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본 세상 세계문학의 숲 9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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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작품 하나로 기억되는 작가가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본 세상을 자신의 독특한 언어로 세상과 소통을 꿈꾸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 특유의 세상이 작품 속에 담기게 되고 그런 작품만이 오랫동안 독자들의 마음속에 살아남아 소통되고 또 거듭나는 것이리라. 그렇더라도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이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한 작품으로 기억되는 작가가‘돈키호테’라는 작품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세르반테스다. ‘돈키호테’가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작가의 다른 작품은 접할 기회도 없었지만 익숙한 이름으로 기억하게 된다. 

그렇게 익숙한 이름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다른 작품을 접할 기회가 생겼다. ‘개들이 본 세상’은 1613년 ‘모범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그의 단편들 가운데 ‘사기 결혼’, ‘개들이 본 세상’, ‘질투심 많은 늙은이’, ‘피의 힘’, ‘유리 학사’등 이렇게 다섯 편을 모아 엮은 작품집이다. 돈키호테에서 보여주는 신랄한 풍자와 유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사기 결혼’은 마치 현대의 결혼 풍속도를 보는 듯한 흥미로움이 있다. 자신의 가진 것을 부풀리고 남이 가진 것을 탐내며 이를 합법적으로 차지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한다. 속고 속이기를 반복하는 한 남녀의 결혼과정을 통해 인간이 가진 탐욕과 허례허식을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개들이 본 세상’은 두 마리의 개가 사람의 말을 하게 된 계기를 통해 개가 걸어온 과거를 다른 개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개로 태어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각기 주인들의 특성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점철된 거짓과 이기심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기 결혼’의 주인공 캄푸사노가 병 치료차 있었던 요양원에서 개들이 나눈 이야기를 직접 듣고 메모한 것이라는 시작된다. ‘질투심 많은 늙은이’는 젊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철옹성을 쌓는 늙은 남편의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재물이나 아무리 높은 담장, 자물쇠로도 결국 지켜낼 수 없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

‘피의 힘’은 성폭행을 당한 한 여자가 그 상처를 딛고 자신의 삶을 가꿔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애기치 않게 찾아온 불행을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 그리고 불행의 원인에게도 슬기로운 방법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유리 학사’는 인간 이성에 내포된 광기와 비이성을 주제로 죽음의 문턱으로 이끄는 사랑의 묘약을 먹음으로써 광기를 가지게 된 한 지식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의 다섯 편 세르반테스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17세기의 사람들이야기지만 마치 현대사회의 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듯 한 인상이다. 시대를 넘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내면은 다 비슷한 것일까? 아주 친근한 이웃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바로 그러한 힘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작가들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상상의 세계가 있는 것일까? 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갈 주인공을 만들어 그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허구에서 출발하는 문학 작품 속에 삶의 진실성이 있기에 문학은 힘을 가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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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재발견 - 다산은 어떻게 조선 최고의 학술 그룹을 조직하고 운영했는가?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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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자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다
사람을 보는 시각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을 것이다. 지금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각도 그렇지만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시각 역시 그렇다. 무엇을 통해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이기에 그 멋을 기준으로 보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양한 측면을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자 하는 것만’을 보는 것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경우가 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는 시각의 편협성이다. 사적인 관계에서는 그러한 시각이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대중들 앞에 서 있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함은 굳이 부연하지 않더라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당연함이 현실에서는 당파적 이해관계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당연히 많은 문제를 불러온다. 

그렇다면 이러한 오류를 최소화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객관적 자료가 뒷받침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리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진위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자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한 일이지만 학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견지해야할 자세가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주목받는 인문학자 중 한사람이 정민이다. 그는 문헌상에 나타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이 녹아있는 글을 해석하고 동시대 사람들에게 공유되도록 노력하는 학자다. 그의 저작 ‘다산의 재발견’이 출간되는 배경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저자는 다산 정약용에 대한 자료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어디든 달려가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했다. 한번 찾아가 안 되면 수차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확인하고야 마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그간 저자가 발간하는 책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폭넓은 독자층이 형성된 것이리라.  

‘다산의 재발견’은 조선 후기 정약용과 관련된 미 발굴 자료나 새롭게 세상에 나타나 전후 사정에 맥락을 이어주는 자료를 바탕으로 왜곡되었거나 사실이 잘못 알려진 다산 정약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귀중한 논문들을 모아 놓은 저작물이다. 자료 한편이 가지는 중요성과 의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앞 뒤 맥락이 끊긴 기존의 자료에서 충분치 못했던 사실이 새로 발견된 자료로 인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자료가 주는 가치가 어떨지 상상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정약용의 유배기간인 1801년부터 1818년까지가 중심이다. 새로 발굴한 다산 친필첩을 중심으로 '다산의 강진 강학과 제자 교육', '다산의 사지 편찬과 불승과의 교유', '다산의 공간 경영과 생활 여백', '다산 일문의 행간과 낙수' 4개의 큰 틀로 구분하고 분류하여 22개의 논문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배지 강진에서 정약용이 이룬 업적에 비해 그의 삶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점들이 있었다고 한다. 저자가 이번에 새로 발굴하고 정리한 자료로 인해 많은 의문점이 해결되었으며 심지어 잘못 알려진 일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자료들로는 강진 유배시절 교유했던 수많은 제자, 승려, 자녀에게 쓴 시뿐 아니라 산문 등의 조각난 친필 편지(서첩)들을 통해 역사적 맥락, 문화적 맥락, 전후의 개인적 맥락 속에서 맞춰내 다산의 면모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의 발굴이 전공한 학자들이나 관계자들에게는 둘도 없는 중요성이 있겠지만 때론, 일반 독자들에게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 보다는 역사적 인물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제공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이 책 ‘다산의 재발견’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부자론’에서 보여주는 생활인으로써의 정약용 모습 같은 것이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우리 역사에서 학문적 업적으로 보면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크고 광범위한 사람이라서 우리와는 다른 한발 건너에 있는 아주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져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일상적인 모습에서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아버지이며 부인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남편이기도 한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은 그 거리감을 줄여주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유배당한 사실은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임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불행한 일로인해 그가 남긴 업적을 보면 그렇게만 볼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긴 세월 정약용이 겪었을 몸과 마음의 고통을 넘어 학문의 성취를 이룬 일은 우리 역사가 갖는 보석 같은 일이 되었다. 이제 후학들은 그의 학문적 열정과 정신을 현 시대에 어떻게 살려내야 하는지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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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 -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한길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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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극한 슬픔엔 아름다움이 있다
‘편지’라고하면 연애편지가 먼저 생각나는 것은 나이 지극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서가 아닐까 한다. 소식을 주고받는 방법이 다양화되면서 손으로 쓴 편지글은 기억 속에만 머물게 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요사이 편지에 대한 이야기는 먼 옛날에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옛사람들의 자잘한 속내나 일상적인 사건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역사적 사료로 ‘간찰’이 소중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서간문이나 편지라는 형태로 사람과 사람의 사귐의 도를 일깨워 주는 사례들이 제법 있다. 그중에서도 서양화가 고흐가 그 동생과 주고받았던 편지나 조선시대 이황이 기대승과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주목받았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이 모두가 사람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사례가 우리가 살아가는 가까운 시대에도 있었다. 동화작가로 잘 알려진 이오덕과 권정생의 경우가 그렇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이오덕과 권정생선생님 두 분이 마음을 나눈 편지글을 모은 것으로 1973년 1월 30일 권정생이 이오덕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글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1986년 7월 9일까지 긴 세월동안 한없이 슬프고 애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이 책을 접한 것은 2003년이다. 그때도 읽으며 가슴 애절함이 넘쳐 몇 번이나 책장을 덮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접하며 그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을 다시금 읽게 만든 것은 최근 발행된 책 ‘오래된 새 책’의 저자가 구하기 힘든 절판본으로 소개하며 이오덕과 권정생 두 분의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하고 또 책이 서점에 배포되던 날 전량 수거되는 일이 있었다는 내용을 접하며 새롭게 찾아본 것이다. 

운 좋게도 내 서재에 들어와 오랫동안 남아있었다는 것은 행운이다. 구하기 힘든 절판본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곁에도 이렇게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례를 담은 흔적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인 것이다. 

두 분의 편지글에는 어느 것 하나 가슴 절절함이 배어있지 않은 글이 없다. ‘선생님이 만약 안 계셨더라면 내가 여지껏 살아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에서처럼 병약한 권정생의 건강과 외로움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이오덕의 마음이나 그렇게 자신을 마음으로 돌봐주는 이오덕에 대한 권정생의 마음 모두 너무나 슬프고 애틋하기에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장면들이다. 또한 두 분의 편지글 속에 담겨져 있는 아동문학에 대한 열정과 70~80년대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문단의 흐름에 대해서도 속내를 알 수 있게 하기에 문학사의 사료로도 귀중한 자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오덕선생님의 권정생선생님에 대한 마음은 때론 절대적인 신앙으로까지 보인다. 무엇이 그토록 두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왔을까? 문학가들의 일상을 잘 알지 못하기에 깊은 속내를 알지 못하지만 이 편지글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관계는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지독히 가난한 일상에 그것도 병약한 삶 속에서도 두 사람이 꽃피운 우정의 속내를 보통사람인 나로서는 짐작으로도 알 길이 없다. 평범함의 범위를 넘어선 두 분의 사람 사귐에 대한 모습은 두고두고 우리 곁에 남아 소중함을 전하는 모범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2010년 출판사를 달리해 발간된 책은 임길택 시인과 가수 백창우가 참여해 편집을 새롭게하여 구성하여 발간했다. 초판본을 구할 수 없기에 두 분의 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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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자들은 철학적으로 살았을까 - 세상을 바꾼 철학자 30인의 알려지지 않은 철학 이야기
강성률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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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철학이나 사상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미 수 천 년 전부터 인류가 직면해 있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탐구과정이 진행되어 왔다. 수많은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이러한 탐구노력에 의해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때의 그 의문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왜일까? 

자연과학을 비롯한 과학적 지식의 발달은 지난 시대의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진보되고 새로운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지는 근본문제에 대한 해결은 한발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 천 년 시간이 흘렀지만 인간의 행복추구나 선과 악, 삶의 근본목적은 무엇인지, 생활에서 느끼는 희노애락 등 이러한 의문은 다양한 사상가나 철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속 시원한 답을 내지는 못한다. 어쩌면 답은 수 천 년 전에 이미 다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현대인이 느끼는 인간의 근본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인류의 모든 성과가 종합되어 실시간으로 그 결과를 확인하며 비교분석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도 철학자나 사상가들의 고민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수 천 년 전 철학자나 사상가들은 어떻게 문제에 접근하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벌었으며 자신이 지향하는 바와 실생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렇게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해온 유명한 철학자나 사상가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주장했던 사상과 삶이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알게 된다면 혹 품고 있는 의문에 접근하게 될지 궁금하다.  

‘위대한 철학자들은 철학적으로 살았을까’ 이 책은 철학자나 사상가들이 위대한 업적을 남기며 인류 철학 사상사에 미친 영향이 큰 만큼 그들의 삶 또한 그렇게 위대한 일상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삶이 위대하지도 않았고, 평범한 인간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철학자들을 동서양으로 구분하지 않고 태어나서 활동한 시대 순으로 정리하고 있어 인류 사상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텔레스, 노자, 공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상앙, 맹자, 장자, 한비자, 아우구스티누스, 현장, 원효, 주자, 이규보, 김시습, 왕양명, 서경덕, 이황, 데카르트, 스피노자, 루소, 칸트, 정약용, 헤겔, 쇼펜하우어, 키르케고르, 마르크스, 니체, 사르트르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와 사상가들이다. 이들 모두 각기 자신의 시대를 살아가며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의 위대한 업적을 남겼던 사람들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반열에 당당히 우리 선조들의 이름이 들어 있지만 김시습이나 서경덕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선정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보다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철학자들의 삶에 대한 흥미가 앞선다. 

“어떤 철학을 선택하느냐는 바로 그가 어떤 사람이냐에 달려 있다” 

위대한 철학자들로 불리는 이들의 삶은 그들이 남긴 업적만큼이나 위대하지는 않았다. 남녀차별주의자이거나 아내의 핍박에 도망 다니기도 하고, 사상아를 낳았으며 자신의 아이들을 고아원에 버리기도 했다.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순응하거나 때론 앞서가기도 한 삶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삶은 아니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문에 심취해 있어 다른 모든 것에 앞서 학문에 삶의 중요성을 두었더라도 이해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것을 지극히 인간적인 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달리 보이기도 하는 면이다. 

저자는 이들의 철학과 삶의 내용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각 주인공인 철학자를 간략하게 소개해놓은 철학자 소개, 일상적인 삶을 살피는 철학자 생애 그리고 철학자의 철학 사상을 정리해 놓은 철학 속으로라는 일정한 형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각 철학자들에 이해를 바탕으로 시대 순으로 열겨된 철학자들의 삶과 철학을 비교해 보는 면에서도 유익한 구성이라 생각된다. 

철학이나 사상사 등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학문에 대해 어렵다거나 나와는 무관한 전문가들의 일이라는 등의 선입견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 우리들의 삶이 보다 풍요롭게 되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풀리지 않은 문제에 대해 그들이 넘어선 고비는 이후 세대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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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 득음에 바치는 일생 키워드 한국문화 9
최동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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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야 전통을 계승할 수 있을 것이다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 마을 사람들이 회관에 모여 한바탕 잔치를 연다.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부녀회원들은 먹을거리를 장만하고 스피커에서는 요란스런 음악이 마을을 흔들고 있다. 뽕짝이라고 하는 흥겨운 노래에 저절로 어께 춤을 추는 어른들이 하나 둘 늘어나며 행락 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민요나 판소리 같은 우리 가락으로 놀이마당을 펼치는 것은 쉽게 볼 수없는 풍경이 되고 말았다. 마을 어른 분들의 경로잔치를 겸한 놀이마당에 우리 가락을 선보이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나선 사람들의 마음이 한편으로 무겁다. 그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것이 우리 가락인 민요나 판소리 대금 연주 등이기에 이런 자리에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다. 

농촌이나 대도시 할 것 없이 흥겨움을 나타내는 자리에 주인공들은 전통가요라고 하는 트로트가 전부인양 보여 진다. 모두가 동일한 알 수 없는 몸짓에 번지는 미소 또한 낫설어 하며 우리 전통이 이제 다 사라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복을 차려입고 무대에 오른 사람들이 준비해온 노래를 시작하자 마을 어른들의 흥겨움은 애상과는 달리 매우 빠르게 하나가 되는 모습이다. 공연 전 멋쩍었던 마음은 금방 사라지고 하나가되어 즐기는 모습에 수천 년 내려온 우리 정서 속에 살아있는 우리만의 풍류를 찾은 듯하여 우려가 말끔히 사라지며 흥겨움이 배가된다. 

현실은 이렇게 우리 문화의 한 축이었던 우리 음악이나 우리 가락이 사라져 버린 듯 한 모습이지만 아직 가슴속에는 잊혀진 것처럼 생각되는 전통의 맥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 아닌가 한다. 우리 문화에는 소리라고 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 순전히 사람 목소리에 의존하여 사람들의 삶을 노래한 판소리는 판소리가 가지는 가치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판소리의 주인공인 소리꾼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인 듯하여 안타까움이 크다. 

이 책 ‘소리꾼’은 우리의 소중한 전승예술인 판소리와 소리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양문화가 이미 우리 것으로 자리잡아가는 현대에 전통의 계승이라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판소리와 소리꾼에 대해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선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판소리는 1964년부터 국가의 정책적 보호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사라질 위험에 처한 현실에서 불가피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이미 보호를 받아야할 만큼 절박한 실정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절박성에 이르게 했을까? 문화는 혼자누리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선택에 의해 공유되고 향유되어야 하는 것이다. 판소리가 그런 기능을 상실했기에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할 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현실에서도 전통의 계승이라는 힘겨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또 판소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 판소리를 배우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도 현실이기에 판소리의 운명이 그리 암담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보고 싶다. 

이 책은 판소리의 소리꾼이 주인공이다. 소리꾼이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지난 명창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들려주고 있다. 바로 득음 과정이 그것이다. 득음이란 ‘소리를 얻는다’는 뜻이다. 본래 소리꾼이 가지지 못한 ‘소리’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얻어야 할 소리의 기준이 있다. 오랜 시간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괜찮도록 성대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유자재로 사람의 목소리에 의존한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소리꾼의 일생을 통해 판소리의 정수를 보여주고, 전승예술로서의 판소리가 지닌 특징을 보여준다. 

전라북도 고창에 가면 판소리 박물관이 있다. 신재효가 판소리에 쏟은 열정이 고스란히 남아 후대에 전해지는 곳이다. 신재효하면 동시에 연상되는 사람이 진채선이다. 진채선은 또 흥성대원군과 연결되어 조선말 판소리의 흐름을 쫓아가게 한다. 이 책은 그동안 유명한 명창으로 거론 되어진 사람들이 등장하며 우리 소리의 맥을 찾아가는데 중요한 흐름을 알려주고 있다.그 흐름뿐 아니라 각 명창들의 특징과 그들에 얽힌 일화들을 통해 우리 기억 속에도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는 박동진 명창에 이른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명창 중에 그 소리가 현대에까지 전승되어 오는 경우도 있지만 당대에서 맥이 끊긴 경우도 있다. 이는 명창의 소리를 이를 제자가 없었거나 그 소리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대중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특출한 사람이 박동진 명창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소리꾼들이 염두에 두어야할 이야기일 것이다. 박동진의 판소리는 위기에 처해 있던 판소리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그것이 판소리의 대가 박동진이 보여준 가장 큰 의미라고 보고 있다. 대중과 호흡하지 못하는 문화는 사라진다.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고 계승해야 하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람들과 호흡하는 것 역시 주목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국악의 변화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퓨전국악이라는 현대음악과 전통음악을 이어가며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가는 젊은 국악인들이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받는 것 역시 이런 것의 일환일 것이다. 이 책 소리꾼을 통해 전통문화가 미래에도 여전히 우리 문화로 굳건하게 자리 잡을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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