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짧았던 한해도 없었고 이토록 길었던 한해도 없었다. 격리에서 벗어나자 다치는 일이 있어 꽤 오랜시간을 갇혀 살았다는 것이야 개인적인 일이라 그러려니 하겠지만 거리 두기를 서로에게 강요하는 시간에다 새로운 세상으로 한걸음 내딛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무거운 마음들이 힘겨워한 끝에 겨우 건너온 시간이었다. 그 끝자락에서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인사 건네던 나무 품에서 맞이하는 해를 본다.
다시 날은 밝았고 밝아온 그 시간의 중심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어제도 그래왔고 오늘도 그 길 위에 서 있으며 내일이라고 다르지 않으리라. 어설픈 마음이 애써 구분하고 구분한 그 틈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끝과 시작이 따로 있지 않다. 여전히 그 길 위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뭇사람들의 어께에 기대어 함께 가는 것이다.