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아름다움에 대한 강요, 아름다움에 대한 신화를 에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건 에 관한 문제임을 이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PBQ의 교묘한 작동은 일상에서는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데 그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하는 젊은 여성에게 강요되는 화장이 가장 흔한 경우다. 하지만, 젊음 자체가 자원인 외모 중심의 사회에서, 젊은 여성들의 탈코르셋이 중년 여성, 노인 여성의 그것과 같지 않음에 대한 지적 또한 오래 생각해볼 문제다.

 
















2.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4, 5, 6, 7

 

여성을 물건처럼 주고받던 시대에 여성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 자신의 미모와 육체를 도구화하는 것이었다. 극소수의 여성이 이 방법을 통해 최고의 권력에 접근했고, 성공했다. 그녀들의 미모가 나라를 망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여성들만이 권력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음을, <사기>를 통하지 않고서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사기>를 통해 확인해본다.   

 





















3. One day in December

 

완벽한 인생이란 애초에 가능하지 않으니 완벽한 사랑 또한 가능하지 않겠지. 그 때,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최선이기를 바랄 수밖에. 나는 그때 당신에게 최선이었나요? 말해봐요, 오스카! 오스카, 당신이 대답해 봐요!

 

















4. 엔드 오브 타임

 


내가 궁금한 것은 사고라는 현상이 인간의 두뇌나 슈퍼 컴퓨터, 또는 얽힌 관계에 있는 입자 등 물리적 과정의 도움을 받아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지의 여부다. (31)

 


개표가 진행되고 새벽 3시 반쯤 되어서야 윤석열이 대통령인 나라를 단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믿기지 않는다고 말할 때 믿기지 않는다가 무슨 뜻인지 비로소 알게 됐다.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믿을 수 없다는 것.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 받아들이기 싫다는 게 아니라, 그런 세상을 한 번도,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나라를 잃은 것 같은 심정이라 숟가락 뜨기를 거부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나 역시 나라를 잃은 심정이었다. 나는 나라를 잃고 건강도 잃었다. 울 힘조차 없어서 얼굴을 바닥에 대고 눈을 감았다. 몸이 아픈 것으로, 내 몸이 이렇게 아픈 것으로 마음의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주일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다. 내 새끼의 입에 따뜻한 걸 넣어야 아이가 나을 테니. 하얀 쌀밥을 짓고 된장국을 끓였다. 달력을 보니 나흘째였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눈물이면 됐다고 속으로 말했다. 졌는데도, 그런데도 다정하고 우아한 언어로 축하와 위로의 말을 전하는 유시민을 보고 울고, 친구가 보내준 사진 속 이재명의 부족했습니다. 고맙습니다플랜카드를 보고 울고, 박지현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울었으면, 이미 충분히 울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만 울고, 이제 그만 일어나자, 고 반복해서 말했다. 슬픔과 불안, 두려움과 걱정이 더 이상 나를 붙잡지 않도록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주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불평한 적이 많았지만. 아니, 내 모든 기도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끝없는 매달림이지만. 그래도 다시 또 힘을 내고, 일어서고, 그리고 다시 또 기도하기로 했다. 새로운 삶을, 새로운 기도를 시작하기로 했다.

 


친구에게 책을 보내고, 아이가 좋아하지 않지만 먹어야만 하는 걸 만들어 주고, 빨래를 돌리고 주변을 정리했다. 줄을 치며 읽을 수 있는 책, 검고 두꺼운 책을 주문하고, 도서관에 가서 다 읽지 못한 책을 반납했다. 다 읽은 책을 따로 빼놓고, 새로 시작할 책을 큰 책상 앞쪽으로 꺼내놓았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는 친구들의 말이 음성지원되어 귓가에 울렸다. 나도 그래 볼까 한다. 나도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어제부터 듣는 노래는 상록수. 2020,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국민이, 특별히 의료진들이 많이 힘들어할 때 국가 정책 차원에서 제작된 뮤직비디오인데, 나 역시 감염병예방법 제41조 및 제43조의 관리하에 있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불고 /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 거칠은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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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17 09: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어휴 웅장한데 울컥하네요.

잘살아봅시다, 단발머리님. 우리 힘내도록 해요. 다 꼴도 보기 싫고 계속 눈물만 났는데, 지금 상황 보니 이렇게 기운 잃고 있으면 안되겠더라고요. 앞으로 싸울 일이 많아질 것 같으니 우리 잘 먹고 잘 지내고 힘도 키우고 그래야 해요. 힘냅시다. 일단 그러기 위해 일상을 회복하기로 해요!

단발머리 2022-03-17 12:54   좋아요 3 | URL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까 다시 먹고 힘을 내고 힘을 키워야겠어요.
제 옆에 다락방님이 계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제게는, 참 다행이에요.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수이 2022-03-17 10: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벌써 많은 것들이 바뀌려하고 있어요.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이 있겠죠. 그래서 수많은 것들이 바뀌리라 봅니다. 한동안 테레비를 멀리 하겠죠. 눈을 감으려고 해도 벌써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지키기 위해서 예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하고 내내 울었던 그 밤들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당원으로 가입하는 수많은 이들 속에 저도 갈등 없이 들어갔어요.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주기 위해서.

힘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도록 합시다.

단발머리 2022-03-17 21:00   좋아요 3 | URL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합니다. 왼팔을 끊어내는 심정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2,30대 여성들의 마음을 우리가.... 우리가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을까요. 전 오히려 이번 선거를 겪어내면서 다당제로 가야하는, 가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키지 못했던 비극을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지요. 비타님의 용기에, 소심한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비타님을 본받아 저도 작게라도 실천하려고요. (그거요, 가입 신청서요^^)

수이 2022-03-17 14:20   좋아요 2 | URL
전 아직 걔네들이라고 말이 나오던데 🙄 그래도 적으로 규정하지 않기 위해서 애써볼게요 단발님

단발머리 2022-03-17 14:39   좋아요 3 | URL
저 역시 걔네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걔네들의 범위 안에, 자신들이 걔네들과는 다른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고, 혼재(혼란스럽게 동거)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들에게 그들은 ‘걔네들‘이 아님을, 알고는 있냐고 물어보고 싶고요.
모두 자기가 접한 정보에 따라 자기 나름의 판단을 내리겠지만, 끝까지.... 말하고 질문하고 다시 물어보고 또 다시 확인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정치라고 생각하고요.

선거 결과가 확정적이었던 그날 새벽, 유시민쌤 말씀 옮겨 놓습니다. 제 맘에 오래오래 새기고 싶어서....
비타님 댓글에 달아놓습니다^^


.... 그렇게 전제를 두고.... 저는 우선, 이재명 후보한테 위로의 말씀 드리고요. 잘 하셨다는 칭찬의 말씀도 드리고 싶고요. 사랑한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와 함께, 참 멋지게 선거전을 치렀던 민주당의 국회의원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당원들, 또 자원봉사자들에게도 큰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잘 하셨습니다. 잘 해도 선거에 질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저는 당원이 아닙니다만, 여러분들의 비전과 철학과 생각과 소망이 진짜 올바른 것이라면, 그렇다면 시민들이, 유권자들이 이것을 다시 알아줄 날이 머지 않아 올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선거라는 건 그런 거거든요.

그리고, 지금 유력이라고 떠 있는 윤석열 후보에게 다시 한 번 축하 말씀 드리고요. 또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셨던 모든 분들에게도 축하 말씀 드리고요. 자칫 잘못 생각하게 되면, 권력을 가지는데 따르는 위험, 그 고통, 이런 것들이 얼마만한 것인지를 느끼시게 될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너른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자신의 손에 들어온 권력을 잘 활용하시기를 부탁합니다.

<정치합시다 패널, ˝민주당은 건설적 비판, 국민의 힘은 국민통합 애써야˝// 유시민>

수이 2022-03-17 15:07   좋아요 1 | URL
전 그날 유시민쌤 표정 잊을 수가 없어서 ㅠㅠ 그 황망해하는 표정만 또렷이 새겨졌어요. 하지만 그대와 같은 친구가 있어서 제가 또 제 속좁은 마음 바운더리을 넓히기 위해서 애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정말 정치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가 이번에 무지에 된통 당하고 앞으로 5년 동안 친구님 말씀 들으면서 바운더리 넓혀보도록 하겠습니다!

2022-03-17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7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22-03-17 1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매일의 기도를 할 수 없었어요.
도무지 감사할 수 없다고 너무 하신다고 울며 화 내고 원망하며 떠올릴 수 있는 저주들을 퍼부었어요.
그리고 2번을 지지한 사람들과 함께 앉아 아멘하며 기도할 수는 더더욱 없었어요.

그분의 계획과 뜻을 알지 못하는 이런 순간들은 어찌 견뎌야 할까요?

뉴스와 트윗을 보지 않고 며칠을 보내다 이제서야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글에서 큰 위로를 얻고 있습니다.
이 모든 순간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 붙들고 저도 새로운 기도를 시작했어요.

견딥시다!

단발머리 2022-03-17 13:05   좋아요 3 | URL
레와님도 그러시겠지만, 저도 하나님께 적잖이 실망해서 며칠간은 정말... 감사합니다,로 기도를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삐진다고 하나요. 시편 속, 다윗의 호소와 간구가 우리의 기도와 간구일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을, 우리가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뉴스를 읽지 않고 있어요. 시사 방송도 한참 동안은 듣지 않으려 하고요. 그 중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고 있다는 레와님 말씀에, 오히려 제가 힘을 얻습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한계,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서서, 우리의 절망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선하신 손, 강한 팔이 우리 나라를 꼭 지켜주시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이 땅에 가득하고
하나님의 공의가 다스리는 나라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우리 기도 들어주세요. 하나님,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세요.....

mini74 2022-03-1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들식대로 살을 날려봐? 제웅을 만들어봐? 하다가 결국 다름을 보여줘야지 견뎌야지 하는 생각에. 제웅 만들기는 포기하고 ㅎㅎㅎ 상록수. 전 이 노래 들으면 그렇게 주책스럽게 울어서 ㅠㅠ 위로가 되는 글 고맙습니다 ~~

단발머리 2022-03-18 13:11   좋아요 1 | URL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우아하고 강고하게 살고 싶은게 제 맘이기도 한데, 그 전에 좀 많이 울었네요.
상록수의 웅장함을 우리 맘에도 간직하면서, 우리 서로 위로하면서 힘을 내봐요. 고마워요, 미니님!!!!
 




폭력적인 성 이미지의 폭증은 여성이 권력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남성의 분노와 여성의 죄책감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 P224

유방, 허벅지, 궁둥이, 배, 이것들은 여성의 몸에서 가장 성적인 곳이고, 따라서 그것이 "못생긴" 것이 강박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폭력을 휘두르며 학대하는 남성이 가장 흔히 구타하는 곳이다. 치정 살인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훼손하는 곳이다. - P243

남성이 여성의 몸을 보고 성욕을 느끼고 여성의 인격이 불러일으키는 자극에 덜 민감한 것은 일찍부터 그렇게 반응하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고, 여성이 남성보다 시각적으로 덜 자극받고 감정적으로 더 자극을 받는 것도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 P246

어떤 것도 홀로코스트와 비교할 수 없지만, 자연이 아니라 인간 탓에 굶주려서 여윈 몸이 아주 많다는 사실 앞에서는 둘 사이의 유사성을 외면할 수 없다. 굶주리는 몸은 자신이 중산층임을 알 수 없다. 감옥에 갇힌 몸은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심각한 거식증 환자의 몸에 사는 것은 부유한 교외에서 살더라도 베르겐 벨젠Bergen-Belsen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벨젠에 수용된 사람들의 40퍼센트는 그곳에 영원히 갇히고 15퍼센트는 그곳에서 죽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 P331

심각한 거식증 환자의 몸으로 사는 것은 부유한 제1세계에서 감옥에 갇히지 않은 중산층의 몸으로 사는 것보다 나치 수용소에 사는 것에 더 가깝다. 죽음의 수용소 이미지를 피하려고 해도 자꾸 그것이 떠오른다. 젊은 여성들의 몸무게가 지옥이라 불리는 곳의 문서에 기록된 사람들의 몸무게밖에 안 나간다. 거식증이 최고조에 이르면 더 이상 먹을 것이 없고, 따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심리적인 어떤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굶주리다 어떤 시점에 이르면 굶는 것을 멈출 능력을 잃는다. 먹는 선택을 할 수 없다. 거의 인정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그들은 결국 배가 고프다. 나는 의식이 있는 순간은 늘 배가 고팠고, 잠잘 때도 배가 고팠다. - P332

거식증은 포로수용소다. 잘 교육받은 미국 젊은 여성 5분의 1이 그곳에 갇혀 있다. 수지 오바흐는 거식증을 정치범, 특히 여성 참정권론자들의 단식 투쟁에 비유했다. 그러나 비유할 때는 이미 지났다. 거식증 또는 폭식증 환자라는 것은 곧 정치범이라는 의미다. - P332

1세기 전에는 정상적인 여성의 활동, 특히 여성에게 권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활동을 추하고 병적인 것으로 분류했다. 가령 여성이 너무 많이 읽으면 자궁이 "위축될" 것이고, 계속 읽으면 생식 체계가 무너져 당시 의학적 논평에 따르면 "우리 앞에 역겹고 무익한 잡종이 나올 것"이었다. - P358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뻔뻔해지자. 탐욕스러워지자. 쾌락을 추구하자. 고통을 피하자. 마음대로 입고 만지고 먹고 마시자. 다른 여성의 선택을 받아들이자. 우리가 원하는 섹스를 찾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섹스와 맹렬히 싸우자. 자신의 이상과 대의를 선택하자. 규칙을 깨부수고 바꾸어 우리가 아름답다는 느낌이 확고해지면, 그러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꾸미고 과시하고 한껏 즐기자. 감각의 정치학에서는 여성이 아름답다. -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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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17 0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뻔뻔해지자. 탐욕스러워지자. 쾌락을 추구하자. 고통을 피하자!!!!!!!!!!!!!!!!!!!!!!!!!!!!

단발머리 2022-03-17 13:07   좋아요 0 | URL
목소리를 내자. 요구하자. 따지자!! 나를 먼저 생각하자!!!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 해서 아침 일찍 포스트 하나 올리고 싶었는데, 확진이 추측되는 사람을 35시간 돌보다 보니, 이건 뭐, 내가 더 피곤하다. 나는 저질 체력이다. 이미 고등학교 때 체력을 키워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보다 에너지 소모를 줄여 체력을 비축하는 방법이 내게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아챘는데, 이정도 강도에도 체력이 소진되어 말 그대로 드러누웠다. 정신 차리고 보니 동거인 양성이 확인되었고 부랴부랴 아이들과 검사소로 향했는데, 오후 검진 시작 전부터 저 멀리 멀리멀리 길게 늘어선 줄. 우리나라 사람들 참 착하다.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를 텐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 안 주려고 굳이 나와서 이렇게 착하게 줄을 선다. 날이 따뜻해서 다행이었다. 간만에 다정한 남매 모드에 몰입한 2인은 행복한 대화를 주고받고 나는 아직도 마치지 못한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가열차게 읽어 나간다. (할 일은 미리미리 해두자, 는 소중한 교훈) 드디어 검사소 입장.

 






아침에는 여성의 날 특별기고정희진쌤의 글을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 가슴에 사무치는데 제일 아픈 건, 이걸 사람들이, 남자들이, 이대남들이, 2번남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남성의 이해를 침해하는 집단은 여성이 아니다. 자신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부자들이다. 남성 문화가 생각하는 피해자 코스프레 기득권 여성은 극소수이다. 그들도 나이 든다. 같은 계급에서도, 여성의 나이듦은 남성의 나이듦과 그 원리가 크게 다르다. 가부장제 사회의 성 역할규범에서, 여성은 외모와 나이로 남성은 계급과 지식으로 평가된다. 이를 깨달은 젊은 여성들은 나이 들어 자신의 인격과 시민권이 ‘몸으로 환원되지 않고자 경제적 자립을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남성의 밥그릇을 뺏는 일인가. 남성 실업은 여성의 취업이 아니라 플랫폼-글로벌-유통 자본주의 때문이다.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는 현상은 자본주의 초기부터 있었다. <‘여성을 덜 모욕하는 사회에 투표하자>, 2022. 3. 8., 한겨레>  

 


여성은 역사 이래로 타자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공연한 혐오의 대상이었다. 가부장제하에서 여성에 대한 혐오는 공기와 같아서 여성조차도 그 해악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여성의 적을 여성으로 만드는 힘이 여성이 아니라 사회에 있음을 여성조차 알지 못한다. 어떻게 남성들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오후의 인기 기사는 역시 윤석열의 여성 관련 단문 공약이다. 여성의 날에도 이렇게 공언할 수 있는 그런 무식함, 단호함, 결기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 성차별을 언급했던 이재명 후보나 성평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뚫어내겠다고 밝힌 심상정 후보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여성주의 도서 신간을 정리하고 싶은데 근래 무슨 책이 나오는지 잘 몰라서 단발머리 선정, 두 번 읽어도 좋은 페미니즘 도서로 갈음한다.

 


 









































우리는 우리의 주인이고,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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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08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여성의 날에 뭐를 뿌리는 ㅠㅠ 저도 온통 확진자들에 아침부터 남편과 코를 쑤시고 ㅠㅠ 단발머리님 건강 잘 챙기세요 ~~

단발머리 2022-03-08 18:43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가까이에 왔더라구요, 코로나가요. 코로나 종식 선언이 유행이던데 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미니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요. 좋은 결과 바랍니다^^

수이 2022-03-08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곧 코로나 파국이 닥칩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인이고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소리내어서 두번 읽었어요. 게으름 부리려고 했던 마음의 현이 갑자기 팽팽하게 당겨졌어요!

단발머리 2022-03-17 13:10   좋아요 0 | URL
비타님 우리 같이 힘내요. 3월 8일은 오늘과 다른 날이었네요 ㅠㅠㅠ 슬프네요. 히잉 ㅠㅠㅠㅠ

책읽는나무 2022-03-08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죠?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죠!!
근데 검사소 앞에서도 색연필 들고 책을 읽으셨다니!!!!
정말 저 놀랐습니다.🙊🙊
이래서 단발머리님은 우등생!!! 존경합니다^^
코로나는 엄마들 쉬이 지치게 합니다.
제 지인도 지난 달 아들이 확진되어 일주일간 자가격리 시키면서 따로 밥 차려주고,소독하고,간식 챙겨 주고, 손 소독 하고....정말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저도 지지난 주, 아들이 확진 친구 밀접 접촉자라고 검사하러 오란 연락 받고, 벌써 일주일 다되어 가서 별일 없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암튼 아들을 거의 확진자 취급하면서 방에 감금 시키고, 우리 모두 아들 볼때마다 마스크 쓰고, 입 가리고, 밥 따로 먹이고, 옷 당장 벗어!!! 겉옷 다 빨고, 식기류 따로 설거지 하고, 아빠는 주말에 집에 와야 하는데 혹시나 싶어 집에 못오게 해서 강제 출근 시키고....그렇게 요란 떨면서 이틀 그렇게 했는데도 넘 피곤하고 힘들었어요.ㅜㅜ
나중에 음성 확인 받고 나니 좀 미안터군요. 기분 나빴지??? 해줬어요ㅋㅋㅋ

올려 주시는 책들은 늘 눈여겨 보고 있는데 그 달 여성주의 책 읽어내기 바쁘다 보니...언제 읽을지??? 그래도 이렇게 자꾸 노출시켜 주시면 또 정신 차리고 아~~맞아!!! 되뇌이게 되어 좋더군요^^

단발머리 2022-03-17 13:13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오히려 집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잘 읽히는거 같아요. 예전에도 학교 가는 길에, 출근길에 집중해서 잘 읽곤 했습니다. 확진자가 워낙 많아 오래 줄 설 것을 예상은 했지만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니까 길긴 길더라구요. 그래도 숙제같은 책이 있어서 그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랑 같이 서있는데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느라 바빠서 저 혼자 조용히(?) 책 읽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확진자 폭증이라고 하던데... 책나무님 각별히 조심하세요!!!!!!

독서괭 2022-03-09 0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고생하셨네요~~ 저도 저질체력이다 보니 뭔가 일이 터지면 너무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검사소 대기줄에서도 책 읽으시는 열정!!👍
여성의날 정희진님 글이 마음 아프게 다가오네요. 본인들의 피해와 그로 인한 분노가 대상을 잘못 향하고 있음을 언제쯤 알아채 줄까요.. 그런 날이 오긴 할까요 ㅜㅜ 나오미울프 읽으며 생각이 많아지는데 페이퍼는 못 쓰고 있네요. 저도 빨리 완독해야하는데^^;;

단발머리 2022-03-17 13:09   좋아요 1 | URL
언제 한 번 독서괭님 만나뵈면 누가 더 저질체력인지 다퉈보고 싶어요. 제가 이길거라 확신합니다.

정희진 선생님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우리 같이 하면 좋을 거 같아요. 독서괭님 페이퍼도 기다릴께요.
애들 잘 때 글 쓰시니까 시간이 많이 부족할테지만 그래도 기다릴께요. 아가들아, 얼른 자렴^^

psyche 2022-03-09 0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과 아이들은 괜찮기를. 혹 양성이 나오더라도 가볍게 지나가리를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2-03-17 13:07   좋아요 0 | URL
걱정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가볍게 잘 지나갔습니다. 감사해요, 프시케님^^
 




 












남성과 여성이 하나의 계급으로서 존재한다는 걸 이해하는 건, 아니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다수 집단이며, 남자와 같이산다. 자신이 속해 있는 계급에 따라 각각 다른 생활 양식을 보여주며, 철저히 계급의 이익에 복무한다. 그러한 각각의 여성을 하나의 계급으로 이해한다는 건, 그런 발상 자체는 무척이나 혁명적이다.  

 















계급의 형성은 다른 계급에 속한 사람들을 구분할 시각적 수단을 요구한다. 의복, 장신구 착용 혹은 장신구 없음, 그리고 노예들의 경우 그들의 지위를 나타내는 시각적 표시들 등은 그런 구분을 중요하게 만든 모든 사회에서 나타난다. (『가부장제의 창조』, 247)

 


이성애 가부장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계급, 남녀 간의 구별이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되어야 만이 그에 합당한 대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쉴라 제프리스가 말한 그대로다.

 















미용 관습은 성별 구분에, 즉 성적 지배 계급인 남자와 피지배 계급인 여자를 쉽게 구별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또 단순히 성별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고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쓰이기도 한다. (『코르셋』, 71)

 


성별 차이. 남녀 간의 차이를, 인간은 겉모습을 통해 확인한다. 다른 옷, 다른 형태의 꾸밈을 통해서 남성은 여성처럼 보일 수 있고, 여성도 남성처럼 보일 수 있다.

 


 













『여자다운 게 어딨어』의 저자 에머 오툴의 실험이 극적인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모자와 손으로 그린 수염, 품이 큰 옷을 입는 간단한 남장만으로도 에머는 진짜 남자가 되었다. 삭발한 그녀의 머리를 보고 공격적이라고 추측하는 사람이라면, 긴 머리의 그녀를 수동적인 사람으로 추측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아주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개인은 남성으로 혹은 여성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이런 과도한 구별이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데 있다. 여성이 여성으로 구분되어야 하는 이유, 이를 나오미 울프는 이렇게 표현한다.

 


남성은 어떤 여성이든 그 아름다움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만, 자신에게는 판단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신이 내린 권리로 여긴다. 그리고 그런 권리가 남성 문화에 그렇게 중요한 권리가 된 것은, 예전에 존재하던 남성의 특권 가운데 지금도 검토되지 않고 온전히 남은 유일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147)


 

남성과 여성을 구별했을 때, 그 구분의 자리에서 남성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남성은 그러한 판단의 자리 너머에존재하지만, 여성은 그러한 판단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전화를 세 통화 돌렸다. 찾아가는 서비스. 각자에게 맞춤한 친절 상담. 기본 바탕은 나에 대한 애정과 신뢰. 내 전화를 받고 반갑게 맞아 주시는 사랑하는 언니, 친구, 교회 집사님. 15년 지기 언니에게는 더 주워 올 표가 없는지 물어보고, 뉴페이스 20세 여성의 투표 성향을 체크한다.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했어? 라고 물었을 때 (부끄러워) 차마 말 못 하는 대학 친구. 나랑 같은 마음이면 좋을 텐데, 라는 내 말에 친구는 어색하게 웃고 말았고. 나는 그 애의 마음이 윤석열에게 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종편 마니아였다. , 이를 어쩌나. 후퇴, 후퇴. 집사님, 투표해야지요? , 그러니까요. 근데 전 잘 모르겠어요. 집사님이 이야기 좀 해 주세요. (!! 한 시간도 가능해요!!!!!) 신천지와의 관계, 건진 법사와의 연관성, 주가 조작,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무식함 뿜뿜 대잔치. 토론 보셨죠? , 근데 끝까지 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니까요. 국회의원, 아니 시의원이라도 한 번 해봐야지. 그 사람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더라구요. , 제가 보기에도 그래요. 보고 읽는 것도 잘 못 하던데, 그럼 박근혜 꼴 나는 거죠. , 맞아요. , 이재명이 중학교도 못 가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낙담하지 않고 공부하고 도전하고, 또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정책들을 내놓아서, 거기에서 마음이 좀 가고 그래요. 마지막 인사. 저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흑흑.

 

 

해야 할 일이어서 하고 있지만 피곤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싶기는 한데. 근데 병인가보다. 성별이 계급이라고 쓰다 보니, 이런 기사들이 퍼뜩 스쳐 간다.

 


이재명 : 남녀관계도 일종의 계급 남녀 동수내각 목표

윤석열 : 여성가족부 폐지

 


오늘 저녁 8시 텔레비전 대선 토론은 복지, 인구, 여성 정책을 다룬다. , 바쁜데. 그래도 5년에 한 번이니 봐야 한다. 렛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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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3-02 2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같이 일했던 엄마랑 통화 하면서 이재명 찍으라고… 밭을 갈었어요. 윤은 너무 무식해서 도저히 못찍겠다고 안 찍는다해서.. 구구절절 이재명을 왜 찍어야 하는지 설명했네요….검찰공화국은 안된다고 말은 했는데 먹힐지 모르겠어요!!!

단발머리 2022-03-04 22:40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열일 하셨네요. 할말은 많은데 참 시간은 없고.... ㅠㅠㅠ
걱정되기는 해요. 그래도 기억의집님 노력이 꼭 결실을 맺을수 있기를 바랍니다!! 꼭이요!!!

바람돌이 2022-03-03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선거란건 정말 차선 또는 차악을 뽑는거구나 생각을 많이 해요. 지지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는데 최악을 막으려고 덜지지하는 쪽에 투표해야 되는 마음이 착잡하네요.

단발머리 2022-03-04 22:41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마음 이해합니다. 저도 가까운 분들 중에 그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많아 마음이 무겁고 그래요.
어떻게 해서든 윤짜장은 막아야 할텐데요 ㅠㅠㅠ

책읽는나무 2022-03-03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등생님!!!
여러모로 수고 많으십니다^^
여러 종류의 책 인용문을 어찌 다 기억하시고 매번 리뷰에 기록하시다니...늘 잊고 있다가도 아~ 맞다! 이 책도 읽어야 하지?? 그러면서 놀랍니다. 그래서 우등생님이셔요^^
저는 며칠 전 올케랑 통화하다가 깜짝 놀라 안돼~그러면 안돼~똑바로 찍어야지!!!
부디 시누이의 카리스마가 통해야 할텐데요.
경북쪽에 살고 있어 동생네들이 완전...ㅜㅜ

단발머리 2022-03-04 22:42   좋아요 1 | URL
인용문을 기억하는 건 아니구요. 아, 그 책에 그런 내용 있었는데... 하면서 제가 쓴 페이퍼를 찾아봅니다. 제 자신이, 저의 레퍼런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등생이라고 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책나무님도 열일 하셨네요. 우리의 노력이 꼭 보답되기를 바래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딱 하나인데 말이에요 ㅠㅠㅠ
 





 













똑똑이 친구가 알려줬다, 오늘은 3 2.

새해, 최종의 최종의 최종의 아침.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최종, 최종의, 최종 아침.

 


우리집 아이들이 무언가 더 배우겠다고 새로운 분야에 마구 진출하지 않는 한, 내가 막둥이를 낳지 않는 한 (낳지 않을 예정) 이제 내게 입학식은 몇 번 남지 않았다. , 번개 맞은 것처럼 각성된 내가 어딘가에 입학하지 않는 한 (각성하고 싶다).

 


큰애 졸업식 전날 꽃다발을 사러 갔다. 그날 따라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같이 가게 됐는데 꽃다발을 고르고 이런 작은 플랜카드를 보게 되었다.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 우리 딸 최고’. 생화가 아니어서 그 다음주에 있을 작은 아이 졸업식에도 쓸 수 있겠다 싶었는데 남편이 ‘우리 아들 최고’ 플랜카드는 없냐고 물었다. 아들은… 꽃집 사장님이 말끝을 흐리셨다. 아들은(에게는) 꽃다발 잘 안 하죠? 내가 문장을 마무리해 드렸다. , 저도 아들 있지만... 아들들은 잘 안 하세요. 딸들은… 며칠 전에 오셔서 예약하시고, 딸 꽃다발이 제일 커야 하고, 제일 예뻐야 하고… 남편은 말문이 막혔고 나만 혼자 ‘그죠? 그죠?’를 연발했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나는 미적인 감각이 1도 없으면서 3일 전부터 큰 아이 꽃다발 컨셉에 골몰해 왔는데 내 머릿속에서 그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고작 결론은 그래, 핑크톤으로 가자정도였다. 나만 그렇지 않다는 것, 딸 가진 엄마들 마음이 다 똑같다는데 나는 왠지 안심했다. 꽃은 남편이 골랐는데 사장님도 강력 추천하셨던, 요즘 가장 핫하다는 샤넬꽃. 남편이 한 번 더 이야기해서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 우리 아들 최고’ 플랜카드를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큰애 졸업식 때 쓰고, 작은 애 졸업식 때 썼던 그 꽃다발을 오늘 또 들고 나왔다.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입학생들에게 축하를!

오늘에서야 새해를 시작하는 모든 지각쟁이들에게 화이팅을!

아직도 2월의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커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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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3-02 14: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딸아이 졸업할 때 꽃다발 너무 고민했고 결국 하나로 해결이 안 되어 두 개!! ㅎㅎㅎ 색 컨셉과 꽃 컨셉,, 그런데 정작 큰아들 졸업엔 저는 준비 안 하고 주변에서 다들 던져주던. ㅎㅎㅎ 암튼 두 자녀분들이 다 졸업을 하고 있을 예정, 그러면 입학도 곧 이어지겠군요. 어쨌든 두 자녀분들이 한 단계를 마무리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축복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라로 2022-03-02 17:04   좋아요 2 | URL
저 지금 일하는 중인데 이 꽃다발 사진을 제 동료 두 명에게 보여줬더니 넘 이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은 트랜드를 이끄는 나라가 된 것 같다고요. 샤넬 꽃이라니요!!

단발머리 2022-03-04 22:45   좋아요 1 | URL
꽃다발 두개 하셨다는 말씀에 감동받았어요. 역시 딸아이 졸업식이라고 하셔서 그것도 반갑고요. 저도 라로님처럼 두 개 했으면 됐을텐데 괜히 고민했네요 ㅎㅎㅎ
이 꽃다발이 비누꽃이라... 사실 저는 생화로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아롱이 꽃다발 안 사려고 일부러 그렇게 했는데 의외로 예쁘더라구요. 사진에 언뜻 보이지만 불도 들어옵니다. 3단계로요. 트렌드를 선도하는 자랑스러운 나라여서 매우 기쁘네요.
좋은 말씀 감사해요, 라로님^^

페넬로페 2022-03-02 15: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졸업은
어떤 한고비를 그래도 무탈하게 넘어왔구나!
가 아닐까해요~~
그렇게 잘 커준 단발머리님의 아드님과 따님에게 축하를 전하고
멋진 출발 하기를 기원해요^^
그 와중에도 열독하시는 단발머리님께도
수고 하셨다는 말을 전합니다**

단발머리 2022-03-04 22:48   좋아요 1 | URL
네네 맞아요, 페넬로페님!!
무탈하게 그 과정을 마친 것만으로도 고맙지요. 근데 자꾸 뭔가를 바라는 이 욕심쟁이 부모의 마음 때문에 부모가 제일 괴롭다고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 2월 책인데 아직도 읽고 있지만 수고한다는 말씀도 감사드리고요!!!

다락방 2022-03-02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졸업도 입학도 축하합니다. 그리고 밀린 책 읽으시는 것도 응원 놓고갑니다. 우리 모두 계속 전진합시다!

아, 그리고 단발님이 직접 입학하시게 된다면 꽃다발 사들고 가겠습니다. (진지)

수이 2022-03-02 16:02   좋아요 2 | URL
제가 하려던 말 먼저 하셨어요! 락방님.

단발머리 2022-03-04 22:50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밀린 책 읽기가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생각보다 훨씬 책이 좋은데 마음이 급한 것 있죠. 제가 함 얼른 읽어보겠습니다 ㅎㅎㅎㅎ

제가 다락방님 꽃다발 선물 받아본 사람으로서, 또 꽃다발과 다락방님 실물 영접을 위해....
어디든 무조건 가까운 시일내에, 입학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진심)

단발머리 2022-03-04 22:50   좋아요 1 | URL
비타님, 꼭 같이 오셔야 돼요!!!

새파랑 2022-03-02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3월 2일이군요~! 자녀분의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단발머리님 사진도 멋지고 꽃도 멋지네요~! 요새 입학식은 낭만이 있는거 같아요 ^^

단발머리 2022-03-04 22:51   좋아요 2 | URL
입학 축하 감사드립니다. 막둥이라 그런지 감회가 새롭고 그렇네요.
꽃이 멋져서 제가 재주가 없는데 사진이 예쁘게 나왔네요^^

수이 2022-03-02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느 친구가 알려준 새로운 사실인데요 단발머리님 3월2일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새해 첫날과 같은 비중의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3월2일 오늘부터 새해 첫날 그 마음으로 모든 이들의 새로운 출발 응원해도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는 거 없이 벌써 2022년 두 달을 그냥 보내버렸어 하고 울상을 지었는데 끙 하고 앓던 제 주름살이 모두 다 오늘 아침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롱아 입학 축하해. 튼튼하고 건강하게 밝게 고등학교 3년 생활을 마음껏 즐기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저기 위에 어떤 분이 말씀하신 거 제가 하려고 했는데 놓쳐버렸습니다. 그래서 단발머리님이 입학하시게 된다면 꽃다발 사들고 가신다는 분 팔짱 끼고 저도 같이 가도록 하겠습니다. (진지) 밥은 제가 사겠습니다. (진지)

단발머리 2022-03-04 22:55   좋아요 1 | URL
아롱이는 집 앞 중학교를 다녔더래요. 언덕길이기는 한데 걸어서 5분 정도 걸렸죠. 지금은 학교 도착 시간도 빠르고 통학 시간도 꽤나 걸려서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코로나로 학교를 가는둥 마는둥 하다가 학교 가려니 교복 입는 데도 하세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있답니다. 그 김에 저도 어딘가에 꼭 입학하고 싶네요. 메뉴는 비타님이 정하세요, 전 한식, 양식, 중식, 지중해식 커버 가능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3-02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그러고 보니 울집에도 딸 둘이가 입학을 했네요?ㅋㅋㅋ
요즘은 코로나 시대라 졸업을 하는 건지?
입학을 하는 건지??
암튼 요즘 어찌나 정신 없이 시간을 보냈던지..어제 애들이 오늘 학교 가는 것까지 깜빡해서..오늘 아침 겨우 교복 다려 입혀 보냈네요. 전 오늘 아침 애들 한 번 안아주고, 앞으로 영광이 있으라~토닥여주고 땡!! 했어요.ㅋㅋㅋ
꽃다발 정말 멋지군요?? 저것이 샤넬꽃이라구요? 우와~
암튼 아롱이 다롱이 졸업과 입학을 축하합니다^^
아롱이 다롱이 앞날에도 무한한 영광이 깃들길요~♡

단발머리 2022-03-04 22:58   좋아요 2 | URL
졸업식은 아예 학부모 입장이 안 되었는데 입학식은 (안 왔으면 하지만 오실려면 오셔라) 하는 분위기라서 저는 굳이 가보았습니다.
근데 학부모님들 많이 안 오셔서 학부모 대표 느낌이었어요. 하하하하하.
책나무님 인사법 너무 좋은데요. 한 번 안아주고 앞으로 영광 있으라!! 저도 내일부터 (아, 내일 토요일이군요) 월요일부터 한 번 실천해 볼께요. 귀한 쌍둥이들에게도 앞날에 무한한 영광이 함께하기를!!!

유부만두 2022-03-02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롱이 다롱이 졸업과 입학 축하합니다.
딸 아들 다 최고로 멋지고
그 엄마 단발머리님도 최고!!!

네, 우리 엄마들의 새해가 드디어 밝았습니다.
첫 두 주는 익숙한 줌이라서 눈물이 좀 납니다만 그래도 씩씩하게 자가진단 앱을 켜면서 하루를 시작했어요. 전 연말부터 영 책을 못/안 읽고 있는데요. 눈이 침침한 탓도 있어요. 그리고 하아… 세상이 다 싫고요.
그래도 기운 내야겠지요??

책읽는나무 2022-03-03 10:28   좋아요 2 | URL
만두님의 막둥이 아들 아가 입학도 축하드려요^^
근데 바로 줌 수업이에요?ㅜㅜ
저흰 어제 한 명은 점심도 안먹고 바로 오더니 오늘은 밥 나온대서 다행이다~했다니 오늘 나머지 한 명이 밥 안나온다고~~급식실 아주머니 몇 분이 확진되셔서...
요즘 저도 정신 없네요^^

단발머리 2022-03-04 23:01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님댁 막둥이에게도 축하를 전합니다. 예쁜 교복컷이 좀 보고 싶고요 ㅎㅎㅎㅎ

배정되고 알았는데 이 학교는 줌을 안 좋아한다고 그래요. 아롱이는 부지런히 등교하고 있습니다.
눈이 침침한 경우 루테인을 권합니다. 전 요즘에 좀 괜찮다고 안 먹었더니 저도 눈이 침침하고 그렇습니다.
루테인도 드시고 홍삼도 드시고 보약도 드시고, 얼른 기운내세요!!!

단발머리 2022-03-04 23:03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전 친구랑 통화하는데 그집은 고등학생이 오전 수업하고 온대요. 점심을 집에서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게 무슨 일이냐며. 유치원생도 밥 먹고 오는데... 하면서 한숨의 대화를 나눴답니다.
책나무님도 힘내세요! 요즘 여기저기 확진자가 많아서... 흐미...

mini74 2022-03-02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희 아이 꽃다발 뭐로 하지? 했더니 초등땐 먹는 걸로 해주세요. 고등땐 돈으로 주심 안돼요? 그럼 사진 찍을땐 아떡하니 했더니 친구꺼 들고 찍음 된다고 ㅠㅠ 그렇습니다 네 ㅠㅠ 단발머리님 자제분들 졸업 입힉 축하드려요. 꽃도 너무 예쁩니다 ~

단발머리 2022-03-04 23:04   좋아요 1 | URL
친구꺼 들고 찍는 것도 완전 환영입니다. 아롱이 졸업 때 보니 남자친구들은 꽃 들고 있는 친구가 거의 없더라구요. 여학생들도 예전만큼은 아니구요. 그 많던 꽃가게 사장님들은 다들 어디로 가셨을까요? ㅠㅠ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

기억의집 2022-03-02 2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월 빠르죠. 알라딘에 처음 시작했을때만해도 알라디너분 자녀들이 초등학생이었는데.. ㅎㅎㅎ 졸업입학 축하드려요!!!

단발머리 2022-03-04 23:05   좋아요 1 | URL
네네 맞아요. 안 그래도 예전 글 보니 제가 아롱이 중학교 입학하고 쓴 글이 있더라구요. 3년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 버렸습니다.
축하 말씀 감사드려요~~~~

바람돌이 2022-03-03 0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둘째 고등학교 졸업식은 학교에 오지도 못하게 해서 혼자서 대충 하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꽃다발도 안샀다는.... 대학 입학식도 오늘이었는데 아무것도 안사줬군요. 저말고 용돈 준 사람 많아서 그걸로 퉁치자하는....ㅠ.ㅠ 단발머리님 준비한 꽃다발 보니 급반성!! ㅠ.ㅠ

단발머리 2022-03-04 23:07   좋아요 1 | URL
저희도 고등학교 졸업식은 오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굳이 가서 학교앞 커피숍에 죽치고 있었더라는 ㅠㅠㅠ
용돈 준 분들이 많은 바람돌이님 자녀분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역시나 꽃보다는 봉투죠.
반성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꽃다발은 저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2-03-04 04: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서는 입학식이 없더라고요 (사립학교는 하는 거 같던데) 입학식 없이 첫날 바로 정상수업. 초중고 뿐 아니라 대학교 입학식이 없었어요.(역시 사립대학은 입학식이 있다고도 하더라고요) 입학보다 졸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나 싶기도 한 게 우리는 학번이 들어간 해를 말하잖아요. 미국에서는 졸업연도를 말해요. 그러니까 class of 2022 라고 하면 2022년에 졸업을 했다는 말이죠.

암튼 따님과 아드님의 졸업과 입학 축하합니다! 꽃다발도 너무 이쁘네요.

단발머리 2022-03-04 23:11   좋아요 1 | URL
저희도 입학보다는 졸업식이 중요한 분위기기는 해요. 근데 저희 조카가 이번에 초등 입학인데 학부모님들 오시지 말라고 했대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넘 서운한거에요. 와, 초등 입학인데 엄마 아빠가 보지 못하다니.... 참.... 안타까운 코로나 세상입니다.
미국에서는 졸업연도를 말하는군요. 저희는 학번으로 말하니까요. 근데 프시케님이 ‘우리는‘ 이라고 하시니까 진짜 프시케님은 ‘우리팀‘ 같아요. 미국 아니고 우리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 말씀 감사드려요! 이렇게 애들이 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