도 않은 큰 신발을 힘들게 끌고, 두 눈을 휘둥그레. 경탄어린 시선으로 백화점을 돌아보던 순진한 시골 처녀 드니즈. 그녀의 매력을 발견한 무레는 다른 여자 대하듯 그녀를 대한다.

그는 그녀에게 ‘돈’을 제시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의 힘으로 그녀의 ‘사랑’을 사려고 한다. 하지만, 드니즈는 특별한 사람이다. 그녀는 돈의 힘에 무릎 꿇지 않는 사람이다. 가난한 점원 드니즈 앞에서 이 거대한 기계의 주인 무레는 크게 당황한다.

이제 무레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은 여자는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그는 몸을 숙여 여자를 줍기만 하면 되었다. 주변의 모든 여자들이 순종적인 하녀처럼 그의 입에서 나오는 변덕스러운 말 한마디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 여자는 그럴 듯한 핑계조차 대지 않으면서 단번에 그를 거절했다. (2권, 112쪽)

 

톱니바퀴처럼 어김없이 굴러가는 시스템과 군대를 방불케 하는 수많은 직원들이 그의 눈앞을 차례로 지나가면서 그가 지닌 막강한 힘을 확인시켜줄수록, 그는 자신의 무력함으로 인한 수모를 더욱더 절실히 느낄 뿐이었다. 심지어 유럽 전역에서 주문이 몰려들어, 우편물을 운반하기 위한 특별 운반차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를 거부했다. (2권, 176쪽)

 

자신의 힘으로도, 자신의 돈으로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는 드니즈를 맞딱뜨렸을 때, 무레는 변한다. 이전의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고, 재미로 만나던 여자들을 정리한다. 백화점 직원들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드니즈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녀의 가족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는 결혼하지 않으리라’던 이전의 생각마저 바꾸게 된다.

그와 그녀의 사랑이 ‘결혼’이라는 형태로 마무리된 것에 대해 전혀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권리가 ‘결혼’ 이외의 방식으로 보장받을 수 없던 사회였던 걸 감안한다면, 이런 결론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하튼, 무레는 드니즈를 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숱한 눈물의 시간과 열정적 고백, 계속되는 구애에도 냉담한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녀를, 마침내는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에게 그렇게도 중요했던 ‘돈’의 힘이 아니라, 이전에는 그에게 없었던 ‘사랑’의 힘으로 그녀의 마음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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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4-09-0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여전히 강신주의

단발머리 2014-09-02 15:30   좋아요 0 | URL
네~~~ㅋㅎㅎ 아직도 '강신주의 ~' 라고 시작할 만한 책이 일곱권정도 남아있어요.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icaru 2014-09-0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제가 본래 달았던 글은 대여섯줄이었는데,,
아직도 여전히 강신주의,,까지만 올라가다니.. 대략 난감인데요 ㅠ,ㅠ
기억을 더듬어서...
저도 아직 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읽고 있는데, 무슨무슨 상 받았던데,, 정말 상받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단발머리님께 댓글 단다는 것이... 음. ㅠ,ㅠ

이 책을 읽진 않았지만, 무레라는 사람 진짜 대단한걸요...
결국 돈으로 얻지 못했던 여인의 사랑을 스스로 깨달음에 의하여,, 혹은 여인이 원했던 방식으로 돈을 씀으로써 ( 노조,,) 사랑도 얻게 되었으니,,, 안 가진 것이 무엇이뇨!! ㅎㅎ

단발머리 2014-09-03 15: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요즘 알라딘 댓글 다는데 오류 많아서요.
저도 다른 분 방에서, "강준만의... "여기까지만 쓰여있더라구요^^

저도 [상처받지 않을 권리]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소설이랑 연결되어 있어서, 페이퍼에서 관련지어 쓰고 싶었는데, 아하..... 용량이 부족하여~~~

무레는 흰 얼굴에 금발, 잘 생겼답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한다. 오늘 같은 아침, <한겨레>를 읽어도 답답한 마음이 가득한데, 이런날 하물며 <조선일보>더냐, <중앙일보>더냐.

<내 서재 속 고전>은 챙겨서 읽는 유일한 칼럼이다. 서경식, 고미숙, 강신주가 필진인데, 오늘은 강신주의 마지막 칼럼이다. 강신주가 고른 책은 김선우 시인의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이다. 그가 각별히 좋아하는 시인이라는 말에, 진작에 사두었고, 진작에 읽었으나, 아... 시는 언제나 어렵다. 그 깊이와 넓이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죽은 것에 목메어 울고 죽어가는 것을 살리려고 하며 살아가는 것들을 품어 주려는 시인이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아파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는 일 아닌가. ‘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시의 일부분을 읽어보자. 

어리고 푸른 봄들이 눈앞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동안

 

생명을 보듬을 진심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사방에서 자동인형처럼 말한다

가만히 있으라 시키는 대로 해라 지시를 기다려라

 

가만히 기다린 봄이 얼어붙은 시신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만족을 모르는 자본과 가식에 찌든 권력

가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무능과 오만이 참혹하다

미안하다 반성없이 미쳐가는 얼음나라

너희는 못 쉬는 숨을 여기서 쉰다

너희는 못 먹는 밥을 여기서 먹는다

                   (한겨레, 2014. 8. 25. <내 서재 속 고전>, 강신주)

 

 

아롱이 아침을 먹이며, 칼럼을 읽는다.

병원으로 실려간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동조단식을 하다 쓰러진 김장훈씨와 동조단식 중인 문재인 의원과 다른 여러 시민들에 대한 기사를 읽는다.

 

 

 

밥을 먹고 있어서 미안하고.

그래도 평범한 아줌마, 30대 후반의 전업주부인 나보다는 대통령에게 더 큰 책임이 있지 않나, 왜 피해자인 유가족을 만나지 않나,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고.

그래서,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아침부터... 월요일 아침부터, 답답하다.

이대로 잊는건, 잊혀지는 건, 결국 ‘가만히 있으라’던 그들이 바라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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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08-26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잘 계시지요?
이 부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명쾌한 답을 내릴 수는 없어요.
특별법 내용도 잘은 모르지만 유족팀이 요구하는 그 모든 것이 바람직하다고 느껴지지도 않구요.
다만 약자에게 마음 씀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적 정서라는 건 고백하겠어요.
대통령이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당근 화가 나구요. 너무 갑갑합니다.

그래도 단발님 가는 8월 잘 보내시고 가을맞이도 잘 하시길요~~

단발머리 2014-08-28 17:21   좋아요 0 | URL
아하.... 합리적인 세월호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바라고만 있어요.
질질 끌다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거나, 아니면 악성 루머가 퍼지는 상황 자체는 이 상황과 상관있는 누구들만 좋아하는 형국일것 같아서요.

팜므느와르님도 가을맞이 잘 하고계시나요? 근데... 오늘은 너무 덥네요. 가을 멀었나봐요.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