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를 고르라면
읽기와 쓰기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물론 읽기다. 읽기의 세계는 크고도 넓어 아무리 헤엄쳐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아무리 공부해도 공부할 게 있으며, 아무리 읽어도 신간이 나온다. (Thank you very much.) 갑자기 떠오르는 성경 구절 하나.
내 아들아 또 이것들로부터 경계를 받으라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 (전도서 12장 12절)
쓰기는 매력적이다. 눈을 뜨게 해 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마음 속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책 한 권을 읽고, 나름대로 정리해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뿌듯한 기분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읽지는 않지만, 훌륭한 생각을 멋진 문장에 담고 있지는 않지만, 나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즐겁고, 기쁘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읽고 쓰고 싶다. 그렇다 해도,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읽기다.
물론, 아무렴, 읽기 능력이 출중한 건 아니다. 일단은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고, 읽은 것도 잘 이해하지 못 한다. 밀란 쿤데라의 신작을 저번주에 읽었는데, 나는 그 소설이 어려웠다. 쿤데라 문학의 정점! 하던데, 내 생각에는 얇은 걸로 정점을 찍은 것 같다.
2. 도서관책 vs 내 책
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건 지지난주였다. 내가 최근에 쓴 페이퍼를 보다가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대해서만 리뷰를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도서관에서 빌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나의 삼촌 브루스 리]에 대해서는 리뷰를 썼지만,
오래전에 읽었고, 집에 얌전히 보관되어 있는 [오래오래], [저지대], [신중한 사람]에 대해서는 아직 리뷰를 쓰지 못한 것이다.
사랑하는 강신주님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는 아직 다 읽지 못 했고, 애정하는 김중혁님의 [메이드인공장]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도서관 반납 기입의 압박이 나로 하여금 리뷰를 쓰게 하는가.
3. 2×52〓104
2014년 새해 결심을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 특별히 계획을 세울 일이 없던 나는 2014년에는 일주일에 리뷰를 2개씩 쓰기로 작정(!)했다. 원래는 3개로 하고 싶었으나, 인생은 원래 무리하지 않고 가는 게 정답이라, 일주일에 2개로 정했다. 초반에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4월부터 7월까지 긴 침체기가 있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긴 글이 이 글까지 35개이다. 104 빼기 35는 69. 년초의 계획을 이루려면 모두 69개의 리뷰를 써야하고, 14주가 남았으니, 69÷14=대략 5, 한 주에 5개의 리뷰를 써야한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에, 하루에 한 개씩 리뷰를 쓰려한다면 방법은 오직 하나.
100자평을 쓰는 일이다.
남들은 이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라고들 하던데, 내게는 뜻하지 않게 결심의 계절이 되어버렸다. 하루에 한 개씩 100자평을 올리자. Thanks to의 기쁨을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