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왜? 2 - 박제를 넘어 영원으로 날다
임종욱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각자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각자가 느끼고 실생활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역사의 한 사건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은 것 역시 이와 같을 것이다.  

미지의 동경 생활에 지쳐가던 이상은 하숙집 주인의 이야기에서 비로써 자신의 조국 조선과 조선 사람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조선의 독립투쟁과 상해임시정부, 김구를 비롯한 항일투사들에 대한 그간의 시각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여기에 ‘까마귀’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는 항일투사와의 만남은 그런 이상의 생각을 확립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고 대륙에 대한 침략적 야욕을 실현하려는 시기가 1930년대 중후반이다. 이 시기에 일본에 있던 조선인은 이중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때만의 문제가 아님을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시간을 뛰어 넘어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들 뇌리에 박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2권의 이야기전개는 빠르게 진행된다. 천황암살자 까마귀의 존재는 이상이나 그를 잡으려는 군부와 경찰의 관련자뿐 아니라 현시대에 일본을 방문한 소설가 정문탁을 둘러싼 이야기의 전개와도 맥을 같이하여 한국과 일본의 민족적 감정이나 양국 국민들의 생각 속에 내재해 있는 모습을 비교하여 살펴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물질문명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그 변화속도는 빠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좌지우지하는 사상의 변화는 그렇지 못하다. 반세기가 훌쩍 지나는 동안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해결로 남아있는 한일 양국의 문제는 스포츠 경기에서 보여주는 국민들의 열광적인 모습에서처럼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뿌리 깊은 무엇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국가와 민족이라는 집단과 그 민족의 구성원인 개별 사람들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개별적인 사람들의 행동 속에 반성과 속죄하는 모습이 이를 대변하는 국가나 민족이라는 전체와 대치될 수 없음은 명백하지만 때론 이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선 역시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일 것이다.  

작품 속에서 정문탁이라는 소설가는 바로 그 점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국가 간의 대치상황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그 사회를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는 지식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사회에서도 존재하는 보수 우익들의 모습을 통해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역시 아직 극복하지 못한 감정의 수준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병보석으로 석방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이상에게 하숙집 딸이 찾아온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상은 ‘까마귀’에 대한 하숙집 딸의 이야기에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본다면 일본이나 일본인, 조선이나 조선인을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파악한다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일을 할 뿐이기 때문에 말이다. 

그렇더라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있다. 민족이나 국가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사람의 기본적 권리를 파괴하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환영받지 못할 행동일 것이다. 한 세기가 흘렀다. 그사이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사람들 뇌리에 남아 민족과 민족의 대립 상황을 지속시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민족적 과제로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색을 필요하고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시대를 불행하게 살다간 천재 이상에 대한 알 수 없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작가가 이러한 시도를 한 것은 해결되지 못해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올바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정립되어야 한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를 살펴 오늘을 딛고 미래의 희망을 찾고자 함에 있기에 이상이라는 지난 사람을 되살리는 것은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은 왜? 1 - 그해 겨울의 까마귀
임종욱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그는 왜 그곳에 가서 죽었을까?
요절한 사람에 대한 시각은 제 각각이지만 때론 한가지로 모아지기도 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주목받으면서도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다 다양한 이유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 특히 한창 자신의 세계를 꽃피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것 자체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먼저 간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녹녹치 않은 일일 수밖에 없다. 기껏해야 주변사람이나 그가 남긴 흔적을 쫓아 조각조각 이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역사에서 비교적 가까운 시절, 뭇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던 사람 중 이상(1910년 8월 20일 - 1937년 4월 17일) 만큼 흥미를 일으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상은 왜?’라는 작품은 바로 그런 점을 동기로 해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그는 시인으로 그가 발표한 작품뿐 아니라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 또한 주목받았던 사람이다.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이고 한일합방해인 1910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건축을 전공하고 총독부의 건축기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폐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난해한 그의 시와 혼란스러운 사생활은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폐병치료차 일본에 간 그는 불온사상 혐의로 체포되어 병보석으로 풀려나 동경대학교 병원에서 병사했다. 그가 남긴 주요작품 중에서 시(詩)로는 ‘이상한 가역반응(可逆反應)’, ‘건축무한 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 ‘오감도(烏瞰圖)’, ‘날개’를 비롯하여 소설로는 ‘지주회시(鼅鼄會豕)’, ‘환시기(幻視記)’, 수필로는 ‘산촌여정(山村餘情)’, ‘조춘점묘(早春點描)’, ‘권태(倦怠)’ 등이 있다. 

이 작품은 이상이 일본에 건너가 병사하기까지 몇 개월간의 행적을 더듬고 있다. 무엇 때문에 병든 몸으로 일본으로 갔는지? 그곳에서 누굴 만나고 무엇을 했는지? 그것보다 더 왜 그렇게 죽어갔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이상의 일본행적을 그려가면서 현시점에서 이상의 흔적을 찾아 떠난 소설가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중의 시점을 가진 작품이다. 

1부에서는 일본으로 진출한 이상이 일본에 하숙을 구하고 일본 유학생과 교류하며 몇몇 문인들과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병마와 낫선 생활에 지쳐간다. 어느 날 하숙집 주인과의 술자리에서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당황스러워한다. 조선에서는 보지 못했던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보게 된다. 또한 현 시점에 한일합방 100주년을 맞아 현 일본의 지식인들 사이에 한일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와 이상의 흔적을 찾아가던 소설가 정문탁이 현지 안내인 주변에서 이상과 관련된 단서를 찾고 관심을 보이던 중 대학생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부분까지를 담고 있다.  

대부분 문학작품을 대할 때마다 어려움을 느끼는 개인적 경험이 이 작품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중시점에서 오는 혼란스러움도 있지만 이야기의 전개과정을 따라가기가 여의치 않다. 작품의 도입부분을 넘어서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흐름을 파악해 갈 수 있었고 점점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이 작품이 주는 매력은 ‘이상’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익숙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상에 대해 작가의 상상력은 현 시점으로 이상을 불러와 함께 호흡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또한, 한일관계에서 늘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정부의 정책과 일본 내 한국을 대하는 정서 등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보다 깊은 이해를 촉구하는 의미에서도 소설 그 이상을 넘어서는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이콥스키, 그 삶과 음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차이콥스키,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7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형수 옮김 / 포노(PHONO)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악은 그가 남긴 삶의 흔적이었다
소설책을 주로 읽는 사람들에게 인문학 책은 다소 어렵다고도 한다. 관심과 취향이 다름에서 오는 차이일 것이다. 이 차이는 간혹 공감과 소통에 장애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모두 사람들의 삶에 주목한다는 차원에서는 동일할 것이다. 나에게 이런 차이를 느끼게 만드는 분야가 있다.  

대중음악을 즐겨 듣고 우리 음악인 국악의 선율과 음색에 매료되지만 여전히 낫선 분야가 클래식음악이다. 자주 접하지 못하다보니 클래식이 주는 그만의 감동과 소통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접근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클래식 음악에서도 따스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이 비발디의 사계다. 아이의 태교음악으로 밤마다 듣다보니 익숙하게 되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겐 낫선 음악이며 음악가들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차이콥스키, 그 삶과 음악’이라는 책을 읽는 동안 부록으로 담긴 음반을 들으며 뭐라 표현하기는 힘든 알 수 없는 공감이 있었다. 책이 전해주는 차이콥스키라는 작곡가의 음악과 삶에 대해 알 수 있었기에 느끼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본다면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일 것이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는 러시아 출생으로 다소 안정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법률을 전공하기 위해 법률학교에 진학하지만 음악에 대한 꿈으로 음악학교로 옮겨 본격적인 수업을 받았다. 이후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로 성장 수많은 곡을 남겨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로 기억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차이콥스키의 삶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악을 시작한 성장기에서 음악가로 성장하는 시기 그리고 성공하는 과정에서 겪는 애환, 마지막 죽음에 이르는 생애를 구분하여 섬세하게 그의 삶을 그려가고 있다. 또한 피아노 음악, 극음악, 관현악, 실내악, 가곡 등 그의 음악적 범주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음악의 세계를 해설해주는 꼭지가 생애를 살피는 중간 중간 포함되어 있어 차이콥스키의 생애와 음악을 이해하는데 한층 도움이 된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이 둘을 구분하여 마음이 가는 순서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책에 첨부된 CD음반은 책으로만 이해할 때와는 분명하게 다른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이해하고 삶을 알아 가는데 확실한 도움이 되며 부록에 실린 차이콥스키가 살던 당시의 시대상황이나 음악, 음악용어, 연표 등은 저자가 차이콥스키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얼마나 성의를 다했는지 알게 하는 부분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가는 길에서 우뚝 선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은 분명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차이콥스키 역시 주변사람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대한 남다른 특성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것이 돌아가긴 했지만 결국 음악가의 길로 이끈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생활인으로써는 무능에 가까운 차이콥스키에게는 편지로만 유지된 음악사 사상 가장 기이한 사랑이라 불리는 ‘나데츠카 폰 메크 부인’과 16년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독특한 사랑이 있었다. 차이콥스키 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지대한 영향을 남긴 사람이다. 

 이 책으로 인해 위대한 명곡을 남기고 살아생전 그 영광을 누렸지만 불분명한 이유로 죽음이 맞이했던 차이콥스키를 온전히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 덕분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십후애사전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청춘이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나이 들어감이 흉이 되지 않는 사회가 가능할까? 우리나라 현실을 볼 때 지극히 관념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남자의 자격에 등장하는 지극한 나이의 사람들이 얼굴에 홍조를 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다. 5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즐겁게 하는 모습도 좋아 보이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의 삶에서 그동안 빠져 있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 삶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에 무척이나 흥미롭다. 사회에서 보면 뒤쳐진 처지에 있을 수밖에 없는 그들이 그렇게 흥분하며 좋아하고 웃는 모습은 낫선 풍경이지만 곧 나도 그런 사람들처럼 나이 들어가고 있기에 흘려보낼 일 만은 아니다. 

인생의 중반을 넘어선 사람들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으로부터 밀려나는 시기와 겹쳐 대두된 것이 아닌가 한다. 정신없이 일에 묻혀,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내면의 요구를 무시하고 살아왔던 지난 시간이 때론 허무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바로 그 시점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내면의 요구가 대두된 시기엔 이미 사회에서 밀려나고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기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것 역시 현실적인 문제이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될 정도로 우리사회는 이미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오십후애사전’이다. 

이 책의 저자 이나미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임상심리학자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우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스스로 경험한 일상에서 얻은 교훈을 중심으로 나이 50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생물학적 수명이 연정되며 나이에 대한 의미도 점점 확장되어온 현실을 반영하며 나이 오십에 인생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온갖 책무만 짊어진 채 앞만 보고 떠밀리듯 달려온 사람들이고 본다. 어느 세대보다 불안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정년, 신체적 노화, 경제적 문제, 부모와 자식 등 산적한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지 못하는 세대로 점점 커지는 심리적인 불안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안정, 육체의 노화, 사회적 소외, 부부문제, 성과 사랑 등 나이 들어가며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반론을 제시하는 저자의 글은 동서양의 고전에 나타나는 삶의 지혜와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당면 과제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나이 오십이 주는 의미는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엔 부족할지 모르지만 생각을 달리하여 자신을 직시한다면 앞으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출발시기로 그만한 조건도 없다는 것이다. 닥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며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젊은 나이에는 결코 보고 느끼지 못할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넉넉함을 보고 느끼며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나이 오십도 마찬가지다.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나이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것은 곧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조건에서 욕심과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따라 살아간다면 청춘이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도다다오의 도시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보이지 않음을 찾을 수 있는 건축가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아가 들어가며 귀향이나 농촌생활을 꿈꾼다. 그러한 경향성은 전원생활이라는 이름으로 한때 사회적 흐름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귀향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감성과 현실의 차이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제 안정된 것같이 보인다. 우여곡절을 거쳐 전원에 안착한 사람들은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꿈보다 많은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기 일쑤다. 그렇기에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소중한 일상이 많은 도움이 되곤 한다.  

나 또한 대도시 인근 농촌마을로 이사를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로 힘들었다. 그때 인근에 먼저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방문하면서 생각과는 달리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새로 지은 집 때문이었다. 한옥으로 집을 근사하게 지어 살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집은 사람이 편안하게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있기에 사람 위에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마을에 들어선 10여 채의 한옥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여 주눅 들게 할 만큼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구경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면 그곳에 살아갈 사람들은 어떨까?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은 감성적으로 자연에 가까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가 변하고 삶의 방식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의식주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감성의 작용은 남아 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서 이 둘을 구분하고 나누는 작업을 하면서도 조화를 이뤄가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짓는 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의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바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지점인 건축물에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도입 성공한 건축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 출신이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자신의 건축철학을 완성해준 것은 바로 ‘여행’이었다고 고백하며 그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과 건축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안도다다오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기 전 트럭 운전수였으며 심지어 프로 격투기 선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일본이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이후 1965년부터 1992년까지 세계 각지를 도는 여행길에서 열린 가슴으로 만났던 건축물, 그림, 조각, 음악 등 모든 창작활동에 포함되는 영역과의 만남을 기록하였다. 그 여행은 베트남의 마지막 응우옌 왕조의 왕궁에서 출발하여 건축에 관심을 갖고 주목한 르 코르뷔제가 태어난 파리로, 바로셀로나, 밀라노, 로마 등 유럽의 문화 예술을 접하고 대륙을 넘어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이스탄불 등 수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건축은 벽에 의해 공간을 획득한다. 벽으로 둘러침으로써 건축의 안과 밖을 구분하며 외부를 공격하고 내부를 방어하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벽은 그런 힘을 갖으면서도 동시에 자연을 받아들여 인간의 마음을 감싸 안은 벽이길 바란다.” 

23살이라는 청년의 파리행 도전은 그렇게 거장 건축가를 만들었다. 자신을 낳아준 아시아 일본의 정서를 바탕을 전 세계 예술가들의 창조를 향한 마음을 거름삼아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건축물을 만들지만 이 둘을 나누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안도다다오만의 독특한 건축철학으로 성장하게 되었음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이 책 도시방황은 건축가의 눈에 비친 건축물에 국한 된 것이 아인 예술가들의 예술품에서 숨겨진 무엇을 읽어내는 그만의 독특한 감성이 묻어 있어 건축가로써가 아닌 인간 안도다다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판의 출간을 위해 새로 집필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는 그의 애정에 어울리는 책의 구성도 볼만하지만 한편으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일정한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각기 다른 편집은 안도다다오의 건축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도다다오를 잘 모르는 사람이 그의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건축물이나 그가 본 예술 창작품들의 사진이 내용과 어울린다면 그의 건축철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의 건축물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는 것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고뇌, 인간과 자연의 교감,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이 그의 건축물로 나타난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