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영화 '더 셰프(Burnt)'를 보았다.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하기 위한 영국 셰프의 분투기-랄까.

원제 'Burnt'는 '탄, 갈색의'라는 뜻으로 불을 다루는 요리사의 운명을 좀더 선명히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일본에도 제법 많은 미슐랭 레스토랑들은,

사실 1스타나 2스타를 따기는 쉽지만 3스타는 꽤 까다로운 것으로 안다.

 


모든 것을 망쳐버린 경험이 있는 셰프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가 레스토랑을 새로 오픈하고

함께 일할 동료들을 구하고, 메뉴들을 개발하고, 3스타에 도전하기 위한 난관을 헤쳐나간다.

그 가운데 화려한,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나올 법한 요리들도 눈요기로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므로, 영화는 요리 외의 스토리라인-로맨스나 질투, 화해, 동료애-에 더 충실하다.

아담 존스의 요리가 트렌디한 저온조리(수비드)법이나 분자요리와 미니멀리즘이 아닌,

전통적인 버터 듬뿍 칼로리 듬뿍의 프렌치 요리를 추구한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굴껍질을 10만 개 따면서 표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고(주방의 노동에 대한 경의랄까)

미슐랭 별을 주는 비밀 고객은 남자 둘이 같이 오고 생수와 와인 반 병을 주문하며, 코스와 단품을 같이 시킨다-는 속설을

다루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책이 하나 있는데, 빌 버포드의 <앗 뜨거워(Heat)>.

1997년 해냄에서 출간된 이 책은 뉴요커 기자 출신 저자의 셰프 체험 논픽션이다.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는 건 사실 불을 다루는 것과 동의어라, 셰프들은 자잘한 화상을 달고 산다고 들었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요리 뒤에 숨은 요리사들의 격한 노동의 세계를 다룬 책이다.

 

리처드 랭엄의 <요리 본능>도 같이 읽으면 좋다.

요리와 인문학을 결합시킨 이 책은, 불을 사용한 요리를 인류가 언제 왜 시작했는지를 다룬다.

'불로 요리하기'가 인간과 침팬지를 가르는 기점으로 보고 인류의 진화를 다룬다.

제목을 자극적으로 지었지만,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안 나오니 참조하시고.

 

비슷한 책이지만 좀더 주방에 집중하는 <포크를 생각하다>에서도

불을 사용해 요리하는 것이 얼마나 혁명에 가까운 일인지 역설하는 것을 보면

'불'과 '뜨거움', '요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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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삼시 세끼 속에 숨겨진 맛을 이야기하다
히라마츠 요코 지음, 이은정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산다는 일은 하루 세 끼 밥을 챙겨먹는 일의 연속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그렇다. 엄마가 밥을 챙겨줄 때는 몰랐으나, 밥을 지어 먹이는 입장이 되면 더 절실하다.

그래서 주부들은 누군가 제대로 차려준 밥상을 그리워한다. 단지 근사한 브런치나 외식으로 해결 안 되는.

 

그래서 "산다는 건 잘 먹는 것"이라는 제목은 눈을 확 끈다.

그렇지, 단순한 진실 선언.

이 책은 먹는 문제를 다룬다기보다는, 음식을 담는 그릇과 주변 도구들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책이다.

디테일에 강한 일본인들의 성향을 반영한.

별 특별난 이야기 없이 슬슬 써내려간다.

작은 접시(콩접시), 젓가락 받침, 간장 종지 같은 것들에 대해.

아쉬운 점은 사진 자료가 좀더 풍부했으면 하는. 저자가 가진 그릇들도 꽤 있을 텐데 많이 보여주지는 않는다.

감추고 빠지는 느낌이 좀 아쉽다.

 

한번 읽고 족한 책이어서 소장용으로는 물음표다.

그래도 가끔 아 하게 만드는, 감각적인 문장들은 좋다.

 

 

 

 

 




흰색이라는 색이 의외로 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완벽한 흰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의 흰색, 젖의 흰색, 다 타버린 재의 흰색, 진주의 흰색, 크림의 흰색, 누에고치의 흰색, 면의 흰색, 아침 안개의 흰색, 두부의 흰색, 석고의 흰색 등. 이처럼 서로 다른 흰색은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조용하게 띠고 있다.




"이 작고 귀여운 것을 지금 당장 내 걸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일단 손에 넣으면 이미 다음 것을 찾고 있다. 뱃속에서 욕망이 멋대로 소용돌이치고 내 콩 접시 찾기는 끝이 없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접시가 각각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아저씨는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간장은 말이야, 아주 조금만. 향만 살짝 주는 거야."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게 아니다. 향을 더할 뿐이다. 그것이 맛을 내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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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를 생각하다 - 식탁의 역사
비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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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Consider the Fork: A History of How We Cook and Eat.

저자인 비 윌슨은 영국의 역사가이자 음식 평론가다. 김명남 선생이 번역했으며

<가디언>, <인디펜던트> 2012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음식 문화, 특히 식탁 주변의 도구들을 다루고 있는데, 보기보다 훨씬 재미있다.

음식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갖고 노는 느낌이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게 많으면서도 흥미진진, 책장이 넘어간다. 논픽션의 덕목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건 단순히 지식을 그러모으는 것을 뛰어넘어, 저자의 상상력이 발동하느냐다.

 

삶는 것은 가장 따분한 방법으로 간주한다. 아마 옳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한 형태로서 삶기는 결코 뻔하지 않다. 냄비는 요리의 가능성을 변혁시켰다. 무엇인가를 액체에 담가 끓인다는 것은 불만 쓰는 것에 비해서 장족의 발전이었다. 우리는 냄비 없는 부엌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이 기초적인 기구에 달려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한다. 냄비는 먹을 수 있는 재료의 폭을 엄청나게 넓혔다. 냄비가 없을 때는 유독하거나 소화하기 힘들었던 식물들이 몇 시간 끓이게 되고부터는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바뀌었다. 냄비는 단순한 가열에서 요리로의 도약을 뜻한다. 29p

평생 찬물만 본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데워서 요리에 쓴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물과 불은 상극이다. 당신이 땔감을 모으고 부싯돌을 비비고 장작을 쌓아서 몇 시간 만에 겨우 불을 붙였다면, 그 귀중한 불꽃 근처에 물을 가져가는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쉽게 점화되는 레인지와 전기 주전자를 거느린 우리에게는 끓이기가 더없이 시시한 활동으로 보인다. 우리는 냄비에 익숙하다. 그러나 평생 무엇인가를 끓여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끓는 물에 요리를 하는 행위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다음번 발전단계로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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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Coffee 어바웃 커피 어바웃 시리즈 1
쇼노 유지 지음, 박문희 옮김,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 디자인이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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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커피 관련 책은 여러 권 읽어봤지만.. 이 책은 새롭다. 심플한 일러스트와 손 안에 쏙 들어오는 편안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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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홋카이도 (2017 최신정보) - No Plan! No Problem! 인조이 세계여행 13
정태관.박용준.민보영 지음 / 넥서스BOOKS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북해도 여행을 갈 뻔했다, 이번 여름에.. 그냥 읽기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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