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크릭 - 유전 부호의 발견자
매트 리들리 지음, 김명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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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크릭에게 배우는 과학자의 정신 

노벨상에 대한 열망은 나라마다 대단하다. 한 나라에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의 숫자만큼 그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처럼 말하는 분위기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과학자들의 업적의 모든 것을 이 상으로 대변하는 경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노벨상 수상자가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노벨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폄하하거나 과소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학계를 비롯하여 관련된 많은 분야의 선도적인 노력으로 전 인류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과학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길 희망하는 것이 서실이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과학적 성과가 나올 기초과학의 저번이 축성되길 또한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초과학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과학자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그들이 이뤄낸 학문의 성과와 더불어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책 ‘프랜시스 크릭’은 유전부호의 발견자인 프랜시스 크릭(1916~2004)에 대한 일대기에 관한 이야기다. ‘프랜시스 크릭’은 유전의 핵심에 있는 디지털 암호이자 생명과 비생명을 구분해 주는 요소, 바로 ‘유전 부호’를 발견하여 생물학 혁명을 일으킨 생물학자이다.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 구조를 밝혀 유전학과 분자 생물학 분야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 사람의 전기는 그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며 살아가는 동안 이뤄냈던 업적과 그 업적을 이룬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책 역시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크릭가’의 내력을 필두로 해서 삶의 터전을 옮기고 그가 주목했던 관심사의 흐름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일견 과학자들의 삶은 오직 연구실과 실험에 매달려 있는 단순하고 딱딱한 모습이 연상되지만 이 책은 그러한 편견을 무너뜨리고 있다. 

성장과정, 군복무 중, 연구실에서 보여주는 조금은 엉뚱한 모습이나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주저함이 없는 성격 등 수다스럽고 사교적이었던 크릭의 인간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그가 남긴 편지, 강연 메모, 논문 초고, 연구 일지 등 직접 남긴 문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생생함이 더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당신이라는 사람, 당신의 기쁨과 슬픔, 당신의 기억과 야망, 당신의 개인적 정체성과 자유의지가 사실은 방대한 무리의 신경세포들과 연관 분자들이 취하는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노벨상의 공동수상자인 왓슨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크릭은 자신의 학문의 목표를 ‘생명과 의식’으로 설정했다. 그의 두 번째 연구 주제는 ‘인간의 뇌’에 관한 것이다. 밝혀지지 않은 분야에 대한 과학자들의 도전은 어쩜 무모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무모한 도전으로 불리는 것 말고는 없을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의 그러한 도전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혜택을 가능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그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한 과학자들이 밝혀낸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과학자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전했던 불굴의 도전정신과 열정이 그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을 안다는 것으로 보고 싶다. 과학자들의 그러한 정신을 배워 현실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들과 같은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놀라운 성과를 이룬 과학자들의 삶에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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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쾌 송신용 - 평생을 책과 함께한 마지막 서적 중개상 틈새 한국사 2
이민희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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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쾌, 서적 중개상에서 문화 활동가로
책에도 나름대로의 일생이 있다. 모든 책은 만드는 사람의 정성으로 태어나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동안 사랑받기도 하고 때론 홀대 받기도 한다. 같은 날 같은 내용을 담고 태어난 책일지라도 운명은 다르다. 하지만, 시대와 사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책은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나 책을 구하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던 시대라면 책의 가치는 더할 것이다.

사람들이 책을 소유하게 되는 경로는 다양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점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젠 서점보다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이처럼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이 서점이라는 공간이 그 고유의 의미가 점차 축소되고 온라인 서점이 그 공간을 차지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대인 1980년대 초 중반에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을 가장 반기는 특정한 사람들이 있었다. 캠퍼스 여기저기를 누비며 신입생처럼 보이는 누구에게라도 친근한 얼굴로 맞이하는 사람들은 바로 책 외판원들이었다. 대학 신입생 필독서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대학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을 골라 책장사를 하는 것으로 많은 신입생들이 그들의 설득에 넘어가 고가의 책을 할부로 구입하고 나중에서야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 책 외판원들은 당당했다. 자신들은 존재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소개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오늘날은 이처럼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은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사라졌거나 출판사 홍보팀 같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책이 있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특히, 책의 유통구조가 확립되지 못했던 시대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은 꼭 필요했을 것이다. 이 책 ‘책쾌 송신용’은 바로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서적을 중개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쾌 송신용’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분단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혼란기를 책의 유통이라고 하는 특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적 중개상 송신용의 일생을 살피며 당시 시대상황을 비롯하여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의 일상까지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책은 또한 당시 지식과 문화, 예술 등을 포괄하는 매개체이기에 시대의 정신과 당시 문화적 역량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그러기에 예나 지금이나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대의 지식인들이었다. 송신용이 서적 중개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다녔던 학교의 인맥이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 시대 지식인들과의 교류는 그들이 바로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송신용은 단순히 책 중개상만은 아니었다. 고서의 발굴과 유통, 잡지 등의 기고를 통해 자신이 발굴한 수많은 고적을 소개, 교주하고 해재와 발문을 쓰기 등의 활동을 볼 때 전통문화 지킴이 또한 지식인의 사명을 다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정신문화의 집대성인 책의 유통과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접근이 흥미로운 책이다. 또한 책의 유통과정을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지만 그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인물에 접근할 기회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지는 큰 의의는 지금은 사라져 간 책 중개상 ‘책쾌’에 재조명을 한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송신용의 인생을 통해 ‘책쾌’들을 단순한 책 중개상이 아닌 그 시대의 특수한 문화현상이며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한 사회의 문화를 창조해가는 ‘문화 활동가’의 일원으로 보았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우리 문화재를 지키지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간송 전형필’이다. 그가 사라져갈 처지에 놓은 문화재를 수집하고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를 찾아오는 등의 노력에서 보였던 마음이 송신용의 삶에서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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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치기도 했지만

이사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7월이었다.

바쁜 중에도 책을 보는 시간이 있어

마음의 여유를 찾아간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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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6(2011-7-1) 가상 환자

허원주 저 | 에세이스트 | 2011년 04월

 

11-147(2011-7-3) 위험한 소설

송수경 저 | 역사의아침 | 2011년 06월

 

11-148(2011-7-4) 밤의 도서관

알베르토 망구엘 저 | 강주헌 역 | 세종서적 | 2011년 05월

 

11-149(2011-7-5)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김선우 저 | 청림출판 | 2011년 06월

 

11-150(2011-7-8) 신인왕제색도

이갑수 글 | 도진호 사진 | 궁리 | 2010년 12월

 

11-151(2011-7-9)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손철주 저 | 현암사 | 2011년 05월

 

11-152(2011-7-11) 왕의 여자

김종성 저 | 역사의아침 | 2011년 06월

 

11-153(2011-7-12)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승한 저 | 하지권 사진 | 불광출판사 | 2011년 06월

 

11-154(2011-7-13) 그로테스크

볼프강 카이저 저 | 이지혜 역 | 아모르문디 | 2011년 05월

 

11-155(2011-7-18) 양반을 벗고 사람을 담으려오

김용필 저 | 문예마당 | 2011년 06월

 

11-156(2011-7-22)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 저 | 권정원 역 | 미다스북스(리틀미다스) | 2011년 07월

 

11-157(2011-7-25) 후흑학 厚黑學

신동준 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07월

 

11-158(2011-7-26) 윤리학의 배신

콰메 앤터니 애피아 저 | 이은주 역 | 바이북스 | 2011년 07월

 

11-159(2011-7-27) 살인의 역사

피테르 스피렌부르그 저 | 홍선영 역 | 개마고원 | 2011년 06월

 

11-160(2011-7-27) 북학의

박제가 저 | 이익성 역 | 을유문화사 | 2011년 05월

 

11-161(2011-7-28) 나는 불온한 선비다

이종호 저 | 역사의아침 | 2011년 04월

 

11-162(2011-7-31) 구해줘

기욤 뮈소 저 | 윤미연 역 | 밝은세상 | 200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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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집에 서재를 만들고 책을 정리하는 것으로 이사를 마쳤다.

밤의 도서관

책에 미친 바보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살인의 역사

기억에 남는 책이다.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릴 8월엔

차분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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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樂, 그림을 품다
이효분 지음 / 궁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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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 - 하늘, 땅, 인간의 조화를 담았다
악기마다 자신만의 특정한 음을 내는 것이 그 악기가 존재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자신만의 소리를 내지만 다른 소리와 어울려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꼭 각기 다른 개성을 지낸 사람들이 어울려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과 흡사한 모습이다. 우리들의 삶과 닮아 있어 음악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리라. 

대금 소리의 매력에 빠져 배우기 시작한지 벌써 4년째 들어섰다.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 시간을 채워가는 것이 버겁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 어려운 악기를 왜 배우며 고생하느냐고. 악기를 배우는 것이 쉬웠다면 벌써 그만뒀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 태, 황, 남, 임 음 하나하나를 낼 수 있는 시간동안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혼자만의 행복이 있었기에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 사이 무대에도 올라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이 우리 음악이며 우리 악기다.  

‘우리 악, 그림을 품다’는 그런 나의 고충을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이효분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전수교육조교다. "어떻게 하면 우리음악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우리 악(樂)을 설명하는 길로 미술과 음악의 만남을 주선하고자 한 것이다. 

어찌된 것인지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 것에 대해 홀대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이런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역시 우리 음악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단소를 배운다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단소 음을 어떻게 소리 내는지, 어떤 방법으로 배우는지 물어보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선생님이 인터넷에서 단소 악기의 소리 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를 찾아 그것을 보여주고 독같이 해보라고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선생님은 단소의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것이 우리 음악을 대하는 정규 교과과정이라면 어쩜 우리 음악을 홀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이러한 현실은 초등학생에 머물지 않는다. 위로 올라가면 그러한 현상은 더 심할 것이다. 대금과 퉁소를 구분하지 못하고 가야금이 몇 줄인지도 모르니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떻게 생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현실은 반영하고 있다. 하여, 우리 음악, 악기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음악의 기본이 되는 사항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나아가 우리 음악과 악기에 바탕이 되는 여민락(與民樂),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나눈다는 정신이 어떻게 우리 음악에 나타나는지 알려준다. 저자는 이렇게 우리 음악과 어우러지는 것으로 고흐의 해바라기, 페르 탕기의 초상과 김홍도를 비롯해 우리 조상들의 삶의 정신이 담긴 그림, 도자기, 석굴암 조각상, 보자기에 속에 담긴 음악적 요소를 이끌어 내어 우리 음악의 음률로 그 정서를 풀어내고 있다.  

겨우 궁, 상, 각, 치, 우만 외우고 있는 처지에서 우리 음악의 12음율, 장단 등에 대한 해설은 익숙하지 않아서 잘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가 많다. 하지만, 음양의 조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소리를 담고 있는 우리 악기, 우리 음악의 깊숙한 내면을 알아가는 흥미로움이 더 크다. 특히, 김홍도의 '무동'과 신윤복의 '미인도'를 우리 음악의 풍류와 엮고 가야금 소리에 김정희의 '세한도'를 얹어 설명하는 부분에 와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 것에 녹아 있는 우리 음악의 기본 정신이 살아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확인되는 것이 아닐까? 

세이이음(世異異音)하고 음이이정(音異異政)이라. 세상이 다르면 음이 달라지고, 음이 다르면 정치가 달라진다는 말이라고 한다. 세상이 달라졌기에 음이 달라진다는 것과 음이 다르면 정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들어 오늘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정치의 모습을 찾아보고 있다. 저자는 세종대왕이 여민락을 만들어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다는 시대와는 분명 달라진 세상이지만 그 속에 흐르는 기본 정신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이후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것과 우리를 이어주는 노력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각종 축제와 다양한 열린 음악회는 사람들의 정서를 아우르기에 부족함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문화를 만나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에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한 공간 속에 우리 음악이 자리하고 있어 우리 것에 대해 더 잘 알고 즐길 수 있어 반갑기만 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접하게 될 우리 음악은 분명 달라진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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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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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삶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
문학 작품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문학과 친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오지 못한 경험이 문학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전동호회’라는 토론 모임에 참여하면서 문학 작품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된 계기로 인해 문학 작품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사람들이 살아오며 느끼고 만들어 왔던 그 모든 것들이 역사와 문학작품 속에 녹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게기가 바로 문학을 접하면서부터가 아닌가 한다. 세상 거의 모든 것이 그렇지만 문학에는 사람이 중심에 있다. 

사람에 대해서 작가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다르지만 중심 되는 문학의 주제는 단연코 사랑, 고통, 연민, 죽음, 열정 등이 아닐까 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며 만들어 내는 이야기며 삶이기 때문이다. ‘종이여자’,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으로 국내 팬들을 다소 확보하고 있는 기욤 뮈소 역시 바로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나는 사랑 이야기가 없는 작품을 상상할 수 없다. 사실 인간의 행동은 사랑 혹은 사랑의 결핍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따라서 사랑이라는 독특한 감정을 기술하는 것은 작가인 나에게 일종의 도전인 셈이다.” 

그의 작품 ‘사랑하기 때문에’는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아픔과 좌절의 경험이 사회적인 성공이나 부의 축적과는 무관하게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삶을 규정한다. 이러한 경험은 나이, 성별, 직업에 상관없이 개인의 삶 깊숙이 존재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에는 네 명의 사람들과 그들이 가슴 깊이 간직한 상처들에 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딸을 잃어버리고 절망하며 노숙자로 전락한 아버지 마크, 우연한 교통사고로 아이를 죽인 후 자신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고 가는 억만장자 상속녀 앨리슨, 엄마의 죽음에 대한 자책으로 오직 복수를 꿈꾸는 에비와 마크의 친구이자 의사이며 살인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커너. 이 네 명이 ‘사랑하기 때문에’의 핵심 인물들이다. 이들은 현재 또는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처지에 처한 사람들이다. 네 사람의 중심에 성장과정에서 아픈 경험을 극복하고 주목받는 성공한 의사인 커너가 있다. 커너를 중심으로 얽힌 이들 사이의 삶을 파헤쳐가는 흐름이다.  

이 작품은 상처를 안고 현실의 벽과 부딪치며 살아가지만 결국엔 이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해자와 피해자, 상처를 입힌 자와 상처받은 자들은 서로 화해와 용서를 통해 삶을 어둠 속으로 이끄는 상처를 극복해간다. 이렇게 삶의 반전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은 ‘사랑’이고 할 수 있다. 딸, 엄마, 친구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설정이다. 이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감정의 굴곡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할 것인지가 핵심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 전개의 치밀함,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술 같은 구성,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기욤 뮈소의 문학작품이 가지는 장점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작품마다 등장하는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자의 존재 또한 흥미로운 장치다. 이 작품 ‘사랑하기 때문에’ 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존재다. 하지만 그 존재는 인간의 자율의지를 무시하고 정해진 운명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인간의 자율의지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 흐름에 빈곳이 보인다. 제법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 같았던 FBI 요원의 존재가 후반부에가면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그러한 점이 허전함으로 남아 전반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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