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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자들은 철학적으로 살았을까 - 세상을 바꾼 철학자 30인의 알려지지 않은 철학 이야기
강성률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1년 9월
평점 :
그들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철학이나 사상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미 수 천 년 전부터 인류가 직면해 있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탐구과정이 진행되어 왔다. 수많은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이러한 탐구노력에 의해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때의 그 의문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왜일까?
자연과학을 비롯한 과학적 지식의 발달은 지난 시대의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진보되고 새로운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지는 근본문제에 대한 해결은 한발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 천 년 시간이 흘렀지만 인간의 행복추구나 선과 악, 삶의 근본목적은 무엇인지, 생활에서 느끼는 희노애락 등 이러한 의문은 다양한 사상가나 철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속 시원한 답을 내지는 못한다. 어쩌면 답은 수 천 년 전에 이미 다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현대인이 느끼는 인간의 근본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인류의 모든 성과가 종합되어 실시간으로 그 결과를 확인하며 비교분석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도 철학자나 사상가들의 고민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수 천 년 전 철학자나 사상가들은 어떻게 문제에 접근하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벌었으며 자신이 지향하는 바와 실생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렇게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해온 유명한 철학자나 사상가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주장했던 사상과 삶이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알게 된다면 혹 품고 있는 의문에 접근하게 될지 궁금하다.
‘위대한 철학자들은 철학적으로 살았을까’ 이 책은 철학자나 사상가들이 위대한 업적을 남기며 인류 철학 사상사에 미친 영향이 큰 만큼 그들의 삶 또한 그렇게 위대한 일상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삶이 위대하지도 않았고, 평범한 인간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철학자들을 동서양으로 구분하지 않고 태어나서 활동한 시대 순으로 정리하고 있어 인류 사상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텔레스, 노자, 공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상앙, 맹자, 장자, 한비자, 아우구스티누스, 현장, 원효, 주자, 이규보, 김시습, 왕양명, 서경덕, 이황, 데카르트, 스피노자, 루소, 칸트, 정약용, 헤겔, 쇼펜하우어, 키르케고르, 마르크스, 니체, 사르트르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와 사상가들이다. 이들 모두 각기 자신의 시대를 살아가며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의 위대한 업적을 남겼던 사람들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반열에 당당히 우리 선조들의 이름이 들어 있지만 김시습이나 서경덕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선정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보다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철학자들의 삶에 대한 흥미가 앞선다.
“어떤 철학을 선택하느냐는 바로 그가 어떤 사람이냐에 달려 있다”
위대한 철학자들로 불리는 이들의 삶은 그들이 남긴 업적만큼이나 위대하지는 않았다. 남녀차별주의자이거나 아내의 핍박에 도망 다니기도 하고, 사상아를 낳았으며 자신의 아이들을 고아원에 버리기도 했다.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순응하거나 때론 앞서가기도 한 삶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삶은 아니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문에 심취해 있어 다른 모든 것에 앞서 학문에 삶의 중요성을 두었더라도 이해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것을 지극히 인간적인 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달리 보이기도 하는 면이다.
저자는 이들의 철학과 삶의 내용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각 주인공인 철학자를 간략하게 소개해놓은 철학자 소개, 일상적인 삶을 살피는 철학자 생애 그리고 철학자의 철학 사상을 정리해 놓은 철학 속으로라는 일정한 형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각 철학자들에 이해를 바탕으로 시대 순으로 열겨된 철학자들의 삶과 철학을 비교해 보는 면에서도 유익한 구성이라 생각된다.
철학이나 사상사 등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학문에 대해 어렵다거나 나와는 무관한 전문가들의 일이라는 등의 선입견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 우리들의 삶이 보다 풍요롭게 되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풀리지 않은 문제에 대해 그들이 넘어선 고비는 이후 세대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