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0권 박스 1 세트 (빨강) - 전10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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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장가치 있는 문학전집 세트로군요, 빨간 케이스가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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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병실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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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의 초기작 4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이 책을 읽고 난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관능적이다'라는 것이다. 인간의 육체나 오감을 이토록 정밀하고 관능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작가는 드물다. 특히 이 작품집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그러한 문장이 튀어나온다. 

혀와 이와 침이 서로 얽히는 눅눅한 소리가 그의 안쪽에서 들려온다. 대단히 육체적인 소리다. -'완벽한 병실' 

한 모금의 야채주스를 마셨다. 혀의 표면에 거칠거칠한 채소 섬유가 남았다. -'호랑나비가 부서질 때' 

나는 무화과 가지를 꺾어 그 단면에서 나오는 희고 불투명한 즙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으로 만지면 생각보다 훨씬 끈끈해서 손끝에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다이빙 풀' 

나는 스케치북 한가운데에 눈짐작으로 2.5센티미터쯤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종이와 연필심이 마주치는 소리가 날 듯한 단단한 선이 그려졌다. -'식지 않는 홍차'

이 문장들은 모두 무작위로 페이지를 펼쳐 뽑은 것들이다. 이러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우리 일상의 시간들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에 빠진다. 그리하여 이 소설의 장면들은 '마치 정지된 표본' 같고 '무균의 하얀 병실' 같다. 스토리가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서성거림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국내 출간된 이 작가 작품은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 역시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약지의 표본>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 <완벽한 병실>도 베스트3 안에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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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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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에 대해 난 편견이 있다. 이 대구 출신 작가를 좋아한 지도 20년이 넘어 간다. 고등학생 때 읽은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라는 시집으로, 대학입학 시험을 치른 날 읽은 <아담이 눈뜰 때>라는 소설로 시작된 오랜 편견. 

10년 만에 내는 소설이라 반가움이 앞섰지만 '우익 청년 탄생기'라는 출판사 홍보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아 좀 묵혀뒀다 주문을 넣었다. 받아보니 랜덤하우스 책 치고는 책의 모양새가 괜찮네. 흑백의 배경에 마젠타색 타이틀, 길게 펼쳐지는 독특한 표지 제본.  

한때는 동성애, 사도마조히즘 등 너무 센세이셔널한 소재들을 소설로 써대서 검열을 당하기도 했던 그. 이번 작품은 그에 비하면 참 온건하다. 그리고 가장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책은 참 쉽게 읽힌다. 안정된 문장에, 인물을 알레고리화하여 묘사하는 능력, 금과 은이라는 주인공들의 운명이 궁금해 손에서 책을 떼기가 힘들다. 그리고 간간히 장정일다운 설정(여전한 동성애 묘사 등)도 흥미롭다. 

'구월의 이틀'이라는 제목은 류시화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소설 속에 묘사된 현대문학 강의 첫 시간. 인간이 긴 인생을 살아가지만 의미있는 시간은 구월 중에 단 이틀이라는, 청년기의 중요성을 압축해서 묘사한 부분에 공감이 갔다. 은의 명석함을 보여주는 데 유의미한 장면이기도 했고. 금과 친구가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금과 은의 '구월의 이틀'은 이제 끝나버린 것이리라. 용광로 속에서 끓어 굳어진 형태로 뱉어내진 이후, 남은 인생은 굳어진 채로 그들은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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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 지식여행자 4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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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는 러시아어 통역사인 일본인으로, 어릴 적 프라하에서 공산당원인 아버지를 따라 생활한 적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경험과 공산권 국가에 대한 관심을 살려 쓴 소설이다. 작가의 에세이는 좀 읽었지만 소설은 처음. "소설가로서의 재능도 있을까? 재미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올가라는 프라하 러시아학교의 무용 선생. 그녀의 삶에는 대체 무슨 비밀이 숨어있었던 걸까. 과거와 현재, 회상과 추적을 교차하는 형식으로 쓴 이 책은 그다지 재미없어 보이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있었다. 추리소설 기법과 논픽션 같은 분위기, 역사소설이 짬뽕된 이 책은 에세이스트의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참 좋은 작품이다.  

러시아 강제수용소에 대한 묘사에서 가장 끔찍했던 건 그게 몇 년이든 수용된 세월 동안 매끼니를 멀건 죽과 딱딱한 빵만 배급되었다는 사실. 음식에 대한 그 빈곤한 상상력이라니. 영화 올드보이의 원작인 일본만화 <올드보이>를 보면 한 남자를 가둬놓고 몇 년 동안 짜장면만 먹인다. 세상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고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아, 그렇게 먹으면 정말 미쳐버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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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자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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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라는 작가의 소설을 접한 건 대학 때였다. 서가에 꽂힌  문학과지성사 간 <유년의 뜰>을 펼쳐본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 1993년 9쇄 발간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무척 여성적이면서도 부서질 듯한 세계, 그것이 내가 받은 인상이었고 그녀는 나의 베스트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십여 년을 읽지 않다가 작가의 신작 소식을 접했다. 망설이지 않고 주문하여 받아든 책은 (인식하지 못했는데) 랜덤하우스코리아 간이다. 상업적인 분위기를 풍겨서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출판사. 표지를 벗기니 촌스러운 분홍색의 성의없는 속책이 드러난다. 역시나,랄까. 

소설이라고 하기엔 정말 짧은 이야기 25편이 실려 있다. 이런 걸 엽편소설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이렇게 짧은 이야기 속에 '인생의 한 장면'을 놀랄 만큼 압축적으로 담았다 싶은 단편도 있고, '어 이렇게 끝나나' 싶은 아쉬운 단편도 있다. 일상의 지루함을 이렇게 잘 묘사하는 작가도 드물 거다. 오랜만에 잘 숙성된 작가의 입맛 당기는 글을 읽어서 행복했다. 예전부터 이 작가 단편에 강했다. 아니, 장편을 쓴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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