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국가를 말하다 - 공화국을 위한 열세 가지 질문
박명림.김상봉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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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가를 벗어나 살지 못하고 있으면서 국가를 처음부터 주어진 존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에게는 국가를 선택할 권리가 없고, 국가를 변화시킬 능력도 없으며, 국가는 나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거대한 존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되어 있다. 즉 국가는 우리의 외부에 존재하지 않고 바로 우리들 자신이 구성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헌법 1조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민주공화국에서, 공화국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나라를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가는 당연히 헌법에 있는 공화국이며, 공화국이 왜 지금 문제가 되는지, 공화국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어떻게 존재해 왔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이러한 공화국의 개념에 대해 두 학자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공화국이란 법치와 공공성이 기준이라는 김상봉 교수와 공화국에는 공공성(공준), 자기 결정의 원칙인 인민주권, 그리고 법의 지배, 균형과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견제와 중용이 기본이라는 박명림 교수의 이여기가 상호보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공화국의 개념에 맞는 나라를 형성한다면 복지국가 논쟁은 이 공화국의 개념안에 포함이 되고, 진보집권 플랜에서 주장했던 많은 사항들이 공화국의 내용을 이루는 정책으로 포함될 수 있다. 

즉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사회민주주의니, 시장자본주의니 이러한 개념들을 정치화 하는 작업보다는 우리 헌법에 나와 있는 공화국이라는 개념을 기본으로 삼아,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나라를 건설하자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 시민의 권한과 책임, 정치, 법, 경제, 교육, 다문화, 분단과 통일에 대한 문제들을 각론으로 각가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공화국에서는 당연히 국민이 아니라, 시민이 개별주체로서, 서로주체성을 형성해나가야 한다는 김상봉의 주장도, 공적 문제에의 참여와 절제와 배려, 인간적 사회적 차별 금지, 즉 평등의식이 바로 시민의 권한과 책임이라는 박명림의 주장도 모두 공화국을 형성해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즉 공화국은 시민 개개인이 주체성을 지니고, 국가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생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로 나아갈 수 있고, 이 정치가 현실 원리라면 보편원리라 할 수 있는 국가 권력에서 독립한 법치까지 나아가며, 자연스레 시장경제가 아닌 민주주의를 통해 시장을 통제하는 사회가 즉, 시장화와 사회화의 결합을 통한 인간화의 길이 바로 공화국이라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간다. 

이런 공화국을 건설하는 주체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니, 교육의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복마전처럼 얽혀 있는 교육문제에 대해 이들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하나, 문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감을 지니고 교육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세계로 향한다. 이미 우리는 단일국가로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세계화, 공화국에서 세계 시민으로 살기 위해서는 다문화 문제, 즉 차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분단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공화국을 만들 수 있고, 우리는 공화국 시민으로서 공화국에 권한과 책임을 지니며 또한 세계 시민으로서도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한 세상에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읽으면서 조국과 오연호의 대담집인 "진보집권플랜", 이창곤이 쓰고 엮은 "우리는 어떤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은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그리고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또 "복지국가 스웨덴" 등의 책이 생각났다. 이 책들이 각자 각론을 주장하고 있다면, "다음 국가를 말하다"에서는 이들에 대한 총론으로 우리가 원하는 나라는 바로 공화국이라고, 그 공화국은 이러이러한 요소들로 형성되어 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각이 종합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좋았다고나 할까.  

이 책의 저자들 말대로 나라는 만남에서, 온전한 만남에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나라를 이미 존재하는 불변하는 존재로 보지 말고, 내가 또다른 나인 남과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가 형성해가는 나라임을 명심하고 이 만남의 자장을 더더욱 넓혀가는 자세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이 놈의 옥의 티... 

이런 책에선 작은 실수가 큰 티를 남길 때가 있는데, 이 실수는 무시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169쪽의 1876년의 동학농민전쟁, 이건 1894년 동학농민전쟁이라고 바꿔야 한다. 아마도 편집과정에서의 실수이리라. (초판 1쇄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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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수사학
제이슨 델 간디오 지음, 김상우 옮김 / 동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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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은 습관을 바꾸고, 습관은 운명을 바꾼다고 할 수 있으려나. 

이 책을 읽으면 위의 말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말이 꼭 우리가 생각하는 말을 의미하지는 않고, 글과 말과 몸을 의미한다고 보면, 결국 말을 바꾸면 생각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 사람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급진주의자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가 바로 수사학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런 말이 있었지. 머리 속에 아무리 좋은 생각이 들어있어도 표현하지 않으면 똥에 불과하다고. 

급진주의자들이 아무리 올바름을 견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생각을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있으나마나한 올바름일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더라도, 급진주의자로 불릴 수 있는 정당이나 노동조합을 보면, 이들의 주장이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외치는 구호가 구호로만 남고, 대중들은, 아니 그들의 말대로 민중들은 그들과 동떨어진 상태에서 그들의 행동을 관망하거나 아니면 냉소적인 태도로 대하거나, 이를 넘어서 오히려 자신들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집단을 지지하기도 하고 있지 않은가. 

이를 대중들이, 민중들이 아직 깨우치치 않아서 그렇다고 책임을 민중에게 전가한다고 해서 해결되겠는가. 

이 책의 저자인 간디오는 책임이 급진주의자에게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급진주의자들이 자기들의 주장을 제대로 전달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얻고, 대중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사학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뭐야, 순간 반감이 들기도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결국 자신들의 생각을 어떻게 전달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변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고 행동을 하다가는 얻을 것이 하나도 없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나라 급진주의자들의 행동이 그렇지 않은가.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던가. 그들의 주장이 백번 옳더라도, 그 옳음이 그냥 옳다로 끝나고 나하고는 상관없다는 인식만을 주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급진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대중들에게 관철시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전략이 바로 수사학이라고 간디오는 말하고 있다. 

수사학,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내 주장을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으면 그게 바로 수사학이다. 글로든, 말로든, 몸으로든,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하고, 상대를 설득하여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방법, 수사학, 이 수사학을 마련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급진주의자가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아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만들어가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잣대가 되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그러한 수사학을 개발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따라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끝내서는 안되리라. 그렇다고 수사학을 현학적으로 배울 필요는 없을테고, 다만 급진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를 공부할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글, 말,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이미 광고에서 다 다루고 있는 내용이지 않은가?  

광고주와 광고를 보는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켜 나가는 광고는, 단지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없어져야 하는 대상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이 광고에서 표현의 힘, 표현의 방법 등을 배운다면, 급진주의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고, 행동을 바꾸는데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말을 당연히 중심이 없는 운동, 다양한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운동을 해나가는 집단이 급진주의자들이니 진보는 분열이 있어야 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분열이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인 어감을 우리가 많이 듣던 한자어로 이 말을 바꾸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가 아니라 '진보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라는 말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  

큰 틀은 함께 하되, 작은 부분에서는 자신만의 개성을 지니는 모습을 지니고, 그것을 서로 인정해주는 모습, 급진주의자들이 지녀야 할 자세 아니던가. 즉, 급진주의자들끼리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그리고 함께 하는, 그러나 하나일 수 없는 하나로 되려면 서로에게도 수사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 책은 우선 자신이 급진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부터 읽어야 할 듯하다.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사람들, 진보적인 사회단체들, 진보적인 노동, 농민운동 단체들, 기타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먼저 읽고, 서로 대화하고, 그리고 '다르게 가되 함께 가고, 함께 가되 다르게 가는' 모습을 만들어 가면서, 급진주의적이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함께 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 영어 원제목이 급진주의자를 위한 수사학이지만, 번역을 한 책에서 붙인 제목처럼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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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17호 - 2011년 3-4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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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평론, 제목이 딱딱하다. 격월간지이고 벌써 117호까지 나왔다. 

디자인이 눈에 확 띠지도 않고, 종이 질이 좋지도 않은 재생지를 쓰고 있으며, 내용 또한 주류에서는 한참 벗어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좋다. 사람의 인식을 바꿀 수 있고, 인식의 바꿈을 행동의 변화로 나아가게 할 수 있으며, 나에서 우리로 연대를 할 수 있게 한다. 

나만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공감. 공감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 결국 이 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환경운동, 생태운동 어떻게 이름을 붙이든 녹색평론은 이러한 운동을 이끌어내었고, 또 이끌고 있다.  

격월간지. 두 달에 한 번 나와, 그 때 그 때 사봐도 좋고, 아예 정기구독을 신청해도 좋고, 아님 녹색평론 후원자로 나서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수록 공감대가 넓어지고, 그만큼 우리는 야만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1999년 우연히 김종철 선생의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이란 평론집을 읽었다. 그 평론집의 내용에 공감을 하고, 녹색평론 이야기를 보고 당장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그리고 처음 책을 받고 읽는 순간, 이 책은 내 가슴에 팍 꽂히고 말았다. 내용 하나하나가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문제를 다루고 있었으며,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그렇구나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그 후 녹색평론은 내 생각을 정립하는 척도가 되었고, 피상적으로 넘어가던 환경, 생태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단지 환경, 생태 문제만 다룬다는 데에 있지 않고, 우리네 삶을 규정하는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 이것은 환경, 생태와 뗄레야 뗄 수 없으며, 시인의 마음으로 지내는 생활, 시인의 눈을 갖는 생활, 그리고 경제, 종교 등등 많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들 문제들 중에서 관심이 있는 분야를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단지 이번 호뿐만이 아니라, 지난 호를 찾아서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책. 

이번 호에서는 중국에 관한 특집 글들과 농업에 관한 글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고, 연재되는 글, 배병삼의 글이나 김성동의 글들은 이런 시각이 있구나, 그동안 너무 한 쪽으로만 생각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고 있다. 

또 이 책의 좋은 점은 뒷부분에 있는 서평에 있다. 좋은 책, 읽고 생각해 볼 만한 책을 소개하고 있어 좋은 책을 소개받는 느낌을 지닐 수 있어서 참 좋다. 

어떤 정기구독이든, 격월간으로 그 때 그 때 구입해 읽든 형태로 읽어도 좋으니 우선은 한 번 읽어보자. 이 책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 책에서 말한 '타이타닉 현실주의'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거대한 빙산을 피해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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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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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우리나라 아니던가. 

틈만 나면 웹서핑을 하는데, 언제 책을 읽을까? 단지 이런 생각만 했었다. 시간의 문제라고.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아니라고 한다. 이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뇌가 책을 읽을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문제란다. 하여 작은 글씨로 책 표지에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쓰여 있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와 어떤 관련이 맺고 있는지를 이야기 하기 위해, 저자는 뇌과학, 인지과학, 독서의 역사, 기술의 역사 등을 인용하고 있다. 

우리 뇌는 성인이 되면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최근의 뇌과학을 들어 반박하고 있으며, 어떤 기술도 우리의 뇌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 하고, 읽기의 방식이 변함에 따라 뇌도 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최신 과학기술은 왜 위험할까? 

이는 인터넷이 수많은 링크 등을 통해 우리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데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수많은 링크 중에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가볍게 찾고 지나가는 태도를 지니고, 이는 결국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기관을 발전시킬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한다. 

나무에 비유를 한다면 인터넷을 통한 지식의 검색 등은 열매라 할 수 있고, 집중과 노력을 통해 얻은 지식은 뿌리라고 한다면 우리는 인터넷을 통한 생활은 결국 뿌리는 점점 약해지고, 열매만 많이 맺는 나무라 할 수 있다. 

이 나무가 잘 살 수 있을까? 나무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열매가 많으니 너무도 좋아보이고, 이것이 이 나무가 다른 나무들을 대체하는 이유가 되겠지. 하지만 몇 년만 지나면 이 나무는 뿌리가 너무도 약해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말라죽고 말게 될 것이다. 뿌리가 더이상 얻을 수 없게 될 터이니. 

인터넷으로 지식을 검색하여 지식을 획득하는 방식도 이 나무와 같다. 수평적 사고를 지나치게 확대해서, 결국은 다른 많은 지식들이 검색이 되지 못하고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낳고, 이것은 더욱 수직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결국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면 우리는 집중력을 비롯하여 기억력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를 잃게 되고, 컴퓨터처럼 조건, 입력에 의해 움직이는 상태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우려하고 있다. 

이 저자의 주장이 현실적이고,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도 이런 아이티(IT) 사회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비롯해 우리나라 모든 곳에 들어와 있는 컴퓨터를 생각해 보라. 우리는 차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는가? 우리 역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닌가? 

아니 어쩌면 우리는 생각하지 못 하는 사람이 이미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생각 못 하는, 프로그래밍이 되지 않으면 작동을 못 하는 컴퓨터처럼 되기 전에, 우리는 컴퓨터에 조금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하여야 한다.  

이 책은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가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니면 컴퓨터 사회에 불만인 사람, 모두가 읽어도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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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 말과 글을 단련하고 숫자, 언어, 미디어의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기술
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강주헌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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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온갖 정보 속에서 자신의 관점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또한 잘못된 정보에 속아넘어가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홍수 속에 살고 있는지는,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우리 주변에는 정보가 넘치고 넘친다. 이런 정보들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였다간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자신의 이익과는 반대되는 정보에 넘어갈 위험도 있다.  

이럴 때 나 자신을 지적으로 지키는 법을 알면 세상의 정보에 쉽게 속아넘어가지는 않을터. 

이 책 제목은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으로 되어 있는데, 촘스키는 미국의 언어학자로, 단지 언어학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여 올바른 관점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는 지식인이다. 하워드 진과 함께 현 시대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은 어떤 정보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비판적 생각없이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따져본 다음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법이다. 꼭 촘스키를 따를 필요도 없고, 이 책을 읽고 촘스키의 주장을 무조건 따를 필요도 없다. 오히려 촘스키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면 이 책을 잘못 읽은 것이다. 

원제가 아마도 자기보호를 위한 지식의 단기 과정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촘스키를 내세운 건 촘스키가 워낙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일테고, 마지막 장이 거의 촘스키 주장을 알리는데 있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언어, 숫자, 경험, 과학, 그리고 미디어에 관한 다섯 장으로 구분이 되어 있으며, 언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논리의 오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생각하지 않으면 넘어가고 마는 언어의 속임수가 얼마나 많은가. 찬찬히 읽으면 논리학 공부도 되고, 또 다른 사람의 주장을 살펴 자신의 관점을 세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숫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숫자가 제시되면 우선 눈을 감고, 뭐 맞겠지 하고 만다. 특히 통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숫자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숫자를 통해 생각을 한다면 숫자로 조작된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거라고 한다.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 등에 제시된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한다. 

경험은 더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자신도 우리의 경험을 다 기억하지 못하고, 기억이 경험을 재구성하는 경우도 많이 겪었을테니까. 같은 학교를 다닌 학생들이 나중에 기억하는 경험은 다 다르다. 따라서 경험, 기억을 완전히 믿지 않고 합리적으로 따져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구분해야 한다고 4장에서 주장하고, 제어된 변수가 있는 실험, 대조군이 있는 실험, 이중맹검 실험을  과학의 기본 실험으로 제시하고 사이비 과학을 구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장을 참조하면 온갖 사이비 과학에 속지 않을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 

미디어, 이것을 비판적으로 읽는 방법이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기업화된 미디어는 정치 엘리트와 미디어를 소유한 엘리트의 관점을 소개하고 옹호하며 널리 알리려는 경향을 점점 띠게 된다. 두 엘리트 계급의 관점이 희한하게도 일치하기 때문에 미디어의 방향은 언제라도 예측 가능하다. ... 그들의 입맛에 맞는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다룰 것이기 때문에 실상을 은폐하거나 조직적으로왜곡할 가능성이 크'(296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종합방송편성 문제로 많이 시끄러웠는데 이 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엔 공영방송에서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광고를 많이 내보내는데, 이는 수신료를 올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고, 또 과연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하며, 그 가치에 맞는 방송이 되고 있는지도 우리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이는 이 책에 나온 미디어에 접근하기 위한 31가지 전략을 참조하여, 이를 익힌다면 미디어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우리가 실생활에서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지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지식인만이 지녀야 할 자세는 아니다. 민주주의라면 우리 자신의 의견을 언제든 피력할 권리가 있고, 의무가 있으니, 자신의 의견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자세를 지녀야만 민주주의 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이 책이 어렵다고 생각되면 미디어 부분을 먼저 읽고, 언어부분을, 그리고 경험부분을 읽고, 나머지 부분을 읽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촘스키가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가 아니고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 우리 역시 그처럼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은 그 능력을 살리는데 일조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생각하기에 고등학생 이상에서 꼭 읽어두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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