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이승진 옮김 / 향연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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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갱들이여
작년 가을 고등학교 때 선생님을 뵈러 부산에 갔었다.
가는 길, 기차 안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의 작가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작품이다.
읽으면서 커트 보네거트와 백민석을 떠올렸다.
전작 <우아하고 감상적인..>은 좀 덜 그랬었다.

적당한 비현실. 초현실이 아닌. 그만의 월드.
뚱뚱보 갱의 대사 중 사탕 묘사하는 대목은 박력이 느껴진다.
장난 같지만 진실이 느껴진다.
'핍진성'이라는 대학 시절 줏어들은 단어가 떠오른다.
그래, 그 핍진성.

밑줄긋기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박하사탕입니다. 계피사탕은 천사의 맛이 납니다. 박하사탕은 반수신半獸神의 맛이 납니다. 두 가지 사탕에 공통적인 것은 모험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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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7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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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은 친구가, 망년회 하는 날 푸른 표지를 싸서 선물해 준 책이다.
뒷장 속지에는 2004년을 보내는 메시지도 적혀 있었다.
이런 선물, 손으로 느껴지는 질감 오랜만이라는 생각 들었다.
그래서 이 친구를 평생, 만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탈로 칼비노라는 이태리 작가의 작품으로, 민음사 세계문학 107번이다.
열 두 살에 나무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은 소년 이야기인데
풍자 문학답게 재미나게 읽히지만 남는 뒷맛은 쓰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산다면 어떨까"라는 순진한 질문을 할 게 아니라,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하고 시대 배경을 생각해보아야 하나.
아니, 그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살면 어떨까, 맴맴 돈다.
꼭 나무 위가 아니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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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사랑
마이클 커닝햄 지음, 김승욱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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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커닝햄, [세상 끝의 사랑], 생각의나무
이 책 역시 영화로 만들어져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좋은 소설을 읽고 나면, 영화로 보기 두려워진다.
이 소설도 그러하다. 일주일 내내 빠쪄 있었다.
영화화하기 좋은 소설이다. 읽으면서 거의 모든 장면이 그려진다.
누군가는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들이 그렇다고 했는데, 마이클 커닝햄도 마찬가지.
바비, 조나단, 클레어 세 사람의 사랑은 비정상적이나 아름답고 부서져 있고 아프다.
그들의 내면이나 가족사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모호하지만 날카롭달까.
그런 힘이 느껴진다.
소설에는 게이 주인공이 나오는데, 저자 역시 게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미국대륙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P.S. 세월
이 사람 책은 'The Hours'라는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고,
원작 '세월'을 사서 읽었던 것 같다.
아니,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러 갔던가, 확실치 않다.

인생의 아이러니가 느껴지면서도 지적이고 끈적이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과 '댈러웨이 부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세 여인이 주인공인데, 공통점은 모두, 뭔가 세상과 동떨어져 있고 슬픔이 내면화되어 있다는 것.

젠장, 다 그렇지.
내 삶 어딘가도 망가져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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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07-09-0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영원한 남편 외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정명자 외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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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책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읽은 게 전부다. 죄와 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백치 정도..

이 작품은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었다. 여행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기도 하고. 중년의 독신 귀족이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의 남편을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엉망진창 소동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그가 사랑했던 여자는 이미 남편이 있었고, 그 여자는 그러한 관계를 여러 차례 맺고 있었지만 그 남편은 짐작조차 하지 못하다가, 여자가 죽자 편지들을 보고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영원한 남편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여자의 한 부속물로서만 살아왔던 그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광분에 빠진다. 게다가 자신이 존경했던 이 독신귀족조차 그녀와 그런 사이였다는 사실에 거의 패닉 상태가 된다.

인간성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돋보이는 장면들에서 너무나 현대적인 작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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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통신
배수아 지음 / 해냄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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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도, 고려원에서 나온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라는 책을 접하고.. 첫 감상은 무슨 문장이 이래? 였다. 비문에다가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 헛갈리는 이상한 단어들.
배수아, 이름도 가볍고. 그러다가 다시 그 책을 읽게 되었을 때, 나는 먼지나는 국도변에서 익지 않은 푸른 사과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종이봉투에 사과를 담아주는 장면의 생경함에 매료되었다. 종이봉투라니.. 까만 비닐봉지가 아니라..

영원히 그 주변의 국도변에서 어슬렁거리는 운명을 타고난 것 같은 덜 자란 어른들이, 배수아의 소설에는 반복해서 나온다. 그 후로 여러 장편과 중단편을 읽었지만, 가장 훌륭한 중단편집으로 나는 바로 <심야통신>을 꼽는다. 길 잃은 아이를 잡아먹는 늑대의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하는 등 다소 과격한 묘사들도 등장하는 이 소설집은 배수아다움이 가장 꽃핀 작품집이 아닌가 싶다. 데뷔 시절보다는 문장이 다듬어지고, 글이 무르익은 최근의 건조함보다는 수분이 많은, 그래서 배수아를 처음 읽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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