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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평점 :
여름이었으니까 선글라스를 챙겼다. 책을 두 권 넣고, 아이패드와 이어폰도 챙겼다. 미루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여름 내내 미루고 미루던 일이었다. 더는 미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나섰고, 그 곳에 도착했다.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광화문 광장. 한쪽에 가서 이름을 적고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작은 천을 받아왔다. 앞쪽은 옷핀으로 달 수 있었지만, 등은 누군가 도와주어야 했다. 저쪽을 보니 두 명의 여자분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광화문 광장 스티로폼 장판이 아니라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어야 어울릴 법한 차림새였다. 다가서며 말했다. “저, 죄송한데 이것 좀 달아 주시겠어요?”
두 명 중 한 명이 쾌히 도와주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3시간을 앉아있었다. 둘째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단식을 한 건 아니었다.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진상 규명을 원하는 국민들이, 일반 국민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알아야 할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말 힘들게, 힘들게 읽었다. 여러 번 책을 덮었고, 그리고 여러 번 눈물이 났다. 이 글을 썼던 사람들, 이야기했던 사람들에 비하면 힘들었다는 내 말은, 너무 사치스러운 말일지도 모르겠다. 자식을 잃은 이 분들의 고통에 비하면.
체육관에서 한사람 한사람 줄어가는데 그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초조하고...... 내 딸이 유실됐나, 인원이 줄어드니까 머릿속이 온통 다 그런 생각밖에 안 나. 막상 내 딸이 나왔는데 나머지 유가족들을 못 보겠더라고. 여기 누구 엄마, 여긴 누구네, 여긴 선생 그다음에 나, 이렇게 넷이 다 같이 모여 있었어. 그중 나만 나왔어. 생각해 봐. 다 안 나온 중에 나만 나왔다니까. 그날 미지 데리고 오는데 그간 동고동락했던 사람들 얼굴을 볼 수가 없더라고. 미안하고 죄스럽고. 지금도 다 안 나왔어. 그 사람들이 어깨 툭툭 치면서 축하한다고 그래. 근데 거기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을 수 있냐고, 그 상황에서.“ (53쪽, 2학년 1반 유미지 학생의 아버지 유해종 씨 이야기)
옛날에 어른들이 자식 앞세우곤 못 산다고 했는데 그 말이 다 맞아요. 공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겠다고 운동하는 걸 보면 우리 아이들은 열일곱에 죽었는데 하면서 분노가 막 치밀어올라요. 누가 마흔살에 죽었다고 하면 아 20년만, 우리 딸로 23년만 더 살았으면, 그렇게밖에 말이 안 나와요. 우리 승희는 없는데 세상은 아무 일도 없는듯 돌아가고 사람들이 웃으며 돌아다니는 걸 보면 화가 나고. 억울하고 용납이 안 돼요. 왜 하필 내 딸이 그 나이에 죽었는지.... (78쪽, 2학년 3반 신승희 학생의 어머니 전민주 씨 이야기)
설마했던 부모들은, 끝까지 국가를 믿었던 부모들은, 망망대해 넓은 바다에서, 골든타임(이제는 아무나, 아무 상황에서나, 자기 편한대로 사용하는 단어가 되어 버려 그 사용이 꺼려지는 그 골든타임) 동안 아무 일도,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국가를 본다. 해경과 언딘. 그리고 거짓말하는 언론을 본다. 지상최대의 구조작전,이라고 쓰는 언론을 본다. 구조하지 않고, 구조하고 있다고 말하는 국가와 언론.
자식이 죽었을거라고, 이제는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 부모들은 자식의 ‘몸’을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단 한 번 마지막으로 아이의 모습을 눈에 간직하고 싶어, 부모들은 자식을 기다린다. 아들과 딸을 기다린다. 그리고, 아이가 나온 부모에게 말한다. 축하한다고, 축하한다고 말이다.
땡볕에 부모들은 거리로 나온다. 청와대로, 국회로, 그리고 광화문으로 나간다. 대통령은 외면하고, 여당은 거짓말을 지어낸다. 야당은 무능하고, 국민들은.... 사람들은 이제 그만 하라고 말한다. 이제 그만큼 했으면 됐다고, 다들 그렇게 살지 않냐고. 왜 너만 유난을 떠느냐고 말이다.
한 학교가, 한 마을이, 한 동네가 완벽하게 붕괴되었다. 하나의 완벽한 우주, 완전한 하나의 우주인 아이들이 그렇게 죽었는데도,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구조를 받지 못 해 죽었는데도, 시키는대로 했다가 죽었는데도, 이 나라는 꿈쩍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제는 그만하라,고 말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은 옆에서 많이 기다리고 기다렸다. 분향소와 단원고, 장례식장을 오가며, 가끔 진도도 다녀오면서 그렇게 말없이 부모들과 함께했다.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유가족들도 그들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이 아프고 힘든 이 시간들은, 잊혀져서는 안 되기에, 기억되고 또 기억되어야 하기에 이렇게 책으로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읽는 시간 내내 많이 어렵겠지만,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 시간들을 통해, 그 절절한 시간들을 통해 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온 세상을 잃어버린 부모들이 다시 환하게 웃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그들이 더 이상 절망가운데 있지 않도록 힘을 보탰으면 한다. 그것은 이제 영영 떠나버린 그들의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순덩어리의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