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다.

 

미세먼지 주의보의 서울과 확연히 대비된다. 오늘 아침 봄비로 서울의 하늘도 이렇게 깨끗해지기를...

 

깨끗한 바닷물은.... 그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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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3-18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왠일인지 낯설지가 않아요~~^^

아~ 바다 가고 싶어요!!!!!!!

단발머리 2015-03-18 12:35   좋아요 0 | URL
익숙하시죠~~~ 역시!!!
아무개님은 우리별 지구에 사는 게 분명합니다. ㅋㅎㅎㅎㅎ
이곳은 괌, **** 비치입니다.

저도, 바다.... 가고 싶어요~~~

수이 2015-03-18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바다!

단발머리 2015-03-18 12:36   좋아요 0 | URL
바다에 가면 너무 좋은데, 가는 길이 너무 멀어요. 멀어요, 진짜~~~
눈으로만 바다 가요.
같이 가요, 야나님~~

다락방 2015-03-18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였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괌 괌 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8 12:37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 이 사진은 제가 10년 전에 괌에 갔을 때 찍은 게 아니구요.
곱디고운 어떤 예쁜 님이 괌 갔을 때 찍은 사진이예요.
저는 핸폰을 열고 닫을 때 괌에 갑니다.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해피북 2015-03-1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따라 비 내리는 후드득 소리 참 운치 있네요 ㅎ

단발머리 2015-03-18 12:37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아침에 아이들 우산 챙겨 보냈는데, 지금은 비가 안 오네요.
비가 와야, 미세먼지 씻기는데요.
아.... 기다립니다. 운치 있는 빗소리요^^

icaru 2015-03-18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이 바로 에메랄드빛 바다이죠잉~~ ㅎㅎ
마음이 넘실넘실 하네요~~

단발머리 2015-03-18 12:38   좋아요 0 | URL
색이 정말 너무너무 예쁘죠.
아무리 훌륭한 화가라해도 이런 예쁜 색깔 만들기는 어려울거예요. 그쵸?
저도 물결따라 넘실넘실~~~~~~~~

cyrus 2015-03-18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는 밤이 되니까 비가 그쳤어요. 내일 날씨가 어제처럼 따뜻해진다고 하네요. 미세먼지 가득한 맑은 어제보다 내일이 더 기대됩니다.

단발머리 2015-03-23 09:51   좋아요 0 | URL
cyrus님, 아..... 오늘은 날씨가 조금 개었어요. 미세먼지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요.
이틀간 문을 안 열었더니, 집안 공기가 더 안 좋은 것 같아요.
맑은 날을 기대합니다... 대구도 서울도요*^^*
 

 

 

 

 

 

 

 

나는 한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읽지 못하는데 한 작가의 책을 모두 읽기에는 이 세상 천지 읽지 못한 책이 너무 많아서이고, 앞으로 읽을 책이 매우 많아서이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위대한 작가의 훌륭한 작품들을 모두 다 읽을 수 없으니, 위대한 작가, 그들 중 일부의 작품을 ‘하나씩’이라도 읽겠다는 거였다.

일테면, 카뮈의 『이방인]은 읽고, 『페스트]는 미뤄두었다.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는 읽고 『생의 이면』은 제쳐두었다.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읽었고, 나머지는 남겨두었다.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농담』, 『정체성』을 읽고, 『불멸』, 『생은 다른 곳에』는 미뤄 두었다. 이응준은 『내 연애의 모든 것』을 읽고, 『밤의 첼로』는 다음을 기약했다. 박민규는 『삼미슈퍼스타즈』, 『지구영웅전설』을 읽고,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미뤄두었다. 줌파 라히리는 『저지대』는 읽었지만 아직 단편집은 시작하지 못 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읽는 내내 쾌활한 느낌이 좋아 『오만과 편견』, 『설득』, 『엠마』를 읽었고, 이번에 『이성과 감성』을 읽게 됐다. 나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완전 좋았다고도 할 수 없다. 내게는 『오만과 편견』의 등장인물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조합 말이다. 뭐, ‘굳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뭐, ‘굳이~~’ 이런 걸 좋아라한다.

오만과 편견 > 설득 > 엠마 > 이성과 감성   

컵 때문에 책을 산 것이 아니라고는 못 하겠으나, 생각보다 책의 겉장이 얇아 많이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같이 구매한 『오만과 편견』이 얼마나 당당한 매력을 뽐내는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당신 가족 모두에 대한 저의 존경은 정말로 진심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제가 느끼던 이상의, 혹은 표현하고자 했던 것 이상으로 어떤 믿음을 불러일으켰다면, 그런 존경을 표현하는 데 좀 더 신중하지 못했던 저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28쪽) 

 

엘렌쇼에서 엠마 왓슨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영국 남자애들은 옷도 잘 입고 매너도 좋지만, 절제하는 편이라고. 연애 전 단계에서는 그 애가 나를 좋아하는지 어쩐지 알게 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지만, 미국 남자애들은 그렇지 않다고. 그 애들은 몇 일만에 ‘너를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데이트를 신청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쪼리를 신는다, 그것까지 좋아하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엠마 왓슨은 그것이 ‘컬쳐쇼크‘였다고 말했다.

메리앤이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건, 엠마왓슨의 컬쳐쇼크에 다름 아니다. 메리앤이 보낸 편지에 대한 연인 윌러비의 답신이다. 그는 말한다.

당신 가족 모두에 대한 저의 존경은 정말로 진심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제가 느끼던 이상의, 혹은 표현하고자 했던 것 이상으로 어떤 믿음을 불러일으켰다면, 그런 존경을 표현하는 데 좀 더 신중하지 못했던 저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28쪽) 

 

그러니까 이런 말이다.

“당신 가족에 대한 존경은 사실이나, 제가 느끼던 감정인 존경 이상의 감정 즉, 사랑에 대한 어떤 믿음, 즉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그것은 나의 불찰이다.”

다시 말해 이런 뜻이다.

“당신의 가족을 존경하나 당신에 대해서는 사랑의 감정이 없다. 오해가 있었다면 미안하다.”

정말 그랬을까? 윌러비의 행동에는 메리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전혀 없었을까. 이 모든 것이 메리앤의 오해였을까. 아니다. 윌러비는 남자가 연정을 품고 있는 여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일을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있었고, 아직 물려받지 않았지만 곧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 예견된 자신의 저택을 보여주려 했다. 그녀에게 머리카락을 달라고 애원했고, 잠시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그녀를 모른 척 하는 거다. 연회장에서 만났을 때도 형식적인 인사를, 그것도 먼발치에서만 할 뿐, 그녀에게 다가오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메리앤은 병이 나고 말았다. 편지를 보냈고, 답을 받았다.

“당신에 대해서는 사랑의 감정이 없다.”

메리앤의 절망이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사랑을 잃었고, 명예를 잃었고, 미래를 잃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변심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그와 함께 이 모든 것을 잃었다. 남자가 떠나고, 모든 것이 변했다.

이 책을 읽어가던 중 알라딘에서는 이런 질문이 유행했는데, “무인도에 이상형의 남자와 살게 된다면 구조요청을 할 것인가”는 거였다. 거기에 대해선 각자 개인적이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답이 존재했을 텐데, 나는....

어떤 남자와 단둘이 있을 것이냐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았더랜다. 많이 좋아하지만 김수현은 사실, 좀 부담스럽다. 현빈도 좋은데, 조금 있으면 금방 지루해 질테고. 노래도 불러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는 성시경도 좋긴 하지만, 재미있는 걸로 하면 유희열이 딱 내 스타일이다. 남자를 바꿔가며 이런 저런 생각을 끝도 없이 이어가던 찰나, 이런 문장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메리앤, 한 사람에게 한결 같은 애정을 갖는다는 생각이 매력적이긴 해도, 그리고 자신의 행복이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말이 일리가 있긴 해도, 꼭 그래야만 한다는 건 맞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아. (324쪽)

 

맞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단다.

남자에게만 방점을 찍던 나에게, ‘내’가 필요하며, ‘나’도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던 어떤 고운님이 떠올라 혼자 또 미소짓는다.

그 생각이 매력적이긴 해도, 일리가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야만 한다는 건 맞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이제 생각을 고쳐먹은 나로서도 ‘그렇단다’에 한 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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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3-1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책도 무섭게 읽고 글도 무섭게 쓰시네요. 단발머리님의 글쓰기가 지금 절정의 시기에 도래했달까요? 훗 :)

단발머리 2015-03-17 19:21   좋아요 0 | URL
아직 갈 길이 멀었지요. 근래 2-3년이 제 인생에서 제일 책을 많이 읽는 시간인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정말 얼마나 안 읽었던지요~~~ㅋㅎㅎㅎㅎ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알라딘 서재가 있어서, 격려해주신 분들이 있어서 신나게 달려가고 있네요 : )

icaru 2015-03-17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이 쓰시는 페이퍼 서체가 뭐예요? 어디서 이런 서체(굴림체??)만 봐도 아,,, 단발머리서체다(서체를 운운할 때는 `님`생략입니돠~) 하며 친근해합니다. ㅋㅋㅋㅋ

굉장히 많이 읽으시네요~~ 독서가의 아우라를 듬뿍이~~
생의이면,,, 아,,,`찐득하고 끈적한 생의 본질`이라고 말하면서 밀크캬라멜을 떠올리고 있는 것은,,,사진속 센스앤센서빌리티라는 큐트한 머그잔에 담긴 음료가 뭘까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단발머리 2015-03-17 19:28   좋아요 0 | URL
아하~~ 저는 `맑은고딕체`를 쓰고 있어요. 한글에서 쓸 때도 그걸로 쓰거든요.... 제꺼로 여겨주신다면 그냥 제꺼로 하겠습니당*^^* 위의 책은 4-5년치를 묶어놓은 거예요. 많이 부끄럽네요~~~저는 진짜 앞으로 읽을 책이 많은 사람입니다, 에헴~~~

<생의 이면>은 읽으려 벼르고는 있는데 언제 시작하게 될지는 저도 @@입니다. 참, 예쁜 잔속의 음료는 아실랑가 모르겠네요, 요구르트입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는데 완전 예쁩니다. 아침부터 제가 요구르트 한 잔 했습니다^^

cyrus 2015-03-1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작가의 책을 모두 읽으려는 전작 독서를 선호해요. 그런데 쉽지 않은 일이에요. 시도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요. ^^;;

단발머리 2015-03-18 07: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cyrus님~~ 저도 전작 독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서요.
저는 그래서 일단 작품수가 적은 작가를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제인 오스틴(6개중 4개 읽었네요.)과 김승옥입니다. (집에 있는 문학동네 김승옥 전집은 5권짜리네요.)

그런데, `전집`이라고 나온 게 그 작가의 작품 전부는 아닐텐데, 그렇죠? 그게 조금 헷갈립니다^^

보슬비 2015-03-1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과 편견`을 읽었는지, `엠마`를 읽었는지, 아니면 둘다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거려요.^^
아니면 `엠마`는 영화로 봤나... ㅎㅎ

책양장도 호감이 가지만, 잔이 너무 귀여워요. 에스프레소 잔인가요?

단발머리 2015-03-18 07:53   좋아요 0 | URL
사실, 제인 오스틴 책은 서로 약간씩 비슷하지요. 저는 그래도 `오만과 편견`이 제일 좋네요^^

잔이 너무 귀엽지요? 다른 잔을 옆에 두면 더 귀엽습니다. 원래는 에스프레소 잔인것 같아요.
저는 보리차를 부어 마시거나, 요구르트를 담아서 먹습니다. 설거지할 때도 조심조심.... 헤헤

아무개 2015-03-1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의 이면>도 좋지만, 이승우의 단편집 <일식에 대하여> 강력 추천입니다.
저와 다락방님이 이승우에게 빠지게된 단편이 실려있어요.
전 그 단편을 읽으면서 질질 짰어요 ㅜ..ㅜ


단발머리 2015-03-23 09:40   좋아요 0 | URL
<일식에 대하여> 완전 읽고 싶어요.
다락방님과 아무개님의 이승우 물결에 저도 빠질래요.
질질은~~ 아, 진짜....
전 잘 우는 사람인데, 저한테, 진짜 이러지 마세요~~~~~~~ : )

yamoo 2015-03-18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발머리님 처럼 읽다가 어느 순간 전작주의로 가더라구요...에코가 그랬고, 쿤데라가 그랬으며, 우엘벡이 그랬습니다. 키냐르도 마찬가지였지요. 하지만 이렇게 전작 주의로 꽂히는 작가가 그리 많지 않아서, 모르는 작가 찾기 위해 요즘 다시 단발머리님과 비슷한 방법을 다시 사용하고 있습니다.ㅎㅎ 요즘 모던 클래식 시리즈와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에서 몇 작가를 발견해서 읽고 있는데, 도통 다른 작품이 번역된게 없더군요..OTL

저도 아무개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이승우의 장편은 <생의 이면>이 대표작이고(이승우 하면 생의 이면!) 재미면에서는 단편집들이 좋습니다. 저도 일식에 대하여...강추합니다!

단발머리 2015-03-23 09:38   좋아요 0 | URL
네, yamoo님~~ 저도 물론 전작주의를 추구합니다. 추구는 하고 싶은데, 쉽지는 않더라구요.
에코나 쿤데라는 저도 한 두 권씩 읽어봤는데, 우와~~ 우엘백이나 키냐르는 정말 처음 듣는 이름이예요. 읽을 책도 많고, 정말 훌륭한 작가들도 많아요. 저는 완전 갈 길이 멀어서, 정말~~ 좋아요*^^*

<일식에 대하여>는 표지만 아는 책인데, 서둘러 찾아봐야겠어요.
완전 감사해요*^^*

초록장미 2015-08-1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왜 <이성과 감성>을 끝까지 읽지 못할까요. ㅠㅠ <오만과 편견>은 푹 빠져서 두 번이나 완독하고 영화도 봤는데 <이성과 감성>은 두 번 도전했건만 두 번 다 중간에 덮었어요. 기왕 산 책이니까 어떻게든 끝까지 읽으려고 했는데 말이죠. 주인공들이 별 매력이 없어서 그런 건지......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는 연애와 결혼 이야기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지만 남자주인공이나 여자주인공이나 다들 무미건조해서 끝까지 읽지를 못하겠어요. 그런데 단발머리님의 리뷰를 읽어보니까 애초에 감상 포인트를 잘못 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언제 한번 다시 도전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15-08-18 13:1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초록장미님.
저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성과 감성>을 끝까지 읽기까지 몇 번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오만과 편견>은 아주 좋았는데요. 저도 주인공을 탓했습니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매력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위의 페이퍼, 제가 쓴 페이퍼를 다시 살펴보니, 제인 오스틴 작품 중에서는 <이성과 감성>이 꼴찌네요.
ㅎㅎ 초록장미님이 다시 도전하신다니, 제가 소박하나마 저의 화이팅을 전합니다. 화이팅!
 
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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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나는 잘 우는 편이다. 내 이야기를 하면서도 쉽게 눈물을 글썽이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금방 눈물을 글썽인다. 혼자서도 잘 울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도 잘 운다. 교회는 다른 곳보다 ‘눈물’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많이 우는 편이라 눈물대비용 손수건을 항상 챙기는데, 언젠가는 2층 유아예배실에서도, 4층 본당에서도 화끈하게 울어버리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하야~~ 나이가 들어서) 예전만큼은 아닌데, 이 단편을 읽다가 그만 눈물이 쏙 나고 말았다. 책을 읽던 장소는 지하철이었는데, 나는 손에 책을 들고 있어 급하게 탈출하는 눈물들을 어쩌지 못해 혹시 내가 아끼는 이 소중한 책이 눈물에 젖을까 순간 당황했다.

눈물을 쏙 뺀 구절은 이렇다.

그는 아이들이 태어난 뒤의, 중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처음으로, 그러니까 아일린은 열여덟, 그는 열아홉 시절의 일들, 한 소년이 한 소녀를 만나 사랑에 불타오르던 시절로 돌아갔다.

그는 이마를 닦기 위해 말을 멈췄다. 그는 입술을 적셨다.

“계속해요.” 웹스터 부인이 말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나는 알아요. 계속 말하세요, 칼라일 씨. 때로는 그렇게 다 말하는 게 좋을 때가 있어요. 때로는 말해야만 하는 거라우. 게다가, 나도 듣고 싶어요. 다 말하고 나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질 거예요. 나한테도 있었던 일이니까요. 당신이 말하는 그런 일. 사랑이라는 거. 바로 그 얘기 말이우.” (253쪽)

 

칼라일은 홀아비다.

칼라일은 버림받은 홀아비다.

칼라일은 아이가 딸린 버림받은 홀아비다.

어려서 만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알콩달콩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아내는 자신의 직장 동료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간다.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우던 칼라일은 사정을 전해 들은 아내의 친절한(?) 주선으로 아내 새애인의 어머니 집안일을 돕던 웹스터 부인을 소개받고 그녀에게 아이 돌보는 일을 부탁한다. 그녀 덕분에 엉망이었던 집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칼라일은 돌연 가슴이 조이고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열이 난다.

웹스터 부인이 챙겨준 약을 먹고, 웹스터 부인이 가져다준 시리얼을 먹고 나서, 일어날 힘을 회복한 칼라일은 그녀에게 말한다. 자신과 자신의 아내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이 세상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많이 사랑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떠났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로 가 버렸다.

여름 동안, 아일린은 아이들에게 몇 장의 카드들과 편지들과 자기 사진들과, 집을 나간 이후에 그린 펜화 몇 개를 보냈다. 그녀는 또한 칼라일에게 이 문제 - 이 문제 -를 이해해달라며, 하지만 자신은 행복하다는 내용의,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행복. 마치 행복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투로군, 이라고 칼라일은 생각했다. (227쪽) 

 

세상 누구보다 더 사랑하고, 세상 누구보다 더 아끼는 자신의 유일한 그 사람이 “이제 내 인생을 찾겠다”고 떠나갈 때, 그 사람을 아직 사랑하는 사람의 실망이란 어떠할까.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분노와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사람을 기다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의 절망이란 어떠할까.

칼라일, 떠난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애쓰는 남자.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 옷을 세탁해서 다리고, 아이들을 차에 태워 근교로 나가 기름종이에 싸온 샌드위치도 먹고 같이 꽃도 따는 칼라일. 아이들을 슈퍼마켓에 데려가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고르게 하는 사람, 칼라일. (225쪽) 자기 혼자 행복하겠다고, 행복을 찾아보겠다고 자신을 떠나버린 아내를 기다리는 칼라일.

칼라일은 아내가 돌아올거라 믿었다. 아니, 그녀가 돌아오기를 바랬다. 그녀와의 사랑은 너무나 소중해서 그것을 버려두고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집을 더 이상 돌봐줄 수 없다는 웹스터 부인을 앞에 두고, 이제 곧 헤어지게 될 웹스터 부인을 앞에 두고 칼라일은 말하고 싶어한다. 그는 말하고 싶어한다. 자신과 자신의 아내에 대해, 그들의 사랑에 대해 말이다.

웹스터 부인은 칼라일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바로 그때, 창가에 서 있을 때, 그는 그렇게 뭔가가 완전히 끝났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일린과 관계된, 이전의 삶과 관계된 그 무언가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든 적이 있었던가? 물론 그랬을 것이다. 그랬다는 것을 안다. 비록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하지만 그는 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이해했고 그녀를 보낼 수 있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들이 함께한 인생이 자신이 말한 그대로 이뤄졌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 인생은 이제 지나가고 있었다. 그 지나침은 - 비록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그는 맞서 싸우기까지 했지만 - 이제 그의 일부가 됐다. 그가 거쳐온 지난 인생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254쪽)

 

웹스터 부인에게 자신의 심정을 모두 털어놓고 나서, 그녀에게 손을 흔들고 나서 칼라일은 비로소 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이젠 끝났다. 행복했던 순간과 마찬가지로 지옥 같은 이 순간도 이렇게 지나가 버렸다. 그는 이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내가 자신을 떠나갔다는 것을, 이제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칼라일의 아내를 이해한다. 그녀에게는 완벽한 하나의 사랑이 있었고, 그리고 또 하나의 완벽한 사랑이 그녀를 찾아온 것일테다. 그 사랑 역시 열병처럼 그녀에게 찾아왔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이해한다. 이해는 하지만, 그녀의 뻔뻔한 모습은 정말 별로다. 아이를 버려두고 떠난 그녀는 너무 당당하다.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어 아쉽다. 그녀가 얄밉다.

칼라일은 이제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웹스터 부인 덕택이다. 그녀는 많이 배운 사람도, 실연당했을 때 이루어져야 하는 치료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칼라일이 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스피린 한 개와 시리얼 한 그릇,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에게 힘을 주었다. 말하고 싶어하는 칼라일에게 귀기울이는 마음이 그에게 인생의 새로운 시간을 열어 주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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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5 0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조선인의 멕시코 이민

책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첫 장부터 놀랍고 신기한 세계다. 구한말, 더 이상 나빠질 것조차 없는 피폐한 삶을 살던 민생에게는 아무 희망이 없다. 나라는 망하기 직전이고, 흉흉한 소문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이 땅이 아닌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으려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제물포로 모인다. 피리 부는 내시와 도망중인 신부, 옹니박이 박수무당, 노루피 냄새의 소녀, 가난한 황족과 굶주린 제대 군인, 혁명가의 이발사, 그리고 고아 소년 이정이 배에 오른다.(11쪽) 이들이 향하는 곳은 저 멀리 바다 저 편에 있다는 나라, 멕시코이다.

‘하와이 이민’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멕시코 이민’은 처음이다. 구글을 검색해보니 이런 설명이 나온다.

한국인의 멕시코 이민

한국인의 멕시코 이민(스페인어: Inmigración coreana en México, 영어: Korean immigration to Mexico)은 1905년 시작되었다. 최초의 한국인 이민 노동자는 멕시코 시 유카탄 주에 정착했다. 2011년 기준으로 총 한국인 이민자는 11,800명으로 집계되었다.[1] 언어는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쓰며[2] 종교는 주로 기독교와 대승불교로 분포되어 있다.[3]

 

승객용이 아닌 화물용 선박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온 사람들. 열심히 일을 한 뒤 돈을 벌어 고국으로 당당히 돌아가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이역만리 멕시코 땅을 밟은 사람들은 불속에 서 태워지는 자신들의 옷가지와 짐을 보고서도 감히 짐작하지 못 했다. 가축을 선별하듯 건강한 노동자를 가려내는 농장주들을 만나고 나서, 말 위에서 내리치는 채찍에 맞은 이후에야, 그들은 자신들이 노동자보다도 못한 ‘노예’로 그 곳에 팔려왔음을 깨닫게 된다. 기한은 4년, 그들이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작성된 계약서에는 그들의 계약기간이 ‘4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에네켄 대농장 소유주에게 묶여있는 ‘노예’, 7등급 노예가 되고 말았다.

 

 

 

 

푸르른 황금밭에서 떼돈을 벌 수 있는 지상낙원, 어느 누가 가더라도 큰 돈을 벌어 4년 후에는 고향에 돌아올 수 있다,는 ‘대륙식민회사’의 광고는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들의 말만 믿고 배에 올랐던 조선 사람 1032명은 그 곳에서 지옥 같은 삶을 경험하게 된다. 메리다에 거주했던 중국인 허훼이의 편지를 통해 그들이 겪었던 비극을 엿볼 수 있다.

“누더기 옷과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는 한국인 노동자들은 멕시코인의 조소의 대상이 되었다. 눈물 없이 이들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떼를 지어 에네켄 농장에서 일했는데, 부인네들은 아기를 등에 업은 채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치 동물 이하의 생활 같았다. 여기 멕시코에서는 토착 원주민을 세계 제5위 또는 제6위 노예에 속한다고 부르는데, 한국인 노동자들은 제7등 노예로 불려졌었다. 이들이 작업 목표량을 다 달성치 못했을 때는 무릎을 꿇게 하여 피가 날 때까지 못살게 굴었다.”

(멕시코 초기 한인이민 역사, 서성철, www.nfm.go.kr/_Upload/BALGANBOOK/393/02.pdf)

 

노예 같은 삶을 이어가던 한국인들은 4년 강제계약이 끝난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머나먼 고국으로 돌아갈 경비도 없었고, 그들이 돌아갈 나라도 없어졌다. 현지 마야어는 물론 스페인어 한 마디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다시 농장과 재계약을 맺고, 에네켄 잎 자르는 일을 계속하게 된다. 1909년 메리다 국민회를 창설하기도 하고, 군사교육을 실시했던 숭무학교를 건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고국의 독립을 위해 애썼지만, 288명의 한국인들이 쿠바로 이민 간 이후에는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민 1세나 2세분들이 어렵게 지켜왔던 한국문화나 전통도 이제는 별로 남은 것이 없다고 한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한국말을 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구글을 검색하다가는 이런 사진도 보게 됐다.

 

 

한국인이 분명하며, 또한 멕시코인이 분명한 이들은 멕시코이민 한인 3세, 4세들이다.

 

2. 지금의 멕시코는...

그러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들이 이런 노예같은 삶을 살도록 하는 사회 구조는 무엇이었을까? 멕시코 사람들은, 이런 사회 구조를 왜 그대로 두었을까?

1032명의 조선인들이 발을 디뎠을 당시 유카탄 인구의 대부분은 마야족이었다. 제국이 붕괴한 지 수백 년이 지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마야어를 쓰고 마야 달력에 따라 생활하고 있었다. 거대한 피라미드만 남기고 사라진 제국을 대신하여 마야인들은 멕시코 연방정부, 대농장의 지주들과 싸움을 벌였다. 마야인들의 독립 투쟁은 1847년 절정에 이르렀다. 수만 명의 마야인들이 탄압을 피해 영국령 벨리즈로 달아났고, 체포된 이들은 쿠바와 도미니카에 노예로 팔려갔다. 1858년에서 1864년 사이에 무려 33회의 폭동이 있었으며 한때 이들의 주력이 유카탄의 중심도시인 메리다를 점령하기도 하였다. 벨리즈를 장악하고 있던 영국 해적들로부터 무기를 사들인 유카탄의 마야인들이 백인 점령지역을 게릴라식으로 공략하여 큰 전과를 올린 적도 드물게나마 있었다. 그러나 조직화되지 않은 이들 마야인들은 비만 내리면 각자의 옥수수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결정적 승리를 쟁취하는 데 실패하였다. 농민의 한계였다. 결국 쿠바의 용병과 미국이 파견한 군사고문단 100명이 상륙하면서 대학살이 시작되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연방군이 유카탄의 마야족들을 완전히 제압한 것은 조선 이민자들이 도착하기 불과 사 년 전인 1901년에 이르러서였다. (118쪽)

 

소설에서도 멕시코 혁명과 혁명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이해가 쉽지는 않았다. 궁금한 건, 지금이다. 그렇다면 멕시코 사회는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했는가. 마야인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지위를 회복했는가. 아니면 하루를 꼬박 기차로 달려도 전체를 돌아보기 어렵다는 대농장 소유주의 후손들에게만 지상낙원의 나라인가.

만약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한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 1953년 이후 정전 사태,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효를 중시한다. 전자전기 통신 산업이 발달했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검색해서 찾아지는 삶과는 많이 다르다. 100만원에 가까운 스마트폰을 4인 가족 중 4인이 가지고 있는 나라, 가족 모임에서는 외식을 자주하고, 금요일 밤에는 치킨을 배달시켜 먹고, 그리고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 정규직의 70% 밖에 안 되는 비정규직의 나라인 것을 말이다. 실제 멕시코인들의 삶이 어떠한지 궁금하다. 더 이상은 대농장의 비인간적 대우 속에 갇혀 있지 않은지,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옥쇄 속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3. 소설은 이야기

이미 ‘멕시코 초기 이민’에 대한 여러 소설이 존재했음에도 이 소설이 값진 이유는, 이 책이 보여주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앞에 있는 듯 그려진다. 사람의 겉과 속이 보이고, 숨길 수 없는 사악함과 추함이 보이고, 그런 상황에서도 꽃피는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설렌다.

노루피 사향 냄새를 품기는 연수의 이야기가 그렇고.

연수의 경우가 그랬다.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되자 그녀에게선 누구라도 분간할 수 있는 특이한 체취가 풍겼다. 그녀가 지나가면 잠든 사람들이 일이었고 아이들이 울음을 그쳤다. 수년 동안 발기하지 못했던 남자는 몽정을 했고 어린 사내들은 밤잠을 설쳤다. 여자들은 수군거렸고 남자들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 그녀만이 한동안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냄새뿐이 아니었다. 얼굴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68쪽)

 

일하지 않되 먹기만 하는 황족 이종도의 이야기가 그렇고.

네 식구가 먹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굶다시피 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이종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밥은 가장 먼저, 많이 먹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숭고한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식사 때마다 흙바닥일지언정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가장 먼저 밥숟가락을 들었다. (135쪽)

 

지옥 이상을 살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30도를 넘는 더운 날에도 여자들은 치마저고리를 벗지 못했다. 웃통을 벗어붙인 남자들은 술만 마시면 제 아내를 두들겨팼다. 벌써 노름을 시작한 이도 있었다. 노름과 술은 조선 남자들의 뿌리깊은 병폐였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악다구니와 울음소리, 비명과 고함이 밤마다 이어졌다. 유카탄은 남자들에게도 지옥이었지만 여자들에겐 언제나 그 이상이었다. (158쪽)

 

 

4. 지금 그리고 여기

연수가 1905년 멕시코로 향하는 배를 탔을 때 그녀는 16살이다. 지금은 2015년.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이 땅에 살았던 한 소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낸다. 힘없는 나라의 백성으로서, 망해버린 제국의 공주로서, 무능한 가장의 딸로서 말이다. 그녀가 원했던 삶, 무거운 장옷을 벗고 학교에 가서 새로운 문물을 배우는 삶은 끝내 그녀의 삶에서 허락되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와 둘만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사는 것, 그를 위해 밥을 짓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아이의 재롱을 보며 그와 마주보며 웃는 일이 그녀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나와 같은 장소에 살았다. 나와 같은 곳에서 태어났다.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생김새도 많이 비슷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땅에 100년 전 태어났기에 지금으로서는 책을 통해서만 상상할 수 있는 지독한 삶을 살아냈다. 그녀가 지금 내 삶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나는 아파트에 산다. 지하철역까지 5분 이내의 초역세권이고, R로 시작하며, 최고의 시세를 자랑하는 아파트는 아니지만, 넓고 깨끗하다.

부엌에는 밥솥이 있다. 최고 인기의 남자모델이 광고하는 최신상은 아니지만, 씻은 쌀을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면 30분 동안 밥을 스스로 짓는다.

저 끝에는 로봇청소기가 있다. 스스로 충전이 가능한 최고 사양의 제품은 아니지만, 얇은 문턱은 스스로 넘나들며 청소 기능에 더해 물걸레질도 가능할만큼 나름 똑똑하다.

거실에는 책이 있다. 책장 사진을 찍을 수는 있겠으나, 올릴 수는 없다. 여기가 알라딘서재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최고 작가들의 최고 작품들을 전집으로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읽고 싶은 책, 가지고 싶은 책은 책장에 꽂혀 있다. 몇 달간은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읽을 만하고, 읽고 싶은 책이 수두룩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100년 전 연수가 그렇게도 갈구하고 갈망했던 것들이다. 그녀는 갖지 못했고, 나는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하더라도, 아시아의 많은 여자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결혼을 강요당한다. 아프리카의 많은 여자아이들은 ‘여성 할례’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간다. 아니, 우리나라에도 경제적인, 사회적인 어떤 이유들로 처참한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여자들, 여자 아이들이 있다.

출생의 우연이라는 수수께끼는 죽음만큼이나 신비롭다. 나는 왜 유럽에서 태어났는가? 어째서 잘 먹고, 가진 권리도 많고,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며, 고문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으로 태어났는가?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데, 어쨰서 뱃속에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콜롬비아의 광부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을까? 페르남부쿠의 혼혈인 카보클루는? 염산에 의해서 얼굴이 일그러진 치타공의 벵갈 여인은? ([탐욕의 시대], 330쪽)

 

 

내가 가진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넘어,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를 넘어, 내가 가진 것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님에도 내가 얻은 이 혜택에 대해, 내가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누리고 있는 이 커다란 행운과 편안함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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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3-1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단발머리님. 글이 점점 더 좋아지네요. 멋져요 ♡
저 책은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날 밤, 연수와 이정은 피로를 모르고 밤새 뒤척였다. 지난 석 달은 피가 뜨거운 청춘들에겐 너무 긴 이별이었다.


라는 문장을 저는 페이퍼에 적어 두었군요. 피가 뜨거운 청춘... 하아-

단발머리 2015-03-12 11:35   좋아요 0 | URL
어휴, 격려해주셔서 감사해요, 다락방님.
저도 85쪽 무척이나 인상깊었어요. 요시다가 좀 안 되기는 했지만, 저는 이정과 연수의 조합을 좋아하는지라.... 저는 이 문장이요.

그녀는 이 모든 일들이 왜 이렇게 익숙한 것인지, 이 모든 감각들이 왜 이렇게 생생한 것인지, 기이하게만 생각되었다. ... 고통이 밀려들었지만 한편 감미로웠다. (91쪽)

참, 날개뼈도 좋아요. ㅋㅎㅎ 어여 로또가 되셔야할텐데...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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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 때때로 맑음

이재룡 작가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작가소개를 보니 프랑스에서 공부한 불문학자이자, 번역가이다. 이재룡 작가의 다른 글은 읽어본 기억이 없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오직 얼굴, 표지 때문이다. 그림이 너무 예쁘고 제목도 근사하다.

 

 

 

 

2. 마음의 서재

정여울의 책은 여러권 읽었는데,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가 어제인듯 가깝게 느껴진다. 새로 나온 개정판의 표지를 보고 있노라니 옛 친구를 만난듯 반갑다.

 

 

 

 

3. 서촌 오후 4시

이 책은 작가소개가 특히 눈길을 끈다.

'무면허 옥상화가' 김미경의 새로운 삶 이야기. 일간지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인정받던 열혈 커리어우먼은 2005년 돌연 사표를 내고 뉴욕으로 떠났다. 그리고 평범한 직장의 리셉셔니스트로 일하며 집세와 각종 생활비에 벌벌 떠는 소심 싱글맘이자 능숙하지 못한 영어로 딸에게 핀잔 듣는 신세가 되었다.

안정적인 직업과 한 몸 같은 모국어, 익숙한 땅을 버리고 택한 인생 2막 이야기 <브루클린 오후 2시>를 통해 특유의 솔직하고 유쾌한 삶을 펼쳐 보였던 저자 김미경의 두 번째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그사이 7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저자는 인왕산에 포근하게 안긴 서촌에 둥지를 틀었고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기'를 결심, '1억 년 후 화가'의 꿈을 앞당겼다.

미리보기를 통해 본 첫 번째 꼭지의 제목 <결정적인 순간에 용감해지는 여자>도 눈길을 끈다. 어떤 힘이 그녀의 꿈을 “1억년”이나 앞당겼는지 많이 궁금하다.

 

 

4. 말하다

김영하의 새 산문집이다. [보다]는 앞부분만 보고 말았지만, 여러 산문집에 대한 기억이 좋아 새로운 산문집도 많이 기대된다. 김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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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06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 늦은 시간에 아니 주무시고^^
저는 전에 김영하 <보다>는 사서 선물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다니, 다시 읽고 싶어져요. 저기 광고에 나온 테드 강의도 한번 보고싶네요.

단발머리 2015-03-06 02:07   좋아요 1 | URL
앗!!! 서니데이님 안녕하세요~~~~~~~`
저는 신간 추천 페이퍼를 작성하느라서요. 아.... 아름다운 추천 페이퍼를 쓰려 했으나 게을러서요. 이렇게 성의 없이, 죄송합니다. 제 사과를 받아주세요, 서니데이님~~

서니데이 2015-03-06 02:15   좋아요 0 | URL
앗, 이번에 신간평가단 하고 계신거 제가 깜박했네요.
무슨 사과말씀을...(깜짝 놀랐어요.^^;) 페이퍼 읽으면서 김영하 책도 보고싶고, 좋았는걸요.^^
(그나저나 저도 시간 될 때, 신간 요약 써두어야 할텐데, 요즘은 쓰는게 잘 안되네요.)^^
단발머리님도, 편안한 밤 되세요.

단발머리 2015-03-06 02:24   좋아요 1 | URL
헤헤헤... 그럼 제 사과를 알라딘에게 좀 전해주세용~~~~~~~*^^*
많이 바쁘시지요.
서니데이님 방에 이름 모르겠는 토끼들, 완전 귀여워요. 특히 민트옷 입은애요~~
어여 주무세요, 굿나잇이요~~~~~

해피북 2015-03-0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기 <서촌 오후4시>라는 책에 관심이 생기네요ㅎ 돌연사표 속에 담겼을 삶의 여정들이 궁금해지고 <브루클린 오후2시>역시 관심이 가구요^~^

단발머리 2015-03-06 10:27   좋아요 0 | URL
네~~ 안녕하세요 해피북님~~
저두 <서촌 오후4시>가 제일 눈길이 가더라구요. 싱글맘으로 뉴욕에서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게, 정말 대단한 사람같아요. 용기 있구요.
앞으로도 자주 뵈어요^^, 해피북님~~~

다락방 2015-03-06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서촌 오후 네시에 관심이 가네요. 그보다는 그녀의 전작이라는 브루클린 쪽이 더 관심 가고요. 브루클린 검색하러 갑니다. 슝-

단발머리 2015-03-06 10:29   좋아요 0 | URL
검색 들어가 주시구요. ㅎㅎ 일단 책소개로 봐서는 관심이 많이 가더라구요.
제가 요즘에 에세이, 소설 이 쪽으로만 읽어서 다른 류의 책을 읽고 싶는데,.....
역시 눈길이 그 쪽으로 많이 가네요.
근데 괜찮으시겠어요? 오늘 보관함에 담으신 책도 많으시던데 ㅋㅎㅎㅎ

다락방 2015-03-06 14:12   좋아요 2 | URL
구경만 하는 거에요, 구경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06 18:14   좋아요 1 | URL
구경은 구매를 부릅니다.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서니데이 2015-03-07 21:46   좋아요 0 | URL
구경이 구매를 부른다는 말씀,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

단발머리 2015-03-12 11:40   좋아요 1 | URL
구매는 결제를 불러 옵니다.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icaru 2015-03-12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하다,는 당장에 구입을 했네요~
단발머리님 페이퍼 구경하다가네 말입죠~

단발머리 2015-03-12 18:15   좋아요 0 | URL
네.... 아, 저는 죄송해서 어쩌죠.
저는 아직, 구입을 못 했어요.
소개만 하고 구입을 안 한 이 불량한 저를, 이해해주시어요~~~~~~~~ㅋㅎㅎㅎㅎㅎㅎ

icaru 2015-03-17 09:45   좋아요 0 | URL
`말하다` 읽고 있어요,,,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다음으로 `읽다`가 나올 예정이라는데, 이또한 예약 예정입니다~ ^^*

단발머리 2015-03-17 13:49   좋아요 0 | URL
아, `말하다` 좋군요. 저도 읽고 싶은데, 아, 구매해야 빨리 읽게 될텐데... 그쵸?
`읽다` 예약 예정이시라니, 완전 축하드립니다. 읽고 나서 리뷰 좀..... 올려주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