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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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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음을 찾을 수 있는 건축가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아가 들어가며 귀향이나 농촌생활을 꿈꾼다. 그러한 경향성은 전원생활이라는 이름으로 한때 사회적 흐름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귀향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감성과 현실의 차이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제 안정된 것같이 보인다. 우여곡절을 거쳐 전원에 안착한 사람들은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꿈보다 많은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기 일쑤다. 그렇기에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소중한 일상이 많은 도움이 되곤 한다.  

나 또한 대도시 인근 농촌마을로 이사를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로 힘들었다. 그때 인근에 먼저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방문하면서 생각과는 달리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새로 지은 집 때문이었다. 한옥으로 집을 근사하게 지어 살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집은 사람이 편안하게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있기에 사람 위에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마을에 들어선 10여 채의 한옥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여 주눅 들게 할 만큼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구경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면 그곳에 살아갈 사람들은 어떨까?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은 감성적으로 자연에 가까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가 변하고 삶의 방식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의식주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감성의 작용은 남아 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서 이 둘을 구분하고 나누는 작업을 하면서도 조화를 이뤄가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짓는 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의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바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지점인 건축물에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도입 성공한 건축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 출신이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자신의 건축철학을 완성해준 것은 바로 ‘여행’이었다고 고백하며 그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과 건축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안도다다오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기 전 트럭 운전수였으며 심지어 프로 격투기 선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일본이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이후 1965년부터 1992년까지 세계 각지를 도는 여행길에서 열린 가슴으로 만났던 건축물, 그림, 조각, 음악 등 모든 창작활동에 포함되는 영역과의 만남을 기록하였다. 그 여행은 베트남의 마지막 응우옌 왕조의 왕궁에서 출발하여 건축에 관심을 갖고 주목한 르 코르뷔제가 태어난 파리로, 바로셀로나, 밀라노, 로마 등 유럽의 문화 예술을 접하고 대륙을 넘어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이스탄불 등 수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건축은 벽에 의해 공간을 획득한다. 벽으로 둘러침으로써 건축의 안과 밖을 구분하며 외부를 공격하고 내부를 방어하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벽은 그런 힘을 갖으면서도 동시에 자연을 받아들여 인간의 마음을 감싸 안은 벽이길 바란다.” 

23살이라는 청년의 파리행 도전은 그렇게 거장 건축가를 만들었다. 자신을 낳아준 아시아 일본의 정서를 바탕을 전 세계 예술가들의 창조를 향한 마음을 거름삼아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건축물을 만들지만 이 둘을 나누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안도다다오만의 독특한 건축철학으로 성장하게 되었음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이 책 도시방황은 건축가의 눈에 비친 건축물에 국한 된 것이 아인 예술가들의 예술품에서 숨겨진 무엇을 읽어내는 그만의 독특한 감성이 묻어 있어 건축가로써가 아닌 인간 안도다다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판의 출간을 위해 새로 집필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는 그의 애정에 어울리는 책의 구성도 볼만하지만 한편으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일정한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각기 다른 편집은 안도다다오의 건축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도다다오를 잘 모르는 사람이 그의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건축물이나 그가 본 예술 창작품들의 사진이 내용과 어울린다면 그의 건축철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의 건축물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는 것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고뇌, 인간과 자연의 교감,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이 그의 건축물로 나타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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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을 훔치다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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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훔치고 싶다
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은 다양한 통로가 있다. 직접 그를 대면하며 경험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일 테지만 때론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간접적인 통로로 보는 것도 있다. 무엇이 한 사람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인지 모호하긴 하지만 다양한 통로를 통해 두루 살펴야 한 사람의 복잡한 내면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하고 따라 배우며 그 사람의 정신을 훔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 

‘이중섭을 훔치다’ 이 책은 한 화가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이중섭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누군가를 훔치고 싶을 정도로 강한 느낌의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에 그런 간절함이 어떨지 상상만으로 그치지만 저자 몽우 김영진의 그러한 갈망이 이중섭이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훔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면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몽우라는 사람의 눈과 마음에 들어온 이중섭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중섭(1916~1956)’이라고 하면 미술시장에서 수 십 억 원에 달하는 경매가를 기록한 화가, 조금 남다른 삶을 살았던 화가, 가족과 떨어져 살며 가족을 그리워했던 화가 등으로 기억된다. 이런 단편적인 사실을 넘어 화가 이중섭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뉴스에서 전하는 수준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병약한 몸으로 남들과는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저자 몽우는 아버지가 사온 ‘대향이중섭화집’에서 이중섭과 처음 만나게 된다. 강한 끌림으로 이후 이중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영향을 받아 그림에 빠져든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훔치고 싶다’는 말은 몽우가 이중섭의 그림을 보고 그의 그림을 훔치고 싶을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다는 말로 이해된다. 그러기에 이후 저자의 행보는 이중섭의 그림을 닥치는 대로 따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중섭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이중섭 그림 복원 작업에 참여하면서 이중섭의 그림을 직접 대할 기회를 가졌다. 이 기회는 그가 사랑한 이중섭의 삶과 그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은 몽우라는 화가가 해한 이중섭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편협한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이중섭 평전 못지않은 상세한 내용과 당시 상시 상황 등을 묘사하는 저자의 깊은 배려는 이중섭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올바로 이중섭의 삶과 예술 세계를 알게 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소, 닭, 비둘기, 까마귀, 어린아이는 군동화와 은지화 등 이중섭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들이다. 이중섭이 이러한 것들에 주목한 이유가 뭘까? 그런 그림 소재들이 담고 있는 내면의 소리는 무엇일까? 등에 답하는 과정으로 그려지는 이중섭에 그림에 대한 탐구과정은 화가 이중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그림과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저자 몽우가 이중섭에게서 훔치고 싶은 것의 내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저자의 이중섭에 대한 기본 시각은 세 가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특한 화풍을 이룩한 화가 이중섭, 아내와 자식을 사랑한 가장 그리고 민족의 암울한 시기를 극복하고자 애쓰는 민족적 시각이 그것이다. 이렇게 이중섭을 살피는 과정에서 한 사람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상황이 빠짐없이 살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여, 광기어린 천재화가라고 불리는 이중섭에 대해 그런 광기의 모습 이면에 숨어 있는 진정한 이중섭의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보여 진다. 

“이중섭의 그림은 내 정신을 온통 빼앗아 가버릴 정도로 한때 내 삶을 마비시켰다. 나는 스스로를 불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의 치열한 정신을 흠모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가장 불안정한 상태에 있으면서도 극한의 예술적 열정으로 걸작을 만들어낸 그를 존경했다” 

저자가 화가 이중섭에게 이토록 강한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과 이중섭의 삶에서 공통된 무엇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겉모습은 다를지라도 지극히 외로웠을 두 사람의 영혼이 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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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
김용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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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새로운 길을 연 진정한 태왕
전환기(轉換期)라는 시점이 있다.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시기를 의미한다. 이러한 시기에는 질적인 변화를 담보하는 변화가 있다. 영웅은 바로 이러한 시기에 새로운 길을 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 영웅으로 인해 전환기의 변화가 질적인 성장을 담보하여 새로운 시대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서 전환기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때마다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 나라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하고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는 나라도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한사람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질적 변화를 가능케 하는 내부의 힘이 준비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리라. 

한국사에서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되는 사람 가운데 오늘날 유독 주목받는 사람이 고구려의 ‘광개토태왕(374∼412)이다. 담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구려 19대 왕으로 22년간 재위하는 동안 최대의 영토를 확장한 정복 군주로 기억된다.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텔레비전 인기 드라마 덕분에 더욱 익숙한 이름이다. 

‘광개토태왕’이 오늘날 들어 유독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또한 우리는 ‘광개토대왕’에서 이제 ‘광개토태왕’으로 위상을 달리하며 익숙한 이름으로 등장한 광개토태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요청에 의해 한 사람의 업적이 달리 평가되고 위상을 높혀 재모명하고 있는 것이리라. 광개토태왕이 우리에게 등장하는 시기는 그리 멀지 않다. 일제시대 일본인에 의해 ‘광개토태왕릉비’가 알려지고 일본에서 연구한 결과가 1905년 황성신문의 ‘광개토태왕릉비문’ 내용 보도, 단재 신채호 등의 연구 등 국내에 민족적 지식인들에 의해 신문에 발표된 후부터이니 그리 오래된 시간은 아니다. 

이 책 ‘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은 바로 그 ‘광개토태왕릉비’의 주인인 광개토태왕에 대해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지만 그의 참모습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시 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할만하다. 우선, 저자는 그의 호칭에 대한 정리를 하고 있다. 대왕이 아닌 태왕으로 불러야 할 역사적 근거를 찾고 올바른 호칭으로 불러야 함은 지극히 정당한 일일 것이다. 이는 당시 국제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고구려의 위상이 변화되었다는 점이다. 태왕은 단순한 왕이 아니라 왕 가운데 왕이며, 제국을 다스리는 최고 지배자다. 고구려 제국의 ‘태왕’은 광개토태왕뿐 아니라 고구려왕에 대한 일반적인 호칭이었다고 본다. 

광개토태왕은 즉위할 때부터 해결해야할 과제을 안고 있었다. 선대 임금들이 후연과 백제에 의 영토를 빼앗기고 임금의 시신을 탈취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상황에 의해 이를 올바로 극복하지 못했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광개토태왕이 정복군주로써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적 힘을 비축한 소수림왕과 고국양왕이 내치에 힘을 쓴 결과를 토대로 시각을 외부 정복에 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시각으로 당시 국내외 정치정세와 힘의 역학관계를 살피고 있다. 거란, 후연, 백제, 신라, 왜 등과의 관계에서 취하고 버려야할 것이 무엇이며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히 알고 움직였기에 가능한 그의 행보였다. 그가 이룩한 업적은 흔히 알고 있는 영토확장에 머물지 않고 있음을 알게 한다. 영토확장은 면적의 확보만이 아니라 백성들이 늘어나는 것이며 전쟁에서 승리로 인한 물적 자원의 확충 그리고 여러 문화를 흡수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내는 변화의 시점을 열었다는 점이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역사를 바라볼 때 어떤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판이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전재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 당시의 시대적 요청에 얼마나 부응했는지 여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광개토태왕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전환기 고구려의 상황에 부응하며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후대 왕에게 그 업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그의 역할에 주목하여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광개토태왕이 태왕으로 불러져야할 이유, 정복군주라는 단순 평가가 아닌 새로운 길을 연 영웅, 백제와 신라에 미친 영향이 이후 한국사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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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휴와 침묵의 제국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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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현재의 답을 찾다
누구보다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도 후대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아온 일생이 더해져 만들어져 온 것이 역사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되어지고 후대사람들에게까지 그 이름을 떨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이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역사를 살피다보면 알 수 없는 이유들로 인해 오기되는 기록들이 많고 그것은 권력싸움에서 힘을 잃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선시대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당쟁을 생각하게 된다. 마치 권력을 향해 거칠 것 없는 무자비한 싸움을 통해 백성의 안위나 정책의 대의는 상실되고 오직 당파의 이익만을 앞세워 상대편을 꺼꾸러뜨리려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이 또한 본질은 사라지고 겉모양만 남아 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조선의 대표적인 학자이며 정치가로 송시열(1607~1689)을 꼽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송시열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 그 송시열의 당파와 등을 지고 대결을 벌렸던 사람인 윤휴(1617~1680)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조선시대 인조반정 이후 효종, 현종, 숙종 대처럼 국, 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효종의 북벌정책이 무너지고 청과 명나라 틈바구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조선의 관료들은 1, 2차 예송 논쟁이라는 것으로 다시 한바탕 내분을 겪는 시기였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은 바로 조선 중, 후반기 송시열과 대척점에 서있었고, 천문, 지리, 병법, 역사를 넘나드는 진보적이며 자유로운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윤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에서 개혁을 꿈꾸었던 많은 사상가들이 정적에 의해 그 꿈을 다 펼치지도 못하고 목숨을 내놓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윤휴 역시 그렇게 죽임을 당했던 사람이다. 

묻힌 역사를 꺼내 대중과 공유하고 소통하려는 역사학자 이덕일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 윤휴에 관한 이 책은 주자학이 모든 학문의 지표로 되었던 시대 주자를 해석하고 학문의 본질에 접근하려했던 사상가, 시대를 앞선 개혁을 꿈꿨던 정치가로써 윤휴를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효종의 죽음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북벌에 대한 의지가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 정치가의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점이 노론의 영수 송시열과 등을 지게 하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결국 자신의 목숨을 내 놓아야 했던 것이다. 

특히, 지패법과 호포법, 만인과, 체부, 수레제작 등 윤휴가 제기했던 다양한 정책은 당시로써는 급진적인 개혁으로 양반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것들이었기에 당파를 불문하고 지지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왕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과 동등한 사대부의 일원으로 치부하는 송시열과 노론 세력에 의해 왕권을 추락하고 신권이 우위에 선 상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치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틈에서 개혁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목숨을 내 놓아야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대의를 실천하는 그 중심에 윤휴가 있었다.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 나와 다른 너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대, 그리고 실제 그렇게 죽여왔던 시대, 그런 증오의 시대의 유산은 이제 청산할 때가 됐다. 백호 윤휴의 인생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저자 이덕일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이다. 윤휴의 죽음이 상징하는 의미를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윤휴를 재조명하는 것은 잊힌 한 사람에 대한 흥미를 넘어서 ‘조선 후기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왜곡된 정치 현실과 역사를 바로잡는 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이 잊힌 윤휴를 현실로 이끌어 내는 힘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역사를 보는 동안 늘 주목되는 점은 ‘역사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일 것이다. 같은 사건, 동일한 인물에 대해서도 무엇을 어떻게 보고자 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천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덕일이 역사를 보는 시각이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그러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은 지금 현재를 올바로 살고자 하는 소망의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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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부정부패 스캔들 - 재물과 권력을 향한 욕망의 인물사 틈새 한국사 3
변광석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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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할 수 없는 아픈 진실을 찾아
역사를 찾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고자 하는 것은 오늘 우리 자신을 성찰하기 위함이다.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지난 역사와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현 정치권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권력형 부정부패를 꼽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부와 권력은 늘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다녔음을 역사는 증명해 주고 있다.

고려와 조선의 긴 역사에서 볼 때 부정부패와 관련된 사건이 수없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목숨을 내 놓은 사람도 있고 가문을 몰락시키기도 했으며 나아가 나라를 패망으로 이끌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 부정부패의 사례를 찾아내 그들이 벌인 행적을 더듬어 현실과 비교해 보고 부정부패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있으며 그 근본에 무엇이 있는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이 책 ‘우리 역사 속 부정부패 스캔들’은 한국 정치와 떼어낼 수 없는 문제인 부정부패의 문제를 과거 속에서 찾아보고 오늘을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부정부패가 사회구조적 문제로부터 출발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엔 특정 인물로 규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려시대부터 조선말에 이르는 시간동안 관리에서 역관 그리고 종친과 임금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권력과 밀착한 부정부패의 사례를 특정한 사람으로 모아 살피고 있다. 

저자는 송유인, 충혜왕, 이인임, 염흥방, 지윤 등은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그리고 조말생, 박원종, 장현, 박종신, 민영휘, 이지용으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부정부패의 대명사로 뽑았다. 이들 중에는 권력을 위해 아내를 바꾼 자도 있으며, 어떤 이는 자신의 주군을 몰아낸 이도 있다. 고려의 이인임이나 조선의 박종신, 구한말의 민영휘 등은 나라를 망국에 이르게 한 부정부패의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물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다른 누구보다 강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욕망이 부정부패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부정한 재물과 권력의 추구는 시대와 사회의 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면서 사회적 혼란이나 권력이 이양되는 등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 보여 지는 하나의 사회현상이자 그 시대의 자화상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된 여러 사람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사람은 구한말 탐관오리로 지목된 ‘민영휘’라는 사람이다. 이는 고려부터 일제시대 까지를 살핀 부정부패의 한국역사에서 가장 가까운 시기이기도 하지만 민족을 외세에 팔아먹는 행위를 통해 개인적 치부에 그치는 점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관련된 중대사건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는 현 우리나라 정치정세와 한미 FTA, 소고기 협상 등 미국을 비롯한 외국과의 관계에서 정부 고위 관료들의 태도를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국회의 파행적 모습은 보여 지는 그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국회의원이 가지는 권력이 곧 부정부패로 이어지는 것을 무수히 봐왔다. 이러한 현 정치 권력과 그 주변부의 모습은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뿌리를 자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상황에서 부정부패를 주제로 한국사를 살핀다는 점이 무엇보다 흥미롭다. 이는 현재 벌어지는 부정부패의 모습의 근원을 찾아가는 일이기도 하고 또한 그러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 그 결과를 살피고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비교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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