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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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의 건설을 위해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주장하는 가지는 기본 소득 지급, 주당 15시간 근무 그리고 국경 없는 세상이다. 



기본 소득은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무상으로 지급해야 한다. 저자는 2009 5 영국 정부에 의해 시행되었던 실험을 예로 들어 현금 지급의 효과에 대해 논증한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퇴역 군인 노숙자 13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던 이전 조치(푸드 스탬프 지급, 무료 급식소 운영, 보호소 마련 )들이 중단되고, 과감하고 즉각적인 방식의 응급 조치가 시행되었다. 노숙자들은 각자 3,000 파운드의 현금을 무상 지급받고, 돈을 어디에 쓸지 각자 결정하며, 조종하는 사람도, 따라다니며 질문하는 사람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의지대로 돈을 사용할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을 시작하고 1 반이 지나자 노숙자 13 7명에게 잠자리가 생겼고, 명은 아파트를 얻어 이사할 예정이었다. 13 전원이 자립과 개인적인 성장을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수업에 등록해 요리를 배우고, 재활 과정을 겪고, 가족을 찾아가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웠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금 무상 지급 프로젝트는 노숙자 13명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상당히 절약했다. <이코노미스트> 조차도노숙자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쓰는 방법은 돈을 주는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39)


현금 무상 지급은 어떻게 가능할까. 먼저가난한 사람은 돈을 다룰 능력이 없다 사람들의 인식과 싸워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내고 신선한 과일과 책을 사는 대신, 패스트푸드와 소다를 거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 돈을 주면 가난한 사람들은 나태해질 거라는 추측이 현금 무상 지급을 주저하게 만든다. 세계에서 실시된 연구들은무상 현금 지원이 효과가 있다 긍정적 증거를 산출하고 있다. 조건 없는 현금지원은 범죄, 아동 사망률, 영양실조, 십대 임신, 무단 결석은 물론, 학교 성적 향상, 경제 성장, 평등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42)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 공고화된 신념을 포기하는 것이 어렵다면 정의 자체를 수정하면 된다. 아이를 낳는 , 아이를 먹이는 , 아이의 먹거리를 만드는 , 아이를 수영장에 데려다 주는 , 아이와 함께 옷을 고르는 . 모든 것이 일이다. 일이라고 부를 있는이다. 아이에게만 그러한가? 부모님과 함께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 치과를 방문하는 , 부모님의 핸드폰을 수리하기 위해 동행하는 , 부모님의 구두를 사러 가는 , 김장배추를 사기 위해 함께 시장에 나가는 . 모든 일이이다. 새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첼로를 배우는 것도, 요가를 배우는 것도 모두 일이다.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는 , 침대시트를 꺼내고, 집을 청소하는 . 모두 일이다. ‘ 버는 행위, 임금과 관련된 행위만을이라고 제한하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있다. 사실 대부분의 일들은 우리의 삶에 가깝고 소중하며 의미 있는 일들이다. 일의 범위가 우리 삶의 친밀도를 근거로 넓은 범위로 확장된다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이든,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에 대한 대가로 현금을 지급받을 있으며 또한 그래야만 한다. 책을 꼼꼼히 따라 읽으면 쉽게 확인할 있지만, 그것은 돈이 아주 많이 드는 일도, 실현 불가능한 꿈도 아니다. 



이는 국내 총생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도 일치한다. 


전체 노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자원봉사와 육아, 요리 심지어 지하경제의 일부로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무보수 노동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물론 청소부나 유모를 고용해 집안일을 시키면 국내총생산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우리는 대부분 집안일을 손수 한다. 이러한 무보수 노동을 모두 합하면 국가 경제 규모는 37%(헝가리)에서 74%(영국)까지 팽창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 다이앤 코일Diane Coyle 주장하듯일반적으로 공식적인 통계 기관은 무보수 노동을 구태여 포함시키지 않는다. 아마도 대개 여성이 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 (113)



저자는 불황과 전쟁의 잔해 더미에서 진보를 가리키는 궁극적인 척도로 부상한 국내총생산의 개념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객관적인 숫자로 나타낼 없는가치생산성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는 것이다. 케빈 켈리Kevin Kelly 말에 기울여야 때다. “생산성은 로봇에게 해당하는 용어다. 인간은 시간을 소비하고, 실험하고, 놀고, 창조하고, 탐색하는 활동에 탁월하다.” (129) 



주당 근로시간이 감소했음에도 시간이 부족한 현상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노동시장에 여성이 밀려들어오면서 남성은 밖에서 노동의 양을 줄이고 안에서 요리하고 청소하고 양육하는 양을 늘리기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1950년대에는 부부가 합해 주당 5~6일을 일했지만 지금은 7~8일에 가깝다. … 미국에서 일하는 어머니들이 자녀 양육에 들이는 시간은 실제로 1970년대 전업주부보다 훨씬 많다. (145) 



저자는근로 시간 축소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149) 스트레스, 기후변화, 초과 근무, 실업, 평등 실현, 인구 노령화, 불평등 해소는 근로 시간 축소로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근로의 종말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서 근로 시간 축소가 필요함을 말한다. 여성, 빈곤층, 고령층에게 돌아가는 유급 일자리를 확대함으로써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안정되고 유의미한 일은 일상의 삶을 의미 있게 영위하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근로 시간 축소가 기분 좋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일 밖에 없는 다른 이유는로봇의 등장이다. 


로봇의 등장은 주장 근로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공하자는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근거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구조적인 실업이 발생하고 불평등이 확산될 것이다. (184)



국경 없는 세상 가지 제안 실현이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자리에 안주하며 진화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이미 자신이 차지한 땅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 인간은 이타적인 행동을 있지만, 인간 내면의 집요한 이기심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264쪽에서 269쪽까지 이르는 저자의 마지막 제안들은 무엇보다도 마음을 뛰게 한다. 진짜 기여도에 따라 보상하라. 환경미화원, 간호사, 교사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상당히 많은 수의 로비스트, 변호사, 은행가들의 임금은 삭감하라. (265) 삶을, 아이의 삶을,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행복하게 영위할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은 보상과 임금을 받게 하라. 어린이집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 학교 선생님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라. 소방관, 우체부, 환경미화원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라. 경비 아저씨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라. 고압적인 자세로 소득 없는 전업주부의 대출한도를 확인하며 무성의하게 답하는 ㅎㄴ은행 차장의 월급을 삭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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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 뇌과학이 알려준 아이에 대한 새로운 생각
신성욱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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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탄다. 젊은 아빠가 안고 있는 아이(딸이라 예상되지만 아직은 아들 같은 헤어스타일의 귀여운 아이) 나를 쳐다본다. 마주보며 웃는다. 아이는 잠시 자기 아빠를 쳐다보다가 다시 나를 쳐다본다. 눈을 맞추고 미소짓는다. 문이 열리고 젊은 아빠는 내리려고 한다. 아이에게 !”라고 말한다. 아이는 아직, 안녕히 가세요.” 말하지 못하기에 젊은 아빠가 대신 답한다. “, 안녕히 가세요.” 



아이를 낳은 후에 부모는 모든 일에 전문가가 되어 아이를 위해최선 노력을 다한다. 말로만 하는 최선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확실한 최선이다. 최고의 교육, 친환경 유기농 밥상,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최선 다한다. 책은 아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부모들이 아이를 어떻게 망쳤는가에 대한 보고서이고, 잘못 알려진 뇌과학이 상업적 용도로만 사용될 때의 폐해에 대한 고발이다. 



하이퍼렉시아는 과잉언어증이다. 선천적인 자폐아들이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의 일종이다. 하지만, ‘독서 영재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 중의 상당 수가 하이퍼렉시아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이른 시기의 과도한 조기 교육, 문자 교육이 아이들에게 심각한 정신 건강상의 문제, 발달의 이상을 가져올 있다는 것이다. (19) 


엄마 뱃속에서부터 영어를 듣고 자란 영어 영재 진우(가명)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11 때부터였다. 진우는 부쩍 학교 생활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고, 친구들과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습 부담이 과중해진 탓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부모들은 아이의 무기력 증상에 병원을 찾게 되었다. 16 항목에 이르는 포괄적 평가와 PET 불리는 영상 장비를 이용한 대뇌변연계 부위의 촬영 결과,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저핵 부분에서 심각한 이상이 발견되었다. 대뇌변연계의 손상에 대해 연대 강남세브란스 병원 신의진 교수는과도한 스트레스, 과도한 자극, 문자 학습 때문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결과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코르티솔이 신경 세포의 발달을 억제했을 이라고 말한다. (41)



이는 무렵이면 뇌의 중요한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잘못된 정보, “무엇인가를 배우는 데는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 잘못된 믿음이 가져온 결과다. 부모들은 이전의 뇌과학의 발견 일부분만을 가지고서 철저하게 상업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에 의지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를 위해 어린 나이에, 많은 양의 교육을 강요하고 아낌없이 교육비를 지출한다. 경제학에는 조작된 욕망 혹은 수요(manufactured demand)라는 개념이 는데, 부모들의 불안을 먹고 성장하는 교육시장 역시 그렇다. 


부모들이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는 원인으로 저자는 교육섹션을 통해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신문을 지적한다. 또한 이미 수십 년간 견고하게 형성된 교육 시장이 부모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학교는 이상 공부하는 곳이 아니며, 공부하는 곳은 학원이. 학기마다 세련되게 포장되고 업그레이드되는 선행학습 상품이 고객들을 유혹한다. 부모들의 불안감을 끊임없이 자극해 깊고, 강력한 사교육 시장의 수렁에 빠뜨린다. 



후반부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은인간의 뇌는 평생에 걸쳐 발달한다 주장이다. 세상이 순간도 똑같지 않듯이 뇌는 무한한 변화의 세계이며, 하늘보다 넓은 인간의 뇌는 아직도 우리에게 신비의 세계로 남아있다. 인간의 뇌가 무렵에 완성된다는 ‘3 신화 시냅스의 밀도라는 측면에서는 사실이지만, 시냅스의 강화나 약화라는 재배열 과정, 패턴화, 네트워크 형성 중요한 문제는 간과한 것이다. 시냅스 형성은 후천적 요인 ,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을 경험하는지, 어떤 자극을 받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이러한 과정은 평생을 두고 지속된. 


영어 만들기프로그램이란 뇌가 형성되는 영아기부터 동시에 가지 언어를 익히면서 동일한 부위를 사용하는 완벽한 이중 언어 구사자로 만들기 위한 것인데, ‘발음문제를 제외하고는 언어 발달의 결정적 시기 가설이 여전히 논쟁 중임을 고려할 , 이러한 믿음이 일반인들에게 정보 차원을 넘어 신념으로 굳어져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인간과 다른 존재를 구별하는 가장 확고한 기준으로 인간만이 가진 특기에 주목하는데, 그것은 바로 맞춤, 응시, 지극히 바라보기이다. 저자는바라보기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언어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에 지금과 같은 구두 언어 시스템이 깃들게 것이 불과 3 년을 전후한 시기임을 고려할 , 구두 언어를 습득하기 이전 인류의 조상들은 눈빛과 표정,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며, 중에서 지극한 눈빛이 주는 위로와 연민, 기쁨과 흥분이 인간이 인간과 나눌 있는 가장 강력한 감동이라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응시(eye contact) 통해 인류는 아닌 다른 존재의 마음을 들여다 있게 되었고, 이것은이야기라는 형식으로 발현되었다는 주장이다. 


일본 그림책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후쿠인칸 쇼텐 설립자이자 동화 작가인 마쓰이 다다시 회장의 어머니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야기 들려주는 사람, 이야기 들려주는 어머니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세상 모든 부모들이 갈망하는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뇌는 이런 사람, 이런 어머니 곁에서 가능하다. 



어머니는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분이었어요. 어머니는 제게 이야기를 들려 주셨지요. 중학생이 돼서 덩치가 커다랗게 자랐는데도 매일 저를 품에 안고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어떤 날은 시장에서 두부를 싸게 사서 기쁘다는 이야기, 어떤 날은 아버지와 다투고 속상하다는 이야기, 어떤 날은 책에서 읽었던 감명 깊은 구절들…….” (255) 



정보를 설명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기계적인 일이라 기계조차도 있는 일이다. 정말 중요한 일은 인간을 인간으로서, 어린이를 인간으로서 대하는 일이며, 일은 생각보다는 쉽고 간단하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눈다. 말하고, 듣는다. 사랑한다 말하고, 그리고 안아준다. 









모든 과학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은 뇌 연구자들이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언은 우리 할머니들이 수세대 전부터 들려주셨던 말씀입니다.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어라, 아이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라.’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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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1-15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충분한 교류를 하지 못하면 뇌기능이 떨어지고 너무 과하면 스트레스 과다로 문제가 생기고 참 ‘훌륭히‘, ‘적당히‘란 어려운 일 같아요^^; 다들 처음이라 어려운 거겠지만.

단발머리 2017-11-17 13:31   좋아요 1 | URL
저는 무관심과 과대관심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무관심이 낫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과유불급^^
어렸을 때 아이와 눈을 많이 맞추었나 생각해 보는 요즘이예요.
요즘은 아이들이 저랑 눈을 안 맞추고, 자기 핸폰하고만 눈을 맞추거든요. 하아악....

cyrus 2017-11-16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과 TV 화면에 익숙한 아이들은 상대방의 눈을 맞추는 상황이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자녀를 키우려는 예비 부부들은 엄청 고민이 많을 거예요.

단발머리 2017-11-17 13:29   좋아요 1 | URL
스마트폰을 쥔 아이의 집중력을 직접 보신적 있나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 초인적인 몰입의 기회를 주었다는 데 미안해해야 할 거예요. ㅠㅠ

cyrus 2017-11-17 17:21   좋아요 1 | URL
세살짜리 사촌동생이 있어요. 사촌동생이 유튜브 어린이용 동영상을 많이 봐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걱정했어요.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서로 눈만 맞춰도 아기들이 까르르 잘 웃어주고, 친밀감이 금방 생겼어요. 그런데 스마트폰 영상에 푹 빠진 아기들은 스마트폰 화면에 눈을 떼지 못해요. 저랑 사촌동생이 놀면, 사촌동생은 저에게 스마트폰 영상 같이 보자고 말해요..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7-11-20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아프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감회가 새롭네요~--;

단발머리 2017-11-20 14:21   좋아요 2 | URL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는 그러지 못했는데 오히려 이 책 읽으면서 잘했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ㅠㅠ
 
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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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 곁에 다가온 문장들 부제다. 대학교 2학년 난치병을 선고받고 13년간 투병 생활을 했던 저자는 과장하지도, 감추지도 않으면서 덤덤하게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다. 



내가 외로울 , 

상관없는 사람은 몰라. 


내가 외로울 , 

친구들은 웃어. 


내가 외로울 , 

어머니는 상냥해. 


내가 외로울 , 

부처님은 외로워. 


  • - 가네코 미스즈 <외로울 > 




절망의 시간을 사는 사람에게 가족, 친구, 지인 등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그만 절망하고 힘내서 일어나라고 말한다. 절망 때문에 쓰러져 있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절망과 함께 외로움이 찾아올 , 때의 나는 완벽하게 혼자다. 슬플 때는 혼자.  



저자는 카프카와 함께쓰러진 머물고’, ‘고뇌 속에 틀어박히는시간을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보낼 것을 제안한다. 제일 마음에 닿던 부분은매컬러스와 함께 쓸쓸한 마음 느끼기였다. 



불치병을 앓는 사람은 현실 사회에서 이탈된 존재입니다. 요컨대 모두의 인생 바깥에 있는 것이지요. …… 그들에게 괴로운 일이 있을 , 병원을 찾아오면 침대 위에는 반드시 제가 있습니다. 잠깐 들러서 이야기나 하고 갈까, 하는 기분도 들겠지요. 코가 자인 인간은, 구직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하는 사람에게 그에 대한 푸념을 늘어 놓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다. (187)



고민과 고통은 혼자만의 일이다. 누구의 고민이 무겁고, 무겁다고 말할 없다. 하지만, 난치병에 걸려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없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고민만 털어놓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정한 일이다. 


『절망독서』 사람보다 인내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비밀도 지킬 것이 확실한 책을 친구로 삼아, 길고 고단하며 외롭고 쓸쓸한 절망의 시간을 견뎌내라 제안한다. 절망의 시간에긍정 말이 주는 괴로움에 대해서도 말한다. 나는 위의 인용문에 마음이 쓰였다. 역시 그런 적이 없었나, 하는 생각. 나의 고민을 앞에 두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작게 아니었는지. 인용문 속의 무심한 사람이 아니지만, 나도 그런 무정한 일들을 무심하게 했던 아니었는지. 뜻하지 않게 시무룩해 져서는 혼자만의 반성 시간을 가졌다. 


눈치 없고, 배려심이 부족한 . 그리고, 아직도 쉽게 불평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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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3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3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7-11-0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절망 극복법은 음 그러고 보니 책이었네요. 사람도 좋지만 책이 없었다면 정말 인생 어떻게 살까 싶어요. 은행잎 팔랑팔랑거려요, 감기 조심❤️

단발머리 2017-11-03 13:22   좋아요 0 | URL
도스토예프스키 이야기가 한 챕터 나와요. 그의 끝없는 웅얼거림이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저자가 묵었던(?) 입원실과 그 옆에 옆에 병실도 모두 다 도스토예프스키 열풍이 불었다는 ㅎㅎㅎㅎ
야나님 동생 한 번 더 생각하고... 힘들 때는 도스토예프스키를^^
감기 조심할께요, 다정한 야나님도 조심조심~~^^

2017-11-03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11-03 14:20   좋아요 1 | URL
저는... 고민과 비밀을 많이 털어놓아야 관계가 깊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가까운 사이에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 같아요. 저자의 친구들 역시 취업이 큰 고민인지라 저자에게 그런 고민을 말했겠지만, 뭐랄까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저자의 모습이 자꾸 그려집니다.

다른 이의 죽음보다 내 고뿔이 더 중하다. 참... 맞는 말 같기도 하면서 쓸쓸한 말인것 같아요.
 





















나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 내린 참이었다. 나는 소설이 너무 좋아 읽어야겠다 다짐했지만, 일단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 내렸다. 오랫동안 백인들이 과학적 실험을 근거로 흑인이 ‘열등하다 주장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렇게 대할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있는 일이 아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기 위해 백인들은 지식과 정보, 돈과 재능을 쏟아 부었다. 흑인은 백인보다 열등하다고 말하기 위해. 흑인들의 영혼까지 착취하기 위해. 흑인들에 대한 횡포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랑스럽고 용감한 주인공 코라를 숨겨주었던 마틴과 에설 부부 이야기 중에, 에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아버지?” 어느날 에설이 물었다. 펠리스(재스민의 엄마) 죽은 2 되던 해였다. 재스민은 열네 살이었다. 

위층에 간다.” 아버지가 말했고, 둘은 야간 방문을 표현할 말이 생기자 이상한 안도감을 경험했다. 그는 위층으로 가고 있었다. (219) 



에설의 아버지는 밤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밟으며, 에설의 소꼽친구 재스민의 방으로 간다. 삐걱거리는 계단 소리와 재스민의 비명이 밤마다 들려온다. 에설이 듣는다. 에설의 엄마가 듣는다. , 자기 자신에게서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세계에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는 사람은 에설의 아버지 뿐이다. 에설의 어머니도, 에설도, 그리고 불쌍한 흑인 소녀 재스민도 고통받는다. 재스민의 고통과 에설의 고통이 똑같았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다만, 재스민이 에설의 친구이냐 아니냐, 그녀가 백인이냐 흑인이냐의 사실과 상관 없이 재스민의 고통이 에설에게도 전해졌다는 것이고, 에설의 어머니는 다른 형태의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는 의미다. 만약 재스민의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그녀도 고통 속에 있었을 것이다. 재스민에게 아빠가 있었다면, 오빠가 있었다면, 남동생이 있었다면, 그들 모두 밤마다 재스민의 비명을 들었을 것이고, 모두 괴로웠을 것이다. 사람, 에설의 아버지만 제외하고. 백인 남자, 에설의 아버지만 밤마다 자신의 자유를 과시할 있다. 에설의 아버지에게만 재스민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 이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 내린 참이다. 새롭게 떠나기 위해 다음 책을 펼친다. 『차이의 정치와 정의』.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대출해서 펼쳤더니 이런 구절이 보인다. 247. 



보편적 시민은 또한 백인이고 부르주아이다. 여성만 근대의 시민 공중에 참여하는 것이 배제되어 왔던 것은 아니다. 최근까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유태인과 노동계급은 시민의 지위를 갖지 못했다. …… 품위 있는 남성은 올곧고,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규칙을 준수하는 존재여야 했다. 이런 문화적 이미지에서는 육체적이고, 성적이고, 불확실하며, 무질서한 존재 양상은 여성, 동성애자, 흑인, 인디언, 유태인, 동양인과 동일시되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명랑하고 활기로 가득찼으나, 서론을 읽어보니 막막한 마음에 다시 247쪽을 펼친다. 이제 내렸는데, 여기가 아닌가 . 다른 역으로 이동 요망. 



여기에 박연선이 있다. 박연선 작가의 대표작이라면 역시나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연애시대> 있다. 이혼한 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신선하기도 했거니와 주고 받는 대화들이 주옥 같아서, 열혈청취자는 아니었지만, 애잔한 느낌이 남는 드라마였는데, 드라마가 박연선 작가의 작품이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표지에서부터 책의 분위기를 예상케 한다. 왼쪽 츄리닝 입은 처자와 오른쪽 몸빼 할머니는 친족 관계가 분명해 보인다. 밑으로는 여덟 개의 발이 보인다. 발바닥이 보이는 사람들은 누워 있는 분명하고, 그들은 바위 아래 어둠 속에 누워있다. 삼수생 강무순, 홍간난 여사, 종갓집 양자 꽃돌이가 15 아홉모랑이 마을에서 일어났던 ‘4소녀 실종 사건 추적한다. 경산 유씨 종갓집 외동딸을 잃어버린 커다란 대문을 걸어 잠그고 사는 유선희네, 막내딸을 잃어버린 밤마다 산에 올라 여우 울음소리로 외계에 정착한 딸과 대화를 나누는 목사님 사모님 조예은네. 삼거리 허리 병신 아빠에 동네 바보 일영이 누나 황부영네. 그리고 동네 최고의 날라리지만 늦게 얻어 귀한 외동딸을 잃어버린 유미숙네. 나이도 학교도 출신 성분도 다른 명의 소녀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그녀들은 , 어디로 갔을까.


타임캡슐 물건을 통해 추리에 추리를 더해 가며,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는 이야기는 군데군데 가감없이 코믹의 진가 보여주고, 지금 죽어가는 이의 자기 고백주마등’ 12꼭지는 스릴러의 축을 잡아준다. 흑백 인종차별 기차에서 이제 내린 나는, 코믹에 방점을 찍고 싶다. 



때를 틈타 나는 꽃돌이를 이리저리 감상했다. 정말이지 공짜로 보기 미안할 정도의 미모다. 

이걸 묻은 전이라구요?”

15 전이란 말에 꽃돌이는 심각해졌다. 생각하느라 그러는지 눈을 내리까는데, 속눈썹이 어찌나 긴지 그늘에서 햇빛도 피하겠다. 따라와요.”

지옥이라도 따라가주마. (70) 



그때부터 한호 얘기만 하길래. 내가 한호한테 얘기해줬어. 선희가 관심 있어 한다구. 그다음부터야, ……. 요새 애들처럼 데이트다 커플이다 그러진 않았어도 편지도 주고받고, 참고서도 추천해주고 그랬을걸.”

전국 학부모연합에서 환영할 만한 그런 이성교제를 했나보다. (128) 



이것들아, 여름방학이라고 싸돌아다닐 생각 말고 공부하란 말이다. 연애하지 말고 공부해. 맥주 마시지 말고 도서관에 말뚝 박어. 자라도 배우고 익히는 전국의 재수생 삼수생에 대한 예의요 책임이란 말이다. 덥다고 놀아도 되는 백수 뿐이야. (203) 



황부영이 꽃돌이를 빤히 쳐다보는데, 냉정한 시선이다. 오기 직전, 불쾌지수 최고인 꿉꿉한 날에 봐도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고운 얼굴을 한참 쏘아보더니 묻는다. (341) 



소설을 재미나게 읽으면서 정지돈의 단편 <창백한 > 생각났다. 이렇게 재미있는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소설이고, 난해한 <창백한 > 소설이고, 『82년생 김지영』 소설이다. 소설은 힘이 세다. 모든 이야기가 가능하다. 소설이라는 속에서 다채로운 재미가 가능하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 쾌락에만 봉무한 독서였다. 

조용한 집을 킥킥대는 소리로 채워버렸던 즐거운 독서 여행이었다. 

이제 내린다. 이번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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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0-3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더 그라운드 레일로드가 그렇게 좋단 말입니까? 할랬는데, 인용하신 문장을 보니 가슴 아파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ㅠㅠ

(그래도 일단 땡투하고 담아보기)

단발머리 2017-10-31 11:25   좋아요 0 | URL
일단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엄청 좋은 책이지만 여러군데 가슴 아픈 장면이 많아요, 아주. 제가 권해 이 책을 읽은 1인은 무섭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의미에서 무섭지는 않은데 장면들이 워낙 긴박하게 펼쳐지니까요.
저의 올해의 책 후보 중 하납니다^^

transient-guest 2017-10-3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시대는 일본소설이 원작 아닌가요??? 처음 듣는 작가라서 여쭙고 갑니다

단발머리 2017-10-31 11:22   좋아요 0 | URL
네~ 일본소설이 원작 맞네요. 저는 극본:박연선만 확인해서^^:;

레삭매냐 2017-11-01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UGGR 보다 폴 비티의 <배반>이 확실히 읽기
에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맨부커상이라는 광휘에도 울나라에서는 잘
팔리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UGGR 은 확실히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다른 작품들도 빨랑 나
왔으면 좋겠습니다.

단발머리 2017-11-01 19:16   좋아요 1 | URL
으흠.... 그렇군요.
전 <배반>을 도전해 보려구요.
비슷한 환경과 배경이 어떻게 다른 식으로 그려질지 기대됩니다.
<노예 12년>도 이번에 이어서 읽어볼까 하는데, 맨날 계획만 앞서고 그럽니다. ㅠㅠ

저도 콜슨 화이트헤드 다른 작품들 기다려집니다.ㅎㅎㅎㅎㅎ

AgalmA 2017-11-0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내리니 폴 비티 <배반>이 도착한ㅎ? 전 둘다 못 봤는데 전자를 읽은 분들은 후자도 꼭 읽으실 듯한ㅎ; 역시나 레삭매냐님도 단발머리님도 그럴 줄 알았음요ㅎ

단발머리 2017-11-07 08:38   좋아요 0 | URL
전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너무 좋았어요. 곧 이어 <배반>으로 이어가볼까 합니다.
레삭매냐님과ㅡ같이ㅡ묶여서 (~~~~도) 기분 좋은데요^^
 
기사단장 죽이기 2 - 전이하는 메타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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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키가 좋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하루키의 작품보다 하루키식 라이프 스타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하루키의 라이프 스타일을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하루키 작품 인물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매력적인 주인공은 독자를 소설 가운데로 어렵지 않게 이끌어 간다. 나는 하루키 사람들을 좋아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기는 하다. 



초상화 전문 화가이며 친구 아버지 집에 머물게 신비에 쌓인 이웃 멘시키씨의 부탁으로 그의 딸로 예상되는 여고생 마리에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마리에는 엄마 없이 고모 손에 자란 부잣집 딸이다. 문화센터 미술선생님이자 이웃집 아저씨의 초상화 모델이 되기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마리에는 모델과 화가로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의가슴 대한 이야기를 반복한다. 


마리에에게 가슴은 생명만큼 중요하다. 죽는다고 생각하더라도 제일 중요한 이야기가가슴이야기고, 이데아의 현신인 기사단장이 그녀와 헤어지며 마지막으로 하는 말도제군의 가슴은 머지않아 커질 거라네 말이다. 마리에 마음 가장 고민이가슴 관한 것임을 기사단장이 꿰뚫어 보았다는 뜻이다. 가슴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럴 수도 있겠다. 가슴은 중요하다. 가슴은 중요하지. 하지만, 가슴만 중요한가. 눈도 중요하고, 코도 중요하다. 입술도 중요하고, 이런 세상에! 피부도 중요하다. 귀모양도 중요하고, 머리결도, 헤어스타일도 중요하다. 라인도 중요하고, 쇄골뼈도 중요하고, 손도 중요하고, 허리도 중요하고, 다리도 중요하고, 엉덩이도 중요하다. 목소리, 보이지 않지만 느낌을 100% 살려주는 목소리도 중요하다. 사람이 앞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사람이 여자라고 생각해보자. 어떻게 사람에게, 여자에게 가슴만 중요한가. 머리, 어깨, 무릎, 무릎 . 모두 중요하다. 마리에가 자신의 정체성의 축을 육체에서 찾으려고 하는 청소년기라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그렇다. 그녀에게는 이렇게 한결 같이 가슴만 중요한가. 부분이 마음에 든다. 처음 만나 초상화 작업을 하는 자리의 문화센터 선생님이며 이웃집 아저씨에게, 자기 가슴이 너무 작지 않냐고 물어보는 여자애가 실제로 있는지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는 모든 것이 그럴 듯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슴문제에 대해서라면 마리에는 너무 멍청해 보인다. 억지스럽다. 



이제부터는 좋은 얘기. 



실종된 마리에를 찾기 위해 기사단장의 명령대로 기사단장을 죽이고, 속에서 얼굴을 내민 얼굴 붙들어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어둠을 헤치고, 강을 건너 길을 걷는다. 숲을 지나 광장으로 나와서는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좁아진 동굴 끝에서 흙바닥으로 떨어지는데, 떨어져서 살펴보니 곳은 사당 뒤의 구덩이 속이다. 멘시키씨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기사단장의 약속대로 마리에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사실, 그녀는 나흘간 멘시키집 지하 2 입주 도우미방에 셀프 감금되어 있었다.  


동굴 속의 어둠이나 , , 이런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의미가 무엇인지 굳이 찾지 않아도 환상 여행을 재미있게 즐길 있다. 하루키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든 그를 평가할 필요도 의무도 느끼지 않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강력하게 예견되었던 하루키의 수상이 불발되고, 그와 비교적 가깝다고 알려진 가즈오 이시구로의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소설 말이 떠올랐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없었다. 멘시키가 나의 어떤 부분을 부러워하는지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가졌고,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대체 저의 어디가 부러우신가요?” 내가 물었다. 

당신은 아마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으시겠죠?” 멘시키가 말했다. 

잠깐 뜸을 들이며 생각해본 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누구를 부러워해본 적은 없는 같아요.” 

제가 하려는 말도 그런 겁니다.” (92) 



부러우면 지는 거고, 부럽지 않다면 그걸로 됐다. 지금껏 누구를 부러워해본 적이 없다는 사람을, 나는 부러워한다. 나는 여러 , 아주 여러 ,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어떤 사람을 부러워했기에. 재능을, 끈기를 그리고 젊음을.  



누구를 부러워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이고, 아래처럼 말하는 사람은 멘시키지만, 나는 사람이 사람으로 모아진다고 느낀다. 



멘시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게는 생각할 일이 많습니다. 읽어야 책과, 들어야 음악이 있어요. 많은 데이터를 모아 분류하고, 해석하고, 머리를 쓰는 것이 일상적인 습관입니다. 운동도 하고, 기분전환 삼아 피아노 연습도 합니다. 물론 집안일도 해야죠. 따분할 틈이 없습니다. (156)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고, 생각하고,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하고. 기분전환 삼아 피아노 연습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이런 삶은 근사하다. 크게 자랑할 일도 아니고,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들도 아니다. 준비해야 것도 없고, 훈련이나 연습도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삶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삶일 수도 있다. 



따분할 틈이 없는 . 그런 삶은 누구를 부러워하지 않기에 누릴 있는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피아노 연습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저번주부터 이어지는 셀프 독려 메시지 혹은 계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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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30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0-3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만난 아저씨에게 가슴 얘기를 하는 여고생...의 이야기를 아저씨...가 썼군요. 저는 하루키 너무 좋아하고, 그의 책을 빠짐없이 다 읽으려고 하는 사람이지만, 지금 여고생 가슴..얘기 듣고 넘나 충격....하루키여....

저도 조만간 읽어볼게요. 책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읽기만 하면 되는데..요즘 저의 독서 속도가 영.. ㅠㅠ

단발머리 2017-10-30 15:3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처음 만난 아저씨는 아니구요. ㅎㅎㅎㅎ
동네 문화센터 미술 선생님인데, 초상화를 그리는 첫 자리에서요. (다시 읽어보니 제가 좀 애매하게 썼군요. )
대충 스케치하고 그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화가도 모델에 대해 좀 알아야 그림 그리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이 여고생이 대뜸...
저, 가슴 작은 편이죠. ㅠㅠ
뭐니.... ㅠㅠㅠ
그 다음 페이지에는 더합니다. 직접 확인하시는게 우리 아침 건강에 좋을 듯요.

요즘에 <제2의 성> 읽으시느라 바쁘신 거 아니예요?
얼른 진도 뺴야하는데 저도 요즘 속도가 메롱이예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