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생활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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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물질문명의 발달로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늘 허전함을 느낀다. 물질과 부가 주는 풍요로움도 그 허전함을 대신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 대한 만족에서 물질적인 요소가 그렇게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물질적 풍요가 해결된 이후 무엇이 허전함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이 요인으로 사람마다 각기 처지에 따라 다양한 것들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삶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욕구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이나 지적 호기심과 같은 것은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기에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그렇다보니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이 늘 따라다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중 지적 호기심의 충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책이 아닐까?  

 

웬만큼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말로는 책에 대한 흥미는 읽어갈수록 더해간다고 말한다. 지적 탐구활동에 물질적 충족과는 분명 다른 무엇이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가는 것이 지적생활을 영위하는 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적생활’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지적으로 산다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 그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지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삶, 지식의 축적과 배움의 생활화를 뜻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지적생활의 발견’은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가 말하는 지적생활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밝힌 저작이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강단에서 학문에 전념하고 있는 저자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기에 더 밀접한 이야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적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으나 막연하게 생각되는 지적생활의 구체적인 모습을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책과 관련된 내용이 주된 것이기에 책을 읽는 방법이나 모으고 서재를 꾸미는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살필 수 있다.  

 

저자가 지적생활을 영위하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이야기하는 분야는 지적생활, 지적공간, 지적생산, 지적독립, 지성의 삶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항목이 필요한 근거를 자신과 동료들의 경함을 통해 현실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이 책에는 지적 생활의 막연함을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살피는 재미도 있다. 저자가 유학하는 동안 겪었던 일화를 통해  보여주는 세계문학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모습은 책을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적공간, 지적생산, 지적독립 등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만들어 준다. 

 

 

 

 

 

그림이나 연극, 영화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삶의 가치를 높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질적 만족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얻기 위한 이러한 활동은 결국 넓은 의미에서 지적생활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이든 자신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게 가꾸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지적생활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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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 - 세계인의 영적 스승 바이런 케이티의 혁명적 가르침
바이런 케이티 지음, 유영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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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은 내안에 있다
사람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적 관계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친구, 연인, 일터 등 이런저런 관계를 벗어나 살아갈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사회적 관계에서 사람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회적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 보다는 그 관계의 주체가 되는 자신이 늘 문제가 아닐까? 

다양한 자기계발서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중심도 바로 이것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자기계발서들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방법을 제시하지만 늘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하여, 자기계발서에 흥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책 ‘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도 굳이 책의 분류를 하자보면 자기계발서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언론들로부터 ‘새 시대의 영적 지도자’로 주목받는 저자 바이런 케이티의 저술이다. 자신이 겪어온 삶의 굴곡을 극복하고 얻은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다양한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작업’을 제시하고 함께 실천하는 사람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작업’의 중심에는 ‘나’가 있다. 모든 고통의 근원에 자기 자신이 있다는 것과 이 ‘작업’이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들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작업’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고통의 원인,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를 직시하도록 만든다. 사람들이 고통 받는 문제를 저자는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사랑과 성과 관계의 문제’, ‘건강과 질병과 죽음의 문제’, ‘부모와 자녀, 가족의 문제’, ‘일과 돈과 성공의 문제’, ‘자아실현의 문제’ 등이다. 대부분 우리 삶에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모든 문제들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 라는 제목의 질문은 결국,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타인이며 이 타인에 대한 사랑도 ‘자기가 만들어 낸 이야기’에 근거한 사랑이라는 점이다. 이 자기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부합되지 못하는 순간 무엇 하나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 고통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에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하며 그런 방법으로 자기가 만들어낸 이야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의 시각은 우선, 나를 배재하고 타인들에게 눈을 돌리고 그들과의 관계를 냉정하게 직시하는 것을 시작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타인들에 대해 가지는 감정에 솔직하게 직시할 수 있을 때 문제의 근원인 자신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때에야 자신을 직시하여 문제의 근원인 스스로의 문제를 밝히자는 것이다.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세상이나 내 감정을 자극하는 타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며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그렇다면 나를 제외한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이 문제다. 내가 세상과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들로부터 오는 외부적 자극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고통이 고통으로가 아닌 아무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럴 때 바로써 자신을 둘러싼 관계로부터 오는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자기계발서가 가지는 한계인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독자를 이끄는 힘이 있는가의 문제에 직면하는데 이 책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 자신에게 있다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정이 결국 내면의 힘을 키우며 그 내면의 힘으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과 자신에게 고통으로 다가서는 문제를 ‘작업’이라고 부르는 노트에 써보며 이것이 진실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자신을 내면의 길로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처럼 구체적이고 어렵지 않게 실천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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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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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가의 특별한 책 여행
이사를 하면서 나만의 서재를 만들었다. 시골 조그마한 한옥을 마련하고 마당 한쪽에 서재를 지었다. 삼 면이 벽이고 한쪽은 유리창으로 밖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그곳은 오직 책과 어울리는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다. 그동안 모아온 책들이 제법 되지만 책장이 부족하여 이중 삼중으로 쌓여진 책이 많다보니 때론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책 목록을 작성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은 질문을 한다. 이 많은 책 다 읽었냐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저렇게 물어보는 사람치고 책을 자주 읽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모두가 많은 책이 정리되어 있는 공간을 보면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자신도 이런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책이 장식품으로 대용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며 그런 또한 책만큼 좋은 장식품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딱히 말일 생각은 없다. 그렇게라도 해서 책과 친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나처럼 책을 소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일부러 책을 모으기 보다는 읽었던 책이 한 권 두 권 그렇게 늘어나다보니 어느덧 수천 권을 넘어서는 경우가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책을 모으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스스로 나누거나 강재로 나눔에 참여하는 경우나 이상 등의 이유로 처분하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또한 책을 일부러 모으며 그것도 절판된 희귀본 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책을 모으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아서 네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 중에는 희귀본이나 절판된 책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읽고 싶은 책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런 책들을 꼭 구할 수 없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럴 경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내게 올 것이라 생각하며 대부분 포기하고 만다. 이런 나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사람을 만난다. ‘오래된 새 책’이라는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를 쓴 박균호가 그런 사람 중 한명이다. 그가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읽기를 좋아하며 희귀본이나 절판된 책 중에서 마음을 사로잡는 책은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고 반드시 구하고야 마는 사람으로 보인다. 자신이 소장한 책이 삼천권이 넘는다는 것만으로도 책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을 듯싶다. 

그는 이 책에서 책에 대한 자신의 헌사를 쓴다. ‘내 생에 잊지 못할 그 책’, ‘오래된 서가를 뒤지다’, ‘그분의 삶은 향기로웠습니다’, ‘글맛기행’, ‘금서라는 훈장’, ‘책 사냥 일지’ 등 그가 분류한 본문의 내용만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자신이 그동안 읽으며 유독 마음을 사로잡았던 책들에 대한 분류는 개인적 관심사를 넘어서 책이 발간되고 유통되며 독자들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책 문화 전반에 걸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가 신중하게 다루는 부분은 절판된 책에 대해서이다. ‘독자가 원하는 책이면 반드시 재 발행된다’는 그의 신념에 독자 한사람으로써 동의한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내게 있는 책도 있어 잠시 미소가 머물다 간다. 특히, 신영복의 ‘엽서’나 이오덕의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는 괜히 처음만나는 사람에게 정이 가는 것처럼 반갑기만 하다. 본문에 소개되는 책의 발간에 얽힌 이야기나 절판본을 구하려는 눈물겨운 이야기, 작가들의 우정 등 재미와 동시에 가슴 따스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다. 모두 책이 있기에 일어나는 일이며 그 속에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어 책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책 사랑이 자신에게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 나눔과 소통에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장서가나 책 수집가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책에 이야기를 통해 읽어야할 책에 대한 교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변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하며 책을 수집하고 소장하는 마음이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로 작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책은 모으는 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책은 읽혀야만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발간되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 것이기에 독자의 취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주목하고 읽히는 책들의 분야는 달라지게 된다. 또한 지금 당장 읽지는 못하지만 소장하는 것으로 향후 읽을 기회를 만드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간혹 책장에 정리된 책들을 보면서 제목만 읽어가는 경우가 있다. 제목만으로도 그 책의 내용과 읽으면서 얻은 느낌이 되살아나 흐뭇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이것은 내가 혼자 마음속으로 누리는 호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책의 내용이나 가치를 떠나 자신과 함께 해온 책과 서로의 마음의 정을 주고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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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오는 길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가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4
남궁문 지음 / 하우넥스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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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을 거꾸로 갈 용기
'눈 덮힌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디딘 발자국은 언젠가 뒷사람의 길이 되니라.' 백범 김구선생님이 말씀이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사람이나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그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게 하는 말이다. ‘맨 처음’, ‘가정 먼저’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들에는 이렇게 무엇인가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음의 무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남궁문은 ‘자전거 아저씨1, 2’(하우넥스트)라는 제법 두꺼운 분량의 책을 통해 만난 저자다. 화가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 일주하며 노고 느낀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담아 놓은 책으로 대단히 솔직한 저자의 글이 흥미로웠다는 기억이 있다. 남궁문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소개한 사람이라고 한다. 스페인에 살았던 인연으로 2001년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알았고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그 길을 걸으며 시작했던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인연이 이어져 3년 마다 겨울(2004년), 봄(2007년)길에 이어 이번(2010년)에 네 번째 가을 길을 걸었던 것이다. 1000km나 되는 길을 계절별로 네 차례나 도보로 완주했으며 걸을 때마다 책을 냈지만 그리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가는 길 오는 길’은 바로 산타이고 가는 길 시리즈의 마지막이며 저자가 10년 만에 산티아고 가는 길의 전체 여정을 마무리 한 결과라고 한다. 같은 길을 그것도 같은 시기에 걸어도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을 경험한 사람으로 같은 길을 계절을 달리해 걸었다면 계절이 주는 독특한 감성적인 모습뿐 아니라 길을 걸어가는 동안 자신과 마주하며 스스로 얻는 것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특히, 그동안 세 번의 가는 길과는 달리 걸어가는 여정을 거꾸로 잡았다. 목표가 산티아고가 아닌 출발점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처음 소개한 사람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걸었을 다른 사람의 발걸음에 그가 걸어간 발걸음이 겹쳐지지 않았을까? 

 이 특별한 출발은 책을 읽어가는 동안 곳곳에서 마주한다.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갈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 마주보며 걸어갈 때는 발걸음을 내딛는 매순간이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곳곳에서 만나는 한국인들과의 만남은 그를 당혹스럽게도 만들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로 이끌어 간다. 하지만, 매번 그런 것만은 아니다. 때론 여행자 세 명과 함께한 특별한 저녁식사처럼 마음 따스한 감동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다. 저자가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스페인에 살았고 스페인어를 할 수 있기에 만나는 사람들의 중심이 한구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었다면 같은 길을 걸어가며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에 더 용이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또한 같은 길을 거꾸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사람이 아닐까 싶다.  

 

 자전거 아저씨를 읽으며 궁금했던 저자의 글에서 느끼는 독특함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으나 때론 독자들을 상대로 정식 출판되는 책에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가 싶은 느낌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점이 저자가 가지는 확실한 매력이 아닌가도 싶고 그런 생각이 10여년에 걸친 네 번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어갈 수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가는 길 오는 길에서 저자는 자신이 가야할 인생의 길을 알았을까? 조심스런 저자의 고백에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같은 걸음으로 걸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글 속에 처음으로 산타이고 가는 길을 소개한 사람으로 갖게 되는 마음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첫 발을 내딛었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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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동양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9
일연 지음, 최호 옮김 / 홍신문화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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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숨결을 찾아서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쉼 없이 이어져오는 역사 속에 담긴 민족의 자긍심과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이어받아 미래를 열어갈 희망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잃지 않았던 민족의 힘을 찾고 바른 역사의식으로 지금 우리시대에 겪고 있는 현실의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면한 현실은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살피는지는 의문이 든다. 일반인이 개별적으로 역사를 보는 것과 정책적으로 역사에 대한 의미를 살리려는 노력은 그 미치는 여파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기에 한 나라의 교육정책에서 역사 교육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 역사교과서에 대해 그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역사서는 기록자에 의해 선택된 기록이기에 기록자의 세계관이 중요할 것이다. 유구한 역사만큼 많은 역사서를 올바로 살펴보는 기본적인 눈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우리민족의 고대사를 기록한 책은 더욱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까닭에 기록한 시대적 상황과 기록자에 대한 관심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민족의 고대사를 기록한 책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책이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가 있다. 두 역사서는 모두 고려시대에 쓰여 진 책이다. 중국의 역사와 뗄 수 없는 우리 역사에서 이 두 역사서가 쓰여 진 시대적 상황을 살펴 책에 담긴 진정성을 살펴야 할 것이다. 삼국유사는 정통역사서로 평가받는 삼국사기에 빠진 이야기를 당시 팽배했던 중국 중심주의 사관에 맞서 민족의식과 자주의식을 바탕으로 삼국유사를 엮었다. 이 점이 삼국유사가 가지는 장점 가운데서도 중요한 점이라 생각한다. 

‘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 7년(1281)경에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一然)이 편찬한 사서(史書)로, 전체 5권 2책으로 되어 있다. 이는 왕력(王歷), 기이(紀異), 흥법(興法), 탑상(塔像), 의해(義解), 신주(神呪), 감통(感通), 피은(避隱), 효선(孝善) 등 9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삼국유사는 한국 고대의 역사, 지리, 문학, 종교, 언어, 민속, 사상, 미술, 고고학 등 총체적인 문화유산의 보고로 평가되고 있다. 삼국사기와는 다른 내용에 대해 무엇을 정사로 삼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지만 삼국유사가 가지는 의미는 올바로 평가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 삼국유사에 기록 된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 이야기에 감춰진 의미가 무엇이며 이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홍신문화사에서 발행한 ‘삼국유사’는 한국 고대사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삼국유사를 현대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해석한 책으로 보인다. 한문인 원문을 현대인이 읽어가기란 어려운 점이 만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번역자의 번역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막힘없이 읽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된다. 또한 번역한 원문을 함께 실어 참고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역사 책 ‘삼국유사’이지만 그 내용을 다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저런 통로로 학교에서 배운 것을 통해 잘 알려진 몇몇 이야기는 익숙하다. 이야기의 출처가 삼국유사였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는 흥미로움도 있다. 저자와 제목을 누구나 알지만 완독할 정도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 않음 또한 현실이 아닌가 싶다. 독서를 권장하는 다양한 단체에서 꼭 읽어야할 우리고전에 빼놓지 않고 선정하는 이유도 삼국유사가 가지는 의미를 고려한 선정일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고 이야기를 좋아하며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민족의 미래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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